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왔나요? 잠시 옛 제자랑 통화를 하고 있던지라 학생이 왔다는 걸 몰랐군요. 이거 미안하게 됐어요.


차랑 과자는 뭘로 드릴까요? 적당히 홍차면 충분하겠죠? 자 않으세요. 손님을 너무 오래 세워두는 것도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니까.


제가 여기로 학생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담소를 나누기 위함이에요. 아. 안심하세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가 성실한 학생을 노예로 보고 대학원으로 납치한다는 농담이 돈다지요?

그런 건 아닙니다. 학기 초부터 성실하게 저를 따라다니던 학생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들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학생처럼 성실한 학생은 처음봤어요. 교수의 연락처부터 알아보고 여러번 메일까지 보내며 수시로 전화까지 하는 학생은 여태 없었으니까요.


레지나 학생하고도 친하게 지냈다죠? 개인적으로 아끼는 제자들과 친하게 지냈다니 내심 반갑기도 했죠.


아 서론이 길었군요. 


뜬금없지만 학생에게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학생은 지식욕과 호기심의 차이를 알고 있나요? 근원 자체는 알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둘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 뭐 그것도 답이 될 수는 있겠군요.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이것입니다. 지식욕은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 호기심은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을 추구하는 것.


꽤 명확하지 않나요?


그런데 저는 궁금했습니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거나, 별의 궤도를 바꾸는 법. 이것은 지식에 속하겠죠. 그런데 우리의 예지를 아득히 초월한 존재에게 그것은 지식욕일까요? 아니면 호기심일까요?


.... 이런 왜 갑자기 몸을 떨고 그러나요? 냉방이 너무 강했나요?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알고 싶던 것이 참 많았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은 것도 어디까지나 지식을 위한 것이지. 점수 따위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참 우스운 일 아닌가요?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이나 명예에는 만족할 줄을 모르면서, 자신의 지식에는 만족하며 살아가니까요. 막대한 재산도, 떨쳐진 명예도 결국 한 순간에 스러질 덧없는 것이거늘. 


방황하던 저는 어느날 한 거대한 존재와 맞닥뜨렸습니다. 학생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존재였죠. 그 존재는 저를 집어삼키고, 제 지식을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했습니다.


[저를 삼키는 것은 딱히 상관없지만, 하나만 가르쳐주시죠. 그것은 호기심입니까? 아니면 지식욕입니까?]


그 존재는 저를 재미있게 여기고 살려두었습니다. 도축하기 직전의 닭이 사람의 말을 했기에 목을 비트는 것을 잠시 미뤄두었을 뿐이라고 하는 게 그나마 가장 적절한 비유일까요?


하지만 그 만남은 저에게 있어 행운이었습니다, 수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지식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은 구관리국의 기술에 대해 알고 있나요? 그런 곳에서 일했을 법한 고위 카운터들은 팔다리가 뜯겨나가도 싸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리고 그들의 팔다리를 뜯어먹고도 여전히 허기를 느끼는 존재를 본 적은?


이런 갈 수록 표정이 안 좋아지는군요. 


저는 모든 것을 보게 되었고, 알게 되자마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샤레이드에는 이런 속담이 있더군요. 


만일 술처럼 지식이 들어온다면 누구나 박사가 될 수 있으리라.


그분은 실제로 지식을 술이나 빵처럼 집어삼시키시는 분. 박사 따위에 비할 존재가 아니시죠. 


그분은 수많은 존재를 집어삼키시고 수많은 지식을 흡수하셨답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법, 별의 궤도를 바꾸는 법, 클론 기술, 사람의 정신을 흔드는 법부터 사소하게는 샤레이드의 시골 명물에 대한 정보까지.


예. 그분은 여전히 많은 지식을 갈구하고 계시고, 그 대상을 가리지 않으십니다.


이를 테면....





그분의 적인 오래된 목소리에게 의뢰를 받고, 학생인 척 제 뒤를 캐고 있던 쥐새끼 용병이라고 해도 말이죠.


이런 움직이지 마시죠.


지금 학생을 속박한 그 촉수는 구관리국의 올드 카운터들이라고 해도 쉽게 끊을 수 없는 물건이니까요.


기껏해야 정보 수집을 업으로 삼는 용병따위가 끊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죠.


이제 학생이 알고 있는 것은 천천히 전부 털어놓았으면... 이런.


혀를 깨물다니, 테이블 위에 피가 떨어졌군요. 


테이블 매너부터 가르쳐드릴 걸 그랬나요.


상관없습니다. 혀를 깨물어도 지식은 그런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니까요.


이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다음 강의에 들어가봐야겠어요.


그럼 작별이겠군요.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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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관심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