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일어난 주시윤이 제일 먼저 확인한것은 본인의 지갑이었다.

단조로운 문양이 새겨진 지갑을 열어보니 생각지도못한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않아보였다.

탁!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지갑을 닫은뒤 원래있던 자리에 넣어두었다.

"스승님 제가 뭐하나만 물어볼께요"


"힐데 슈슝님 아닌데!"


"아차차 힐데어린이 오빠가 뭐하나만 물어볼테니까 응이라고 대답해주면 맛있는것도 먹고 예쁜옷도 사줄께"


"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


"잠깐잠깐 멈춰봐 아직 안물어봤어"


"......"


뭘 물어봐도 이미 입모양이 '웅'이라고 되어있는 힐데를 진정시키며 질문을 던졌다.


"펜릴소대의 소대지원비를 쓰기위해 소대장지갑을 열어봐도 될까?"


"웅!"


"좋아 잘했어"


주시윤은 저도 모르게 힐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뒤 소대사무실 내의 소대장지갑, 즉 힐데의 지갑을 찾아서 열어보았다.


오래전부터 봐왔던 낡은 지갑을 열어 소대지원비가 있을 법인카드를 찾기위해 뒤적거리다가 그 지갑만큼 오래된 사진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지금과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의 힐데와 어린 자신이 찍혀있는 옛날사진이었다.


그 성격의 스승님이 언제찍었는지도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된 사진을 지갑에 넣어다녔다는건 상상조차 할수없었다.


사진속의 어린 소년은 화가 잔뜩나 보였지만 그런 소년의 손을 힐데는 꼭 잡아주고있었다.


'당신도 나를 거뒀을때 이런 기분이었나요?'


어쩌면 그래서 주시윤은 지금도 필사적으로 스승님이 어쩔수없이 부모님을 죽일수밖에없었던 상황이었기를 바라고

자신까지 죽이지않고 거두어준 사람을 용서할 구실을 찾고있는지도 모른다.


주웠던 사진을 지갑에 고이넣어두고는 아무것도 건드리지않은채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좋아요 오늘은 오빠야가 쏩니다!"


"쬽니다!"


주시윤이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 기뻐보이는 그의 모습에 덩달아 힐데도 따라 외쳤다.


그렇게 회사를 둘이서 나와서는 인근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우와아! 씬기해! 씬기해!"


정신연령 5살의 힐데는 세상의 모든것을 처음보는것마냥 회사에서처럼 이건 뭔지 저건 뭔지 쉴틈없이 물어댔지만

귀차니즘의 대가인 주시윤은 단 한번의 실증도 없이 진짜 오빠와 동생처럼 상냥하게 설명해주었다.


주변사람들이 보기에도 정다운 남매같아보였고 물론 힐데가 신체에 비해 정신적으로 많이 어려보였으나 빵긋빵긋 웃는 소녀의 매력에

그저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1층 코너에서는 푸드코트나 간단한 먹거리들을 파는 장소였기에 힐데가 손가락으로 먹고싶다고 가르키는것마다 어김없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사다주었다.


어느샌가 핫도그며 닭꼬치 어묵 등등을 양손 가득히 들고서 한입씩 먹어보고 입맛에 맞지않는것은 주시윤에게 선심쓰듯이 넘겨주었다.

물론 먹을것을 실컷 먹고난뒤 입 주변에 묻은 양념이나 잔해들을 정리해주는것은 모두 주시윤의 몫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목적지인 2층의 의류코너에 도달했다.


"오빠야 봐바! 이뿐옷이 엄~~~청 마나!"


이제는 익숙해진 힐데의 오빠야소리에 미소지으며 얼른 고르고 싶은거 골라보라며 주시윤은 등을 밀어주었고 호다닥 힐데는 옷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옷의 정글속에 힐데라는 맹수풀어 놓은 채 주시윤도 둘러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옷이 있었다.

새하얗고 귀여운 원피스가 힐데가 입으면 딱일것같은 그런 원피스였다.

그러나 입을 옷을 정하는것은 그녀였기에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옆으로 돌아볼려고했다.


"이옷이 오빠야 마음에 들어?"


언제 자신의 옆으로 왔는지 그 작은 머리를 어깨에 기대며 물었다.

당황한 주시윤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힐데는 그 하얀 원피스를 집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 이걸로 할래"


원하는 옷도 골랐겠다 이제 입기만 하면 되는데 입혀줄 사람이 없는게 문제였다.


주시윤은 어쩔수없이 어떤 방법을 쓰기로 했고 아까 소대사무실에서 했던 힐데의 웅이라는 답변을 듣는 과정을 복습했다.


"자 점원양 당신의 이쁜 어린조카가 와서 옷을 골랐기때문에 당연히 당신이 입혀줘야겠죠? 어린조카는 혼자서 옷을 잘입지못하니까요"


"네 맞아요 제가 입혀줘야해요 나의 이쁘고 어린 조카 이쪽으로 오세요"


주시윤의 말에 홀린것마냥 점원은 힐데를 데리고 탈의실로 들어가 능수능란하게 옷을 입혔다.


하얀원피스를 입고나온 힐데는 평상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천사같은 모습을 한 소녀였다.


"점원양 당신은 잠시뒤에 이모든것을 잃고 옷만 팔았던것만 기억하는겁니다 아시겠죠? 그럼 잘있어요"


후속적인 조치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꼬까옷입고 신이 잔뜩 나있는 힐데에게 손을 내밀었다.


힐데는 활짝웃으면서 그의 손을 맞잡았다.


"가자"


"어디루 가눈데?"


"힐데의 마음에 아주 쏙 들거야 기대해도 좋아"


"웅!"


사실 힐데는 오빠야랑 가는거라면 어디든 좋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시윤은 힐데를 데리고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 놀이동산으로 출발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