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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퉷. 여전히 기분 더러운 곳이네."


모래

그녀가 있는곳은 사방이 온통 모래뿐인 세계였다



터덜터덜 걸어나갈때마다 선명하게 찍히는 발자국


"이딴곳으로 부르는 악취미를 가진 의뢰인이라니, 정말이지 최악이야."


피처럼 선명한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의 제복 오른쪽에는 머리칼과 똑같은 색상의 상어문양이 그려져있었다


"'이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녀의 투덜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넓은 사막 한복판. 그것도 그녀의 앞으로 거대한 '문'을 열고서 한 남성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은 이유가 듣고 싶어지는걸 의뢰인씨?"


웃는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목소리에는 화가 잔뜩 묻어나왔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의 조정은 당신처
럼 까탈스럽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질문을 능청스럽게 맞받아친 '그'는 느긋하게 문에서 걸어나왔다


""오히려 예상외의 변수를 만든 당신쪽에서 사과하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예상외의 변수


남자에게서 그 말을 들은 여성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나도 거기서 기관의 요원이 있을줄은 몰랐지.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나쁜거라고."


""그런걸로 치죠. 그나저나 부탁드렸던 물건은 가져오셨습니까?""



"왜 그 말을 안꺼내나 했어. 받아 부탁했던 물건이야."


그녀는 귀찮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휙하고 던졌다


그 물건이 땅에 떨어지려던 찰나, 그의 그림자에서 검은색 부정형의 무언가가 물건을 잡아채갔다


""이거, 진짜 중요한 물건입니다?""


"의뢰는 어디까지나 부탁한 물건을 상처없이 가져오라는거였지. 정중하게 넘겨달라는 부탁은 없었잖아?"



""이런. 거기까지 생각을 못한 실수로군요. 다음부터는 꼭 추가해두겠습니다.""



여자의 비꼬는 말에 남자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할뿐이었다


"너같은 괴물이 그런걸 필요로 할줄은 몰랐어."


부정형의 그림자가 낚아챈 물건은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하하.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그의 손에 들려져있는건 검은색 USB였다


""그러면 물건도 받았으니, 다음 용건을 말씀드리죠.""


USB를 주머니에 넣은뒤 그는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여성의 발치에 떨어트렸다


"애도 아니고 참.."


""저희가 이래보여도 학습은 빠르다고 자부합니다.""


"어련하시겠어."


여성은 나지막한 욕설을 뱉으며 모래가 묻은 종이를 집었다


""보관소의 배치도입니다. X로 쳐져있는곳은 지금의 당신들로는 불가능하거나 득보다 실이 많은곳이죠.""


그녀가 펼친 종이에는 온통 X가 쳐져있었다



단 두군데를 제외하고는


"너무 돌려서 말하는거 아니야? 그래서? 이 두군데중 어디를 처리해야 만족하실려나."


여성의 말에 그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이거야 원.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분이군요.""


"그래서?"


남자는 잠시 턱을 매만지고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챔버로 가주셔야겠습니다. 붉은머리 앤.""


앤이라고 불린 여성은 한숨을 쉬며 아까와는 다른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면 이틀뒤에 연락하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길.""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소리없이 '문' 너머로 사라졌다



"에휴. 내 팔자야."


앤은 그가 사라진걸 확인하자, 품에서 싸구려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윽고 라이터의 부싯돌 소리가 몇번 들렸지만 라이터에서 불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망할. 이건 또 왜 말썽이야?"



앤은 신경질적으로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버린 뒤 붉은색 별이 그려져있는 무전기를 꺼냈다

그 후 무전기를 손바닥으로 두어번 손바닥으로 치고 나서야 그녀는 무전기에 대고 말을 걸었다


"아아. 들리냐? 여기는 붉은 별. 개자식들 응답해라."


"네 잘 들립니다. 그런데 그 암호문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무전기 너머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어쩌라고. 꼬우면 니가 내 상사하던가. 그건 그렇고 다음 일감 받아왔다. 애들 준비시켜."



"오. 저는 대장이 로터스에 선탠하러 가신줄 알았지 뭡니까."



그 남성의 대답 이후 무전기 너머로 여러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어왔다


"닥쳐. 나라고 좋아서 온줄 알아?"


"그래서 다음은 어디로 갑니까?"


일 얘기가 나오자 남성의 목소리가 급속하게 차가워졌다


"챔버. 망할 안경잡이들이 있는곳에 갈거야. 그리고 적당히 C급이하 녀석들로 추려."



"왜 C급입니까?"



앤은 장난끼 많은 악동의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밌는 장난감이 생겼거든. 기대해도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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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왔나."


회사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자 시계의 작은 바늘은 8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뭐 일찍왔다고 뭐라 그러지는 않겠지."


회사의 출입문을 지나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하품을 하는 부사장님과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로이 버넷씨. 일찍 오셨군요."


"아..안녕하세요!"


이 부사장이라는 서자 왠지 모르게 경어가 자동으로 나와버리는게 아닌가


이런게 위압감이라는건가?



"일찍 출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다른 사원들도 본받아서 일찍 오면 좋을텐데."


부사장님은 무언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도 떠올린듯, 잠깐 인상을 찡그렸다

 
"말이 길어졌군요. 그건 그렇고 아직 관리부장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니 제가 오늘의 업무지시를 하달해드리죠."


잠시 손에 턱을 올리며 고민에 잠긴 부사장님은 이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은 펜릴소대의 밀린 보고서 업무 처리를 도와주세요. 그 후에는 플로라메이드 서비스에서 오신 분들을 도와주시면 되겠네요."



"펜릴 소대는 어제 회사를 돌아보면서 알고 있는데 플로라메이드 서비스는 뭐야?"


"...반말은 넘어가드리죠. 플로라메이드 서비스는 저희가 고용한 메이드 서비스입니다. 그쪽에는 제가 말해놓을테니 우선은 보고서 업무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주시길."


"아하하...알았어."


그 후 부사장님은 무표정으로 가보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짧은 하품을 하며 탕비실에 들어갔다




"후우...일단은 펜릴 소대쪽으로 가봐야겠네."


그렇게 다시 펜릴 소대가 사용하는 사무실로 향하는 도중 바닥에 버려져있는 껌 봉투를 발견했다


"나 참. 여기 회사는 청소도 안하는건가?"


투덜거리며 껌 봉투를 집어들자 이번에는 다 태운 꽁초가 눈에 들어왔다


"하..."


그 뒤로도 컵라면 뚜껑, 빈 바나나 우유, 찢어진 콘돔 같은 쓰레기가 계속 나왔다


모은 쓰레기들을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린 뒤 주위를 둘러보니 코핀컴퍼니의 사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에휴 내팔자야."


투덜거리며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나는 펜릴 소대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펜릴 소대


분명 홍차폭탄에게서 듣기로는 코핀 컴퍼니의 최고 전력이자 베일에 쌓인 집단이라고 들었었는데...



"스승님? 어제 작성하신 보고서 파일은 어디다가 놔두셨어요?"


"보고서는 여기 있다만."


"소대장. 그거 수기로 작성한거잖아. 이거 부사장님한테 보내야되는거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보고서라는건 상황의 이해를 돕기위해 쓰는것. 어떤 방식으로 쓰든 그게 그거다."


"아니 이 보고서는 여러곳에 돌려야되니까 여러장이 필요하다니까..."


"괜찮습니다 미나양. 스승님께서 보고서가 필요하실때마다 작성해주실거에요!"


"무슨말을 하는거냐. 망할제자야."




이 회사 괜찮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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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살았어. 이제 점심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이름이...유미나였었나?


"아니. 부사장님이 이번 보고서는 확실하게 끝내라고해서 말이야. 나는 최종확인을 해볼테니까 먼저 가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먼저 가볼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그래그래."



사무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대체 이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겨우 3시간 남짓한 시간었지만 정말이지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



눈을 작게 뜨는 남자는 서류작업을 30분이상하면 찾아오는 신경성 질환으로 조퇴하지 않나

소대장이라는 사람은 잠시 바람좀 쐬러 나간다며 담배 두갑을 들고 나가서 그대로 안들어오고

그나마 남은 소대원과 둘이서 겨우겨우 보고서를 컴퓨터 문서에 옮기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보고서의 작업이 끝났다


"이러니 일처리가 될리가 있나."


폭풍이 지나간 전쟁터마냥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정리하며 혹시라도 있을 기밀사항을 한번씩 찾아봤지만 일단 서류로 건진건 없었다


"남은건 PC인가."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내부를 감시하는 CCTV의 각도는 확인해두었다

저 각도에 따르면 CCTV는 주시윤이라는 사원의 PC에 초점이 잡혀있고 나머지 힐데 소대장, 유미나 사원의 PC의 화면은 보이지 않는다


"걔는 딱봐도 말단같아보이니...저기로 가야겠구만."


잠시 서서 사무실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걸 확인한 뒤에 자연스럽게 힐데 소대장의 자리에 앉았다


힐데 소대장의 자리는 소박하다 못해 휑한 인상을 주었다


필기구가 들어있는 통, 노트 3권, 그리고 먼지가 끼어있는 컴퓨터 본체 등


"...먼지?"

설마하는 마음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눌러본다


이윽고 모니터에 파란 불빛이 가득 채워지며 패스워드를 입력하라는 창이 띄워졌다



"하긴. 패스워드를 걸어두는게 당연하지."


주위를 둘러보아도 패스워드에 관한 힌트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포기하려던 그때


"혹시...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23456789를 입력하자 바탕화면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엄청난 동안인가?"


겉모습은 10대 소녀로 보였지만 행동하는거나 흡연을 하는걸 보면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럼 어디 뭐가 있는지 볼까."



힐데 소대장의 PC는 정말로 깔끔했다


진짜로


"이거 컴퓨터 포맷하면 이런상태로 되지 않나? 왜 아무것도 없어?"


혹시 서류를 작성한 뒤 폐기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문서작업 소프트웨어를 뒤져봤지만 최근 사용일이 무려 3개월전이다


즉, 이 소대장은 이 컴퓨터를 적어도 3개월동안 쓰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대체 이럴거면 컴퓨터를 왜 놔둔거야..."


착잡한 기분으로 펜릴 소대장의 컴퓨터를 끈 뒤  소대장의 책상을 다시 찾아보았지만 이렇다 할건 없었다


"지친다 지쳐. 펜릴쪽은 허탕인가."


기대감이 빠져서인지 일의 피로가 몰려온것인지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그때 사무실을 향해 다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오자, 자리를 급하게 정리한 뒤 사전에 점 찍어두었던 자리로 이동했다

정말 타이밍이 좋게도 자리에 앉자마자 사무실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네. 누구세요."


"플로라메이드 서비스에서 왔슴다! 여기에 로이 버넷씨가 있다고 들었슴다! 계십니까!"


문 너머로 어린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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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군요."



엘리자베스 팬드래건은 얼굴을 찡그린채 사방이 온통 모래인 곳에 서 있었다



"정말 교양이 떨어지는 분들이시군요."



그녀는 품에서 작은 단안경을 꺼내, 왼쪽 눈을 가까이 대었다


그리고 그녀의 망막에 비춰진건 붉은 머리의 여성, 불길한 그림자로 둘러쌓인 '남자'였다



"드디어 찾았군요."



엘리자베스는 단안경을 다시 품에 넣어두고는 손을 흔드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그녀의 뒤쪽에서 베일이 벗겨지듯 하얀 세단이 등장했다


엘리자베스는 세단에 탑승한 뒤, 차량 내부에 있는 모니터를 조작하자, 다급한 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이번에도 또 말도없이 가신겁니까?!"


"라이언. '문'을 탈취한 이들의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팬드래건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질정도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아가씨?"


"지금 당장 대원들을 소집해서 LAKE-7에 가주세요. 긴급사태입니다."



팬드래건은 진홍빛 입술을 질끈 씹으며 말했다



마치 올것이 왔다는것처럼



"'감키코트'가 시설에서 탈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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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만에 쓰는거라 잘 써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