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내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에 '또 시작이네'하고 철판에 뒤통수를 부딪힌다.

텅, 하고 거센 소리에 시덥잖은 이야기 하지말라는 신호. 하지만 수송기 내부의 웅웅거리는 소음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후투투투투, 하고 바깥에서 우는 수송기음에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캬, 씨발년. 진짜... 캬~ 어떻게 씨발 이런 빨통이 다 있대?"



아니, 저 새끼 듣고도 저러는거다. 해리는 자기 소총 따위는 바닥에 대충 집어 던진 채, 휴대용 단말을 펼쳐 무언갈 보고 있다.

안 봐도 안다. 보나마나 헐벗은 여자들이 몸을 뒤흔드는 그런 종류의 영상이겠지. 무전을 위해 설치 된 무선 이어폰, 그러니까

원래는 교전용인 것을 구태여 자기 휴대용 단말까지 연결해서 꽃고 있는데.

그런데도 왜 씨부리는거냐. 스피커로 틀고, 볼륨을 높인 거랑 뭐가 달라.

하아, 하고 내쉰 한숨에서 짙은 단내가 난다. 그러고보니 슈트를 벗지 않은지가 벌써 15시간이 지났군.

제 아무리 최첨단 슈트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방호복이다. 사용자의 편의성은 어디까지나 기동성.

애초에 이거 전투복이니, 장시간 착용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지만, 꿉꿉한 내음이 나는 건 좀 참기 어렵다. 여러가지 의미로.



"누구길래 그럽니까? 또 그 알파트릭스 회장년인가요?"



해리의 개소리를 적당히 무시하면 될 것을.

소총을 팔짱 사이에 끼운 채, 준범이 고개를 내민다. 좋아. 앞으론 저 두 새끼들 같이 앉지말라고 해야겠다.

작전 종료 후 이동. 조금만이라도 쉬고 싶은데 항상 시끄럽게 떠드는 건 저 두 놈이니까.



"아니아니아니, 야~ 이것 좀 봐. 준범. 요새 너튜브에서도 잘 나가는 하트베리의 미야라고."


"이거 미쳤지않냐? 아니 이 씨발년이 무슨 젖탱이가 얼굴보다 크다니까?"


"요요요, 방금 방금. 잠시만 돌린다. 그래... 여기. 씨발년 이거 넘어지는 척 빨통 다 보여주는 거 봐라 이거."


"오...오오..."



해리의 영상을 목만 빼꼼히 꺼내어 보던 준범. 자연스레 엉덩이가 움직인다.

늘어지는 인중하고는. 

뭐,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해리놈은 애초에 미친놈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준범은 아직 20살도 안 되었다.

어지간히 여자에 내성이 없는 걸 보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거겠지.

그걸 저렇게 들이밀고 있는 해리 저 새끼가 문제야. 제발 작전 도중에 죽어주지 않을까 하고 기도한지

벌써 4개월째가 되어간다. 공교롭게도 내가 소대장 대리가 된 것과 겹치는군.



"죽인다니까 이 년. 씨발~ 어? 얼굴은 맹하게 생겨가지고, 뭐야 이 씨발 이 젖탱이는?

 하~ 씁..."


"진짜 왕찌찌네요..."


"내가 봤을 때, 씨발 이거이거 바니걸 촬영 종료하고 분명히 대줬다.

 이거이거, 씨발 꼭지 쥐고, 씨발 이거 젖탱이에다가 좆방망이 회오리감자 했다니까. 씨발."


"네? 누구한테요?"


자리에 일어서서, 또 추잡스레 허리를 흔드는 해리. 저 새낀 저 제스쳐를 하루라도 안하면

침식증후군에라도 걸리나. 준범은 또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어차피 개소리 일텐데 소총을 부여잡고서

해리에게 묻고 있다. 미치겠군. 더 못 보겠어서 고개를 돌리자, 이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총기분해를 하고 있는 미남자가 한 명. 셰리, 너라도 제 정신이라 다행이다. 정말.


그나저나 하트베리라.

미야... 음... 잘 기억 안 나지만, 얼마 전 요인경호 차 갔던 곳도 비슷한 이름이었지.

인터넷 아이돌인가 뭔가가, 이면세계 촬영이니 뭐니하는 헛짓거리. 관광지 같은 줄 아나보지.

하고... 아, 그 여자인가.


그러고보니, 그 멤버라고 인사 한 여자들 중에 유독 흉부가 도드라지는 여자를 떠올린다.

다른 여자애들도 한 명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다면 나쁘지 않은,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무슨 비키니만 입고서 다 드러낸데에 비해.

그 여자애는 펑퍼짐한 흰 셔츠 하나만 입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쇄골과 갈비뼈의 하네스 때문에 부각되는 젖가슴.


젖가슴 아래의 하네스의 향은 마치 화이트 머스크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아 기억하고 있다.


뭐, 애초에 피부 자체가 하얗고, 뭔가 소심한 성격일 것 같아 더더욱 그런 향일 것 같다고

내리 짐작한 것이지만.



"야, 최이나 매니저. 이 씨발 마귀할매가, 퇴출 당하고도 존나 잘 나가는 이유가 뭐겠어?"


"최이나라는 사람이 저 금발인가요? 할매라니... 젊어 보이는데?"


"가은이나 루미 이 년들 맨날 스캔들 터지고 하는 꼬라지 보라고.

 침식체 없는데 침식반응 나디? 백타 이 씨발련들 관련 PD들한테 다 대줬지."



침식체 없어도 침식반응은 난다. 해리. 제발 알고 씨부려라.

침식파 자체가 일종의 방사능 같은 건데. 넌 도대체 직무교육 때 뭘 배우고 기억하고 있는거냐.



"햐~ 존나 부럽다. 씨~이발~ 나도 용병 나부랭이가 아니라, 방송국 PD할 껄.

 백타 이 년 함몰인데, 손가락으로 요래요래~"


해리가 자기 오른쪽 젖꼭지 부분에 자신의 오른손을 뻗어, 까딱까딱.

못 봐주겠군.


"요래요래 돌리고~ 올리고~ 하면 뾰봉~ 하고 수줍게 얼굴 내미는 핑크색이 있다니까~

 그걸 내가 지폐 세듯이 요래요래~ 쓸어 주면서~"


"유압 아래에서 회오리 감자를 만들면서~"


... 후우, 됐다.

이제는 쳐다볼 용기도 나질 않는다. 나는 텅, 하고 고개를 젖힌다. 헬멧이 이번에는 제대로 소리가 난다.

알게 뭔가. 헬멧에 노이즈캔슬링이라던가 그런 기능을 넣어주면 좋겠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어... 근데, 보통 이렇게 젖이 크면... 대개는 빅파이 아닙니까?"


"뭐...?"


준범이가 천박하게 움직이던 해리의 허리를 멈추게 만든다.

빅파이라, 그거 말이지. 유륜이 커다란 경우. 

흠... 일리는 있지. 보통 가슴이 크면 클수록 유륜이 넓어지는 경향이.



"야, 이 새끼. 아무것도 모르네. 빅파이가 참 맛이야. 이 새끼야."


"네? 어... 근데, 그러면 뭔가... 아무리 커도, 그것도 크면... 좀 그런데요...

 한쪽 면만 닳은 축구공 같달까... 핥으면 털 같은 게 씹힐 거 같은..."


"야 이 새끼야!!!"



...

순간 말을 잃었다.

준범 녀석, 의외로 성취향이 확고하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근데 해리자식 너무 민감하게 반응 하는 거 아닌가?


"왕찌찌는 유륜 넓은 게 참맛이야 이 자식아!"


"어... 하지만... 봤을 때..."


"그거 니가 잘하는 집 안 가봐서 그래!"



뭐라는거야. 저 미친새끼는.

빅파이를 잘하는 집이 뭔데. 아무도 니가 그 딴 특이성벽 업체에 다니는 걸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으니까 좀 닥쳐. 


"잘 들어라 준범. 어? 이 형님이 알려주는거야.

 찌찌가 크면, 당연히 빨고 싶겠지? 왕찌찌랑 껌젖이랑 차이가 뭔데?"


"그야... 젖탱이 크기요."


"아니, 씨발 병신아! 빨았을 때. 이렇게 호보보봅, 하고 빨았을 때!"



그걸 꼭, 그렇게 고개를 젖히고, 입 모양까지 흉내 내야되는거냐...



"...어...어..."


"살, 살이라고. 전체적인 살의 양! 젖탱이 크기!"


"껌젖은, 그냥 안 딸려 와. 이렇게 호보보봅하고 해봤자. 딸려 나올 살이 없다고.

 하지만 왕찌찌는 달라! 이렇게 살이 다 입 안에 들어온다고. 부드러운...살이! 꼭지를 넘어선 곳이!"


"그래! 빅파이는 왕찌찌에게 주어진 푸딩의 카라멜같은 거라고"


"어? 너 푸딩 아랫부분만 먹을래? 카라멜 부분 먹을래? 하면 카라멜 부분부터 먹잖아?!"


"빅파이는 그 식감을 전해주는 왕찌찌의 필수! 요소라고 이 알못새끼야!"



해리의 열변.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은 빅파이에대한 철학이 수송기 내부를 울린다.

준범은 멍하게 해리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내게로 옮긴다. 어쩌라고.

그러게 누가 그 새끼 헛소리를 처음부터 들으래?

하지만 '살려주세요'하고 안경 아래의 눈동자가 잔뜩 떨리고 있다. 아, 정말 어쩔 수 없군.

하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오른쪽 편에서 들려오는 낮고 중후한 목소리.



"아니, 그건 확실히 마이너스 요소다."


"뭐?"


"셰...셰리씨...?"



분해한 총기의 조립을 끝마치고서, 약실을 점검하고 있던 셰리가 입을 연다.

뭐, 뭐야 셰리. 이 개난장판에 끼어든다고?



"야, 임마. 셰리. 너 지금 빅파이가 불호라고?"


"아니, 개개인의 취향차는 접어두고라서도 완벽한 왕찌찌에 관해서는 분명히 결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했다."


"뭐 이 새끼야?!"




...아, 그래. 완벽한 왕찌찌.

음... 뭐라는거야 저 또라이 새끼가. 키X누 리X스 닮은 얼굴로 무슨 미친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셰리는 아무렇지 않게, 점검이 끝난 소총을 내려놓는다. 탕, 하고 철판 위에 철이 부딪히는 소리.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긴 뒤, 셰리는 입을 연다.



"잘 들어라. 애초에 호불호가 나뉜다는 시점에서 완벽의 요소가 될 수 없지."


"뭐...?"


"왕찌찌, 거유, 폭유. 그 지방 덩어리에서부터 어머니의 자애. 각기 제각각이지.

 그렇기에 애초에 왕찌찌란 무엇인가. 거기서부터 출발 해야하지않나?"


"맛인가? 형태인가? 색깔인가? 촉감인가? 탄력인가?"



어이, 잠깐 기다려라. 셰리 뭔가 중요한 게 하나 빠졌는데.



"탄력?! 그... 그쵸? 너무 커도, 벗었을 때 이렇게 막 늘어지면 별로..."


"준범 이 알못새끼야. 그런 젖이 진짜 젖이야. 어? 뒤에서 이렇게 쥐었을 때.

 봐봐! 어? "



어이, 해리. 너 왜 준범 뒤로 가서, 어깨 사이에 팔을 넣는거냐.

그거 직장내 성희롱이야 미친놈아. 아니다. 쏴라.

차라리 그냥 당하고 쏴버려라 준범.



"이렇게, 응? 내 양손이 대신 브래지어처럼 꽉, 하고 밀어 올려 줄 때의 감촉!

 껌젖은 못하는, 늘어진 왕찌찌만 할 수 있는!"


"내 손가락이 젖탱이를 쥐고있는건지, 젖살이 흘러내리며 내 손가락을 뒤덮는 것인지 모를

 그 부드러움! 그게 왕찌찌라고!"


"아, 알았으니까. 제 가슴은 쥐지마세요..."


준범녀석 완전히 울고 있구만. 그러게 제때제때 운동하라니까.

여유증... 이라고 할 순 없지만, 살쪄서 젖탱이가 늘어진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냐.

아니지. 그게 아니지. 일단 저거 녹화 해두자. 해리를 이 기회에서 보내버려야지.

희생을 받아들여라 준범.


"아니."


"뭐가 또 아니야. 셰리 이 새끼야!"



셰리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음 소총을 집어든다. 저 새끼 번 돈으로 총기장사하나 탄이나 좀 더 살것이지.



"그건 내가 합중국에서 군사훈련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뭐? 저 새끼 어쩐지 실력이 좋더라니, 그런 곳 출신이었어?



"델타세븐이라는 곳이 생기기 전의 일이지..."


"그곳의 요원 중에, 제이나 크로펠이라는 여성요원이 있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그러고보니, 리플레이서 사태 때 우리가 합중국 쪽에 수송했던 그 포로들 중에 그 이름...

그래 안다. 갈색 머리칼에 적측 간부. 리플레이서 퀸의 본명이잖아. 

그 이전이면... 이 새끼 20년 전에는 합중국 소속이었다고 하는건가?


제이나 크로펠. 리플레이서 퀸.

리플레이서 사태의 주범이자, 주동자. 관리실패 이후 범세계적인 테러를 일으킨 극명한 악당.

자기들 딴에는 이면세계에서 버틸 수 있는 인간을 만들겠다는 대의가 있었지만 개소리다.


분명히 본국에서 심문 후 사형에 처해진 것으로 안다.


내가 봤던 것은, 사후수습 때 합중국에게 넘기기 전에 살짝 본 것 정도.

이게 테러리스트의 주모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박한 옷에, 커다란 젖가슴. 쓰러진 채로 누웠는데도

완전히 늘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 커다란 젖가슴.


어딘가 화이트 머스크 향이 날 것 같은 머리칼을 기억하고 있다.




"그, 그게 뭐 어쨌는데?"


"그녀는 우수한 요원이었지. 당시 햇병아리였던 나는 우연히

 블랙옵스 관련 특수훈련을 받았고, 거기에서 그녀를 보았다."


셰리는 고개를 들더니, 눈을 감는다.

그 때의 기억을 추억하듯, 그리고서 입을 연다.


"... 큰 젖탱이였다."


"..."


"...왕... 찌찌였다."


"..."


"..."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새끼야!!! 그래서 뭐가 왕찌찌인지를 말하라고!"



설마, 해리녀석과 의견이 일치할 줄은 몰랐군.

좋아. 오늘 수송임무가 끝나면 나는 스틸레인을 때려친다. 그리고 회오리 감자 장사를 하겠어.

스윽, 하고 한쪽 손바닥을 드러내며 해리를 막아세우며 셰리는 말을 잇는다.


"아직 앳된 얼굴. 그에 비해 커다란 젖가슴. 스포츠 브라 위로도 흔들리는 크기와 탄력.

 우리와 함께 훈련 도중 흙탕을 구르면, 그녀의 윗가슴 위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땀과 흙알갱이의 설탕공예.

 항상 녹색의 스포츠 브라를 땀으로 아래쪽 라인을 짙게 만드는 그녀...

 초재생능력을 가진 카운터. 

 그녀의 처녀막은 훼손되면 다시 생성되어 영원히 처녀인가가 우리들의 주된 관심사였지..."


"아니, 처녀막말고 이 새끼야! 찌찌에 대해서..."


"그렇지. 우린 고된 훈련으로 늘 땀범벅이었어. 한 번은 그녀가 앉은 자리가 축 젖어 있길래.

 그녀가 떠나간 후 핥아본 적이 있지."


"짙은 피와철의 냄새. 그녀는 생리중이었다..."




좋아. 오늘 수송임무 도중에 총기오발사고가 있었다는 보고를 올리자.

지금 올리자.

이 새끼들은 위험해.

살아있으면 위험한 새끼들이야.

침식체 같은 놈들...!



"엇...어어...어..."



해리도 쫄았잖아. 시발. 셰리 이 미친 새끼야!




"거... 그거 뭐야... 굉장히 비렸겠네..."



셰리 저 새끼 쫄아서, 자기 자리가서 다소곳하게 앉았잖아!



"후훗, 무슨 토론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가 싶었더니~"


왼쪽편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알고 있다.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차갑게, 혹은 느긋하게, 어쩌면 귓가 아래에서 피어나듯이 기분 나쁜 목소리.


나는 빠르게 소총을 들고, 왼쪽편을 향해 겨눈다.



"움직이지 마! 우리는 여기서 널 사살할 수도 있어!"



그렇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단말. 본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존재.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를 고용한 코핀컴퍼니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화의 단말로써는 더할나위 없다고.


그건 그녀에게 있어서 크나큰 손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위협이 되기를 바란다.


내 움직임에 맞춰 셰리와 해리도 총을 겨눈다. 준범은... 뭐, 당황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저 괴물이 지금 내뿜는 불길한 기운에 당황할 수도 있다.



"아니에요~ 움직일 생각은 없고, 말만 하려구요."


"수작 부리지 마! 입 닫고, 수송이 끝날 때까지...!"


"아까, 뭐였죠? 진짜 왕찌찌에 대해서 토론하고 계셨죠?"


백금발, 약간 탁한 색의 머리칼. 단정하게 브레이디드 번으로 묶어 올린 머리카락 아래로 금색 눈동자가 빛난다.

모노클 너머의 금색은 놀이감을 찾아낸 호랑이 같기도, 먹이를 발견한 고양이 같기도 했다.

불길하면서 동시에 기분 나쁘다.



"닥쳐."


"후훗, 이래뵈도 초월지식학회의 수장. 그 메신저라구요?"


"보다 폭넓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개소리 하지 마. 그렇게 수작 부릴 셈인 거 모를 것 같아?"


"어머나. 엄청 경계하고 계시네요."


"닥치고 가만히 앉아있어."



철컥, 하고 약실을 당긴다.

어디까지나 가능하면 이송. 불가능하다면 사살까지 작전내용에는 포함 되어 있었다.

해리와 준범. 셰리는 모르지만, 소대장까지는 알 수 있도록 배려해준 탓에

나는 극도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아이, 아쉬워라. 여러분들이 궁금하시고, 다투고 계신 주제에 대해서는 제가 더 잘 아는데.

 보세요? 저도 크지 않나요?"


사슬에 묶인 채, 여자는 자신의 고개를 내린다.

검은색 코트 아래의 브라운색 재킷. 몇 겹의 천으로도 숨길 수 없는 볼륨감이 보인다.


"괴물년이. 꾸민 몸으로 속이려고 해봤자야. 넌 냄새가 구려"


"심한 말하시네요."


"...어이."


"...빅파이는... 진짜 왕찌찌에 있어서 불호요소냐?"



해리!!!

너 이 새끼!!!


"어머나. 그럴리가요?"


"그, 그렇지? 헤헤..."


"그럼요. 그럼 반대로 여쭤보겠는데요. 여러분은 왕찌찌에 함몰유두가 있으면 싫으신가요?"


"저는 딱히..."


"싫다."


준범! 셰리! 이 새끼들도! 지금 뭐하는거야.


"야 이 자식들아. 제대로 경계 안 해?!"


"싫다니 왜죠?"


"모든 신체기관은 안에 있으면 습하고, 때가 낀다. 불결해.

 주기적으로 꼬추껍질 까내어서 좆밥을 씻어내듯, 청소할 필요가 있지."


야이 셰리 미친새끼야.

불결하다는 새끼가 땀범벅인 의자를 핥아?

이 새끼 진짜. 맛알못이네 진짜.


"그게 진짜 향이고 맛이다 셰리! 넌 더이상 이 주제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


아, 씨발.

그만 속으로 생각하던게...



"오오, 거기 대장님은 향을 중요시하나봐요?"


"물론이지."


"참고로 넌 엄청 시리고, 느글거리는 향이난다. 괴물아."



킁킁, 거리며 여자는 묶인 채로 어깨를 들썩이며 냄새를 맡는 시늉.



"그런가요? 레지나님이 쓰는 향수 뿌리고 보냈는데..."


"물질적인 향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냥 니 존재 자체가 매우 역겹다."


"아, 그러면 가령 이런 것은 어떠세요?"


"레지나님도 그렇지만, 가슴이 크면 클수록 아랫쪽 살이 접히잖아요?"


"땀이차고, 살끼리 쓸리면서 때도 일어나는데. 자연스레 커지면 커질수록

 땀과 왕찌찌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요?"


"엑... 냄새는 좀..."


"닥쳐 준범! 뭘 모르는 모양이로군 괴물년! 그게 본질이다.

 사람은 원래 냄새난다! 큰 젖의 냄새? 오히려 포상이다! 너희들은 살이 부대끼며 살아 온 인간을

 모르니까 그걸 지적하는 거겠지. 냄새는 인간이 인간임을 느낄 수 있는 장치다!"


"아니, 선천적으로 체온이 낮은 여성들이 있다.

 그 여성들이라면 문제 없지. 난 그런 여성의 땀이 되어주고 싶다."


셰리가 혀를 낼름거린다. 저 새끼가 진짜.


"셰리 이 새끼야 그만 좀 닥쳐!"


"셰리... 씨라고... 했나요?


순간, 얼어붙는 것 같은 살기.



"...당신은... 기억해두겠습니다... 위험해요. 매우."


"읏...!"


"그래서, 뭐야. 메신저씨? 왕찌찌란 결국 뭔데?"


해리 이 새끼, 이젠 총구마저 내려?


"총구 들어 해리 이 새끼야!"


"후훗,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네요. 이미 답은 나왔지 않나요?"


"뭐?"



"크기가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크기 없이는 논할 수 없죠."


"왕찌찌는 결국 크기가 전부입니다. 맛, 향, 탄력, 유륜의 크기, 유두의 형태, 전체적인 가슴의 모양새.

 전부 부차적인 개성에 불과하죠. 일단 크기만 갖춰지면 나머지는 개성으로 넘길 수 있으니까요."


"이른바 속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데요. 이게 또 작은 가슴. 아까 여러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껌젖...이었나요? 저는 한 번도 경험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생각해보세요? 크기가 큰 가슴에 속성을 붙이면 개성의 영역이지만,

 크기가 작은 가슴에, 가령 예를 들어 아스팔트에 큰 유륜과 함몰유두가 동시에 들어 가 있으면

 그저..."


"줄 그은 호박처럼... 불쾌할 뿐이잖아요?"



일리는 있다.

아, 아니지. 그게 이 년의 속임수일 수도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사... 사과해라!!! 이 년!!!"


쫄아있던 준범이 총을 빼내어 겨눈다.

뭐, 뭐야.



"소, 소, 소소소소림양한테 사과 해!!!"


누군데 그게.



"작은 걸 그저 비하하고 싶어서! 결국 왕찌찌에 대해서 너도 모르니까

 애매모하게 작은 걸 비하하는 걸로 넘기려는 거잖아!!!"


"껌젖들에게 사과하라고!!!"



뭐야 저 새끼.

왕찌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괜찮다가 왜 갑자기 껌젖 이야기하니까...



"아뇨. 저도 작은 가슴은 좋아해요."


"그렇죠... 제가 처음 레지나님을 만났을 때,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였어요.

 봉긋이라고, 솟아난다거나 그러한 표현이 하나도 없는 맨들맨들. 부드러운 곡선."


"풋풋한, 살내음. 그 아래에서 아직 용도도, 의미도 없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 젖꼭지..."


"누군가에게 만져지기 위해서도, 무언가를 감싸기 위해서도, 생명력을 나눠주기 위해서도 아닌

 그저 있을 뿐인 미끄럼틀. 저도 그건 좋아해요."


"저는 껌젖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어요. 하지만, 거기에 다른 요소들이 끼어든다면

 그건 더이상 순수함이라고 할 수 없죠."


"세

 상

 의

 이

 치

 가

 그

 래

 요"



"이이잇...익....이잇...!"




"순수성을 잃어버린 작은 가슴은 그저, 피우지 못한 꽃이죠. 그것 자체의

 가련함에 의미를 둘 순 있겠지만. 결국 훼손된 순수성.

 순수하지 못하죠. 그러니 지금의 왕찌찌... 에 비해 밀린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그 극의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뭐...?"



"왕찌찌가 다다라야 할 곳. 그 기본. 레퍼런스. 그리고 정점."



"탄력이 있어서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추잡하게 늘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손으로 눌렀을 때 보용보용하고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어요. 수줍게 머리를 숨긴 여자아이처럼 함몰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천박하게 그 벚꽃의 숲을 펼치지도 않았죠.

 포근한 향. 이다지도 차가워서 땀조차 안 생기는데 어딘가 코끝이 가려운 봄의 향기. 미묘한 온기.

 손으로 쥐면, 도망갈 것같이 밀려나고. 동시에 안겨드는 아이처럼 몰려오는 바다."


"그래요. 레지나님이야말로 왕찌찌에요. 순수함을 간직한 왕찌찌!"


"그것 말곤 없어요!"


"..."


"..."


"..."




적막이 흐른다.

괴물년이 말한 것은 옳다. 하지만 옳기만 하다.

좋아보이는 말만 읊은 것 뿐이다.



"아니."



"어라? 대장님은 뭐가 아니라는거죠? 반론을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건 죄다 네가 만들어 낸 허상이다.

 왕찌찌는 그 크기 때문에, 자연스레 늘어지고. 어깨가 결리고, 땀이 차고, 유륜이 커질 수도 있고, 색도 변하기 쉽다."


"현실은 늘 그런법이지."


"그 어떤 아이돌도 똥을 싸고, 밥을 먹고, 때로는 치질에 걸려서 고생한다."


"무슨 말을..."


"인간은 냄새나고 더럽다. 항문 근처에서 기어 나와서, 어머니의 젖을 문다.

 어머니의 향을 잔뜩 머금은 피를 빠는 거다."


"잘 들어라. 괴물. 진짜 왕찌찌는 냄새다! 인간이 자아내는, 그 강렬한 향.

 육체에서 나는 찐한 쩐내. 땀과 노폐물이 자아내는 생의 약동!

 쿵쾅쿵쾅, 하고 그 아래에 있는 심장이 요동치며 울리는 열기!"



그래. 맞아.



"레지나님인가 뭔가가 네 왕찌찌의 정점이라고? 웃기지 마라.

 그런 논리라면, 난 차라리 여기. 코핀 컴퍼니에 있는 그 냄새나는 여자를 고르겠다!"



"엑, 형님... 그 맨날 똑같은 옷 입는 그 년이요?"


"그래! 그녀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젖 아래에 가득찬 땀과 진한 향.

 그게 진짜 왕찌찌가 만들어내는 사람의 맛이라고!"


"..."


"그 년 속옷도 안 갈아입을 것 같은데... 잘 씻지도 않아서 냄새 나...잖..."


"시끄러워! 해리 씨발새끼야!!! 니가 그 따위니까 아직도 아다인 거 아냐?!"



"엑? 해리형님 아다였어요?"





"잘 들어라 괴물년! 그리고 너희들!

 진짜 왕찌찌란 그 검은머리 노린내나는 여자애야 말로...!"



"...어..."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에는 여자애가 한 명.

당황한 표정으로 한 명.

검은색 머리칼, 묶어올린 말꼬리를 곤란한듯 꼬며 바닥을 바라보는 미소녀가 한 명.


떨군 머리칼 아래, 붉게 달아오른 뺨.




"...그, 그... 도착했으니까... 이쪽으로 이송하라고... 전달하려고..."





정적.

그러고보니 정적이었군.

수송기가 멈추면 안내 아나운스라도 해주지 그랬나.




하아, 하고 한숨을 내뱉자.

헬멧에서 퍼지는 단내.



씻지 못한 몸에서 진한 사람 내음.

여름이 다가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