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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선 스토리 분석 시리즈


① 그들은 왜 세탁기를 돌리려 하는가


*메인스토리 스포 주의



구원기사단을 주제로 쓴 설 특선 스토리 분석 2편임


사실 대책 없이 3부작이라고 질러놓긴 했는데 원래 구상했던건 딱 여기까지여서 이제 뭘 쓸지를 모르겠음


만에하나 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구원기사단은 시즌 2 메인스토리의 주적을 담당하고 있는 적대 세력임


챕터 6부터 천천히 빌드업 되어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꽤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사실 주어진 분량에 비해 알려져 있는 사실은 많지 않지



2기 스토리에서 흥미로운 점은 구원기사단이 무엇을 할려는지는 명확히 보여주는데


그 행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의도는 교모하게 숨기고 있다는거임


목표는 명확한데 그 목표를 통해 이룰려는 목적인 숨겨져있는거지


목표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임, '클리포트 게임에서 승리한다'


허나 목표가 아닌 목적, 즉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깔끔하게 설명된적이 없음


결과적으로 작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이들이 클리포트 게임을 일으키고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추측하는 수 밖에 없지




구원 기사단의 입에서, 특히 클라레스 전하 입에서 반복되는 키워드가 있음 바로 '복수'임


물론 구원기사단의 명목적인 리더는 구원자인 레이고, 실권은 기사단장인 알렌이 들고 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클라렌스는 황태자라는 빵빵한 배경도 가지고 있고 집단내에서 가장 능동적이며 또 통찰력이 뛰어나다 묘사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단이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고 이끄는 리더 역할처럼 보일때가 많지


레이는 그런 클리절정한테 무작정 끌려 다니고만 있고, 알렌은 기껏해야 클라리넷이 무리수 둘때 브레이크만 간간히 넣고 있는 상황이고


루크레시아처럼 자기 감정 조절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 입에서 나오는 대사라면 한번쯤 의심해볼만 하지만


기사단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기에 클로렐라 입에서 나오는 복수는 집단 그 자체의 목적일 가능성이 다분함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복수란 과연 무엇일까


작중에서 루크레시아가 언급하였듯이 복수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선 복수의 대상을 정해야 함


구원기사단은 망국의 기사단, 즉 이미 멸망해버린 국가의 망령들이기에 자연스레 복수의 대상은 자신들을 멸망시킨 존재가 되겠지


멸망이란 키워드를 기준으로 보면 복수의 대상이 될수 있는 존재는 몇가지로 한정 됨






첫번째 후보는 힐데와 관남충임


한때 자신들과 함께 마왕에 맞서 싸웠지만 상황이 불리해지자 도망쳐버린 펜릴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이 현재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세계를 파괴하는게 목적이란 추측이 가능함





물론 힐데가 언급하였던 것처럼 이들의 세계가 멸망한 근본적인 원인은 클리포트 게임이고


중간에 빤스런을 친건 사실일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그나마 저들이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멸망을 유예할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남충과 펜릴에게 복수의 칼날을 돌리는건 단순한 화풀이일뿐 이성적인 판단이 될 수 없음




하지만 이런식의 비합리적인 태도가 현실에서 보기 드문 관경은 아님


현실에서도 가족에게 학대를 일삼는 가장 아래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자신들을 폭행한 당사자 보다


그 당사자의 폭거를 막지 못했던 어머니나 친형제들에게 더 큰 원망을 보이는 경우가 많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편에서 가모라와 네뷸라가 대립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지


네뷸라의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며 고문을 일삼았던건 타노스였지만, 정작 네뷸라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단 이유로 가모라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나옴


이성과 합리성은 사람한테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그 두가지가 결여 되었다고 해서 그게 사람답지 못한건 아니란거지


아니 오히려 사람이기에 고집을 피우고 억지를 부리는게 더 당연하다고 봐야 될수도 있음



허나 이 관점은 클라리넷이란 캐릭터성을 생각해 봤을때 큰 지지를 받기가 힘듬


클리토리스 황태자는 실리와 합리성을 굉장히 중요시하게 여기는 캐릭터임 


샬롯이 반역자의 딸이란 이유만으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기사단에 큰 전력이 될게 분명하다 + 개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두가지의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그녀를 구원기사단에 편입시키지


제국 황태자란 배경을 생각하면 부하 신하들이 반발해도 자신의 권위로 찍어누르는게 가능할텐데


굳이 번듯한 이유를 대면서까지 자기 의견을 상대방한테 설득시킬려고 하고 거기에 더해 알렌이 뜻을 안 굽히자


니가 말한 평민 조카 기사단 입단 시험 보게 해줄테니 한번만 봐줘 ㅇㅇ 거리며 상대방을 회유할려는 모습까지 보여줌


이처럼 클렌징 전하는 행동의 당위성을 상당히 중요시하게 여기는 성격이고 아랫 사람들이 정당한 이유로 자신에게 항명하면


입으로는 툴툴되어도 결국엔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보여주었음



실제로도 복수에 미쳐 대의와 목표를 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루크레시아를 보고 광대라며 조소는 모습을 보여줬지


이런 사람이 실질적인 리더로 있는 집단이 그저 화풀이를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 말이 안 된다고 봄


결과적으로 현재 구원 기사단이 코핀과 대립하고 있는건 코핀(혹은 펜릴)이 복수의 대상이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복수를 행하는 그 과정에 코핀이 방해가 되고 있기에 어쩔수 없이 대립하게 되었다인 봐야겠지



그렇다면 복수의 대상으로 추정할수 있는 두번째 대상은 누굴까 


이 장면을 봤을땐 아르카디아 제국이 멸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 클리포트 게임의 중심인 유미나가 대상이라 볼 여지도 충분함


실제로도 루크레시아는 꾸준히 저주 받은 늑대가 모든 비극의 원인이며 그녀에게 극렬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지



하지만 닥등이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1도 없는 철저한 제 3자이고 클리포트 게임의 중심이 된 것도 철저한 타의에 의해서임


물론 전생에 어마어마한 업보를 쌓아서 원망의 눈초리를 받는걸수도 있지만


사실상 사람의 경험과 가치관이 인격을 이루고 그 인격이 인간을 정의한다는 관점에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일체 없는 닥등이를 과거 펜릴 소대에서 활동했던 유미나와 동일시 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특히나 클레멘타인 전하께서는 항상 선택과 책임의 무거움을 설파하시는 현명하신 분이신데


이런분께서 책임질 기억도, 행적도, 경험도 없는이의 멱살을 잡고 복수하겠다고 날뛰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안가지


굳이 클로렐라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실권을 쥔 알렌이나, 유미나란 인물 개인에게 연민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던 레이가


과연 현재의 유미나에게도 과거의 책임을 물을만한 인물이냐고 한다면 대다수의 독자들이 아니라고 대답할거라 생각함



그래서 나는 이들 구원기사단이 복수하고자 하는 존재는 일개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시스템 그 자체라고 생각함


저 장면에서 클라레스가 독백하듯이 이들에게 있어 클리포트 게임은 나라를 다시 세우거나 명예를 되찾이 위한 숭고한 과정이 아님


그저 복수라는 근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무일뿐이지



아르카디아 제국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구원기사단과 제국의 백성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지만 결국 게임에서 패배하며 전원 사망하게 되었음


작중 언급과 PV에서 홀로 남겨진 레이를 보았을때 대륙을 침공해온 네헤모트는 어떻게든 토벌하는데 성공한걸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레이를 제외한 인원들은 전멸하게 되고 모종의 과정을 거치면서 레이는 네헤모트의 이름을 계승하고


구원기사단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부활하게 되지



그렇다면 이 비극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이미 죽어버린 네헤모트? 클리포트 게임이 열릴때마다 세계를 개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마왕? 자신들과 함께 싸우다 종국에 모든것을 포기하고 도망가버린 펜릴?


눈 앞에 놓인 타인에게 원망을 보내는건 쉽지만 그들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나지


결국 이 비극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든걸 세상에 강요한 존재, 클리포트 게임이란 룰을 만들어 자신들의 세계에 멸망을 강요한


신과 그 신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증오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할수 밖에 없음



그렇기에 난 구원 기사단이 칼을 간 존재는 유미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유미나를 중심에 세우고


이 미친 살육극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들고 있는 탐미엘이라 생각함


하지만 탐미엘은 문자 그대로 신이고 차원이 다른 존재이기에 한낱 마왕이 도전할수 있는 존재가 아님


그렇기에 지금도 구원 기사단은 철저하게 탐미엘이 세운 엄격한 규칙 아래 클리포트 게임이라 불리우는 TRPG에 어울려주고 있는거고



도미닉의 회상에서 알수 있듯이 이미 이 세계관에서 클리포트 게임은 최소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도 더 반복된 과정임


하지만 이상하지, 만일 게임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로 수많은 세계가 파괴되었다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승자가 되었을텐데


왜 매번 게임이 반복되고 있는걸까



이걸 설명할수 있는 가설은 두가지가 있음


1/ 클리포트 게임이 마왕측의 승리로 끝나기 직전 매번 관남충이 빤스런을 치며 게임이 무효가 되었다


2/ 클리포트 게임이 마왕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탐미엘이 만든 시스템은 영구적이기에 계속해서 그 굴레에 묶여 있게 된다


어느쪽이 되었던간에 게임에 참가해야 하는 마왕의 입장에서 실익은 없었을거임


물론 게임에 승리하게 되면 최소한의 보상을 주어질거임 그래야 기존에 승리한 전적이 있는 마왕이 계속해서 게임에 참여하게 될테니까


하지만 탐미엘이 안배해둔 법칙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영원히 탐미엘 그 자체에는 도달할수 없음


결과적으로 구원기사단의 입장에선 클리포트 게임의 장기말이 되는 대신에 무언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을거임



작중에서 유미나를 지칭하는 호칭은 저주받은 늑대 즉 펜리르고, 그녀의 칼은 신도 죽일수 있는 무기라고 불림


펜리르는 북유럽 신화에서 최고 신인 오딘을 물어죽인 신살자고 이는 닥등이가 언젠가 신을 물어 죽일 숙명을 가지고 있단 암시지





만약에 구원기사단이 정말로 복수하고 싶던 존재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만든 신, 탐미엘이라면


저주 받은 늑대를 데려다가 모종의 조취를 통해 신살의 힘을 강탈 혹은 이용하여 탐미엘에게 반기를 들고자 한다는 추측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9챕터에서 게임의 승리를 목전에 둔 기사단이 갑자기 게임의 결과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유미나를 쫒으며


너를 성역에 데려가 복수의 제물로 쓰겠다며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얼추 설명이 가능하지



아니면 굳이 탐미엘과 대적할 생각이 없고 게임에서 승리하는 마왕은 무언가 얻는게 가능하다면


추하게나마 침식체로 연명하고 있는 목숨이지만 이 목숨을 부지하지 위해서 게임에서 승리하여 힘을 얻길 원하다고 볼수도 있음


실제로도 힘이 부족하다면 마왕의 자리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질수 있다는건 이미 레비아탄이 보여주기도 하였으니


게임에서 승리하여 세력을 불리고 타 마왕 세력에게 견제 받지 않을 위치로 올라가는게 목적이라고 볼수도 있음


다만 이런 식의 해석은 굳이 기사단원들이 복수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와 모순되기 때문에 별로 지지하고 싶은 가설은 아님


루크레시아 말 마냥 생존 그 자체가 인생에 대한 복수다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되는건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구원기사단은 주인공 세력의 안티테제라고 볼수 있음


사익이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뭉쳤던 집단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들의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궐기 했던 영웅들이지만


신한테 농락 당하며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세상이 무너지는걸 두눈으로 목격해야 했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괴물로 되살려져서 지금도 현실 세계를 떠도는 망령이 되어버렸지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어 다니던 코핀쪽 세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를게 없던 이들임



다만 그저 운이 없었다 혹은 대적자로 선택되었던 레이가 못난이었기에 세상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기엔


이들이 쳐했던 운명이 너무 참혹했던것도 사실이지


그렇기에 저들의 입장에서 코핀을 볼때 이 한마디가 떠오를수 밖에 없을거임


과연 우리들에게 무엇이 부족하였기에 우리는 잃고 너희들은 지켜낼수 있던거냐고


스스로를 구원기사단이라 이름 붙이며 세상을 위해 헌신하였고 인간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목표를 잊지 못하였지만


결국엔 주인공에 패하고 실패할수 밖에 없는, 결코 구원될수 없는 악역이라는 점이 유독 안타깝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