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이라고?''


''응. 그런데 얼굴이 흐릿하게 나왔네.''


힐데가 화면 속 남성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회사로 보내진 메일. 그 속에 담겨져있던, 있어서는 안될 이름. 힐데는 그걸 보낸 사람을 찾고 있었다.


''...가뜩이나 몸이 두개라도 남아나질 않는데, 왠 이상한 놈까지 꼬였으니...''


그녀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었다. 누군지는 이제 알았으니, 만약 다음에 마주치기만 한다면 바로 잡아다가 심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제압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폭행은, 뭐 어쩔 수 없겠지.


''이쪽 데이터베이스에서 얼굴은 안나와 있는데? 파트너로 보이는 리플레이서 나이트에 대한 자료는 많은데, 정작 본인은 자료가 별로 없네?''


''...그쯤이면 될것같군. 고맙다, 대리인.''


''뭘, 그냥 손가락 몇번 까딱인것 밖에 없는데.''


미합중국 델타세븐 소속의 실비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합중국 정부는 로스트쉽을 찾기위해 코핀컴퍼니에게 의뢰를 상주했고, 그녀는 그 감독 겸으로 온 셈이였다.


단순히 사람 하나, 그것도 1급 테러리스트의 신상정보 쯤이야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었고, 찾는것도 식은죽먹기보다 쉬운일이였기에 실비아는 호의를 겸해 자료를 찾았으나, 막상 나오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로니아 요인 암살부터 러시아 대학살 주범? 이거 거물이네?''


''이야~그런 거물한테서 살아돌아오다니, 참 운이 좋았네요.''


''...0이 몇개야, 저거?''


''미나양? 왜 현상금을 보면서 침을 뚝뚝...''


그렇게 그들이 한차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오퍼레이터 클로에의 말이 마이크를 타고 함교 전체에 울렸다.


''[함선 개방하겠습니다. 요정님의 점쾌에 따르면 불행이 닥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단돈 30크레딧의 행운의 부적을...]''


''[...장사하지 말라고!!]''


''......''


******


툭.


''...어어...''


남자, 통칭 리플레이서 폰이라고 불리는 이가 두 눈을 깜빡였다. 손에 들고있던 사과가 땅에 떨궈져서 굴렀다.


''...뭔 귀신 본 표정이야? 옷갈아 입는거 한두번 봐?''


드디어 의무실 침대에서 일어난 나이트. 그리고 지금, 그녀는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본래 본인의 복장으로 환복 중 이였다. 그 광경을, 그는 실시간으로 직면하고 있었다.


''깨어났구나? 너무 안일어나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진짜로.''


그가 터벅터벅 다가와 바닥에 구르던 사과를 주워들었다. 겸사겸사 나이트가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환자복도 줍고.


''몸은 괜찮아? 어디 아픈데는 없고?''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졌어. 지금이라면, 그 년놈들도─''


말을 하던 나이트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캐도 살아있는걸 보니 퀸께서 용서해주셨나?''


''좀 고생(아님)하긴 했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그의 모습을, 나이트가 잠시 지켜보더니 이내 고개를 확 돌렸다.


''...고ㅁ─''


''아차차! 퀸께서 너 깨어나면 오라고 하셨어. 빨리가자. 나이가 나이인건지, 요즘 히스테릭이 좀 심해졌거든.''


그녀의 말을 끊고, 폰이 나이트의 손목을 낚아채며 의무실 바깥으로 나섰다. 마치 옛날, 잠시 접어두었던 유년시절 때의 기억이 펼쳐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


원한다면 뿌리칠 수 있다. 하지만, 나이트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두근─


'...제기랄.'


그동안 자기보다 약하다고 믿었던 그에게 구해진 굴욕감과 동시에 느껴졌던 안도감. 그 괴리속에 머물고있는 와중 울려퍼지는 조그마한, 동시에 심장이 터질듯한 두근거림.


그리고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생각에, 나이트는 드디어 자신의 머리가 돌아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대로 있는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다니─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생각 아니던가?


******


''......''


툭툭.


한 남자가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가끔, 그가 드물게 깊은 생각에 빠질때 나오는 버릇이였다. 어느 세계에서 생겼을지 모르는 버릇이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변수. 변수다. 자신의 정체와 힐데의 정체를 알고있는 자는 아스모데우스 뿐이다. 하지만 그 아스모데우스 조차도 자신이 어디있는지 까지는 몰랐다. 대외적으로 노출을 극히 제한했으니까. 이는 탐식의 마왕, 가아그셰블라가 정말 작정하고 찾아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였다.


만약 자신의 정체만 알고있다면 범위가 좁혀지겠만, 문제는 힐데의 이름까지 알고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가 있었군.''


발키리의 이름을 떠올리자 생각나는 한 인물. 그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소중한 인연인 그것은 구관리국 시절부터 찾아다니던 이였다. 정확히는, 그보다 힐데가 더 찾아다녔지만.


''...테라브레인. 전 세계 네크워크 접속. 정보 검색.''


[네크워크 접속 완료. 현재 검색 횟수 9,241번째.]


''......''


남자, 관리자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로니아 출신. 검은색 머리카락에 부모는 없고, 현재는 고아원 혹은 보육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을 가능성 농후. 이름은...''







...시구르드.


******


''...에취! 누가 내 얘기를 하나?''


남자, 리플레이서 폰이 귀를 후벼파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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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삭제해서 재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