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지 못한 자


 성공은 운칠기삼이라고 하지.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인물도 성공을 하려면 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돼. 왕의 가장 큰 자질 중 하나는 운이라고 할 정도로, 부조리하지만 운은 매사에 매우 결정적인 요인일 때가 많지. 그리고 오늘 이 인물은 바로 그런 '운'이 참 없는 인물이야. 



 이전에 '서윤'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서윤이 2인자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했지. 

그런데 여기 그에 못지 않은, 아니 더 안 좋은 의미로 2인자의 운명을 가진 인물이 있어. 바로 비운의 황태자- 클라레스야.




  서윤은 어떻게 살아서 성공이라도 했지.

  이 불쌍한 황태자는 평생 될 것도 못 되고, 할 것도 제대로 못 한 채 끝을 보고 말았거든. 거두절미하고 들어갈게. 오늘은 비운의 황태자, 클라레스에 대한 분석글이야. 


다른 부분들- 좋은 부분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찾아낸 글이 많아. 

오늘 나는 이 황태자를 부족한 부분, 자신이 되려 했던 '상징'의 개념으로 해석해 보려고 해. 



 당연히 오늘도 긴 글이니 각오하고 읽는 게 좋아요. 그럼 시작할게.





 0. 상징의 의미


 먼저 본격적으로 해설에 들어가기 앞서서 먼저 설명해야 할 점이 있어. 상징에 대한 개념이야.



-평화의 상징


 우리는 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점이지만, 상징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힘을 가져.

 상징이란 것은 특정한 대상, 혹은 장소, 존재에 원래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거야. 마치 그냥 돌덩어리에 불과한 수석이 이런 의미 부여에 따라 뭔 성공과 합격, 출세의 상징이 되는 것처럼 말이야.


-영화 '기생충': 돌덩이와 상징의 사이에서


 때문에 상징은 본래 형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때로는 실제적인 형체를 넘은 권위를 가지게 되지. 

 다른 예를 들자면 기독교의 십자가가 있어. 십자가는 그 자체로는 그저 두 막대를 길쭉하게 겹쳐 놓았을 뿐인, 별 쓸모 없는 막대에 불과해.

 하지만 기독교인에게는 그 자체로 예수의 희생과 거룩함, 선지자와 순교자의 역사를 담은 총체적인 성물이야. 결과적으로 이 십자가는 어마어마한 권위를 나타내게 되는 거지. 괜히 교회들이 죄다 대문에 십자가부터 박는 게 아냐. 이 때문에 이 상징의 의미를 믿는 이들이 아래로 모여 마음을 합치게 되는 결과를 맺지.



 구원기사단은 이런 상징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집단이야. 사실상 연극이나 다름없는 출정식을 준비하는 건 이것 때문이지.


 과거 이야기 속의 '구원자'라는 존재를 다시 준비하고, 이를 판별하는 이벤트를 열어 신민들의 마음을 그 상징- 구원자 아래에 모아 힘을 합치려 했지. 클라레스는 여기서 더 나아갔지. 이미 살아있는 권력과 국가의 상징인 황태자가 이 구원자의 상징마저 뒤집어 씀으로써, 절대적인 상징을 만들려 했어.



 물론 이 계획은 웬 평민 하나가 뜬금없이 끼어든 탓에 나가리가 됐지만 말이지.

 어쨌든 새롭게 구원자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구원자는 그 증표로 검은 제복을 입게 되었어. 성녀는 부활의 지팡이를 쥐게 되었고 말이야.


-산통 다 깨지는 순간


 그런데 정작 이런 상징의 증표인 물건을 하나도 얻지 못한 인물이 있어. 

바로 다름 아닌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인물인 황태자- 클라레스야.



 그는 한마디로 그 무엇도 되지 못한 미생이지.

 이제부터 천천히 살펴보자고.




 1. 왕관 없는 지배자



-'황제'가 아닌 '황태자'


 이 게임에서는 스스로를 나타내는 상징이 꽤 많아. 

 마녀의 지팡이. 늑대의 이빨 같은 무기로써의 상징도 있지. 또 초월 존재의 격을 나타내는 헤일로를 머리에 띈 존재들도 있어.

 이 외에도 스스로의 번뇌를 나타내는 염주, 대충 만든 정방형 로봇같지만 범접이 불가능한 기술로 제작된 머신 갑 등등. 게임 특성 상 정체성을 형상화시킨 상징들이 꽤 많이 나오지. 심지어 뭐가 되다 만 레이마저도 스스로 '구원자'라는 격을 나타내는 옷인 검은 흑색제복을 입고 있어.


-각자의 상징


 그런데 클라레스의 경우 메인 캐릭터 치고는 이 부분이 매우 애매해. 이 캐릭터는 그런 게 없지. 정확히는 없다기보단 모두 자신의 것이 아냐. 

스스로의 격을 나타내는 머리의 관도, 무기도 모두 말이지.




 이게 뭔 소리인지 조금씩 설명해볼게. 

 앞서 말했다시피, 많은 인물들이 스스로 격을 나타내는 상징들을 머리에 띄고 있지. 그런데 그런 머리에 이는 상징 중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상징은 이야. 

 클라레스의 가장 큰 정체성은 황족- 황태자라는 부분이야. 그런데 클라레스의 디자인에는 이를 타나내는 상징이 없어. 예를 들면 왕관 같은 것이지.



 예로부터 황제/왕- 권력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물건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었어. 하나는 머리에 쓰는 관, 그리고 칼이지. 

 왕관은 그 존재의 신성함과 지위를 나타내고, 그 손에 쥔 검은 힘과 심판을 나타냈지.


-헝가리 왕실의 상징


 어느 곳의 신화, 어느 시기의 어느 나라에 가도 이 두 가지의 개념들은 동일하게 사용돼. 그런데 클라레스는 이 둘 다 불완전해. 클라레스는 이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가진 게 없어. 왕관은 물론 사용하는 마검-라르고마저 말이지.

 


 클라레스는 제국의 황태자로써 이 모두를 물려받을 운명이었어. 그러나 이 중 무엇도 온전하게 갖지 못했지. 이 중 무엇도 자신의 것이 아니야.


 황태자이지만 황제로써 관을 물려받지 못했고, 그 힘의 상징인 칼에 담은 힘은 줄줄 새어나가지. 심지어 구원자로써의 상징 역시 평민에게 넘어가버렸어.

 이 진영에서 가장 멀쩡하고 완벽해 보이는 클라레스는 사실 가장 완성되지 못한 상태인 거야. 



 이런 관점으로 보면 클라레스가 넘치는 자존감과 자신감에 비해 왜 약빨은 늘 모자라 보였는지 알 수 있지. 애초에 클라레스는 완성된 이가 아니거든.


 심지어 클라레스는 의외로 아주 처음부터 황태자로 세워진 이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어.

 과거 레이와의 대화 중 클라레스는 자신이 총기사단 단장의 자리를 노렸다는 말을 하지. 다만 이제는 황제로써 백성을 이끌어야 하니 이를 양보하겠다고 해.



-몇 년 전까지?


 즉, 처음부터 완전히 황태자로 내정된 상태는 아니었을 수도 있던 거지. 클라레스가 확고부동한 적장자 출신의 황태자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역사적 예시로는 임진왜란 당시처럼 말이지. 황제가 선조가 광해군을 책봉한 것 마냥 능력 있는 자식을 급히 후계로 세운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뭐, 이 부분은 다른 황족이 등장하지 않은 이상 그저 가능성에 불과해. 어쨌든 클라레스는 자신의 겉모습으로 보여주는 것만큼 완전하고 완벽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말이야.



 그래서 굳이 구태여 '구원자'라는 상징적 신분을 자신에게 씌우려 했던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물론 명예욕 따위의 자존심을 채울 목적은 아니고, 아마 스스로도 자신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완성된 상징을 덧입히려 한 게 아닌가 싶은 추측이 들지.


-온전한 황제였다면 달랐을까



 어쨌든 클라레스는 황제의 관을 물려받지 못한, 아직 완성되지 못한 신분인 황태자야.


 이래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작품 외적으로 생각을 해 보자. 왜 클라레스는 황제로 등장하지 않고 황태자로 등장했을까.

 황태자와 황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해. 예정된 계승자면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황제는 한 나라의 상징으로 완성이 된 대체불가의 존재야. 


-황제의 상징


 하늘 아래 유일한 절대자이자, 정당한 승리자이며 만 백성의 어버이이자 지배자인 존재. 그야말로 재앙과 흉복을 관장하는 용이지.

 괜히 예전부터 이들의 상징이 용이었던 것이 아냐. 이미 다 성장한 용은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어. 황제는 그 자체로 국가의 화신이자 권위를 나타내.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하지만 황태자는 아니지. 황태자는 어디까지나 '용의 후보'에 불과해. 가장 유력하기는 해도 절대적인 건 아냐.

 무언가 사고가 일어나거나 다른 이가 공을 세운다면, 매우 위험한 가능성이 생기는 거지. 결론적으로 황태자는 황제가 되지 이전까지는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가 아냐. 실제로 조선 왕조만 보더라도 정상적으로 세자 책봉과 계승이 이루어진 경우는 몇 없지. 오히려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자리야. 황태자는 결코 황제와 같은 존재가 아냐.


 


 황제는 절대적이지만 그 자식은 아직 절대성을 갖춘 존재가 아니거든. 황제는 몰라도 황태자는 대체품이 존재해.

 이들은 더 성장해 황제가 되어야만, 용이 되어야만 자신의 날개를 펴고 한 나라의 절대자로써 다시 살아나는 거야. 그렇지 못한 이무기는 그저 사라질 뿐이지. 절대성을 갖추지 못한 용은 뱀에 불과해. 그리고 황태자는 용이 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어.


-황제가 아닌 자


  여기에 약간 과한 추측을 해 보자면 이건 단순히 지배자의 구조를 나타내는 것 뿐 아니라, 이 세계 역시 아직 완성에 이르지 못한 곳- 이곳도 미처 다 성장하지 못한 세계라는 의미일 수도 있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연약한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 황제는 병들고, 아직 계승도 하지 못한 '황태자'라는 애매한 지위의 황족이 나서야 하는 연약한 세계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그곳의 대표자로 나타난 클라레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황제가 아닌 황태자였어. 절대자가 되지 못한 내정자였지. 때문에 그의 머리 위에는 왕관이 없는 거야.


그는 완전한 절대자가 아니었어. 그저 그럴 가능성이 있었던, 아직 때가 되지 못한 이지.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용이었어.



 2. 용의 피를 이은 자


-친적 싸움


 클라레스가 황제로서만 불완전했느냐. 그것도 아냐. 황제로써 또다른 상징이자 힘의 상징인- 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야.

 클라레스의 검은 머리에 쓰지 못한 왕관처럼 불완전해. 검 자체는 황실의 검이자 자신의 것이 맞지만 그것에 담긴 힘은 클라레스의 것이 아니지.



 클라레스의 검-라그로은 처음 등장할 때 까지만 해도 위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별 활약을 하지 못해.

 미처 물려받지 못한 왕관과 마찬가지로 이 칼 역시 불완전한 계승의 결과물이거든. 순수한 마룡의 피를 빨아들인 검으로써, 황실의 새로운 칼날이 될 줄 알았지만- 정작 용의 피는 정통성 없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어.



-개 억까


 이건 주시윤과의 재대결에서 명확하게 밝혀졌지. 클라레스는 기량 면에서는 주시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정작 자신이 쥔 검이 화근이 되었어. 


 클라레스가 패배한 이유는 '용혈이 주인을 찾아갔다'라는 거야. 클라레스는 이 용혈의 힘마저 제대로 계승을 받지 못한 거야. 황태자로써 황제의 권위를 빌려 사용했듯이, 이 용혈의 힘 역시 구도자의 피를 빌려 사용한 것에 불과했어.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거야. 여기서도 클라레스는 2순위야. 



 클라레스의 마검-라르고는 겉보기에 매우 화려해. 코발트 색상과 흰색, 붉은 색이 조합된 거대한 대검이야. 이를 감출 칼집 따윈 없지.

 반면 주시윤의 검은 무채색, 검은색의 외날검이야. 칼보다는 오히려 칼집이 더 크고 화려해. 정작 검은 정말 수수하기 짝이 없어. 그런데 정작 맞부딪히자 밀린 건 다름 아닌 클라레스였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 칼의 형태 역시 어찌 보면 그의 성질과 한계를 나타내는게 아닌가 싶어.

 힘을 상징하는 칼과 그 칼을 담아두는 칼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지. 


-Fate 세계관 최강의 검과 칼집


 서양과 동양 양쪽 모두에서 이 물건을 다룬 왕의 고사가 있지. 둘 다 비슷한 내용이야.


 중국의 한 왕이 대장장이에게 명검을 만들 것을 지시했는데, 대장장이는 족히 십년은 걸린다고 했지. 그런데 정작 칼은 3년만에 완성이 되었어. 

 이에 왕이 질책하자 대장장이는 칼이 명검일수록 칼집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지. 아니면 칼이 튀어나와 아무것이나 벨 것이라고. 힘 자체보다 그것을 담을 그릇이 더 중요하다고 왕을 설득해. 


-실제로 칼집이 더 랭크가 높다


 비슷하게 아서 왕 전설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와.

 멀린이 칼(엑스칼리버)와 그 칼집을 두고,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느냐'라고 묻자 아서는 당연히 칼을 선택해. 그러나 멀린은 질책하며 '칼보다 칼집이 열배는 더 중요하다'다고 질책하지. 다른 검도 아닌 그 전설의 '엑스칼리버'인데도 말이야.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서는 칼집을 잃어버리고는 몰락하지.



-칼을 완성하려 한 자와 칼집을 완성하려 한 자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같은 피를 이은 후손, 같은 냉병기인 칼을 들고 있음에도 형태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해.


같은 용의 후계일지라도 힘 자체보다는 그것에 대한 의미, 과정을 받아들인 주시윤. 마룡의 힘 자체를 목적으로 했던 클라레스.

 둘 중 어느 쪽이 더 정당한 후계자인지는 뻔한 이치겠지. 용혈의 힘은 스스로를 비워낸 그릇을 찾아서 돌아가.


-뭐 하나 되는 게 없다


 결론적으로 클라레스의 숨겨진 특징은 바로 미생이라는 점이야.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못한 자. 완성되지 못한 사람이지. 그건 죽어서도 마찬가지였어. 클라레스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뭐 하나 완전한 게 없거든.

 황좌를 미처 계승하지 못한 황태자라는 신분. 구원자라는 상징이 되려 하다 실패한 이. 용의 피를 이은 자이지만, 방계에 불과한 불완전한 힘까지. 



 한 줄로 말해 죄다 되다 말았어. 뭐 하나 온전한 게 없지.  


-'북산 엔딩'


 클라레스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비극의 주인공이야. 

능력도 출중하고 신분도 고귀한 이가 불합리한 예언과 시련에 무너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야.   

 


 황태자였음에도 황제가 되지 못했고, 용의 피를 타고났으나 그 힘을 휘두르지 못했고.

 구원자가 되려 했으나 또 그러지 못했지. 백성의 수호자로써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쓰러졌고,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졌어.



 클라레스 사실 가장 불쌍한 인물 중 하나야. 워낙 외형적으로 당당하고 흔들리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의도가 나쁘지도 않았고, 능력과 인성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인물도 아니었지만, 그냥 재수가 아주 옴 붙은 캐릭터지. 뭘 해도 잘 안 돼. 다른 이들과는 다소 다른 의미로 불운한 사람이지.






 3. 길가메시의 오마쥬/노블레스 오블리쥬


 지금까지 클라레스에 대한 외형적/상징적 한계를 살펴봤어. 이번에는 좀 더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



 솔직히 최대한 이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사실 달빠 출신 입장인 사람들에게 이 캐릭터는 너무나 익숙해.


 익숙하다 못해 그냥 한 십년은 본 친구의 친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아마 이 캐릭터를 꽤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클라레스가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선택을 할지, 또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미 다 예측하고도 남았을 거야. 이 캐릭터를 너무 오랫동안 봤었거든.



 그게 누구냐. 바로 Fate시리즈의 간판 캐릭터 중 하나인 영웅왕- 길가메시야. 

 솔직히 말해 클라레스는 이 길가메시의 오마쥬야. 더 까놓고 말하면, 거의 복붙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만하게 막말 뱉을 때는 영웅왕 스타일.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하는 이들을 광대 취급하는 것은 취미를 즐기는 중인 영웅왕.


 백성들을 살뜰히 챙기고 자신의 신하를 보듬는 것은 현왕 시절의 길가메시 등등.

설명하고 비교하면 끝도 없지만, 이 글은 길가메시 글이 아니지. 이건 대충 짤로만 보여주고 넘어갈게. 


-왕은 질서요, 군림하는 자이니.


  이들은 한마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화신들이야. 자신이 고귀한 존재로 태어났으니, 하늘 아래 홀로 서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천민과 백성, 되먹지 못한 자들이 자신의 아래에 있는 것은 계급적/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한 이치지. 동시에 이들을 이끌 지배자로써 지녀야 할 태도와 의무 역시 당연한 거야.

 앞서 말했다시피 황제는 나라의 상징이자 화신이지. 이런 대표자가 약한 모습 따위 있어선 안 되는 거야. 애초에 격 자체가 다른 존재가 되는 게 맞는 거지.



 쉽게 말해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상 자체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인 거야. 이들은 태생부터 지배자들이야. 우리의 상식을 기반으로 이해하는 게 어려운 이들이지.

 이들은 현재의 관점과 가치관으로 이해하면 안 돼. 현대의 사고가 아니라 판타지 중세로 생각하라고. 힘과 권력, 지위와 능력이 태생이라는 건 상식이야. 할 일과 의무가 명확하게 구분된 시대의 사람들이지.


-그런 건 원래 우리 일이다.


 이런 세계에서 이런 사고방식은 너무나 당연해. 반대로 민중이 주체적으로 나선다는- 민주주의가 말이 안 되는 거지.

 판타지 세계에서 왜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냐. 이런 절대 계층적 사고방식이 왜 당연하냐. 여기선 실제로 객체간 격차가 극단적으로 나기 때문이야. 


-요약본


 잘 생각해보면 이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사고가 더 말이 안 돼. 절대적으로 다른 존재는 당연히 다르게 취급해야만 하는 거야. 

 휘두르는 능력의 차이가 명확한 만큼, 누려야 하는- 수행해야 하는 의무도 차이가 나는 게 옳다는 거지. 그리고 이 길가메시/클라레스는 황족과 민중 사이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여기는 거야. 



 때문에 이들의 이런 고압적인 말투는 마땅히 갖춰야 할 지배자의 언어인 거야.

 이들은 왕과 지배자가 신과 같다는- 고대와 중세 사이 지배층의 사고방식이 상식으로 잡힌 캐릭터야. 평민들은 이런 일을 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게 당연한 일인 거야. 이 지점을 이해한다면 클라레스의 상반된 듯한 태도와 말투도 이해할 수 있어.



 결론적으로 클라레스는 제국의 상식으로, 그곳의 기준으로 매우 훌륭한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지.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럴 능력도 있었으며, 자질 역시 출중한 인물이었어. 하지만 마왕이라는 부조리 앞에 무너져버린- 희생자 중 한명이야. 동시에 이런 대단한 인물마저 손쓸 새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마왕의 힘과 사태가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반증해주는 사례지. 





 정리!



-스스로 우상이 되려 한 자


 클라레스는 생각 이상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지. 결함 역시 예상보다 적은 인물이었어. 그럼에도 처절한 패배와 실패를 겪고 사망한 인물이야.

 끝내 무엇 하나 완전히 이루지 못한 인물이기도 했지. 그것이 스스로의 잘못은 아니었지. 우연과 운명이 겹친 부조리가 너무 심했어. 한마디로 운이 없었지.



 구원기사단들은 하나같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이 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레이가 워낙 비참하게 간 지라 다른 사람들이 별로 부각이 안 된 느낌이 없지 않지. 그렇지만 클라레스도 만만치 않게 한이 많을 캐릭터야. 이제는 등장할 일이 없겠지만, 아마 '이런 완벽에 가까운 이도 마왕의 힘에 무너진다'라는 사례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 


-

 찐 막 정리


 각 존재를 나타내는 상징이 있다.

 클라레스는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다.

 운이 없어서 못 됐다.

 클라레스는 미생이다.




 오타 수정은 나중에 할게. 현생이 정말 바쁘네. 리플은 좋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