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아저씨."

"기분 나쁘니까 두 번씩이나 부르지 마. 그리고 말해두는데 나 아직..."


"저기 저 수상한 사람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 모르스인가. 솔직히 말해 말하는 것도 못 알아먹겠고, 나로서도 여러모로 불길해서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호라이즌은 그런 모르스가 굉장히 싫은 듯한 눈치였다. 전에도 내가 다쳤을 때, 모르스가 나한테 붕대를 건네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고맙다고 말하며 그 붕대를 받아들려던 순간 호라이즌이 닌자 마냥 난입해왔다.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모르스. 제 직원에게서 물러서십시오.]


[... 별다른 뜻은 없다. 상처가 덧나면 수색에 지장이 생길 거라 판단했을 뿐.]


[그건 제가 판단합니다. 레이첼과 제 물건에게서 어서 물러나십시오.]


"... 뭐 내가 잘 생겨서..."

"에이 아저씨 같은 얼굴을 누가 좋아해요."


"무기를 들어라. 막고라를...."


그렇게 내가 레이첼과 투닥거리던 찰나, 모르스의 무기가 우리 사이의 공간을 갈랐다. 거센 풍압에 레이첼과 내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우리 사이에 있던 작은 침식체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절명했다.


"이 근처에 있는 침식체들은 전부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지만, 벼룩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법. 다음에는 조심..."


갑자기 거대한 도끼가 번뜩였던 탓일까.  새가슴인 나와 레이첼을 서로를 부둥켜 안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말았다.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해서 화가 나셨잖아요...!"

"네가 먼저 수상한 사람이니 뭐니 하며 어그로를 끌었잖아. 먼저 사과드..."

그때 구원자 호라이즌 선생님이 우리 앞을 가로막으셨다. 


"제 사원들한테 손 대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모르스. 다음에는 실력 행사입니다."


"...... 과보호도 지나치면 때로는 해가 되는 법이니."


"아니 선생님... 일단 저분이 우리를 구해주신 건..."

"제가 먼저 달려와서 구해줄 수 있었습니다."

"예..."

호라이즌은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비스트 타입의 침식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았다.


"역시 선생님 나이스샷. 단백질덩어리들하고 다르게 아주 파워풀하십니다. 또 우리 단백질 덩어리들이 침식체 잡겠다고 추하게 싸울 때, 선생님께서는..."


나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손까지 비벼가며 아부를 시작했다.

"듣기 나쁘지 않은 칭찬이군요. 더 해보십시오."

"어휴 무식한 단백질 덩어리의 어휘력으로는 선생님의 대단함을 이루 표혆ㄹ 수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로이와 모르스는 혀를 찼다. 내 노력도 모르고 말이다.


"... 저렇게 가벼운 자를 마음에 들어하는 줄은 몰랐구나. 흡사 광대의 방식이로다."

"아니 그냥 기분 맞춰주려는 거 같은데... 경박하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말이 통하는 아저씨고."


"인간은 가려 사귈 필요가 있다. 탐식을 묶는 사슬을 쥔 자의 후손이여."


그나저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아직 합류하지 못한 단원이라는 년을 조지는 것이었다. 


셰나하고는 인연이 있지만 그래도 이 빌어먹을 브레멘 당나귀 년들은 조져둘 필요가 있었다.


"아주 꼭꼭 숨었군요. 주변에 침식체를 깔아놓아 침식파로 혼란을 주려는 열팍한 생각까지, 열등하기 짝이 없습니다."

"몸에 가지를 묶고 숲 속에 숨은 격이구나."


침식체가 너무 많아서 그 그림자 년을 찾기가 어렵다는 소리였다. 


폐건물도 많은 데다가 이 침식파까지... 시간이 무진장 걸릴 게 분명한데 나는 배가 고팠다. 


"저... 선생님. 제가 한 번 불러봐도 될까요?"

"또 어쭙잖은 장난질이면 20% 감봉입니다 휴먼."

"뭐 밑져야 본전이신데..."


나는 휴대폰을 꺼내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의 연주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잭 와일드 연주 실력 반의 반도 못 따라가는 발톱의 못한 때만도 못한 연주 좆밥년들아!!!!"

입을 쩍 벌린 레이첼은 물론이고, 로이는 놀라서 선글라스까지 떨어트리고 말았다.


"너희들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기술 백날 천날 연구해도 비틀즈 선생님들 음악 100분의 1도 못 따라...!"

그 순간, 날 죽일 것만 같은 표정을 한 그림자가 이름도 모르는 악기를 들고 나타났다.


1대1로 대면한다면 바로 부히힛 꿀꿀하며 뒤진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감히....!"

"서...선생님들 저 저년이에요! 저 저 저 개변태 같은 옷만 봐도...!"


"... 휴먼도 재주 하나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면 철옹성도 욕설로 뚫었을 재능이로다."


------------------------------


한바탕 전투가 벌어지고, 나를 죽이려는 그 그림자는 끝까지 나를 죽이려는 표정을 짓다가 소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림자가 아니라 악기. 저 평범해 보이는 현악기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여기다가 오줌 싸면 그 그림자들이 나 죽이러 오겠지...?"

"아저씨는 바보같은 소리 하는 것도 이제 익숙해요."


"생각해봐 하나 하나 파괴하느니 여기다가 개똥이나 발라서 보여주면 연주도 흐트러질...."


그 순간 섬광과 같은 주먹이 내 명치를 강타했다. 


욱씬거리기는 했지만 이제 이런 주먹 정도는 내 맷집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얼마나 쳐맞았으면 차에 치여도 따갑고 마는 정도에서 끝나는 걸까.


"잡설은 그만두고 그 위험한 악기 내려놓으십시오 휴먼."


모르스와 호라이즌이 무기를 파괴할 동안, 예의 바른 청년 로이는 경계라도 하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하아... 실은 학회 녀석들이 우리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와서. 여기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게 뻔한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찾아서 조지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이야 쉽지. 이 근처는 사람도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라 폐가도 가득하단 말이야. 폐가 안에 들어가서 하나 하나 뒤지다 보면 분명 도망갈 텐데."


"아니..."


무슨 그런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고민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마을, 어느 폐가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학회의 졸개들, 그리고 그놈들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


답은 하나 뿐 아닌가.


"그냥 이 마을 전체에 불을 지르고 뛰쳐나오는 새끼들을 쏴죽이면 될 일이잖아."


로이는 또다시 할말을 잃었고, 나머지도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휴먼. 혹시 친척 중에 리벳이라는 사람은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