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연구라면 지금도 하고 있답니다, 에델."


홀짝.


"이해하지 못할 지식은 없지만, 입증할 방법이 부족한 지식은 그 방법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에요."


"레지나 님이 죽기 전에 되겠어요? 지금이라도 저처럼..."


까지직. 파드드득.


"...안할테니까 얼음을 자신에게 쏘지 말아주세요. 저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어요."


"심장도 없잖아요."


"그런 말씀 하시면, 저 상처 받아요?"


"...알겠어요. 연구에 박차를 가할수 있도록 노력해보죠.".


"후후, 감사해요...앗. 저런, 차가 다 얼어 버렸네요."


...얼음은 왼쪽에서 솟았는데, 오른손으로 들던 홍차마저 얼려 버린 모양이다.


"...아. 마침 좋은게 있어요. 잠시만 계세요."


"...?"


에델은 뭔가 생각난듯 집무실을 나섰고, 오래 지나지 않아 찻주전자를 들고 돌아왔다.


"이번에 개간지에서 수확한 과실로 만든 뱅쇼랍니다. 드셔 보세요."


"뱅쇼..."


찻주전자와 함께 가져온 찻잔에 주홍빛 차가 채워지고, 따뜻한 온기가 손으로 들어왔다.


"...고마워요."


"후훗. 별 말씀을요."


홀짝.


"따뜻하고...달콤하네요."


"레지나님을 향한 제 사랑이 들어가서일까요?"


"...재미없어요."


"진심으로 한 소리에요."


...농담이 아닌것 같다.


"학회장님이 저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주시는데, 저도 힘 좀 썻답니다?"


에덴은 손으로 찻잔을 가리켰다.


"그 차 안에는 제 안의 지식이 들어있어요."


"...에델, 저한테 뭘 마시게 한 거죠?"


"너무 무섭게 바라보지 마세요. 응원의 의미이자, 학회장님께 드리는 쉽디 쉬운 숙제 랍니다."


...숙제?


"보기에 따라선 조금 특별한 자양강장제일 뿐이에요. 몸이 가볍지 않나요?"


...확실히 몸이 가볍다. 다만,


"...'보기에 따라선'이라면 다른 효과도 있는 건가요?"


"그럼요. 제가 가진 지식은 한 면만 보고 싶다고 그래도 되는 것이 아니에요."


싱긋. 에델은 미소를 보였다.


"이 물약은 무색무취의 비약. 섭취한 대상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신체를 점점 민감하게 만들어주죠. 속히 말하는 '사랑의 묘약'이랍니다."


"...사랑의 묘약?"


"그럼요. 사랑 중에서도 육체적 쾌락을 탐하게 되는 에로스적 사랑의 묘약이랍니다."


"...에델..!"


파지지직.


"아. 급한 게 아니라면 능력은 쓰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묘약은 차가운 곳에서 더 활발해진다고요."


..쿵. 쿵. 쿵쿵. 쿵쿵쿵.


"...하아...하아..."


"벌써 땀이...과연, 감정은 얼려도 신진대사에 의한 신체 반응은 얼리지 못하나 보네요. 신진대사마저 얼리면 활동이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에델."


"저는 분명 '쉬운 숙제'라고 말씀드렸어요. 영지에서 연구중인 제 지식들을 조합하면 해독제는 금방 만들 수 있을 거에요. 다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약이 몸에 퍼질테고, 그러면 몸이...에잇."


찰싹.


"히야악?!♡"


에델의 촉수가 가볍게 가슴을 쳤을 뿐인데, 온몸에서..!


"레지나님의 교성...이보다 달콤한 지식은 없을 거에요♡...아. 흠흠, 이렇게 몸이 점점 민감해지니 신속하게 행동하셔야 할 거에요."


"...끝나고 저 좀 봐요. 에델."


"저는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학회장님. 유익한 학회 순방이 되시길 바랄게요."


에델을 흘깃 쳐다본 뒤 집무실을 나선다. 


쿠웅.


"...이런 약물 따위에..!"


파스스스...


얼음으로 신진대사를 늦춰보려 하지만 오히려 얼음이 침투하는 곳이 더 뜨거워질 뿐이었다. 


'차가울수록 오히려 활발해진다니, 그런 게 어디있어..!'


속으로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런다고 약효가 멈추진 않았다.


"어? 레지나? 무슨 일이야? 집무실을 나와있고?"


"...리벳?"


옆을 돌아보자 파격적인 의상에 흰 장발의 여성이 보였다.


"그래, 교통 카드 반장에서 저택의 반을 얻은 대 졸부 리벳이지롱~"


...정말이지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집무실을 나서는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나 보고싶어서 나왔어?"


"리벳. 바빠요?"


"아니! 순찰도 돌았고, 이젠 놀 거지롱! 빵 빵 쏘면서!"


"이젠 안 바쁘군요. 저 좀 도와주시죠."


"음~좋아! 보수는 비싸게 받을거야~"


"좋아요. 지금부터 학회 연구부를 돌아볼 거에요. 저를 호위해주시기만 하면 되요."


"뭐야~이면세계 때보다 쉽네! 가자!"


팡. 


"히갹♡?!"


움찔.


'어깨 감각이..! 약효가 너무 빠른거 아니에요, 에델?!'


"레지나? 방금 소리 뭐야? 내 손이...그렇게 기분 좋았어?"


"...손 꿈틀거리며 다가오지 마세요. 호위에 누가 절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것도 부탁드릴게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네요."


"흐흥~ 그러자. 아! 난 '누가'가 아니니까 괜찮지?"


꿈틀꿈틀. 다시 리벳의 촉수같은 손놀림이 펼쳐졌다.


"안 괜찮아요."


"에이~너무해.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냥 연구부 진척 상황 점검차 산책 나가는 거에요."


"아니, 몸 말이야~ 나 레지나의 그런 목소리 처ㅇ..."


" 그 얘기ㄴ..."


뚜벅 뚜벅.


이내 이런저런 말소리와 함께 2인분의 발소리가 집무실에서 멀어졌다.


"...후후, 즐거운 유람 되세요."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