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나 폭력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불량 학생들 빠따를 치는 사랑의 교사 출신에 평화를 사랑하는 해병대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데려왔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선생님. 제가 왜 이런 곳까지 따라와서 고생을...."


"그 단백질성 촉수는 뿜어내는 휴먼들 입에서 정보가 나오게 할 수 있는 건 당신 뿐입니다."


"스읍 그건 역사의 발걸음을 되짚은 것 뿐!"


역사 속에 존재했던 고문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것 뿐이다. 턱을 젓힌 채로 코에 핫소스 집어넣기, 코에 뜨거운 물 붓기, 등짝 피부 벗겨서 드러내기, 여성 성기에 와사비, 역포경수술, 도모지 고문, 마취없는 치과, 눈꺼풀 안쪽에 와사비 바르기...


"... 뭐 캐낸 건 비록 하찮은 정보 뿐이었지만요. 하지만 진짜 고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고통을 수반한 질문에 불과했죠."

그러가 내 질문 과정을 보고있던 로이는 헛구역질을 했다.


"나 아직도 속이 안 좋아. 아저씨....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역사책."


"...이래서 역사책을 청소년 금지도서로 지정해야 해."


지금도 그 학회원한테서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다른 단원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로니아 근처로 날아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로니아라니, 죽어도 가기 싫었다. 


"저기 나 지금이라도 내리면 안 될까? 그로니아라니 거기 사람 사는 데 아니잖아. 나 같이 연약하고 평화로운 사람이 갈 곳이 아니라고."


"다 사람 사는 곳이야 아저씨."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거기 인신매매도 일어나고, 총기도 빈번하게 돌아다니고, 일반 시민들도 무장하고 다니고, 마약까지 돌아다닌다는데...!"


한평생을 건전하게 살아온 내가 그런 곳에 가면 금방 죽어버릴 게 분명했다. 나는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쉬리같은 남자란 말이다.


"그런데 휴먼. 그거 저희 사무실이 있는 동네도 마찬가지잖습니까."

"... 진짜 그러네요."


시발 생각해보니까 빈민가나 그로니아나 그게 그거였다.


내가 쉬리인줄 알았건만 진흙탕에 사는 미꾸라지였던 모양이다.


"아 잠깐 그로니아에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어."

"휴게소? 일단 나는 화장실부터 가고, 그 다음에는 통감자랑..."

"아니 아저씨 그게 아니라 아가씨가 우리를 긴급 호출했어."


그 아가씨는 내가 전에 욕을 해서 단단히 벼르고 있을 텐데 이대로 가면 백퍼센트 칼빵 맞고 뒤질 각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휴먼."

"선생님..."

"그 여자가 휴먼의 배를 찌르면 저도 그 여자의 머리통을 깨드리겠습니다."


시발 그냥 그 여자가 배를 찌르기 전에 반격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이래서 다들 주시윤 주시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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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랜만이군요. 특히 거기 계신 분."

나는 즉시 호라이즌 뒤에 숨어버렸다. 디펜더를 앞에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싸움 방법. 나는 스나이퍼다. 그 어떤 병신 같은 스나이퍼가 전열에서 싸운단 말인가.


"저번에 통화했을 때는 아주 큰 신세를 졌더군요. 자 따라나오시죠. 그때의 이야기를 해야..."

"이봐 진정하라고. 어 이렇게 싸워봤자 좋을 건..."

"조용히 하시죠 물벼룩."


나한테 지랄하는 거야 내 잘못이 있으니 넘어갈 수 있지만, 나한테 영국산 냉동 식품이 아니라 사람 다운 먹을 것을 준 로이 군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좆같았다.


"하여간에 저 성질머리...  결혼하면 지 서방 잡아먹을 상이라니까요."

"동의합니다 휴먼."


그러자 어그로는 다시 나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또 잘도 입을 놀려주셨군요. 제 명예를 그렇게 실추시켰으니 저도 간단히 넘어갈 수는 없겠네요."

"거 동네 개백수 새끼 하나가 입 좀 털었다고 흠집이 가는 명예면...."


"당장 밖으로 나오시죠."


그렇게 팬드래건은 내 멱살을 붙잡으려고 했다. 로이가 사슬로 그녀를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잠깐."


호라이즌이 빠따를 고쳐쥐더니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 휴먼은 제 소유물입니다. 제 소유물에 손을 대고 싶다면 적법한 절차를 걸쳐주십시오 단백질 덩어리."

"그 적법한 절차가 뭔가요 고철 덩어리."

"저기 그로니아 길바닥으로 나가서..."

이후 이어진 말들을 차마 끔찍해서 차마 기억하기도 싫었고, 너무 흉흉해서 나도 모르게 레이첼의 귀부터 막고 말았다,


세상에 어떤 저런 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로이도 모두 입을 떡 벌릴 정도였고, 그 팬드래건이라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 해서 1000만 크레딧 벌어오십시오."

"....... 당장 밖으로 나오세요!"


"제가 왜 같이 나갑니까. 그로니아 길바닥은 당신 혼자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가서..."

"선생님 거기까지 진짜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날 것 같아요."


정말 이게 다 누구 탓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