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4-5 인터루드 # 5 에서 유미나가 찾아오기 전이 배경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가득 들어찬 피의 .

뼈마디 하나하나근육 사이사이 깊게 새겨진 통증은 정신이 점차 또렷해질수록 덩달아 선명해져서 신음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땅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냉기가 온몸에 전해져 뼛속까지 시렸다.

안간힘을 써봐도 통증만 심해질  자세를 고치기조차 쉽지않았다.

하다못해 땅바닥에 처박힌 얼굴이라도 돌리고 싶은데 태어난 아기마냥 몸을 뒤집을 힘마저 없어 주시윤은 헛웃음을 지었다


땅을 기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같지 않은가.

주시윤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통탓에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몸의 뼈마디와 관절이 부서질 것처럼 쑤시고여기 저기 찢어진 상처엔 피가 말라붙어 있다


허신의 공격을 받아치고 공간을 베어 일행을 도피시킨 댓가로 얻은 격통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그가 어떻게든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이번엔 정말로 불귀의 객이 될뻔 했고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그의 객사를 바라던 스승은 기뻐했을지도 모르지만  스승의 기대와는 반대로 행동하던 주시윤은 보기좋게 힐데의 기대를 배신해버렸다.


하하.. 이거스승님께 혼나겠는걸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후들거리는 무릎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켜 본다

주시윤은  차례나 고꾸라지고다시 일어나길 반복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앉을  있었다


하아하아....”


고작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을 뿐인데 체력을 전부 소모하기라도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꼬락서니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유미나는 살아 있을까다른 사람들은?


주시윤이 무엇 하나 확실히   없는 자신에게 뼈저린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즈음그는 순간적으로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고 사지와 손발이 뻣뻣하게 저려오는 감각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이제 일어났느냐흐아암기다리다 심심해 죽는줄 알았구나.”

당신은..!”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괴이하게 웅장한 의자에 앉아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에 스타킹차림으로 다리를 꼬고 있는 검은색긴 생머리의 소녀를주시윤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까  조난자..”

아하하! 조난이라. 그래그런 장난을 쳤었지.“


분명 그때 보였던  소녀의 태도는 조난자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었다.

난데없이 무기를 겨누던 샬롯때문에 유미나가 다칠뻔 하기도 했었고

허나 주시윤이 그녀의 대수롭지 않다는 투의 대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일  없던 이유는  작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없을 정도로 무거운  위압감과피만 겨우 멎은 수준의 상처가 다시 터질 만큼 날카로운 살기 때문이었다


주시윤은 무의식적으로 환부를 손으로 보호하듯이 감쌌지만마치 경부를 압박당하는 것처럼 숨이 막혀오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흐음소개가 늦었구나 몸은 로자리아  프리데 스승힐데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


주시윤의 안색 변화를 눈치챈 로자리아가 자욱히 내려앉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더라면겨우 허신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이 무색하게  곳에서비명횡사할   주시윤은 여전히 돌덩이가 얹힌 듯한 목을 부여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허억.. 제 스승님을.. 커흑아십니까?”

그럼알다마다.”


로자리아의 얼굴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한 미소가 얼핏 스쳐지나갔다


그건 그렇고조금  몸을 소중히 다루지 않겠느냐 몸의 자비가 없었더라면  하찮은 몸따위는 진작에 육편이 되어 허수공간을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길래안방에 누워있는 것처럼 전혀 다급하지 않은 조난신호를 보내고기껏 찾아온 구조대를 보고서도 여유자적하게 지루함을 호소했으며, 이번에는 거의 죽을  했던 주시윤을 힘들이지 않고 구해낸 것일까


커억...”


주시윤은  다시 목을 졸리는 듯한 고통에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로자리아가 붉게  눈을 빛내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고 순간 주시윤은 깨달았다.


로자리아가 그를 구했다는 말이 참이든 거짓이든간에지금 그녀를 거스른다면 그녀는 언제든지 그를 벌레를 짓밟듯 터뜨려 죽일  있을 정도의 강자라는 것을


“..감사인사가 늦구나. 네 스승이 예의범절은 가르치지 아니 하더냐?“

케흑커억.. ,감사....”


주시윤의 폐가 산소를 애타게 갈망하며 쪼그라들었다

최후에 들이마신 숨을 형식적인 감사인사로 허비했지만 그럼에도 차마 마무리짓지 못한 감사로도 만족한것처럼 로자리아는 허공을 죄던손을 내렸다


허억크윽하아...“

장난이다내가 무슨 득이 있어서  죽이겠느냐애초에  구한 것도네가 맘에 들어서가 아니라  스승에게 빚이나 지워둘까 하고 벌인 변덕이니라.”


결국 또 스승덕에 목숨을 구한건가.

주시윤은 얄궂은 운명에 지친듯 색채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어이쿠.. 장난 두번하셨다가는쿨럭진짜로 죽겠는데요.”

호오.”


주시윤은  그렇듯이 가벼운 태도로 말을 내뱉었을 뿐이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아마 그의 성격상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일생중에 가장 죽음에 가까운 지금조차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초연함이 로자리아의 흥미를 끌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재밌구나애송이.”


누구더러 애송이라는건지주시윤은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의 스승도 그렇고로자리아도 그렇고그저 꼬맹이처럼 생겨선 감히 넘볼수 없을만큼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게 뭔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로자리아는 힐데와 닮은 부분이 많은것 같았다

앳된 얼굴과 체형그와 반비례하는 압도적인 강함.

다른 점이 있다면  몸을 꽁꽁 싸매는 주시윤의 스승과 달리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속살을 드러낸 복장 정도일까


특히 가슴 앞섶을 완전히  놓은 상의는 옷이라기보단 천조각을 우아하게 엮어놓은 것에 가까워어린 여성의 보드랍고  맨살이 군데군데 노출되어 있었다


꿀꺽.


주시윤은 번뇌를 모두 버리고자 했지만삶이란 번뇌  자체였다

그리고 생명이 위태로운 지금본능적으로 어렸을때 자신을 키워준 스승을 맘에 품었었던 소년의 마음이 되살아나 스승과 여러면에서 닮은 꼴인 로자리아에게 이루지 못했던 연심을 덮어 씌우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몰랐다


 머릿결을 살랑일때마다 코를 간질이는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기몸을 움직일때마다 감질나게 엿보이는 겨드랑이와 대담히 터놓은 복장과 달리미성숙하게 봉긋존재감을 어필하는 젖가슴스승과 같이 검은색 팬티 스타킹으로 감싼 매끈한 다리와 조그만 맨발..


 그리 뚫어져라 보고 있느냐?”

어이쿠!”


주시윤은 못된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자신의 몸이 성치 않단것 조차 잊은 채로 튀어올랐다

 과한 반응이 우스운듯 킬킬대는 로자리아의 얼굴을 보고 볼을 붉힌 것은 덤이다


  몸에 욕정하는 게로구나.”

그게 무슨..!”


요망하게 웃으며로자리아는 주시윤의 한껏 발기된 고간을 가리켰다


비록 로자리아가 살기를 거두고 있다고는 해도 방금전까지 목숨에 위협을 느꼈던 터라후손을 남기겠다는 생물의 자연스러운 번식 본능과 어릴적부터 품어온 스승을 향한 애정섞인 동경이 덧씌워진 매력적인 여성을 앞에  환경이 기적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차마 숨길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른 바지안에서주시윤의 용은 갑갑하게 억눌린채 해방을 꿈꾸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티가 났다


로자리아의 가늘고 길다란 손가락이 주시윤의 터질듯 부풀어오른 고간위를 부드럽게 타고 쓸어 내렸다


흐읏..!”


 손길이 비단결보다도 매끄럽고봄바람보다도 부드러워서 주시윤은 헛바람을 삼켰다


원래는 그냥  발키리 녀석에게 빚을 지워둘 요량이었다만생각이 바뀌었다.“


로자리아의 눈이 다시 붉게 타올랐지만살기보단 묘한 색기가 아우라처럼 그녀 주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놈을 먹어 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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