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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낙일'의 72시간 전

 달 표면


 "그래서 미쳤다고! 돌아버린 환상종을 풀자고?!"


 "아니 내가 언제 그딴 식으로 예기했어? 드디어 귀도 먹었냐?"


 "미필적 고의도 고의입니다. 돌아버린 새끼야."


 "거 참. 말 너무하네."

 

 "사람 죽는 거 보기 싫으면 오라는 게 아니라 너를 죽여서 재난을 막으라는 소리였구나. 친히 그 존나 비틀린 사고방식을 이해 못해서 미안하다. 개새끼야."


 "어어. 점마 왜 활 시위를 당기냐."


 "일단 대가리에 구멍 뚫고 생각해봐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아서"


 "어.. 어어. 야 너네도 말려 봐!"


서로 의견을 대립하는 두 남자와 알록달록한 필름 안경으로 구경하는 두 여인이 있었다.

각자 취향의 먹을 것을 들고서 편안하게 공중과 대검에 걸터 앉아있었다.


 "신기하네. 달에서도 향기는 느껴지는구나."


 "그야 제 옆으로 공기가 안 날라가게 하고 있으니까요. 중력만 다를 뿐 지구하고 대기 조성은 비슷할 겁니다."


 "나도 여기서 놀면 안 되냐?"


 "저한테 묻지 마시죠. 저는 놀면서도 돈 벌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굳이 안 벌어도 되는 거 아니야?"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나한테도 쳐 맞을 말이지. 너네 돈은 좀 니들이 벌라니까? 어? 내가 너네들 보모야?"


 "예." "틀려?"


훈계하던 김철수는 그대로 머리가 정지했다. 과거의 발언들이 떠올랐다.


 "아니... 아니 씹...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웨-이. 나는 쾌락도 책임도 없다!"


 "고통은 만들어 줄게. 이 새끼야."


 "엌ㅋㅋㅋ"


머릿속으로 직접적으로 전해져 오는 티배깅에 김철수는 참지 않고 쏴버렸다.

곧바로 허공에서 머리가 터진 남성은 다시 흐릿하게 머리가 복구되었다.


 "허.접."


 "오늘 태양 안에 처박히고도 그딴 말이 나오나 보자."


 "어엌ㅋㅋㅋ"


 "두 분 다 개소리 할거면 멀리서 통화기능 키고 해주시죠. 입에 먼지 들어가는 건 싫어서요."


 "... 아. 탈주하고 싶다... 왜 나는 양쪽에서 둘 다 지랄이지...?"


 "글쎄요. 그건 너가..."


 "씨발..."


 "그래서 어쩔 겁니까? 사전 준비는 이쪽도 빠듯합니다."


 "할 거라니까?"


 "아니 누가 미쳤다고 도시 한복판에 그딴 걸 풀어!"


 "내가. 그리고 너가."


 "니미..."


 "응~"


 "그럼 군수공장 쪽부터 작업하겠습니다."


 "... 진짜로 안 죽일 자신이 있다고?"


 "대충은. 내 계획대로라면 죽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날 죽는 사람이야. 독립적인 이유로 죽는 거 말고는 없지."


 "뱀 사냥이라며. 내가 아는 그 뱀이면 절대 그런 일이 안 나올리가 없어."


 "니가 아는 뱀이 아니니까. 다만 그거랑 비슷하게 굴릴 수는 있겠지."


 "..."


 "아무리 잘 해봤자. 음... 4종 상위? 그쯤이겠지."


 "신성도 없다고?"


 "아니? 몰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보면 확실하잖아?"


 "봉인된 걸 무슨 수로 보라고?"


 "풀려나면"


 "...."


 "여기서 잘못 맞추면 지구에 재앙입니다. 그건 알고 계십쇼."


 "그리고 어짜피 한 달이나 한 달 반 사이에 튀어 나올거야. 조금 더 앞당길 뿐이지. 우리가 하는 건 강제로 일을 진행 시키게 압박하는 거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앞당기면 나눠서라도 맞지... 놔두면 이제 한번에 터져서 개지랄날껄? 5 파운드 걸어도 좋아."


 "... 4종 상위를 사냥하는 건 좋다 쳐. 못 죽일 것도 아니니까. 근데 나는 이미 충분히 눈에 띄었거든? 무조건 몰려올거야."


 "알아. 그래서 그 밑작업도 해 놓고 있어. 어짜피 우리가 삽질하는 동안 한번 물갈이는 있었던 것 같더라고."


 "너 어디서 뭘 턴거야?"


 "관리국 데이터베이스."


 "... 하아아."


 "엄밀히 말하면 전부 다는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퍽이나 좋으시겠어요? 예? 둘 사이에 끼인 저는 또 좆뺑이쳐야 겠고요?"


 "꼬우면 퇴사하시던가요~"


 "네가 거기에 던져놓고 갔잖아요?"


 "에베베벱"


 "와 저건 조금 역겨운데. 전부 다. 같은 의미로."


 "..."


 "그건 크리티컬이였나 본 데..."


 "괜찮습니다. 이미 아까 전부터 저는 웹서핑 중이었어요. 병신 짓 끝나면 다시 브리핑 해주세요."


 "..."


 "..."


 "왜? 어짜피 흘러가는 시간이잖아?"


 "현재 이곳에 손을 댈 새끼들은 전부 다 하자가 있어. 하자 없이 움직일 놈은 안 올 가능성이 높고. 물론 일이 꼬이면... 음?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급작스럽게 화제를 돌린 남자를 본 세 사람은 느꼈다.


 '삐졌네.' '삐졌어.' '귀찮네요.'


 "덕분에 나는 뱀사냥에 온전히 신경을 못쓰게 됐고."


 "저는 그걸 일정을 못 맞추는 빡대가리라 하기로 했어요. 그걸 무능한 지휘관이라 하고요."


 "저는 그래서 너를 불렀어요? 말 그대로 네가 없으면 이 일은 무산이니까."


 "... 일단 아가리나 털어봐."


 "간단해. 인과에 끼어 들어갈 거야.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최소한의 원인만 던져주는거지."


 "나 이거 어디서 해봤는데. 무슨무슨 표절죄로 신고해도 되나?"


 "말 그대로지. 이번에는 누가 대신 독박써줄 사람도 있다는 거야."


 "... 그 새끼가 벌인 일로 조작하자고?"


 "우린 적당하게가 안 되니까. 발단만 벌여두고 재료만 놔두면 자기가 알아서 물겠지."


 "... 애매한데."


 "무조건 물 거야.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타이밍이거든."


 "... 안 죽는다의 이유가 이거군. 이거 이미 예정된 일이었네?"


 "정답. 우리는 굳이 시험 시간을 풀로 채울 이유가 없지. 정답일 이유도 없고."


 "... 점수 조작이 필요한 사람은 우리가 아니니까."


명쾌한 해답이다. 사고는 여기서 치고 해결은 남에게 맞긴다. 그렇지만 이 사고는 예견된 것이고 해결할 자원도 충분하다.


 "... 콜. 이쪽에서 아슬아슬한 선만 처리하면 안 죽겠네."


 "오케이! 나는 그럼 쉬러간다. 1차 변동은 데이터 줬지? 그 때 되면 연락해라~"


남자는 우주의 밤하늘에 묻혀서 사라졌다.


 "... 설마 이거 지금 짜고 친거냐?"

 

 "병신."


 "씨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저는 애초에 가담조차 하지 않았으니까요."


 "... 아까 군수공장은?"


 "제 사적 용무입니다."


머리가 아팠다. 왜 사적 용무로 군수공장을 터는거야?


 "그래서 1차 변동이 뭔데?"


 "침식 현상의 변화입니다. 대충 사람의 체력을 심하게 갉아먹는 증후군이 일대에 추가되는 현상입니다."


 "... 그거 [독]이잖아. 그런데도 신성이 없다고?"


 "신성을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혹은 숙주에 신성이 없었을겁니다."


 "... 일단 독이니까 해독제는 준비할 수 있겠는데."


 "예. 아쉽게도 우리 쪽에서 제작은 불가능합니다. 당신이 만들어야 합니다."


 "머리 아프네. 이건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뿌려야 하는거지?"


 "인류가 3년후에 모두 또 다른 휴유증을 겪는 걸 무시하면 필요없습니다."


 "그럼 누가 뱀을 죽일건데?"


 "복잡합니다. 이건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전부 죽습니다."


 "..."


 "뱀을 봉인한 자는 현재 없습니다. 손상된 후예들만 남았습니다. 이걸 이제 속여야합니다."


 "좆됬네... 어떻게 하려고?"


 "우리쪽에서 화살을 가로채서 대신 쏘아냅니다. 그게 최종적인 결론입니다."


 "벌써부터 이게 제일 힘들 것 같은데..."


 "힘조절은 직접 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4종 상위니까 어지간한 공격에는 안 죽을 겁니다. 죽일 생각으로 쏘지만 않으시면 말이죠."


 "... 잠만 뭔가 이상한데. 왜 4종 상위라고 고정한 거야?"


 "완전히 해방시켜서 사냥할겁니다."


 "..."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뒷작업이 어렵지는 않을테니까요."


 "미친놈들..."


 "나는 아무 의견도 안 냈어?"


 "좀 말리던가 그러지 그랬냐..."


 "내 일은 하나로 줄여준다고 했으니까."


 "사법 거래가 있었구나... 진짜 나는 왜 거래할 상대도 없을까?"


 "대충 이정도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야할지는 본인 스스로 할거라고 했습니다. 충분합니까?"


 "못할 것도 없는데... 브리핑은 1차 변동부터 계속 시작인거냐?"


 "예. 그렇습니다. 제가 계속 지시할겁니다."


 "... 그래. 그러면 쟤만 내려다 주고 오면 되는거지?"


 "응? 아저씨는 왜 안 내려가?"


 "원래 뒷작업은 위에서 하는거야. 그게 편하고."

 

 "뭔 개소리야."


 "그냥 아래에 있다가 휘말리는 건 싫다고. 너는 안전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라서."


 "그럼 빨리 내려다 주고 돈도 달라고."


 "... 그래 알았다. 나도 빨리 끝내고 쉬고 싶네."


 



 낙일 까지 62시간 


 [변동 관측. 이제 끝까지 살펴보시면 됩니다.]


 "... 개판이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우선은 티 안나게 쓸데없이 큰 놈들만 먼저 없애야 겠지.


 [현재로서 진원은 셋입니다. 3분 후 5개 추가 예정입니다.]


 "지금 2개는 여기서 부순다. 북서쪽하고 남쪽 진원지에 대해 정보 흘려."


 [알겠습니다. 언제쯤 도착하게 만들면 됩니까?]


 "안전하게. 시간은 신경 쓰지마."


 [확인했습니다.]


시위를 당긴다. 노리는 것은 아직 부상할 준비조차 못한 코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져버릴거다.


 "샘플 데이터는 50류 넘으면 알려줘."


 [현재 38개입니다. 곧 넘을겁니다. 2분 후 300개체 조사 시작될겁니다.]


 "좋아. 인선 안 꼬이게 잘 준비하고"


 [늙은이 위치 확인했습니다. 전송할까요?]


 "이미 찾았어. 옆에 잘 붙어있네. 사고나 안치면 다행이니까."


 [50 종류 넘었습니다.]


시위를 놓았다. 이 이상 필요한 자료는 없다.


 "바로 읊어. 해독 시작한다."


 [7분 후 코어 8개 상승.]


 "그 전에 7개 제거한다."


다시 시위를 놓는다.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녀석의 말의 의미는 당당하게 나서면 우리 목을 따러 올 새끼들은 있다는 거다.


 ".... 하. 일 났네."


주요 인물이 스스로 건물에 깔리고 싶어 난리다.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능한가?


 "좋아. 젊으니까 직격만 안하면 버티겠지."


시위를 당긴다. 아슬하게 빗겨 맞게만 하면 된다.

충분히 다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다.


 [2차 변동. 20초 후 코어 90개 상승.]


 "뭐? 갑자기?"


늦는다. 미리 달려드는 녀석의 발을 부순다.

 

 "지금 90개 전부 파괴한다."


하나의 눈을 감는다. 하나의 눈으로 모든 코어를 감지한다.

직시한다. 차원을 조정해 일렬로 맞춘다.


 [3초 후 부상.]


 "끝났어."


모든 코어를 다차원으로 겹쳐낸다. 그리고 바로 앞으로 끌어당긴다.

시위를 놓았다. 90개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침식률 일시 정지.]


 "하아. 역시 이 정도는 너무 과하게 간섭하는데..."


 [아직까지 변화 없습니다.]


 "부상하는 코어는?"


 [예상으론 3개의 태스크포스가 놀 정도로 대비 가능 할겁니다.]


 "좋아. 당분간 정보만 흘려."


불안하다. 갑자기 대량으로 부상했다. 뭔가 더 얽혀있는건가?




 [... 멈췄군. 지금 잘 들리나?] 

 

 "예. 잘 들립니다."


 [아무래도 확실하네. 움직였어.]


 "좋습니다. 저희도 간만 볼까요?"


 [다음 변화에 집중해보지. 현재로서는 그것 말고는 내가 서포트해줄 수 있는 게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현장은 저희가 판단하죠. 지수씨?"


 "네. 대장."


 "일단 판이 어지럽혀지기 전에 조금 정리를 합시다."


 [그럼 잘 부탁하지. 나유빈 군.]


 "하하. 저도 일은 잘 풀렸으면 좋겠군요. 이거 어디서 핵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니..."


 [절대로 맞서지 말게. 그 순간 다른 것들이 꼬이기 시작할테니]


 "저도 한 번에 죽이는 거 아니면 싸울 생각이 안 드네요."


 [그럼.]


눈 앞에 램프도어가 열렸다.


 [즐거운 사냥 되게.]


 



 "... 그래서 우린 뭐해?"


 "대충... 한 3시간만 뻐기고 간을 봐야지."


 "일 하나만 맞긴다는 게 제일 불안하니까 뭘 할 지나 말해봐."


흐릿한 머리의 남성과 연갈색 머리카락의 여성. 니트와 긴 스커트를 걸치며 얼굴에 모든 염세가 물들어있다.

둘은 어묵을 입에 넣으며 관망하고 있다.


 "봉인구 부수기."


 "대충 그럼 경호 인력도 있을 거 아니야?"


 "응. 그래서 그것만 처리하라고. 침식체랑 얽히지 말고.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하나만 예정이지. 일 터지면 네가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거야."


 "간장 없어?"


 "고춧가루가 나은 거 같은데"


 "..." "..."


 "아무거나 꺼내봐. 생각보다 심심하네."

 

 "간장. 와사비. 고춧가루. 식초... 겨자도 있네."


 "요즘 좋게 나오네. 확실히 먹다 보면 물린다니까?"


 [참고로 지금 누구 속 터질 것 같으니 알아서 분위기 판단하십시오.]


 "금산강도 식후경이라고 지네 속담있으니 꼬우면 알아서 하라 해라."


 ".... 음! 좀 낫네."


 



낙일 까지 59시간 


 "... 자 슬슬 개판내러 가야지?"


 "3시간 참 빠르네..."


 "그럼 알아서 해라."


 "그래서 뭐하면서 놀게?"


 "안 놀아. 나도 일이란 건 한단다?"


 "... 저기 뭐 있어?"


두 사람은 일어났다. 상공 3km.

남자는 건물의 옥상에 이상한 랜드마크를 바라본다.


 "지식. 그리고 흑막."


 '아 또 시작이네...'


 "나는 저기서 죽치면서 약속을 지켜야겠지."


 "... 이런 일 잘해?"


 "아니? 머리 박아보면서 해야 뭐라도 할 줄 알게 되는거지.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못한단다."


 "놀리는 거지?"

 

 "어. 알아서 뺑뺑이 잘 돌아라. 나는 놀테니까."


남자는 사라졌다. 상공 3km에 홀로 남겨진 여성은 봉인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좀 많이 아플 것 같은데. 별 수 없나..."


 [추천 드리자면 그냥 머리부터 떨어지십시오. 그게 덜 고통스러울 겁니다.]


 "뭔 또 개소리를..."

 

다리를 굽혔다. 그리고 곧게 피며 도약한다.

팡! 하며 소닉붐이 일었다. 앞으로 날라가던 모습이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어짜피 다리만 내줘도 끝나는 일인데!"


 [내가 시발 저러라고 그걸 만들어 준 게 아닌데...]


김철수는 암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이 통신으로 전달되었다.


 "꽤 편해?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상공 1km. 이미 가속과 저항이 균형을 이루었다.

상공 500m. 총알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살갖들을 파며 튕겨나간다.

상공 300m. 에너지 형태의 공격도 날라온다. 슬슬 카운터와 이능력자들의 범위 안 같다.

상공 150, 50, 8 그리고 0


근처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떨어졌다. 강한 진동이 근처를 압박하며 흙들이 달구어진다.


 "... 아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예상했던 것은 다치는 것 뿐이었지만, 현실은 몸이 땅에 박혀버렸다. 팔과 상체를 제외하면 전부 다 아래에 묻히거나 접혀버렸을 것이다.


 "끙... 에윽."

 

간신히 한 팔로 몸을 뒤틀며 빠져나오긴 했지만 시간이 소비됐다. 곧 도착할 것이다.


 "얼른 도망가야지 덜 귀찮지."


 접혀버린 부위는 어느새 다시 재생되었다. 온전하고도 말끔하게.


 "부술거는 총 8개였나. 그리고 부수기 전에 물어보고 부수라고 했었고."


 낙하의 목적은 하나다. 나라는 존재를 알리면서도 나라는 존재는 누군지 모르도록 하기 위해서.

 충분한 혼란을 주었을테니 한동안 숨어만 있어도 금세 정보는 모일 것이다.



 




 '... 흐음. 이거 역시 내가 오길 잘 했네. 잘못하면 아무것도 모르겠네.'


남자는 이미 연합의 본가로 들어와 복도에서 고서를 살피고 있다.

그런 남자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듯이 전부 지나치고 있다.


 '... 조금 골치 아플 수도 있겠는데. 뭐가 이리 잡다하게 엉커놨어? 딱딱 정해서 사용처를 정해야지. 이렇게 다 얽어놓았으면 한 번에 다 풀려날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기다리던 사람이 모습을 들어냈다. 무늬가 새겨진 순면으로 얼굴을 가리며 뱀의 냄새가 나는 여자.


 '그래. 이제 호구조사 좀 해볼까?'

 

당당하게 뒤를 따라 걷는다. 어짜피 알 리가 없다. 

남자와 사람이 마주친다. 부딪힌다. 그러나 통과해간다.


 '대충 재보면 40시간 후 부터 언제든지 일을 터트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고...'


수 많은 상황들을 상정한다. 그리고 수 많은 죽음들을 목격한다.

수 많은 이유들을 검증한다. 그리고 수 많은 활로들을 제안한다.


 '뭐. 어떻게든 되게 해야지.'


사실 다른 거 말고 여기서 사람들이 더 죽어버려도 문제였다. 지금 자신이 벌려 놓은 일은 단순한 게 아니다.

트리거를 잘못 밟으면 수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죽어나갈 수 있는 게 훤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손해를 최대한 손해를 매꿔야 한다.

남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한 눈을 감아 관측한다.


 '... 음. 아직까지 괜찮은데. 아직은 버틸만 해. 문제는 저쪽에서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일까를 아직 모르겠다는 것인데...'


서로 어느정도 알지만 모른다.

각자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아마 오늘로 각자 부딪힐 것이다. 그 결과를 지금에서 보는 것이 낫다.

최악의 경우에는 게임이 시작되어버릴 시기에 알아채는 상황이다.


 '그때는 늦어.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해.'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최악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나대면 내가 모든 걸 부순다. 선을 잘타야 한다.


 '이건 뭐... 해봤자 연습게임인가. 본 게임은 랜덤인카운터고...'


 


낙일 까지 46시간 전

상공 60,000km 


순조롭게 침식률의 변동이 관측되는 중이다. 문제는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어... 어 저건 좀 위험한데."


화살에 기억을 얽는다. 감정과 암시를 덧씌운다.

노리는 것은 지금 아무것도 모르며 지네같은 침식체로부터 도망가는 꼬맹이다.

그대로 가면 분명 주춤할 것이다.


 "그러니까 멈추지 말고 뛰어라. 안 그러면 후에 사고난다."


곧 교차로에서 마주친다. 셋. 둘. 지금이다.

튀어나오는 1종과 마주치자마자 앞으로 달려나갔다. 조금 강하게 건 감이 없진 않다.


 [뭐 했습니까?]


 "미안. 아무래도 이게 제일 최소한의 개입이었는데..."


 [멈췄습니다.]


 "이것도 안 되나..."


그래도 도망을 갈 것이다. 문제 없겠지. 다른 태스크포스쪽 일이 정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달릴 수만 있으면 된다. 저렇게 말 싸움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뭐하냐... 근처에 있는 녀석들이 없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정신을 빼놓고 있으면 안 돼지."


암담하다. 이걸 어떻게든 캐어해서 뱀을 잡아야 한다고?


 "... 어?"


지네 형태의 침식체가 으스러졌다.

한 사람이 그대로 짓뭉겠다.


 "... 어 시발?"


나유빈이다. 왜 저기에 있지?


 [정상적으로 변동이 검출됩니다.]


 "... 아니 일 났어. 손 떼. 지금 건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수집을 제외하고 중단하겠습니다. 다시 재개할 때 까지 전 잠이나 잡니다.]


 "그래. 참 태평해서 다행이다."




 "... 뭐?"


 [멈추라고. 지금 움직이면 너 머리 날라갈 상황이 나온다.]


 "갑자기 뭔 소리야?"


 [아아. 동감. 지금 움직이면 진짜로 다같이 좆되겠는데?]


 [저쪽에서 움직였어. 사려. 이미 해독샘플들은 충분히 만들어뒀어. 축하한다. 이제 놀고 있어도 되겠네.]


 "아니 시발 여기 놀 것도 없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봉인지 한 가운데다. 여가 활동이라 해봤자 땀내나는 아저씨들의 포커카드 말고 있겠나?


 "적어도 백업하러 오던가 하지?"


 [그건 힘들겠는데.]


 [응. 어짜피 한 12시간만 있다가 다시 일 시킬거야.]              수굶...


 [통신을 머리에 넣지 말라고 미친놈아... 왜 그 아니꼬움을  나한테까지 멘탈에 처박는데...]


수굶....


 "니미..."


아무튼 휴식이라니까. 어디 생매장 당해서 튀어나와야겠네.


 "나도 잘꺼니까 알아서 깨워."


 




낙일 까지 38시간 전

상공 60-6km 낙하 중




 "진짜 너무 갑작스럽네!"


헬기가 추락하는 중이다. 그러니 나도 지금 온 힘을 다해 물리적으로 낙하하고 있다.

멀다. 아직도 거리가 있다. 바닥에 그대로 추락한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닐거다.


 [서두르십시오. 5km 남았습니다. 아 저기는 이제 한 200m 남았네요.]


무슨 철수와 영희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언제 만나는지 구하라는 문제를 읽듯이 대답해준다.

퍽이나 고맙다. 정말로... 


이대로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구해야 할 거?... 젠장 이래서 내가 구급대원을 못 해요. 


시위를 당긴다. 노리는 건 하나다. 둘 다 구한다.

하나는 간접적으로, 하나는 직접적으로

조종석에서 빼내는 것은 힘들다. 그러니 간접적으로 구한다.


한번 더 박찼다. 남은 거리는


 [1.5km, 120m]


한번 더


 [800m, 80m]


시위를 놓고 다시 박찬다.

천근에 맞은 헬기는 그대로 수평을 그리며 힘의 방향을 바꿨다.

다시 화살 두 개를 얽는다. 잠시 생각을 끊어버려야 한다.


 [400m, 78m. 그리고 조금 위험합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살리고 봐야 후회라도 없지.

이 거리 이상이면 보일거다. 지금 쏴야한다.


공간을 뚫고 두 명에게 직격했다.

곧바로 둘 다 충격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문에 가까이 있던 하나 먼저 구한다. 물론 구한다라고 쓰고 들쳐업는다지만.


 [이면세계에서 급부상합니다. 시그니처 타입-]

 

온다. 일 났다.

조종석에 있는 놈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벽면을 발로 차 터트려버린다.


 [2초 후 현실 세계에 도달.]


그대로 밖으로 뛰어내린다. 고도 75m.

다시 박찬다. 적어도 여기 있으면 안 된다.


 1초.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적어도 내 몸을 쿠션삼아 땅에 처박힐 순 있다.

정면으로 땅을 갈아버리며 두 명 다 데리고 착지했다.


 [도달. 이탈하십시오.]


늦었다. 누가 온 거지?


 "... 호오. 이건 또 재밌는 광경이군."


조졌다.


 [.... 통신 끊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지난번에 본 까마귀 아니더냐. 아니 까마귀는 맞나? 아무렴..."


하필이면 지금 마주칠게 뭐더냐. 인생 진짜 좆같네.

몸을 일으킨다. 아니 자세는 상관 없지만 애들이 있다. 휘말리면, 아니 휘말리고 만다.


 "워. 워... 우리 조금 자릴 옮길까요?"


 "호오..."


 "... 씹."


한 손으로 두 놈을 던졌다.

한 놈은 전위니까 쿠션 정도는 해줘도 될 거다.

다른 한 손으로는 날라오는 헬기 잔해를 막아야 했다.

단순히 던져진 잔해에 큰 피해를 입을리도 없지만...


문제는 던진 놈이 단순한 게 아니란 거다.


 "저는 제 목숨으로 러시안 룰렛 할 생각 없거든요...?"


팔이 아프다. 말 그대로 팔이 아프다. 손바닥이나 손목 정도를 생각했지 팔 전체가 아플 줄은 몰랐다.


 "호오. 과연 막긴 하는구나. 철로는 부족한가?"


 "죄송한 말이지만 다이아몬드도 그 힘으로 던지면 부서집니다. 경도와 위력을 다른 개념입니다."


 "허나 그 입은 무엇보다 가볍겠구나."


 "니미럴..."


 "뭐 좋다. 그럼 다른 곳으로 옮겨 볼까?"


 "아뇨. 꼭 그러자는 뜻은 아니였는데..."


 "하핫! 네 놈에게 선택지가 있을 것 같으냐?"


언제나 여유롭게 비웃으면서 웃는 여아는 나를 바라본다.

헬기의 잔해를 던질 때도 그랬다. 편하게 의자에 앉은 채로 던졌다.

그러니 계속 앉아있어주면 좋겠다. 제발.


 "그 성의를 봐서 잠시 놀아주도록 하지! 이거 참 오랜만이군..."


 "죄송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소식을 들어서 말이죠."


 "그럼 좋구나. 괜히 봐줄 필요도 없다는 소리일테니."

 

 "제발 살려달라는 의미였는데. 씨발..."


로자리아 르 프리데. 북의 폭군과 재의 군주가 일어난다.

내가 먼저 튀어야 한다.


 "알아서 전해라. 오늘 내가 죽으면 니 탓이라고."


 "유언치고는 간결하구나."

 

 "세상 참 좆같아서 유언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손가락을 튕긴다. 근처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중간에 튈 수 있을까? 아니 좀 많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어떡하냐. 좀 지나다 보면 알아서 도망가지 않을까?

그렇게 빌 수 밖에 없다. 계속해서 나를 겨누는 총구가 빈 실린더 이기를 바란다.




 "... 뭐?"


 [의무관이 이탈했습니다. 아스모데우스가 참전했습니다.]


 "이런 뭐..."


일복이 제대로 터졌다.


 "야. 깨워. 그리고 더미랑 봉인 장치랑 바꿔치라고 전해." 


해독은 해냈다. 8할이지만 사고는 터지지 않을거다.


 [저는 전달 못해줍니다.]


 "아 씨발... 왜 우리 딸배를 대려가서..."


 [그렇게 부르다가 나중에 진짜로 우주공간에서 입자 날릴 때까지 쳐 맞습니다.]


 "... 깨워. 내가 전달하러 간다."


 [의무관은 어쩌실겁니까?]


 "상성이 좋으니까... 검에만 안 맞으면 즉사는 안 할꺼야...?"


 [알겠습니다. 전술지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니미럴... 제발 살아만 있어라. 많은 건 안 바란다. 안 죽으면 어떻게든 다시 재활하면 된다.

그렇지? 그렇다고 해 제발. 

 



 "... 방금 그건."


숲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나에는 얼어붙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놔준 것이다.


 "주인 어른이 말씀하신 일이..."


 '오랜만에 찾아와서 미안한 말이지만 도움이 필요하네. 물론 대가는 치루겠네.'


위험한 일 수준이 아니다. 확실히 이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보고만 있었다면 위험했다.

사라진 둘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출해야 한다.


 "... 다만 이건 뭐라고 변명을 해야..."


확실한 것은 이 사실을 둘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


 "... 어쩔 수 없군요. 일단은 한 분만 온전히 치료를 끝내야겠습니다."


사실을 밝힐 수 없다면 그들이 사실을 밝히게 두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 방향을 바꾸는 트랩을 준비한다.

사나에는 서둘러서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여기 더 있는 것은 위험했다.

 



 "... 하아. 하아..."


 "호오. 확실히 까마귀 답구나. 피하는 것은 잘하는 군."


그렇지만 그 얼굴에서는 지루함이 묻어나온다. 더럽게 무섭다.


 "요즘 재밌는 거 안 합니까?"

 

 "그렇지. 요즘 통 지루하더구나. 유혹의 함교도 이번 시즌은 끝나버렸고..."


 "덕분에 돌아버리겠네요. 좀 살 구멍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그 잘난 가면부터 벗어보는 것이 어떠하더냐. 왜? 신선함에 재미를 느껴 너를 놓아줄 수 도 있지 않겠느냐?"


 "지랄. 이미 그 생각은 없으면서."


 "하핫! 꽤나 안목은 좋구나. 그러면서도 시키는 것은 잘하는 군. 이거 까마귀가 아니라 개 아닌가?"


 "개는 지랄도 개같네. 안 그래? 내가 속을 못 긁으니까 이러는 것 같냐? 땅딸보야?"


 "도발도 허접하구나..."


 "그래. 그래서 너도 그 꼴인거겠지. 안 그래? 뭐 시발 언제나 지 좆대로 해대는 그새끼도 문제긴 하겠지만 말이야."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거봐 시발 단순하긴 하다니까.


 "재밌구나. 더 입을 털어보거라."


 "왜 자기가 또 병신같이 관계를 쌓은 게 후회돼? 그래도 정이라는 걸 믿었던 자신-"


 "... 더 지껄이지 않고 뭐하더냐."


 "아니 충분한 것 같은데. 원래 네 체형처럼 상상력이 풍부할 나이에는 자기 스스로 그 뒷말을 이어붙이거든."


 "그래. 충분한 것 같구나. 그럼"


공간이 드끓는다.


 "어디 지껄여본 결과나 보자구나."


 "속은 또 존나 좁아요. 애새끼처럼."


에라 모르겠다. 너무 긁었나? 

그래도 차라리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보단 내 앞에서 지금 터지는 폭탄이 나을 것 같다. 

아님 죽는거고.



 "발버둥이나 처봐라. 날벌레." 


 "인생 지랄났네..."




 낙일 까지 34시간 


진짜 웃고 미쳐버릴까. 아예 눈치 안보고 암살자까지 부리네.


 '이거 안 막으면 살아 돌아와도 지랄 당하겠는데.'

 

심지어 떡 하니 암살자가 있는 방문을 연다.

대비조차 안 하면 여기서 모든 계획이 전복된다.


 '안녕. 그러니까 좀 알아채주지 않으렴?'


지금은 차원좌표가 왜곡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기에는 힘들다.

이 상황에서 급소를 건들이면 이상한 기분만 든다. 본능적인 위험만 느껴진다. 이걸 장시간 동안 하면 고문이 되기도 한다.

일단 머리에 손을 집어 넣고 마구잡이로 휘젓는다. 

다행히 졸려 죽을 것은 아닌지. 곧바로 방 안을 경계한다.


 '이럼 되겠지.'


안에 있는 놈들 정돈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사키... 잠시만."


지금에서 다시 신경 써야 하는 건 어떻게 유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나? 부분이다.


 '... 가장 간편한 건 우연찮게 흑막을 들어내는 건데.'


문제는 그 흑막이 너무 중추적이다. 들키는 순간 끝난다. 아마 3개월 뒤에야 일이 터질거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분명하게 희생자가 생긴다.


 '... 차라리 내가 위협을 해주는 게 진전에 도움이 되려나.'


그게 나을 것이다. 양쪽에게 쓸 데 없는 긴장감을 주고 어느 한 쪽에 편애를 해주는 게 좋지.

연합의 본가에서 뛰쳐나왔다. 밑 작업이 필요하다.

 

 "야. 얼마나 바꿔치기 했어?"


 [이제 2개. 2개 남았어. 2개만 한 게 아니라.]


 "잘했어. 나도 2개만 했으면 오늘 진짜 돌아버렸을 것 같았으니까."


 [... 또 뭘 시킬려고.]


 "양 쪽에 덤탱이. 너무 서로 간만 보잖아. 근데 그걸 모른다고. 보고 있으니 답답해 뒤질 것 같다."


 [그래서 뭘 하면 되냐고. 감상은 안 물어봤으니까 조용히 하고.]


 "아직 기다려야지. 자신들의 일이 이상해진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아?"


약속을 이유로 아군의 급습에 죽어야 할 녀석을 살려뒀더니 이렇게라도 써먹을 수 있겠네.

고맙다 토마토 뭐시기.

실패가 계속된다면 안달 날 시간이지.


 "다음 통신까지 일 끝내놓고 쉬어라."




 "스승님? 어디 가십니까?"


 "안 말해줄 거니까 비켜라."


 "으음. 뭐... 뭘 하실지는 알 것 같은데요?"


 "그럼 비켜라. 너랑 잡담할 시간도 아까우니까."


 "글쎄요? 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 아닙니까?"


 "20분 후면 이른 오늘이 될테니까 신경꺼라."


 "같이 가면 안 됩니까?"


기묘한 인상으로 주시윤은 웃으면서 힐데를 바라봤다.


 "...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어이쿠~ 고민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알아 들었으면 꺼져라."


 "흐흥"

 

 "기분 더러워지니까 콧소리도 치워라."


 "예, 예에."


 "... 다시 말하지만 따라올 생각은 접어둬라. 수연이에게 까지 이미 널 붙잡아두라고 해놨으니까."


 "어이쿠... 이게 그 말씀하시던 힘으로 들어내라는 건가요?"


 "그거랑 상관없는 일이다. 이건 내 개인 용무다. 그러니 징그럽게 스토킹이나 하진 마라."


더 잡담은 없다는 듯이 힐데는 복도를 지나갔다.


 "... 사람이란 게 참 그렇죠?"


베일에 가려진 진실이다. 그런 진실을 보기에 위해. 그리고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찡그리며 뜬 주시윤의 안광이 또 하나의 어둑한 복도의 빛이 되었다.


 "괜히 못 먹어도 고! 라는 소리가 있는 게 아니라고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니까 밀항도 어렵다. 하려면 스승과 같은 배를 타야 한다. 그럴 수 있는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찾아내야겠죠. 요즘 전산망이 좋아져서 참 다행이에요."


들키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늦지 않을 순 있다.



 

낙일 까지 18시간 전


 "그래서 불타는 집에서 이런 걸 던지라고?" 


 "정확히는 불탈 집에서. 그 가면을."


 "... 뭔 생각이야?"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지. 의미가 있어도 나는 몰라.

 어떠한 의미도 없는 데 의도적으로 자신에 손에 들어왔다...

 딱 봐도 머리 아파지잖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거야. 그렇지만 관심이 돌아갔다면 충분해."


 "그러니까 이간질? 이게 이간질인가?"


 "모르면 맞아서 배워야지. 라는 거에 더 가깝지."


 "그래서 탈주하고 나면?"


 "...."


 "잠만 설마 알아서 튀라고?"


 "잘 아네. 빠이!"


 "야! 야!!"


허무하게 고함은 숲 속을 흔들었다.

진짜 버려져 버린 여성은 한숨을 쉬며 살 길을 찾는다.

그래도 시간이 있으니 도주로 정도는 찾아둘 만 하다.


 



 '아... 언제 오냐. 빨리 와야 나도 끝내고 도망가지....'

 

숨어드는 것 까지도, 불타는 집 안에서 기다리는 것도 성공했다.

문제는 앞서 일어날 일들이 너무 까마득하다.

 

 '발소리'


타닥 타닥 오두막이 타들어가는 소리 속에서도 뜀박질하는 소리는 잘 들렸다.


 '와라. 이제 가면만 던져 주면-'


우드득. 팍! 파팍!


 "아 쉣... 설마."


기둥에서 들린 소리다. 무너진 균형을 버티지 못 한다.

 

 쾅!


두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쯧-"


빨리 가면을 던지고 집을 안전하게 무너뜨려야 한다.

알아서 받을 거라는 생각에 바라보지도 않고 던졌다.


다른 손에 기둥과 벽면이 닿았다.

살짝 스쳤던 부분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힘과 속도로 밀어붙였다고 하기에는 느릿했다.

그리고 오두막 벽을 짚었다.


우둑 우두둑- 드드득 쾅!


벽이 터졌다. 여성은 여유롭게. 그렇지만 누구보다 다급하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뭐. 이젠 별 일 없겠-'


 [숙이십시오. 2초 안에.]


그냥 바닥을 굴렀다. 들려온 무감각하며 청아한 목소리는 그런 식으로 오버 리액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늦었으면 상반신이 날아갔다. 그 증거로 등이 매우 뜨겁다.


 "씨발... 오늘 일진 좆같네."


 "하하. 걱정마세요. 오늘 이후의 일진이 있을지 생각하시는 게 더 건설적이실테니까요."


 "미안한데 나는 납치극에 관심 없어서. 살인 사건에는 더더욱."


 "걱정마세요. 저도 관심은 없답니다. 그냥 할 뿐이죠."


 "어디서 미친 소리가 들리는데..."


 "그러니 충고하나 하겠습니다."


 "항복."


여성은 더 할 생각도 없이 순순히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왼쪽 손목이 날라갔다.


 "이런 항복이란 걸 모르겠네요?"


누런 갈색 코트를 입은 중년의 남성은 연갈색 머리의 여성을 내려다 본다.

공중에 뜬 채로 연기를 뿜는 블래스터 건을 들어 다시 조준한다.


 "..."


 [10초만 버티십시오.]


 "지랄. 내가 보기엔 딜찍누로 끝나겠는데."


날아갔던 손목이 다시 복구된다. 날아가기 이전의 형태를 되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그건."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유빈이 바라보았다.


 "이거? 누구에게 선물 받았거든. 좀 고가의 선물이지?"


 "... 확실히"


다시 블래스터 건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여성은 피하지도 않았다.


 "죽이기는 고민 되는군요."


 "엄연히 살인이란 말이야?"


 "글쎄요. 적어도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여자의 온 몸에 구멍이 수두룩해졌다. 그러나 다시 복구된다.


 "글쎄? 누군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글쎄요. 전 아니라서요."


 "괜찮아. 10초 지났어."


 "지원군을 믿으시는 겁니까? 글쎄요. 저도 어디가서 질 만한 사람은 아니여서 말이죠."


 "그러게. 나도 이 녀석이 어디가서 싸움으로 이길만한 놈은 아닌 걸 알아서 말이지."


투두두두두-

 

무언가가 강렬히 회전하면서 공기를 밀어내는 소리다. 강렬한 프로펠러의 소리.


 "무인기입-..."


 "... 씨발 미친년아..."


 [공개수배 되기 싫으시다면 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걸 10초 전에 이야기 하라고!"


나유빈과 여성은 동시에 자리를 피했다.

오는 것은 폭탄류나 고화력 무기가 아니다.

가장 빈약할지도 모르는 이동수단이었다. 

소리를 내며 오는 것들 중 선두에 있는 것은신문사 헬기다. 

여기서 신상을 알리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가장 싫은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소방 헬기들도 따라온다.


그 헬기들을 기점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생존해 내었지만 누군가에겐 아니였다.


 [뭐야! 왜 저게 오는 건데! 야! 여기 사유지 아니야?!]


 [요즘 미디어의 힘은 강합니다. 붙은 방이나 보시던 분은 모르실 일이죠.]


 [아니 저걸 왜 여기로 끌고 오냐고 미친년아!]


 "오늘 만큼은 저 소리에 동감한다..."


진짜로 위험했다. 신상이 팔리는 순간 겉잡을 수 없이 귀찮아진다.

물론 살았으니 별 다른 말은 안하겠지만




낙일 까지 8시간 전


 '서고에 책 순서를 섞고... 이게 위로, 그리고 이걸 아래에

 여긴 접은 흔적을 

 이건 문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남성은 남의 집 가보와 재산을 훼손하고 있다.

서고에 그가 혼자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행동하고 있는 것은 그 혼자였다.


 "... 당신같은 존재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군."


가면속에 흉함을 숨긴 노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별거 아니야. 이제부터 너희의 가치가 없으니까."


그렇게 다시 서적을 의미심장하게 보이도록 꽂아두곤 다시 다른 책을 펼쳤다.


 "언제부터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지?"


 "글쎄... 한 음, 5일 전?"


 "5일만에 우리 계획과 박살낼 방법을 찾았다는 건가..."


 "글쎄다. 5일이라고 해도 나만 이걸 노렸던 건 아니니까. 일종의 숟가락 얹기랄까?"


 "왜 우리를 살려두는 거지?"


 "죽이지는 않겠다고 협상했으니까. 이것마저 안 지키면 나도 뒷감당이 안된다고~"


서적을 다시 선반에 꽂아 넣고는 그대로 장로와 그의 인사들에게 돌아섰다.

하바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어떠한 입막음도 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오직 눈꺼풀과 눈동자와 심장과 허파가 움직임을 허가 받았다.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의 대변자인 하바키만이 입을 열 수 있었다.

 

 "자. 이제 협상 타임일까?"


 "웃기는 군. 모든 것을 착취할 수 있으면 협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지."


 "그런가? 그럼 뭐를 내주고 살아볼래?"


 "내가 가진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을 것 같군."


 "뭐... 하긴 그렇지?"


남자는 낡은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몇 번?"


그렇게 물으면서 실린더를 손으로 밀며 돌린다.


 "죽일 생각이 없다고 했지 않았나?"


 "뭐 총에 맞는다고 죽지는 안잖아?"


 "... 그냥 쏘게."


 "그래."


철컥-


 "운이 좋네. 빨리 튀어."


하바키는 자신에게 향한 총구를 보며 느꼈다.


 '애초에 빈 실린더였군.'


 "아. 물론 나가자마자 쓸 데 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알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동공 대신 탄피가 몸에 자리잡길 원하면 그래도 좋고."


 "그러도록 하지."


그들은 방을 나섰다. 그것조차 그들의 의지가 아니였지만 중요한 게 아니였다. 어서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만 남았나?"

 

남자도 방을 나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카토리 마사키가 방에 들어왔다.


 "후, 역시 있었군. 아무래도 해결할 방법은 여기 있겠지." 


 "이곳에서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나나하라 당주님을 말려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닙니까?"

 

 "별거 없지. 다만 모든 게 있을 뿐."


 "죄송하지만 평범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카토리 당주."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할 수 있는 게 없을 뿐이야."


 "... 꼭 제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게 말씀하시는군요."


 "그래. 성격 뒤지게 꼬여있는 녀석이겠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며 눈에 띄는 서적 하나를 잡아 꺼냈다.

그것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서랍에 꽂은 서적이었다.



낙일 까지 4시간 전


 "아직도 팔팔하게 잘 날아다니는 구나."


 "시발. 그럼 맞아도 멀쩡한 걸 쓰시던가. 변함없이 되게 귀찮은 스타일이네. 하긴 그러니까-"


공간이 잿더미들로 치환되었다.


 "입 좀 털었다고 눈 돌아가는 거. 스스로 생각해도 처량하지 않아?"


 "그럼 좀 닥치거라."


 "어짜피 슬슬 아무 감흥 없잖아? 그냥 관성대로 흘러가는 것 뿐이지."


 "... 네놈도 쓸 데 없이 눈만 좋구나."


 "원래 수색대는 눈이라도 좋아야 하는 거야."


 "말이나 못하면. 그러는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자살작전까지 강행했더냐?"


  "오... 이번엔 반격이야?"


 "네 애비처럼 나도 어디 한번 차원 저편으로 날려보지 그러더냐."


 "엿 드세요. 나도 딸려가서 니 시다바리 할 이유는 없으니까."


주변은 오래전에 초토화 되었다.


 "이제 슬슬 아침 아닌가?"


 "새벽이다. 하긴 하루 이상 외박이면 오래도 놀았군."


 "좋겠네 백수라. 나는 하루 이상 땡땡이치면 짤리고 싶어 안달난 놈인데 말이야."


 "웃기는 구나. 너는 노예다. 사람 같이 구려 하는구나."


"웃지 못할 진담이네. 제기랄..."


 "... 그렇군. 모르는 건가? 하하핫! 예상치 못한 재미가 있었구나...

 과연... 이후에가 기대될 프리퀄이였다니. 꽤나 재밌는 구석이 있는 부외자였구나! 마음에 들어... 마음에-"


로자리아는 혼자서 폭소하더니 갑자기 그대로 굳었다.


 "호오? 이번 건 놓칠 수 없지... 이건 라이브로 보지 않으면 두고 두고 후회하겠는데?"


그렇게 그녀는 맥락 없이 등장하던 그대로 맥락 없이 퇴장했다.

적어도 김철수는 그렇게 느꼈다.


 "시발... 살았네... 얼마나 지난거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정말로 죽을 뻔 했던 적이 수도 없었다.

스스로 어이없는 것은 헤일로를 꺼내지도 않았다는 거다. 

몇 시간 동안 봐주면서 놀아난 것일까?


 [대략 30시간 입니다. 이제 빨리 복귀하시죠.]


 "니미럴... 쉴 시간이 없어요."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습니다만 구출이 필요합니다.]


 "... 나 지쳤는데?"


 [늙은이도 이미 발이 묶였습니다. 못 움직입니다.]


 "... 방금?"


 [방금.]


 "...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왜 사라진 건지 알 것 같았다. 오늘 산 넘어 산이네. 이제 등산을 할 사람은 내가 아니란 것 뿐이었다.


 "어딨어?"


 [공항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간신히 여론전으로 대피시키는 했습니다만, 따라 붙을겁니다.]


 "그래. 알아서 처리할게"


충분할꺼다. 이 이상 위험한 게 있을 리 없다.


라고 생각했던게 3분 전이었다.


현실에 조용하게 돌아오자 마자 느껴지는 건 뱀의 냄새였다.

문제는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닌 하늘에서 느껴진다.


 "... 이거 설마."


비행기 한 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니미럴. 저 새끼는 왜 와?!"


 [문제 있습니까?]


 "빨리 항공편 잡아. 이륙하는 걸로!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좆됐다. 하필 지금, 그것도 여기에 오고 있었다. 일은 아니다. 발키리가 그 녀석을 여기에 끌고 올 리가 없다.

엄연하게는 무관계하지만 무관계하지 않다. 인과란 그런 것이다.


 "돌아버리겠네. 좀 더 숨어있어보라고 해."


주시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온 거냐...


 




 "흐흠... 지금 이 난리인데, 여기에 도착하신 건 난리가 난 이후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은 맞는 것 같았다. 스승님이 폭주할 때까지 방치할 사람은 아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랬으면 이미 사건은 그녀가 도착한 시간에 끝났을 거다.


 "... 정말 이건 순수하게 궁금해지네요."


 "궁금해 하지마라. 고개 돌리고 돌아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꽤나 단호해진 목소리였다.


 "... 어라라? 광대씨?"


어째서 그가 있는가. 그렇지만 이상하진 않았다. 그도 자신과 같이, 아니 엄연히 보자면 스승님에 가깝다고 느껴졌으니까.

위화감은 없었다. 있다면 그가 나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다.


 "당신도 여기있었나요? 하하하. 오늘 같이 어수선 한 날에 휴가는 참 안 좋은 곳으로 왔군요. 아! 아니면 일 중이신가요? 확실히 여기는 다친 사람이 많겠군요."


"돌아가라. 네가 뭘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는지에 관심 없어."


 "호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투네요. 제가 알기로 흑막에 재능은 없어 보였는데 말이죠?"


 "소대장이 알고 있기는 한 거냐? 걸리면 이건 좀 많이 깨질 일이다."

 

 "..."


 "모르는군. 빨리 가라. 꼰지르지는 않을테니까."


 "어우~ 이거 안심했습니다. 당신이 흑막은 아니란 걸 확신했거든요."


 "뭔 소린지 모르겠으니까 돌아가라."


 "스승님이 여기 계시거든요."


김철수는 미간을 찌뿌릴 정도로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다. 이거 재밌다.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끼지만 그것이 나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다.


 "하아... 위장약 가져올 걸. 그냥 돌아가라."


 "어이쿠~ 그럴 수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이런 말을 했거든요.

 꼬우면 힘으로 알아내보라-"

 "그럼 이제 아가리 닥치고 돌아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잡히는 시야에 어느 순간 그늘진 그의 안면만 잡혔다.

몸이 떨리는 것 조차 거부했다. 그런 틈을 보이면 그 순간 잡아먹힌다.


 "티켓. 시간은 1시간 후. 회사로 돌아가서 잠이나 쳐자."


익숙한 말투다. 정확하게는 익숙한 분위기다. 단순한 문장. 그러면서 구체적인 단어.


 "... 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개구리 앞에 나타난 뱀 같았다. 의식은 멀쩡했다.

그러나 본능이 나를 압도했다. 알고 있는 기술이다. 나와는 다른 방식의 언령이다.

나와는 다르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게 더 무섭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손에 쥐어진 티켓을 들고 비행기에 타, 회사로 돌아가 탕비실에서 몸을 눕혔다.

마치 가위에 눌리는 듯한 기분이다. 의식은 있는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거 참... 손에 들어온 게 있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고 해야할 지...'




 "이제 4시간 남았나. 4시간 후까지 이젠 사고가 안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남자는 그렇게 숲 속에서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를 땅에 박아넣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살아있다고 쳐야 하나? 그림자라고 하기에 조금은 애매한데. 침식체?'


오염된 사념은 뭐에 분류되는 것이 맞을까?


 "어찌하여 이곳에 발을 들이셨습니까. 이곳은 당신이 올 곳이 아닙니다."


 "글쎄. 원래 힘이 있으면 깽판도 쉽게 치거든."


 "틀린 말은 아니지요. 힘이 있다면 굴레도 부술 수 있었을테니까요."

 

 "물론 나는 그 정도의 힘은 없고."


 "그래. 잘 됐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했었다.


 "... 너가 왜 거기서 나와?"


 "정해라. 경계 바깥에서 온 괴물."


발키리의 한 자루의 검이 빛나며 그녀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헤일로가 형성되었다.


 "어어.. 진정해라. 여기서 싸우면 사람들 휘말린다!"


 "네놈을 이 세계에 방치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겠지."


 "야! 야! 대화! 대화를 하자!"


시발? 진짜로 4시간은 커녕 4분을 못 버티고 사고가 터졌다.

그리고 그녀가 택한 첫 마디는 명령조였다.


 "몇 번째에 썰려 죽고 싶으냐."


 "0번! 대화를 하자-!"


남자도 다급하게 20m를 백스텝을 밟았다. 그러고도 상반신이 두 동강 났다.


 "폭력 반대!"


 "입 열지 마라."


무감각한 눈으로 계속해서 쫒아온다.

등 줄기에 소름이 계속해서 돋는다. 지금 저 한마디 하는 사이에 자신이 세 조각으로 세 번 더 쪼개졌다.

물론 그걸로 죽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에 올 공격에 죽지 않을지는 모른다.


 "우리 5시간만 있다가 싸우지 않을래?!"


 "이번에는 주둥이가 길구나."


 "판사님! 저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존재 자체가 해악이다."


 "부정은! 못 하겠는데! 좀 멈추고! 말이라도 하자고!"


슬슬 조건이 쌓인 것 같았다. 검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인과가 쌓여간다.

이제는 맞으면 위험하다. 


 "너가 여기서 난리치면 더 큰일 나는거 모르냐! 어! 이거 무고죄야!!"


"덕분에 빠르게 정리할 이유를 찾았군."


 "살려줘! 아직 해결 못한 폭탄을 제거하지 못 했어!"


순간 그녀의 검이 멈췄다. 이제야 말을-

 

그리고 검로가 내가 있던 공간을 매워오려 한다.

 

 "멈춘 이유가 기술에 선딜이 있어서 그랬구나. 옘병..."


싸울 이유가 없다. 해봤자 결과적으로 내가 손해다. 이게 때려도 손해만 있는 싸움을 왜 하냐고.

안 하면 죽는다는 이유를 만들어버렸으니 내 책임 아니다.


허공에서 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단 한번 검을 휘둘렀다.


 챙!


 "... 우리 꼭 힘을 써야 대화를 할 수 있나요? 네 정신 연령은 쇠약해진 육체를 따라가니?"


셀 수 없던 검의 환영이 전부 사라지며 서로의 검만이 검신을 맞댄 채 남았다.


 "막았군."


 "아..."


맞다. 검 한자루지. 그걸 깨닳은 것은 너무 늦었다.

내 등으로 나무와 잔디를 빗자루 쓸 듯이 정리해줬다.


 "살았군."


 "시발. 무슨 원펀치가..."


검이었으면 뒤졌다. 아무리 사정해봐도 봐줄 생각이 없다.

그 증명이 눈 앞에 날라오는 미친년이다. 대화가 안 통해.


다시 한번 검으로 검을 막는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손목을 타고 찌릿함이 느껴진다.

 

다음은 주먹과 발이다. 어떻게 두 개가 동시에 날라오는 지 모르겠다.


팔꿈치로 정강이를 찍으며 손목을 잡아 업어쳤다.


나무가 박살나고 다시 나를 향해 날라온다. 그새 방향을 바꿔 나무를 박찼나 보다.


검신이 빛에 휩싸여 길어진다.


 "니미... "


문제는 길이다. 얼핏 10m. 질량은 추가 안 됐는지 나를 향해 뻗어오는 속도가 똑같다.


챙- 챙-


계속해서 소리가 점차 빨라지며 시끄러워진다.

 

 "그거 아시나요? 오밤중에 소음은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되는 현 세대입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니 안타깝군. 조금 더-"


지랄났다. 이게 여유란다. 나는 사정사정해서 비는 건데.

입을 여는 건 여유가 아니라 다급함인데.


 "저희, 제네바 협약 같은 건 없나요?"


 "사람과 사람이 쓰는 거지 우리가 쓰는 건 있을 필요가 없지."


 "계속 대답은 해주는 거 보면 우리 화해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일단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사과할게요?"


 "꽤나 사람같이 구는구나. 그래봤자-"


 "사람처럼 욕해줘? 이건 성자처럼 행동하는 거지! 지금 몇 번이나 나는 온건하게 대했는데!!"


아 열이 뻗쳐서 못 참았다. 일은 벌려놓고 생각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지금 발언으로 일로 끝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 같다.


문제는 저기도 똑같다는 거다. 이 정도면 자연 발화 아닐까 싶다.


 "옘병할... 좀 인생 이지모드 없냐?"


20조각이 났다. 이건 미래의 일이다. 조졌다.


 "씹-"


말을 내뱉자 마자 육체에서 체엑이 튀며 분할된다. 그리고 검이 휘둘러진다. 

시간과 인과를 바꿨다. 조졌다. 다음은 죽는다는 결과만 남게 생겼다.

실제로 이번 건 육체만 베인 게 아니다. 거의 모든 방어들이 베어나가졌다. 꼼수가 전부 차단되었다.


 "야! 좀 구해줘 봐!! 이거 미친년이야악!!!"


 검이 머리로 날라온다. 나도 인과를 비틀었다. 피해야 한다. 괜히 큰 일 안 벌이고 싶어서 가만히 있고 싶었다. 향후를 위해 패를 숨기기엔 역시나 너무 강하다.


검이 나를 찔렀다. 동시에 그녀는 당황하고 나는 안도했다.

일단 카드 하나가 찢어졌다.


 "... 설마."


 "원래 탱커한테 어그로가 가야지. 나한테 오면 안되거든."


미안하다. 오밤길에 칼빵맞은 기분이겠지만 너라면 살거다. 


검이 다시 빠져나와 사라졌다. 차원을 넘어서 온다.

두 번째 카드도 써버렸다.

그녀가 휘두르는 것을 멈췄을 때에는 검이 불타고 있었다.


 "... 아스모데우스. 그 년이 기어코 일을 쳤군."


 "나도 고맙더라. 인사로 불길에 처박아서 좀 귀한 걸 건졌지."


한 동안 저 검은 쓰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고유무장인 만큼 부술 수는 없지만 저 상태로는 기능을 거의 잃어버렸을 거다.


 "자.. 이제 딜찍누가 안되니까 서로 이야기를-"


 "레긴. 파프닐."


 "씨발. 좀 대화를 하자고!"


차라리 아스모데우스가 말이 더 통할 것 같다. 내가 살다 살다 이딴 미친년은 처음보네.


 "호오. 과연 그때 순순히 맞아주던 게 이런 일이었나?"


 "어 씨발..."


그렇다고 오라는 소리는 아니 였는데. 


 "어... 어?"


 "왜 그러느냐.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느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좀 새로운 반응 좀 보여주거라."


뭐야. 그 새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인과를 떠넘겼다고 죽어버릴 요소가 되지는 못 한다. 죽었다면 그건 자연사지.


 "아... 그러고보니 그 날벌레... 그 녀석이랑 같이 다녔었지?"


 "오늘 나 초상인가? 진짜 싫은데."


 "난 낄 생각이 없으니 알아서 하거라. 재밌는 것을 보여줬으니 숨 돌린 틈 정도는 도와줘도 되겠지."


 "여기는 콜로세움이 아니에요. 이 미친년들아..."


나도 투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싸우면 안된다. 이제는 이란 것도 웃기다. 원래 여기서 싸우면 안 된다.


 "차라리 그랬으면 재미라도 있었지. 이번 녀석은 영... 투지가 없더군."


그야 그렇겠지. 상대를 봐가면서 싸우는 데 누가 너네와 싸워. 

 

 "뭐. 그런 녀석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


 "역시. 넌 알고 있었군. 본인은 모르는 것 같은데... 꽤나 재밌어질 것 같지 않나?"


... 이거 잘못하면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할지 모른다. 적어도 2년은 활동 불가하게


 "잡담 끝났으면 꺼져라. 아스모데우스."


 "흐흥... 글쎄 과연 더 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나."


"딜? 일단 저 녀석부터 죽이자."


"재밌구나. 껴달라고 부탁할 줄이야."


 "둘 다 덤벼라. 알아서 조각내주지."


삼파전이다. 나도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는다. 위험한 진실을 알아차렸다. 

어떻게든 가리고 숨겼는데, 관심이 있는 장본인들 조차 떼어 놨는데 갑자기 다른데 필요없는 관심이 생겼다.


 "지랄도 개지랄이 없는 하루네. 진짜-"


검을 휘둘렀다. 셋이 동시에 움직였다. 첫 수의 우세는 아스모데우스다.

그냥 양손으로 검을 들고 찍어 누른다.

다음은 발키리. 그걸 테그닉으로 단숨에 맞부딪힌다. 

그리고 다음은 없다.


 "병신들. 하란다고 진짜 하네."


나는 그대로 일대의 차원을 허물고 계면을 임시로 쌓아 막았다. 임시다. 무조건 1년 내에 다시 터진다. 1년의 유예와 저 둘을 어딘가에 버려 두는 것만 해도 이득이다. 이대로 싸우면 침식이고 뭐고 다 작살난다.


 "... 이새끼는 매는 먼저 맞자니까 매로 언월도 들고 목을 치려하네."


아마 나를 만나고 난 후의 행동은 독단일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들만 아니면 정말로 좋은 패일거다.


 "일단 몰라... 나도 지친다."


봉인에도 영향이 갔을거다. 아마 지금부터 전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제 구실은 하지 못 할거다.


 [축하합니다. 무사히 살아남았군요.]


 "그래... 그리고 살아있지?"


 "그래 이 개자식아. 중간에 오다가 칼빵만 안 맞았으면 정말로 좋았겠지만."


 "하하하! 돈 프라블럼. 내가 맞은 게 아니니까!"


 "왜 이딴 걸...."


 "아.... 어..."



 "싸우다가 전두엽이 타버리기라도 했냐? 뭐 갑자기 소리만 뱉어?"


 "폭탄 터졌다. 수고. 해결하러 떠난다."


왜? 에? 아니 왜 지금? 하필?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았는데?




낙일 이후 26시간.


 "당주님. 서적 복원 작업이 막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이제 어느 정도 사고의 피해를 넘어섰구나..."


 "기분탓이지만. 왠지 알고 있던 사실을 들으신 반응 같습니다."


 "으응. 알고 있던 건 아니지만 알게 된 것들 중 하나야."


 "알게 된 것 중 하나요?"


지금의 나는 카운터 능력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잃었다.

건강도 쇠약해졌지만, 가장 큰 바람의 소리와 무녀로서의 능력을 잃게 되었다.

천총운검의 신력도 전부 사라져버렸다.

그걸 대가로 얻게 된 것은 오로치의 자발적인 봉인... 자발적인지 잘 모르긴 하지만 봉인은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의 미래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벌어질 일들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


 "...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란다. 바람이 알려주고 간 거야."


말 그대로 가버렸다. 이제는 듣지 못하게 되었다. 과연 이 문제는 괜찮은 것이 맞는가.

오로지 내가 기억하는 사실에 기반하여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미래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안다. 그러니 내가 본 것은 하나만 남은 참고할 자료.

그 이후로 내 말 하나에 실린 무게가 더욱 더 무거워졌음을 느끼게 되었다.


 "치후유."


 "... 네. 언니. 조금 추우신가요?"


 "... 아니.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


나는 이후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하나에 충실해야 한다.

언젠가 헤어질 날을 위해서, 그 날을 내가 제어할 수 있기 위해서.

 



 "하하. 스승님. 꼭 꼴이 물에 빠진 실험실 쥐같습니다."

 "그런가요? 저도 똑같은 생각이었는데요."


힐데는 지금 빡침이 두 배로 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조용히 해라."


 "어이쿠~ 이러다가 한 대 맞겠어요?"

 "그렇군요. 저도 버려진 스승님에게 맞고 버틸 자신은 없는데요?"


 "아 씨발..."


 "하하.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어린 제자 앞에서 욕을 하시면 안되죠."

 "이거 아무래도 밤에 생각이 나서 트라우마가 될 것 같은데요? 사내보험으로 처리 되려나요. 스승님?"


 "씨발..."


이면 세계에 유기 되어 버려진 자신을 구하러 온 함선에서 차라리 유기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하."

 "하하하."


 "제발 쌍으로 나가 뒤져주렴."

 

 " "스승님처럼요?" "


그날 그 셋은 결국 다른 함선을 타고 현실로 복귀했다.





 "... 그래. 이걸 좀 보니 응어리가 풀린다. 좀만 더 줘패지..."


 "그렇습니까?"


 "그래. 30시간 이상 불에 구워지고 칼침 맞아보면 이해할 거다. 덤으로 가지고 놀아진다는 기분도."

 

 "저는 이제 하나 더 터질 것 같습니다."


 "... 알고 있는데 조용히 지나가면 안되겠냐?"


갑자기 자리를 비웠다. 분명 또 어디서 사고 터질 걸 지켜보다가 간거다.

9할 9푼으로 나에게 일이 생긴다.


 "모르시는 것 같아서 복기시켜드렸습니다."


 ".... 아 짜증난다. 자고 싶어지는 데 잘 시간도 없네."


마음 속 안부터 밀려오는 주옥같은 감상에 헛 웃음만 나온다.


 "제가 듣기로 원래 이게 일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야. 틀린 말은."


 "그럼 맞는 말은 뭡니까."


 "우리가 언제 싸우고 싶어서 싸우냐. 물렸으니까 떼어놓으려고 싸우지. 힘과 세력 차이가 나는데 물지 않아.

 아무리 게임의 서포트가 없다고 해도 만만한 놈들이 없고."


 "그래서 매번 튀어 다닌 겁니까?"

 

 "운 좋으면... 뭐 의식이 있는 침식체들도 보고."


 "대부분 죽었고요."


 "..."


 "그럼-"


통신이 왔다. 아 젠장. 머리가 아프다. 웃음만 흘러나온다.


 "축하합니다. 일거리가 느셨군요. 거의 이 정도면 어떠한 소도 당신에게 고개를 못 들겁니다."


 "내가 고개를 들고 일 안하면 안되냐?"


물론 안된다. 안 하면 안되는 일이다.

 

 "바로 출발하시죠."


 사고 쳤다. 사람 하나 다침. 수구.


 "씨이이발! 내가 언젠가 담판을 짓고 만다..."


 "잘 다녀오십시오. 오실 때 보급 물자 좀 부탁합니다."


이 대화가 너무 익숙하다는 게 싫다. 물어보지 말아줘. 다시 떠올리기 싫어...




 "그래서 무슨 일인..."


멀쩡한 남녀, 그리고 딱 봐도 죽어가는 여성.


문제는 멀쩡한 새끼들이다.


 "어..."


손가락으로 멀쩡한 여자를 가리켰다.

은발에 단안경을 쓰고 매우 사나워진 인상인 여자.

코트의 그림자 사이로 뭔가 들리면 안되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아. 안 싸워. 괜찮아."


 "... 하?"


 "닥치고 빨리 치료나 하시죠. 결과의 끝은 그걸로 결정일테니까요."


말 하나 하나에 감정이 실려있다. 

와... 이런 감정도 있던 놈이구나... 그럼 시발 나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하도 감정 쓰레기통이 되다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난다.


 "... 그래. 근데 다짜고짜 불러서 뭐 하라고. 도구도 재료도 없는데."


 "도구. 재료."


 "뭐가 필요합니까."


내가 뭔 말을 못하겠네.


 "좀만 진정하고 나가있어. 일단 상황부터..."


볼 것도 없다. 이건 균형을 잃었다. 안정기까지 돌아올 힘이 없다.


 "어... 야?"


 "쇠약사 할 것 같지?"


알면 시발, 이걸 어떻게 살리라고.


 "들었지? 얘도 똑같은 의견이잖아."


 "..."


너 제발 아가리 좀 닥쳐! 여기서 빡돌면 환자 하나 들고 튀기도 힘들다고!


 "빨리? 나는 방법도 알려줬어. 선택은 네가 하는 거지."


까드득 카득 까드드듣그

우득 우드드득


 "어. 젠장."


수 많은 화살을 만들고 시위를 미리 당겨둔다. 이거 싸운다.


 "... 못 살려낸다면 각오하시는 게 좋을겁니다."


 "괜찮아.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아. 네가 제대로만 해준다면 말이야. 가이그셰블라."


진짜 죽이게 생겼다. 와 지금 공간이 꿈틀거린다. 바로 아래에 언제든지 찢고 눌러 죽이고 싶은 걸 참고 있는게 느껴진다.


 "워.. 워.. 저놈은 뒤져도 되는데 나는 아니니까. 진정하자고."


그녀의 코트의 그림자에서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에 끼어져 앰플이 튀어나왔다.


 "여깄습니다. 빨리 하시죠. 만약..."


 "내가 못 살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 받은 것도 진짜 오랜만인데..."


 "옛날 생각나냐? 참 좋았을 때 였을거야."


아니. 자해 공갈을 수반한 위협이었다. 거기서 다치면 제압하고 바로 다시 살려야 했다. 진짜 아찔한 상황이었다. 나보고 탱킹과 힐링을 요구했다. 그 때부터 였나? 내 인생에 탱킹과 힐링을 주요 업무가 된 게...


 "그래서 이름이 뭔데? 적어도 우리, 병력이랑 인적사항 정도는 알고 갑시다. 이 앰플이 뭔지도."


 "설명해줘. 나는 잘 모르거든."


이 새끼가 기고만장해져 있으니 나도 화가 난다. 치료 끝나고 같이 팰까?


 "... 이름은 레지나 맥크레디. 그 앰플은 마도서의 해독본입니다."


 ".... 아니 장난해? 그걸로 뭘 하라고? 설명도 들은 게 없는데?"


 "이걸로 못 알아처듣는 무지한 자에게 설명까지 해야하고. 그 시간도 소비해야 하는 게 정말로-"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소독약이랑 세척액만 남기고 둘 다 꺼져!"


진짜로 죽이려 들었다. 대체 누구길래. 아니 뭐길래 이렇게까지 날뛰어? 

아니지. 왜 저렇게 강제로 차분해지는거지?


 "... 에라 모르겠다. 일단 살리고 생각해보자고."


내부의 균형이 무너졌다.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날뛰고 있네. 한 번에 힘을 강제로 끌어내진 것 같은데.

이러면 힘을 억누르고 약품으로 신체의 재활성화가 필요하다.


 "대충 내부 출혈만 잡으면 되나?"


혈액팩 정도야 부탁하면... 아 사람에게서 뽑아오겠구나. 하아...

 

 "응급으로 내 피나 뽑아야겠다."

 

혈액 정도로 감염이나 침식이 일어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러지 않게 하려고 배운 기술이다.

손에 화살을 쏴서 구멍을 뚫는다. 당연하게도 피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걸 재조립 한다. 좋은 기술은 맞다. 솔리키타티오가 준 지식이지만 기술에 어디 잘못이 있겠는가. 내가 잘 써야 문제가 없는거지.


 "대충 혈액은 해결되었고."


어시없이 배나 가슴을 여는 건 익숙하기는 한데...


 "이거 열면 체온이랑 다 유지 안 돼서 뒤지겠는데..."


너무 차갑다. 괴사한 부분도 있을거다. 체온부터 해결해야겠네.


 "... 그래서 이걸 준 건가? 그래서 뭐야 이건..."


앰플에 친절하게 이름을 써 놓긴 했는데... 솔라 코덱스? 뭔데 이건. 자양강장제?


 "몰라. 일단 내 몸에 꽂고 재생산해야겠네. 오래 안걸리면 다행이겠는데."


입을 벌려 앰플에 구멍을 뚜껑을 뚫고 이해한다.

점차 지식이 들어온다. 그리고 반응도 관찰한다.


 "... 어 씹."


손에서 불이 피어오른다. 어떤 캐릭터가 생각났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 미친년아! 이걸!"


극독이다. 지식을 함부로 이해하다간 몸이 불타버린다. 

이걸 준 이유도 알긴 한다. 이거 내가 필터링해서 전해줄 것만 전해주라고?

돌아버린 새끼들...


 "2분이면 된다."


불타는 손을 입에 물리며 가만히 있었다. 

내가 살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살리고 난 다음을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슨 사고를 쳤길래 가아그셰블라가 얽혀 있는거야.


2분이 지났다. 대충 방법은 안다. 

괴사된 부분을 절제하고 피와 동시에 정제한 지식을 넘겨준다. 어렵진 않을거다.

그래서 왜 이 사단이 난거냐고.

누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다음 편: 스트레가의 지하는 어떤 곳일까


요즘 글 쓰는 게 어렵다. 시각적으로 편하고 구분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중인데 잘 안되는 것 같아 자괴감 드네.

이번 글은 잘 쓴거지 모르겠다. 카사가 어반판타지를 내걸었으니 그에 맞게 어반 판타지스럽게 연출을 해보려 한 건데 내가 장르를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암투극 뒷사정풀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가 팀 업에 뭔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정보가 적어서 상상과 추론으로 때워야 한다.

 해석 오류가 있어도 이해 좀 해줘. 

그래서 언제 스트레가 이벤트 나오냐고.

스비 빨리 재오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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