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그래 하림이도 고생많았어”


“오늘도 고생많았네.. 아니 많으셨습니다. 브라우니 교관.. 선생님..”


“그래 소림이도 수고했엉~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어, 그래 호진이도 들어가서 푹 쉬어.”


“네, 헤헤. 매번 이렇게 함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뭘 이런걸 가지고.. 흠.. 이래뵈도 고문인데 애들이 좋은 일 하는거 함께 해야하지 않겠어?”


“헤헤헤.. 다른 선생님 분들은 이렇게 안하시기도 하니까.. 헤헤..”


“어허, 그건 호진이가 몰라서 그런거야.. 다른 선생님들도 다들 그런 마음만은 가지고 있을껄?”


다른 선생님을 깍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기에 브라우니는 짐짓 호진이의 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내가 좀 다르긴 하지? 히힛”


장난기 넘치는 눈으로 호진을 바라본다.


“그럼요~. 선생님이 최고에요.”


호진이는 그에 맞춰 발빠르게 브라우니를 칭송했고

브라우니는 아닌듯 하면서 은근슬쩍 칭찬을 유도하며 즐겼다.

하림이와 소림이는…

맞은편 건물 귀퉁이에서 고개만 쏘옥 내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호진이의 칭찬을 즐기던 브라우니는


“이제 얼른 들어가”

하면서 호진이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려주고 돌아섰다.

뒤에서 ‘저런분이 아니셨던거 같은데..’ 같은 말이 들려온거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으아아아~ 힘들었다~.”


애들과 헤어지고 그녀의 교실로 돌아가며 브라우니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혼잣말했다.

요즘 그녀는 고문이라는 핑계로 화이트레빗 아이들의 구조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오늘만해도 도시를 이리저리 뛰어디니며

고양이 두마리의 주인을 찾아주고 떠돌이 개 한마리를 보호했는데

이게 몸은 좀 힘들고 고단했지만 꽤 보람차고 기분 좋은 활동이어서 소일거리처럼 하기 좋은거 같았다.


“저번처럼 애완 악어가 난동피우는 스릴있는 상황도 있었고 말이지..”


브라우니는 얼마전의 좀 과격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졌다. 

맨vs다이브의 쇼호스트를 은퇴하고 

유물발굴에서 한발작 물러나면서 

다소무료해진 그녀의 삶에 조그마한 활력소라고 해야하나? 

여튼 모처럼 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요즘 브라우니는 기분이 좋았다.


사실 처음엔 동물구조에 뜻을 두고 시작한건 아니었다.

그저 호기심이었다. 호진이에 대한 호기심. 

베시시 웃으면서 

대소문자 특수문자 포함 17자리 난수를 단박에 풀어버린 천재적인 수학소녀!

라고 생각해서 지켜보다 싹수가 보이면 직접 후계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 고고학은 뛰어난 수학적 사고력이 필수였으니까..


이면세계가 밝혀진 이후로 고고학엔 새로운 지평이 열였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고고학자들이 절망할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서 유물들을 발견하기 위해선 

대부분의 경우 

수학적 해결법과 이과적 지식을 함께 필요로했으니까 

문과의 끝을 달리던 학문이 더이상 문과의 전유물이 아니게되었던거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 브라우니는 

뛰어난 수학적 사고력과 우수한 문과적 지식을 갖춘

업계에서 보기힘든 가장 촉망받던 기대주중 하나였다. 


‘인디애나 갑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말이지.. 크윽…’


갑자기 얼굴도 알지못하는 경쟁자가 머릿속에서 떠오르자 

그녀는 애써 생각을 지우려는듯 트윈테일의 머리를 세차게 휘휘 저었다.


“재수없는 놈같으니…”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쫙 뻗고 자신의 왼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이건 인디애나 갑이 그녀에게 최초로 양보한 아티펙트 중 하나였는데 

그녀가 필요로 할 때 수류탄이 생기는 신기한 물건으로

그 놈이 첨부한 설명서엔 호신용으로 쓰라는 말이 적혀 있었었다.


건방지게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도 정말 유용하고 요긴하게 써먹긴 했었다.


후…


어쨋든 화이트 레빗 친구들과 함께 동물구조를 하며 살펴본 바로는 

호진이는 

전혀.. 

저어어어언혀 천재 소녀가 아니었다.

동네 골목을 가다보면 보이는 

친구들과 떡튀순을 먹으며 즐겁게 웃고 있을거 같은

평범한 소녀.. 그 자체였다.


말하는걸 보면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고..


브라우니도 거의 그렇게 생각할뻔했다.


하지만 호진이는.. 


달랐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그냥 달랐다..


뭐랄까.. 운이 정말 좋다고해야하나?


동물구조활동의 대장은 언제나 하림이었지만

하다보면 어느샌가 호진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것 처럼보인다고 해야하나?

마치 주인공처럼 말이다.


“풉”


순간 너무 괴리감 있는 단어에 브라우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진이가 주인공이라니 ㅋㅋ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거 같았다.


잠시 멈춰 복도창 너머로 티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곤 다시 걸음을 총총총 옮기기 시작했다.


사실 고고학 업계에선 운도 실력이었다. 

운이 작용하지 않는 업계는 없겠지만 

현재의 고고학만큼 운을 필요로하는 업계가 있을까?

그녀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면세계는 너무나 넓은 반면에 정보는 정말 한줌조차 없었으니까..


당장에 그녀만 해도 인디애나에게


“크윽,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씁쓸하게 브라우니는 웃었다.

운이란 정말 중요하다.

그녀도 운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인디애나를 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알아볼 수도 있는 일이 될수도 있는법이었다.


그녀가!!

호진이를 지도해서!!!

어엿한 고고학자로!

그것도 무려 카운터인 고고학자로!! 

키워낸다면 말이다.


물론…

정작 호진이가 전혀 관심있는 모양새가 아니라서 매우 요원한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세상일 모르는 거니까…


“어?”


어느새 그녀의 교실 겸 연구실 앞에 도착한 브라우니는 교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걸 보았다.


“내가 문을 안 닫고 갔었나?”


그렇게 혼잣말하며 교실문을 열어젖히자 낮익은 옆모습이 보였다.


잘 정돈된 턱수염을 한손으로 매만지며

한손으론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을 집어들어 읽고 있는

보라색 조끼에 남색 트위드 정장을 입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깔끔히 쓸어올린 올백머리의

이지적인 페이스의 중년의 남자..


“교수님?”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살짝 중구난방의 정신 없는 의식의 흐름 같은 전개…

라고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