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좋은 만남이었어요, 핀리씨."

 "아,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호라이즌씨도..."


 살짝 노안이 온 듯한 20대의 청년과,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20대의 처녀가 노을지는 바닷가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도 아쉬운 듯이 뒤를 가끔씩 돌아보았다. 짧은 여름 밤이었다. 해가 져서 어둑해졌을 때, 두 사람은 각자의 친구들이 기다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그들은 각자 어제 만났던 이에 대해서 말했다.


 -핀리-


 "야 그렇게 예쁜 여자가 니랑 그렇고 그런 시간을 보냈다고?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이 새끼 어제 밤에서야 들어온거 보면 리얼 어디서 다이빙 하다가 돌에 대가리 박고 기절하다가 온 거 아님?"

 "아 좀 들어봐 새끼들아. 진짜 쩔었으니까."

 "오... 그래 어디 함 말해봐라."


 핀리는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아마 해가 슬슬 져가던 시간이었을걸. 니들이랑 놀기에도 슬 지쳐서 뭐 좀 새로운게 없나 싶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지. 그런데 그 여자애가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길래, 이 형님이 가서 딱! 구해줬지. 업어주는데 말랑한 감촉이 등에 닿이는 그 기분... 좋더라.

 내가 구해줬을 때, 걔는 얼굴을 딱 붉히면서 어쩔줄을 모르더라고. 서로 아무말도 안하긴 그렇잖아. 그래서 내가 딱 가오잡고 말했지. 아가씨, 저랑 같이 재밌게 놀아 볼래요? 역시 여자애들은 좀 쎄보이는 남자를 좋아하는게 맞는 거 같아. 내가 좀 쎄게 나가니까 얼굴 붉히는게 참 귀엽더라고.

 그 다음엔 진짜 재밌긴 했어. 같이 식당에서 밥도 먹고, 사진도 함 찍고... 솔직히 내가 좀 삭긴 했잖아. 그래서 이번 생에 여자애들이랑 노는건 글러먹었다 싶었지. 그런데 이쁘장한 애랑 같이 놀고 있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 그러다가 내가 용기를 좀 내서 손을 먼저 잡았지. 처음 손 잡았을 때 전기가 온다는 말이 진짜 뭔지 실감나긴 하더라.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듣던 핀리의 친구들은 핀리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 마다 오오 하는 감탄사를 냈다. 그러다 존 메이슨이 못참겠다는 듯 말했다. 존이 말한걸 필두로 다른 친구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야 그래서 어디까지 갔는데?"

 "혀 끼리 닿았냐?"


 핀리는 씨익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름 낮은 보통 긴데 어제는 되게 짧더라. 좀 놀다보니까 벌써 해가 지고 있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처음 만난 곳으로 갔지. 걔가 먼저 말하더라고. '핀리 씨. 벌써 헤어질 시간이군요.' 아쉬웠지. 그렇게 이쁜 애랑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나도 '아쉽네요 호라이즌 씨. 오늘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할겁니다.' 그렇게 살짝 분위기 잡고 말해줬지. 그러더니 그 애가 눈을 감고 내 쪽으로 고개를 들이대더라고. 야 이거 안하면 남자도 아니다 진짜. 안 그러냐? 그래서 난 그 애랑 흐흐흐흐....


 핀리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과장되게, 조금 거짓을 섞어 친구들에게 말했다.


 -핀리와 호라이즌의 사진-


 -호라이즌-

 

 "음...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요?"

 "뜸들이지 말고 말해봐 허접!"


 호라이즌은 레이첼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이면서 말했다.


 음... 그러니까 잠시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이리저리 걷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파도가 밀려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파도에 갇혔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은 겉늙어 보이는 누군가가 와서 절 구해줬어요. 손을 잡고, 저를 업어서 파도 밖으로 빼주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얼굴이 빨개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저를 도와준 사람을 그냥 보내기는 좀 그랬어요.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죠. 식당에서 밥도 먹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런데 되게 소심한 분 같았어요. 저랑 같이 다닐때 되게 주뼛거리시고... 순진하다면 또 순진한 것 같아서 되게 좋았죠.

 그래도 같이 다니면서 계속 어색하게 다닐 수 만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손을 딱 잡았죠. 아... 손에 전기가 오른다는 느낌이 그런걸까요... 손만 잡았는데도 되게 황홀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리타는 호라이즌의 말을 듣고 피던 담배를 끄면서 말했다.


 "순 고자새끼 아냐? 넌 그런게 좋냐?"

 "전 닳고 닳은 사람보다는 쑥맥이 좋답니다?"

 "그래서, 걔 돈은 많아 보이디? 힘은 또 잘 쓸 거 같아?"

 "절 업었다니까요. 힘은 잘 쓸걸요."

 "아니 뭐... 그런 힘이 아니고."


 리타의 말을 뒤로 한 채, 호라이즌은 말을 이어갔다.


 여름 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어요. 저희는 처음 만난 곳에 가서 파도가 치는 것을 보고 있었어요. 아쉽게도... 여름 밤은 짧은 법이니까요. 그 말은 결국 저희가 헤어질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였겠죠. '핀리 씨... 벌써 헤어질 시간이군요.' 제가 조금 아쉬운 듯이 말했어요. 그러자 그 분도 '아쉽네요, 호라이즌 씨. 오늘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여름의 짧은 만남... 너무나도 아쉬웠어요. 조금이나마 추억을 간직하려고 저는 눈을 감은 채, 핀리 씨에게 입술을 내밀었어요. 그리고...


 호라이즌은 담박하게, 여름 날 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 말에 레이첼, 대시는 얼굴을 붉히며 어머어머 거렸고, 리타는 씨익 웃으며 두 풋내기들의 이어지지 않은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사랑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한 잔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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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