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철커덕.
어라? 사장실에 아무도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 우헤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놀려먹겠어! 이렇게... 써놓으면... "
타닥.... 타닥...
컴퓨터같은 전자기기에 약했던 터라, 힐데의 타자는 굼벵이가 기어가듯이 느릿느릿했다.
그리고 타자소리가 멎었을 때 즈음에.
힐데의 이마에는 커다란 구슬땀이 맺혀있었다.
마치 큰 일을 끝마친 것처럼 힐데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 후후후......! 좋아, 이제 튀자! "
혹여나 누군가 볼 세랴.
힐데는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쿠웅-!
그렇게 사장실에 다시금 적막이 찾아왔지만,
곧이어 또 다시 누군가가 들어섰다.
" 사장님, 밀린 안건이.... "
코핀컴퍼니의 부사장, 이수연.
그녀는 두 손에 가득 서류를 든 채로 사장실에 들어섰으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서류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쿠웅-!
"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또 어딘가에서 땡땡이나 치고 있으시겠지. 응...? "
고용주를 뒷담까며 나아지지 않는 근무환경에 신세한탄을 하던 이수연의 시야에 문득 무언가가 띄었다.
책상 위에 전원이 켜진 모니터.
" ...... "
흰색 바탕에 그려진 것은 문자였다.
문자들.
하지만 그것을 본 이수연은.
꾸깃—!
주먹을 강하게 쥐고 말았다.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구겨지는 서류 한장은 필시 방금전까지 그녀의 새하얀 손에 들려서 종이 특유의 뻣뻣함을 자랑하고 있었다만.
단순한 종이였기 때문에 분노에 찬 이수연의 악력은 피해가지 못하는 법이다.
빠직–!
불거지는 이마의 핏줄.
들썩거리는 어깨.
파르르하고 떨리는 주먹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들고 있었다.
철컥-
" 앗..! 부사장님이다. 여기서 뭐하세요? "
" .....모네양, 나가세요. "
" 아,알았어요....! "
모네가 바람같이 빠르게 들어온 것처럼 이수연의 축객령에 군말없이 잽싸게 방을 빠져나간다.
평소 눈치없던 모네가 직감적으로 깨달을 정도로 이수연의 모습은 흉악했다.
그러니 별 말없이 나갈 수 밖에...
' 무, 무셔어..... 이제 어쩌지...? 모네, 사장실 청소해야하는데 ... 쫒겨나버렸네. '
" 안녕하신가. 모네 양. 여긴 어쩐 일로... 아.. 사장실을 청소 하고 있었는가? 정말 고맙네. 그대들 덕분에 코핀 컴퍼니의 청결유지는 세계 제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네. 하하! "
" 핫...! 사..사장, 들어가면 안돼...! "
불현듯 난 인기척.
그에 상념에 빠져있던 모네가 뒤늦게서야 사장을 불러서 멈춰세우려했지만.
철커덕.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 아우..... 어,어쩌지... 이럴 때는... "
일단 도망가자.
그리고 모네의 그 판단은 옳았다는 게 곧 밝혀졌다.
콰앙–!
빠직—!! 쿠당탕—!!!
" 부사장, 대체 왜 이러는가! 악! 회로가 부서진다네! "
" 죽으시죠. 아니면 교정을 받으시던가요. "
" 교,교정...?! 아까부터 무슨 얼토당토 않은 말을.... "
이수연은 말없이 엉망이 된 사장실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모니터를 머신갑의 카메라 방향으로 돌렸다.
" ....스카이... 하림이... 보지 샌드위치 먹고 싶다...?! 아니 이게 뭔가!! 난 결백하다네! 이런 걸 쓴 적도 없고!! "
" 역시... 강제교정을 받으셔야겠군요. "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이 읽힐 정도로 땅이 꺼져라 숨을 쉰 이수연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작은 스위치.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본 머신갑은 화들짝 놀라서 기계팔로 손사래질을 하며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 그걸 왜 지금...! 안돼! 어서 집어넣어!! 누르지마!! "
삐익.
" 아....! "
" 연락했으나 다른 분들이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저도 곧 그리로 갈테니깐, 사장님도 몸씻고 준비해두세요. "
철커덕-!
" 짜잔—! 놀랐지?! 어....? "
" ....? 스승님? "
" 제,제자야....? 네가 여긴 왜.... "
" .... 그렇다는 건, 스승님 짓이로군요. 일도 안하시고 매일매일 사고나 일으키고 다니시다니... "
" 얌전히 벌을 받으세요. "
" 히에엑—!!!!! "
" 후우.... 이 정도면 됐겠죠... "
" 크흠...! 부사장, 자네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나? "
" 할 말이요....? 아...! 그렇군요. 제 오해에서 비롯된 사고네요. 제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
" 그래. 그만하면 됐다네. 그럼 결백한 게 밝혀졌으니 교정 프로토콜도 취소하면 되겠... "
" 안돼요. "
" 아...? "
콰직–!
작은 스위치가 이수연의 손에서 손쉽게 바스라진다.
" 교정에 취소라는 말은 없어요. 사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