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사이드 채널 연재 시리즈 모음



설 특선으로 준비해온 스토리 분석 3부작 시리즈임


원래는 쓸 예정이 없었는데 올 연휴는 어디 갈 예정도 없고


쇼케이스까지 시간 좀 때울겸 시즌 피날레에 나올만한 떡밥들을 탐구해보는 글을 써봤음


스토리 분석은 그닥 자신있는 부분은 아니니 걍 재미로만 읽어주길 바람



2.5주년 기념으로 출시 됐던 메인 에피소드 9.5 장은 다방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챕터였음


순서상으로는 시즌 2의 피날레인 10챕터가 나오는게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는데


대신 나온게  .5장 형식의 외전격 스토리란건 아무도 예상 못했거든



물론 시기상으로 시즌 2의 피날레를 2.5주년에 낭비시키기 아깝긴함


스비 입장에서도 시즌 피날레는 되도록 유저들이 많이 모이는 시기에 선보이고 싶을테니까


다만 내용면에서 9.5장이 의외였던건 껍데기만 9.5장이지 실제로는 기존 메인과는 거의 접점이 없는 별개의 이벤트 스토리였단 점임



이 게임의 특징중 하나가 매번 이벤트의 주역을 바꾸면서 언뜻 보면 접점이 없어 보이는 개별 스토리를 써내려가다가


나중에 모종의 사건을 중심으로 다수의 인물들을 엮어서 한번에 대서사시를 써내려 간다는 점이지


이게 제일 극명하게 드러났던게 ESPR, 철의 기수, 호라이즌 파이낸스, 사육제, 교황청이 전부 엮였던 빙류회랑이었고


제 4기동과 민병대의 알력다툼, 평의회와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간의 접점도 이벤트에서 꾸준히 떡밥을 던지던 소재였기에


대다수의 유저들은 언젠가 저쪽 세력이 한꺼번에 묶이는 서사가 나올거라 예상했는데 그걸 뜬금 없이 메인 스토리로 푼거임



결과적으로 사이드 스토리에서만 존재감을 내뿜던 캐릭터들이 대거 메인스토리로 편입되는 발판이 마련되긴 했지만


굳이 이걸 지금 이 시점에 해야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따를수 밖에 없었음


시즌 2 종료까지 단 하나의 챕터를 남겨둔 현 시점에 풀어야 할 떡밥의 숫자만 해도


1/ 클리포트 게임   2/ 구원 기사단의 서사   3/ 각성 로자리아등


까딱하다가는 대놓고 스토리 터지겠다 싶을정도로 밀도가 미어터지는 상황인데 


이럴거면 차라리 상기의 떡밥중 한두개를 미리 여기서 풀어서 10챕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게 낫지 않냐는거지



그렇게 9.5 챕터에 의의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던 도중 과연 이 시나리오를 통해 작가진들이 원하던 결과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음


결과적으로 9.5를 통해서 시나리오상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건 킹의 부활이었고


이미 풀어야 될 매듭이 한 무더기나 쌓인 상황에서 굳이 킹을 부활시키면서까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가가 자연스레 의문이 되었지


10챕터에서 킹이 상당히 큰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여기서 부활시킨거란거 말고는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되었거든



그렇다면 킹이 이 작품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굳이 예토전생까지 시키며 세탁을 시도하는걸까?


개인적으로 킹에 대해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얘는 정형화된 악당(villain)보다는 악역(antagonist)에 가깝다는거지


분명 시즌 1의 최종보스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고 행적 자체에 옹호의 여지가 없긴 하지만 얘를 단순한 악당으로 보기엔 동기에 재고의 여지가 많음



Dictionary.com에 빌런을 검색하면 이런 결과 나옴. 희곡 소설 등에서 중요 인물로 악행 또는 범죄에 관여하는, 교활하게 악의적인 인물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는 범죄 조직이고, 작중에서 많은 악행을 선보임


이게 제일 극명하게 드러나는 캐릭터가 리플레이서 나이트인데


어린 시절부터 온갖 세뇌를 받아와서 도덕관념이 비틀린걸 감안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조직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며


제대로 된 목적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살인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줌


악의를 가지고 악행 또는 범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사전에서 나오는 빌런의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음




빌런의 캐릭터 완성도를 평가할때 가장 중요한건 그 캐릭터의 행동보다는 의도와 목적성임


다크나이트에서 나온 히스 레져의 조커가 극찬을 받았던 이유는 관객 입장에서 얘가 뭘 원하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임


작중에서 보여주는 모습중에 어디까지가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이고, 어디까지가 즉흥적인 돌발행동인지 구분이 안 되고


무슨 목적 혹은 대의를 가지고 움직이는지 알수 없는 혼돈 그 자체를 표현한 캐릭터기에


얘가 스크린에 나올때마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안 가기 때문에


매 순간 순간 서스펜스가 최고치를 찍게 되는거지


그렇기에 빌런 혹은 빌런 처럼 보이는 캐릭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행동만큼이나 그 의도를 볼 필요가 있음




그런 의미에서 킹은 대의를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악당(villain) 보다는 악역 (antagonist)에 가까운 인물이지


여기서 악당과 악역의 차이를 가로 짓는건 '행위' 그 자체를 보느냐 아니면 '관계'를 보느냐임


악역 즉 안타고니스트는 작중에서 주인공과 사상적 혹은 세력적으로 대립 관계에 서는 인물을 지칭하는 단어임


일반적인 상황에선 주인공의 선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반대쪽 진영을 잡게 되는 대척자는 악당을 담당하게 되지


허나 반대로 주인공과 대척자 양쪽 다 명백한 정의가 아닌 자신만의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게 됨



물론 리플레이성 킹이 설립했던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가 범죄 조직이고 


그 휘하 조직원들이 살인과 악행을 즐긴 싸패들이 다수 있었단건 부정 못할 사실이지


다만 도미닉 레지날드란 인물은 젊은 시절부터 마리아 안토노프를 보좌하며 온갖 더러운 정치적 술수를 막아내던 인물이고


대의를 섬긴다는 명분으로 블랙 옵스를 수행하며 한 평생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모토를 고수한 사내임


악을 통해 선을 구현한다는 전형적인 위악자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가 리플레이서 설립 이후에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인물이란건 작중 대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음


안토노프와 결별하고 사조직을 설립한지 20년 가까이 된 현 시점까지도 그는 스스로를 부사령관으로 불러주길 원하고 있음


소속이 바뀌었지만 과거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걸 나타내는 장치지



거기에 주인공 세력과 최종 결전에서 패배하여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도


원통함이나 일생의 계획이 실패했단 사실에 분노를 드러내는 대신 안토노프에게 사죄하며 그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옛 상관에 대한 충성심은 변함이 없단걸 암시하지


결국 방향성은 달라졌을지언정 그가 지향했던 궁극적인 목표는 마리아와 같았던거임



물론 맹목적으로 인류 생존 하나에 매달리며 99% 인류를 희생시켤려고 한 행동이 정당화 될수는 없음


작중에서 유미나와 주시윤도 기껏해서 99% 희생시켜서 남긴다는게 사람의 탈을 쓴 침식체냐며 킹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고




하지만 킹의 입장에서 리플레이서 계획은 무조건 수행해야 할 숙명이었음


주인공 세력이 킹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그의 사상에 반박할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멸망이 필연적이란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지


킹의 입장에서 저런 낙관론은 이전 세계에서 수십번도 더 본 과거이며 그때마다 도미닉 레지날드는 처절하게 실패하고


매번 다음 세계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며 멸망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음



대안이 없는 비판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하지


결과적으로 절대적 무력에 압도 당하였기에 어쩔수 없이 계획을 포기해야 했지만 


네가 그 대가를 책임질 수 있나라고 외치기까지 킹이 어떤 내면적 갈등을 겪었는지 생각해보면


킹의 입장에서 자기 계획은 잘못 된거라며 땡깡 부리는 유미나는 대책도 없이 낙관론을 펼치는 어린아이의 투정으로만 보였을거임



물론 그렇다고 해서 킹의 선택이 전적으로 옳았다는건 아님


5챕터 후반부에 델타 세븐이 블랙홀 엔진함을 달고 나타났을때, 이전 세계에선 벌어지지 않았던 변수가 나타난 시점에


킹에게 충분한 통찰력이 있었다면 제3의 세력의 개입(구관리국)을 눈치채고 바로 계획 포기하는게 맞았음


실제로도 유저 입장에서 두리뭉술한 도덕성만을 가지고 킹과 대립하는 주인공을 보고서도 기시감을 느끼지 못하는건


유저들은 관남충이 이번 세계에서 마지막 한타를 열기 위해 개똥꼬쇼를 하고 있단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킹은 철저하게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여 자기가 총대 매고 극단적이 해결책을 꺼내온거지만


안타깝게도 대안은 있었음 다만 관남충, 힐데, 이수연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그 대안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러브 앤 피스를 외치며 무작정 낙관론만을 가지고 킹을 팼을 뿐이지




결과적으로 리플레이서 킹 아니 도미닉 레지날드란 인물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해버린 혁명가임


비록 그 행적에 악행이 있었고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 사실을 부정할수는 없으나


평생을 대의를 위해 살아왔고 자신의 안위는 우선순위에 없으며 그 업보 또한 달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인물이었지


물론 끝까지 더 나은 대안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방식을 고수하였기에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 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대의를 위해 주인공과 대립했을뿐, 그 의도 자체가 악의로 점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악역이었던거지 단 한순가도 악당은 아니었던거임



혹자는 굳이 잘 퇴장한 빌런 캐릭을 끌고 와서 세탁을 시도하는게 맞냐고 의문을 가지던데


정확히 말하자면 킹은 빌런이 아니었기에 굳이 세탁기를 돌릴 필요가 없음


세탁이란건 특정 캐릭터를 가져다가 기존과는 모순되는 행동을 강제시켜서 선역으로 포장시키는 행위를 말하는건데


근본적인 행동 원리부터 인류 구원이었던 인물이고, 만일 리플레이선 계획 대신 다른 대안이 주어졌다면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을 인물이니


니 목숨 하나 불살라서 클리포트 게임 끝내라 하면 일체의 망설임 없이 자신을 희생할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굳이 한 챕터를 소모해가며 도미닉 레지날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이유는


평생을 발버둥 치다가 제대로 된 구원 없이 회한에 젖은채 삶을 끝내야 했던 한 인물에게


인류 구원을 위한 의지가 아직 끊기지 않았으며


다른 세계의 도미닉 레지날드가 희망을 전했듯 아직 자신이 희망을 전할 존재가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위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인물을 위한 시나리오 팀의 마지막 배려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