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1Gbly-bc1yE




(마우스 오른쪽 눌러서 반복 - 틀어줬으면 좋겠음..)


(PREVIOUS): https://arca.live/b/counterside/72486699




 내장이 터져버렸다.

 다리가 움직이지도,

 상처가 회복되지도,

 죽음이 멈춰지지도,

 더이상 희망조차도.


 아니….


 희망이란, 있다.


 저들에게 걸었었던 모든 것을….


 그렇게 타천사는 다시금 날아올랐다. 강철의 날개를 피고서,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좋아, 그대로 대적자를 향해서 치솟아올라. 그대로 그녀를 안고서 빔을 피했다.


 "호오… 살았는가, 브륜힐데."


 다시금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하는 마신. 그리고, 놀란 눈으로 보는 로자리아.


 "뭐야…?"

 "……."

 "늦었잖아, 바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대적자였다. 그것은 안도감일까, 고취감일까. 하지만 그녀를 제대로 본 로자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잠깐… 힐데, 지금 네 몸이…!"


 "…나는 됬다. 미안하지만… 부탁을 해도 되겠나?"


 죽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속삭였다. 마신 오딘에게 들리지 않게 일부러 작게 말하는 게 아니다.


 "뭔데?"

 "잠시… 버텨다오."

 "…그래."


 로자리아는 힐데에게서 떨어져 검을 다시금 기운차게 뽑으며 외쳤다. "버티는 게 어렵나? 너한테는 어렵겠지! 대적자에게 맡기거라, 바니르의 최고관리자 브륜힐데!"


 "수연이도…."

 "응?"

 "수연이도 붙여주지. 혼자… 혼자서는 힘들 거다. 그러니까…."


 "필요 없어! 아니, 정말! 야!"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눈이 좋지 않은 로자리아도 갑자기 떨어져버린 힐데가 어디로 향한지 몰라서 딴데를 보고 외쳤다. 그러한 둘을 보고선 다시 묵묵히 손을 흔들어서 바이킹과 발키리의 진군을 명령하는 마신 오딘. 좀스바이킹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하나 둘 계속 부숴지는 기갑전력. 전투기는 모두 잃었었고, 양산형 타이탄도 거의 전부 격추됬다.


 '앞으로 오 분 정도만… 남아있구나.'


 그렇게 된다면 강철의 날개도 꺼져, 불구가 된 다리론 아무것도 하질 못할테다. 그렇지만 상관 없다. 힐데는 여태껏 계속해 정예 발키리들을 방해하고 싸워왔었던 제자, 이수연에게 다가갔었다.


 "스승님?"

 "…………."

 "저기, 갑자기 왜 오셔서…?"


 그러자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으로, 기계에 의해서 볼륨을 키운 목소리가 들리었다. "아아… 들리지가 않았었니? 미안하다… 나도 이젠 늙었구나."


 "……."

 "대적자가… 혼자서는 오딘에게 맞서지를 못해. 가서… 도와주렴."

 "도대체 저 바보가, 내가 도와준다고 했더니 거절하고는 결국 이렇게…!"


 그리고 힐데가 조용히 말했다. "수연아."


 "네?"

 "……미안하다. 너를 좀 더 아껴주고 싶었는데, 어리광을 받아주면 좋지 않다 생각했었지."


 하지만 머뭇거리며 대답을 고르려고 하던 이수연은, 단지 고개를 털며 미소 짓곤 떠났었다. 마치 그 시절, 구관리국의 어린 소녀하고 겹쳐보이던 것은 왜였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남겨진 힐데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어리광은 내가 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비틀거리던 힐데는 그대로 망가진 기계처럼 날았다. 저쪽, 시윤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엔터프라이즈는 이미 중파 상태, 마리아의 명령으로 함과 실비아를 지키라고 들은 카일은 계속 침입하는 발키리를 막으려고 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힐데는 늦었다. 모두가 늦었다. 함교까지 쇄도하는 적을 막지 못해, 눈 앞에서 저항하던 실비아도 죽었던 걸 보는 힐데하고 카일이다.


 "카일이라도 살리지 않으면… 지휘체계가 무너지게 되어진다."


 그렇게 중얼거린 힐데는 레긴과 파프닐을 들어서 그대로 깨버리며 달려가 팔에 업으며 바깥으로 나왔다. "지금 뭐하고 있나? 아까… 후퇴하여 재정비를 하라고… 수연이 시키지 않았나?"


 실비아의 죽음에도 냉철함을 억지로 유지하려는 카일이 대답했다.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발을 묶고 있던 것입니다. 그쪽의 알트는 탄환도 떨어져 금방이라도 포위될 상황이었죠."


 "그랬었군. 그건… 고맙다고 말해두지."

 "……."


 혼자 생각을 하던 카일이 눈을 맞추면서 물어봤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니르 최고관리자?"


 "미군의 전력은 얼마나 남았지?"

 "탱크 삼십여덟 기에, 양산형 타이탄 여섯 기가 전부이며 카운터는 저를 제외하곤 전부 사망했습니다."

 "…병력들을 밀집시켜 포화망을 짠다, 이 싸움은… 오딘만… 죽인다면 끝나니. 마왕도 마신도 없는 좀스바이킹은 아예 아무것도 아냐."


 그라운드 원에 직결되는 이면세계 출구. 그곳에서 펜릴과 알트와 토미가 모여있다. 방금, 말했었던 그대로 기갑전력 또한 이곳에 모였다. 카일을 내리면서 힐데는 중얼거렸다. "역시 침착하군, 카일 소령."


 하지만 낯빛을 어둡게 하며 카일이 답했다. "냉정한 척만 하는 겁니다. 중장님도 대령님도… 심지어는 실비아도 최후까지 용감하고 명예롭게 싸우다가 전사하였으니." 힐데는 어깨를 툭 잡으며 말했다. "앞으로의 미래에, 인류는 소령과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지."


 "…최고관리자님?"


 힐데는 백은발의 머리를 돌려, 그대로 땅에 발을 내리지 않으면서 잔존병력에게 다가갔다. 바즈라를 계속 돌리면서 두려움을 감추려는 노엘, 어떻게든 시체에서 남은 탄약들을 회수하러 뛰고 있는 샤오린과 유진 및 소빈, 창을 향하면서 그녀들을 계속 호위하는 서윤, 또한 팔이 다친 미나하고 그녀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시윤이 있다.


 눈길을 돌려 노엘에 말을 거는 힐데. "괜찮은가, 신입?" 단검을 계속 돌리며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가 답했다. "아, 네! 괜찮아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미나 선배하고, 시윤 선배하고, 관리자님하고… 모두하고 같이 싸우니까! 전혀 무섭지 않아요!"


 "그렇다면 다행… 으음…?"


 멀리서 쾅 소리가 터지면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방금 전에, 알트들만 보내서는 많이 옮기지도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도 나서겠다 말했었던 토미가 그대로 맞았다. 실비아나 룩의 보조조차 없어 어떻게든 혼자서 전력들을 배치하던 카일은 놀란 표정으로 앞을 보았다.


 싸늘하게 죽어가는 토미, 방패를 놓치곤 숨을 헐떡이고 있다. 샤오린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럴 수가… 그래, 지금까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적들도 그냥 침식체가 아냐."


 단순히 생각해보면 떨어진 무길 주워서 쓰지 못할리 없다. 야수와도 같은 침식체와 계속 싸워왔던 그녀들은 이게 사냥이 아니라 전쟁인 것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계속해 다가오는 파멸의 움직임에서 샤오린은 저항할 의지를 놓치었다. 위를 보면, 발키리들 중 일부가 아예 로켓을 들어메곤 폭격을 한다.


 "졌어…."


 아까부터 이런 태도였던 그녀에 무언가 화가 치밀어오르는 건지, 유진은 샤오린에게 외쳤다. "뭘 멍청한 소리만 계속 하는 거야?! 정신 좀 차려!" 그리고 혼자라도 계속 싸우려는 기세로, 유진은 토미를 들쳐업었다.


 "빌어먹을, 눈 감으면 내가 팰 거니 그렇게 알라고, 아저씨!" 그리고 억지로 달리며 외쳤다. "여기서 죽을 순 없지, 그렇지? 그렇지, 모두?!"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발키리가 던진 투창에 몸이 꿰뚫려서 죽은 미키하고, 이쪽으로 황급하게 달려오다 바이킹들에게 잡혀 머리와 목이 끊어져버렸던 제리가 보였다.


 "어째서…?"


 여태까지 강한척 했었던 유진이나, 그녀도 왠지 모를 뭔가를 느끼면서, 흐느꼈다.


 "모두… 죽었잖아.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같이 살겠다고 말했어… 그런데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어트리며. "이런 건 정말… 너무해… 너무하다고…!"


 그리고, 여태까지 숨을 헐떡이며 피를 흘리던 토미도 그대로 팔을 축 늘어트렸다. 싸늘한 시체의 한기에, 유진은 눈물을 터트리며 일어나선 크게 고함을 질렀다.


 자신도 식은 땀을 흘리며 고통을 억지로 참던 힐데도 상황을 보았었다. 아니… 볼 수 밖에 없다. 거대한 마신이 이제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으니까. 거대한 산과 싸우는 느낌이다. 몰려오는 침식체들, 바이킹들, 발키리들. 최후방어선은 몇 분 지나지도 않아 뚫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있는 힐데에, 로자리아가 교신을 하였다.


 "관리자, 들리나?"

 "뭐지…?"

 "수연인 죽었다. 오딘의 주먹에 맞고 터져버렸어. 마왕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눈으로도 보였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기도 했었다. 왼팔을 다쳐서 검을 억지로 잡는 로자리아는 자신처럼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괜찮아…."

 "……."

 "돌아와라, 로자리아."


 그러자 로자리아는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


 "…도망쳐서, 회복되면…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그게? 너는 도망 안 가? 바보라서 잊었나봐? 네가 관리자야! 나보다 네가 더 중요…!"


 힐데는 흘리는 피를 삼키며 웃고는, 풀린 눈동자로 허공을 보며 교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앉아있던 시윤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강철의 날개에 의존하여 부유하는 타천사는, 그대로 미나와 시윤의 눈길을 받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대장…."

 "스승님?"


 이젠 완전히 망가진 자신의 몸에, 감각이 사라진 전신에. 일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윤을 팔로 갑자기 안아줬다.


 "저기요, 스승님…?"

 "여태까지…."


 죽어버린 목은 더는 발성조차 할 수 없어, 기계에 의존해야만 했었다. 목소리를 어떻게든 키워내는 장치에 의존해, 힐데는 이제까지 억눌렀던 감정을 토해냈다.


 "…너에겐 너무나 미안했단다. 하지만 가기 전에 너에게… 무조건 말해줘야만 할 게 있단다. 이제와서… 내게 자격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

 "주한과 연화는… 나를 네 대모로 삼아주길 원했지. 그때는 나도 기쁘게… 받아들였단다. 하지만 결국 내가 너에게 한 일은… 네게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빼앗고, 혹독하고 매정하게 냉대만 해왔지. 알고 있었지만, 매일 후회하며… 너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왔단다."


 그 말에 시윤은 단지,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했다.


 "거짓말이라 생각해도 좋아… 하지만 널 정말로 사랑했단다."

 "…스승님."


 "그렇게나 혼자서 외로웠을텐데, 아무도 이해하지 않아줘 쓸쓸했을텐데… 지금 이렇게 대견히 큰 네 모습을 본다면… 주한도 연화도… 분명히 자랑스러워 하겠지. 훌륭하게 자라줘서… 너무나 고맙단다…. 후후… 내가 말할 것은 아니지마는."


 "스승님… 아니, 어머니…." 뭐라고 말을 하려다, 느껴지는 축축함에 놀란 주시윤이 몸을 떼며 힐데의 배를 보았다. 너무나도 새빨갛게 물들어져, 흉측하게 터져나온 피는 자신의 셔츠도 적셨다. "이게 대체…?"


 그제서야 알아챈 것이다. 아까부터 그녀의 하반신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몸 전체가 이미 부숴진 걸.


 다만 주시윤의 말을 힐데가 자르며 막았다. "주시윤."


 "…네?"


 힐데의 목소리는 그것을 거부하듯이, 평상시의 굳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펜릴의 소대장은 너다. 내가 오딘의 틈을 만든다면, 네가 차원이동을 통해 미나에게 마왕의 왼쪽 눈을 찌르게 기습을 시키도록."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활공해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 - 마치 로키의 딸처럼 매우 따뜻하고 순수한 소녀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받아들여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천사는 그렇게, 하늘로 떠나면서 사라졌다. 남겨진 시윤은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히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리고 미나와 노엘은, 그러한 주시윤의 얼굴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으며 고개를 돌려 무기를 잡았다.


 눈보라에 몰아치는 천공으로 날아오른 힐데.


 마왕을 막으면서 방해하는 대적자.


 바이킹과 발키리에 진군하게 명령하는 오딘.


 '결국 저도… 낙원에는 갈 수 없는 것이겠죠. 그래도 아버지… 제게 마지막 힘을…!' 힐데는 레긴과 파프닐을 쥐면서 그대로 마신 오딘에게 향하였다.


 "힐데?"

 "으음!"


 힐데는 달려들며 말했다. 더이상 시간이 없었다. "마신이여, 지금이 곧 당신의 파멸의 때이다!" 그리고 비장하게 돌진하는 힐데나, 곧 속도를 견디질 못하고 몸 자체가 부숴지는 것을 느끼었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다. 이제까지 했던 모든 것들. 여태까지 계속 참은 것들. 여기까지 와서, 마지막 자신의 역할은 수행해야만 했으니.


 그렇게 자신의 몸에 인자를 모두 응축해 마지막… 한 발 터트릴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

 "하찮구나, 브륜힐데."


 오딘의 등 뒤 룬에서 뿜어져나오는 스펠을 모두 피하며 자폭하려고 했던 힐데였지만, 마신 오딘이 정확히 찌른 궁니르에 몸이 박히면서 그대로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았다.


 "잠깐… 뭐지?! 아라한, 무언가 흉계를…!" 그렇게 말하며 오딘이 다른 손으로 전격을 쏘는 모습, 또한 오딘의 등 뒤에서 노엘, 그리고 펜리르 미나가 검을 쥐고서 오는 모습을.


 그리고 힐데는, 흐릿해지는 시야에 혼자서 중얼거렸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그녀의 말이지만, 마치 이제까지 그녀가 보아왔던 세상 전체에 대한 유언처럼.


 '끝났어요… 아빠. 아빠가 좋아하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인간들… 제가, 어떻게든 지켰어요. 너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요… 잘했죠? 잘 참았죠…?'


 창 끝에서 몸이 잘려나 튕겨져나가는 힐데,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게 내장을 쏟아내버린 그녀의 상반신에 하얗게 눈이 쌓여가고 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마지막으로 힐데는 손을 하늘에 뻗으며, 고통과 울음과 미소가 뒤섞인 표정을 짓다가 그대로 팔을 떨어트렸다. 부숴져버려 계속 지직거리던 그녀의 날개도 그렇게 싸늘히 꺼졌다.


 한편, 자신이 공간을 타고 넘어올 순간에, 마신 오딘이 예리하게 손가락을 펼쳐서 전길 쏘았었던 걸 보았었던 유미나는, 주시윤 대신에 카일이 그걸 대신 맞으면서 쓰러졌던 것과, 심지어는 창날에 걸렸다 상반신만 뜯겨져버리며 죽어버린 힐데를 목격했다.


 "……!"

 "선배!"


 다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딘의 뒷통수로부터 기습할 생각이었던 그녀들. 그렇지만 괜히 마신이 아닌 것이었다. 유미나가 위험하다 감지했던 그가 주먹을 돌려….


 그대로, 마신의 주먹이 노엘을 쳐버리며 피가 담긴 풍선처럼 터트렸다.


 "역시, 선배는 제가 없으면… 안…."


 바싹 붙어서 날던 그녀가 미나를 몸으로 밀치면서 맞았던 것이다. 미나는, 모두의 죽음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검을 그대로 세워 떨어져내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펜리르는 오딘의 왼쪽 눈을 꿰뚫어 살해했다.


 쓰러지며 이제까지 비축했던 모든 힘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터져가는 모습에 발키리들과 바이킹들은 전율해, 침식체들은 어째선지 괴로워하며 스스로 갑자기 발광해 날뛰어댔다. 그리고 한쪽 팔을 잡으며 아직도 아픈 표정을 짓던 대적자 로자리아는, 사뿐히 힐데의 시체에 다가오곤 눈물을 흘리면서 안아주다가, 그대로 놓아주곤 허공을 벴다.


 그리고 모두에게 외쳤다. "가라, 힐데의 유산아!"


 그러자 옆에서 서윤이 물었다. "대적자,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나는…."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여기서 녀석들을 막겠다. 너희가 사는 세상에, 더이상 침식체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도록…."


 "……."


 서윤은 고개를 끄덕이곤, 바닥에 떨어져버린 미나를 업어 악몽과도 같은 이면세계 출구까지 다가갔다. 시윤, 미나, 자신, 유진, 샤오린, 소빈. 이것이 전부인 것일까. 여기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아군들이 있었는데….


 자신의 등에 업혀진 미나가 조용히 물었다. "…선배, 카일 소령님은 어떻게 되었어?" 그러자 시윤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대신 공격을 맞고 돌아가셨습니다. 자신의 판단에 후회는 없다고… 앞으로도 침식체가 나타나면 인류를 수호해주길 바란다면서…."


 "그래…."


 미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피로스의 승리. 이기기는 했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잃었다. 그들 여섯 명은, 마치 패잔병과 같이 아직도 로자리아가 목숨을 불태워서 좀스바이킹을 막는 전장을 뒤로해 몸을 움직였다. 저편에서 문을 닫는다면, 힐데가 아닌 이상에 열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왕의 침공을 막았던 그들은, 비탄에 젖은 가슴을 안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라그나로크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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