음악학원 쉬는 시간이었다.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금제를 풀고 유희왕을 하고 있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었다.

 그런 쉬는 시간조차 평범하게 누리지 못하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은 것은 좋지만 그 교육열의 대상은 자신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본인이 공부할 생각 없이 자식에게만 공부를 강요하면 결국 공부에 찌들게 되는 불쌍한 아이가 생기게 된다.

 유근태라는 아이가 그런 케이스였다.


"학습지를 다 못풀면 어머니께 혼나게 되서..."


"음악 학원에서까지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군요. 선생님은 참 슬퍼요."


"어쩔수 없군요. 그런 문제 따윈 선생님과 같이 풀면 금방 끝날거에요. 어머님은 제가 같이 풀었는지 모르니까 근태 학생만 조용히 하면 완벽범죄에요."


'그리고 까짓 중학생 수학 문제가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리고 네퀴티아는 첫번째 문제부터 막혔다.


"얘네들은 설탕물을 마실때 왜 이리 복잡하게 마시는거죠? 시밤 그냥 단물이 먹고 싶으면 동네가서 비락식혜나 사 마시라구요."


"얘네들 달력도 막 찢고 그래요."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죠, 근태학생."


  물론 그 다음 문제에서도 네퀴티아는 벽을 느꼈다. 네퀴티아는 문제에다가 화를 냈다


"철수 이 개새끼야! 영희가 자전거 타고 곧 도착하니까 알아서 기다리라고!"


 욕망의 항아리를 내던 학생도 네퀴티아의 화내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학생들의 나이가 나이다보니 모두 네퀴티아가 화내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네퀴티아는 제 분에 못 이겨 책상을 학습지 째로 뒤집었다.


"서... 선생님...?"


"근태 학생... 세상에서 공부는 중요한건 사실이에요... 선생님은 무책임하게 공부가 세상에 다는 아니라고 하는 어른은 아니랍니다. 허나 이 세상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것은 사실이에요..."


"근태 학생의 부모님은 본인들이 책을 읽고 있으신가요? 본인들이 공부를 직접 하고 있나요? 근태 학생의 부모님이 혹시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면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시던가요?"


"..."


"카사국립대학교 음악교육과 출신으로써 용서할 수 없군요. 여러분. 선생님은 셰나 선생님과 잠시 어디 나갔다 올거에요. 가끔 깽판치러 오는 알렉스 이모가 선생님 찾으면 선생님은 정의를 집행하러 갔다고 하세요. 이터니움이 되는 일 보다 더더욱 정의로운 일이라고 말이에요.

 셰나. 멘탈프린팅 준비하세요."


"착한 어린이 여러분들은 잘 알아두세요. 공부에 찌들어서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어린이답지 않아요. 어린이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공부를 포함한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야지 공부에만 찌들면 안된답니다."


"... 철학적이긴 한데 결국 어른이 되어서 중학교 문제에 막힌거 때문에 화풀이 하는걸로 보이는건 제 착각인가요?"


"조용히 하세요 셰나 선생님. 지금은 제가 정의니까요.

 자 그럼 간만에 신나는 멘탈프린팅을 하러 가 볼까요. 목숨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말이죠."


 근태 학생은 이후 네퀴티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공부가 아닌 다른 진로를 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근태 학생은 자신이 가고 싶었던 소설가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몇년이 지난 오늘, 네퀴티아의 앞으로 택배가 도착하였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은 유근태라고 되어있었다.


"어머... 정말로 반가운 이름이군요. 셰나. 이것 보세요. 몇 년 전 우리 학원에서 음악을 배운 근태 학생이 택배를 보내왔네요."


"지휘자님의 진지한 콘이랑 그 소식이랑 같이 들으니까 기분이 더 좋네요."


"어머... 결국 자신이 원하던 소설가가 되었다는 내용이군요. 그리고 자신이 쓴 책을 같이 보내주었고..."


"책 이름이 무엇인가요?"


"뉴에이지... 정말 멋진 이름이군요..."


"셰나. 어쩌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런 장르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하던 꿈을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 않나요 셰나?"


 네퀴티아가 말한대로 뉴에이지는 판타지소설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뉴에이지는 후에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심지어 뮤지컬로도 재창조 되었다.

 네퀴티아는 유근태 학생... 아니 작가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

자식을 공부하는 도구로 보는 학부모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학생들은 나이에 맞게 여러가지 일을 체험해보고 즐기면서 자신의 앞날을 찾아야하지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앞날이 찾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