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내용은 작가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개인적인 성취향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야심한 밤. 격납고를 비추는 달빛 아래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달을 등진 그의 얼굴엔 짙은 음영이 졌다. 검게 물든 그의 얼굴로는 그가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칩입자의 건장한 체격으로 침입자의 성별을 추정하지 않았다. 


 


  코핀컴퍼니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체형으로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PC 하지 못한 기업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침입자라고 부르는 건 게이 같았기에 보편적 호칭인 '그'를 쓰기로 했다.


 


  이따금 푸른 빛으로 빛나는 그의 안광이 격납고를 둘러싼 어둠을 가른다.


 


  그는 어깨를 피고 당당히 격납고의 문으로 향한다. 격납고로 걸어가는 그를 찍은 CCTV들의 렌즈가 터진다. 안에서부터 파열 되었는지 새까만 김이 CCTV의 안으로부터 피어오른다.


 


  그는 기어코 이 야심한 밤에 격납고의 문 앞에 섰다. 격납고의 문은 커다란 성벽처럼 두꺼워 보였다. 마치 루미의 극태 후타쥬지에 비견될 강직도와 두깨였다. 


 


  격납고엔 코핀 컴퍼니의 함선들과 메카닉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그렇기에 격납고의 문은 각종 시스템으로 엄중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 문에 접근한다면 카운터의 자발적인 도움과 수상할 정도로 격납고를 좋아하는 기업들이 후원한 이터니움으로 만든 전기장이 즉시 침입자를 따끈따끈한 가로쉬로 만들어버릴 것이었다.


 


  만약 전기장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코핀컴퍼니의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과 코핀컴퍼니 소속 카운터들에게 바로 메시지가 간다. 


 


  격납고를 지키는 인원이 없는 것은 그저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격납고를 뚫을 수 없고, 만약 뚫린다면 그건 코핀컴퍼니 자체가 어떤 단체의 습격을 받아 격납고의 방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이외에는 없을 것이니까.


 


  그가 문 앞으로 걸어가자 곧바로 그물처럼 퍼진 전기(논리왕 아님)가 그를 덮친다. 어지간한 카운터라도 불시에 자신을 향해 뿜어져오는 전기를 피하기는 힘들다. 하물며 지금 뿜어져 나온 것은 전기장이다. 전기장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그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그냥 담담히 그것을 몸으로 받아낸다. 저 전기장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경악할 것이다.


 


  실험으로 참가한 관리국 공인 A급 카운터 나모양도 견뎌내지 못한 전기다. 자기장의 위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는 진정한 애국보수 우파루파 였으니까. 그의 몸으로 자기장이 빨려 들어가듯 흡수된다. 오히려 그의 몸에 은은하게 푸른 빛이 돈다. 그의 안광이 한층 더 짙어진다. 그의 몸 주변에 우파를 상징하는 푸른색 스파크가 파직 거린다.


 


  “새끼... 기합!”


 


  그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곧바로 문으로 달렸다. 그런 그의 몸에서 아까의 자기장보다 더 강력한 우파력을 지닌 전기가 뿜어져나온다. 그의 전기는 곧바로 문과 그 주변을 감전시킨다. 커다란 문의 안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새어나온다. 


 


  “라이트닝 - 익스큐션! (우파의 처형!)”


 


  관리국 공인 A급 카운터 나모씨의 붉디 붉은 천강역일섬으로도 뚫리지 않던 문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찌그러진 것 뿐만이 아니라 아예 안으로 날아갔다. 안으로 날아간 문은 거친 파열음을 내며 벽에 박힌다.


 


  그는 반쯤 벽에 박힌 문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여유롭게 격납고의 안으로 향한다.


 


  그가 어둠으로 가득 찬 격납고를 걷는다. 그의 주변의 메카닉들이 일어나지 않았다. 자율적인 A.I가 탑제되어 침입자를 인지하면 알아서 격퇴하는 메카닉들이 아까의 문처럼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정지했다. 그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한 차례 튀었다.


 


  그는 격납고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간다. 우드픽커, 라이노 따위가 아닌 코핀 컴퍼니의 최중요 전력이 모여있는 곳으로. 그는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처럼 여유롭게 걸어간다.


  


 


 


 


  그렌델. 북방 합의체의 걸작. 미소녀 씹덕 게임에 메카닉은 뭔 말이냐던 사장이 기어코 풀융합을 하게 만든 그렌델의 일화는 코핀컴퍼니 사내 커뮤니티에서 이미 유명한 일화다. 위풍당당한 포신을 늘어뜨리고 휴면상태에 들어간 그것의 격납고 앞에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이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방금 있었던 건틀렛의 열기를 식히며 충전을 하고 있는 그렌델에게 다가간다.


 


  그의 손에 전기가 둘러지고 이내 그렌델의 충전단자를 향해 뻗어진다. 그렌델의 후미에 꼽혀 있던 충전 케이블을 뽑고 그의 손이 깊고 어두운 그렌델의 충전단자 안으로 들어간다.


 


  [응고옥?!]


 


  그렌델의 A.I가 휴면상태에서 강제로 깨어났다. 그렌델은 무슨 상황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강력한 푸른 전기를 받아들인다. 폭력적이고 난폭한 성질의 그것은 그렌델이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A.I로서 태어난 이래 고분고분하고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전기만 다루었던 그렌델은, 속수무책으로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는 새로운 에너지에게 제 몸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내 그렌델의 몸을 그의 전기가 한바퀴 일주하자 그렌델이 옅은 푸른빛으로 빛났다. 이제 그렌델은 붉은 몸체를 버리고 훌륭한 우파루파가 되었다. 붉었던 그렌델이 푸른 색으로 빛나자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움직였다.


 


  그는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그렌델의 포신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새끼... 기열! 이런 완벽한 포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해병대에 자진입대 하지 않다니!”


 


  그렌델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렌델이 자가수복 모드를 발동하려는 그때, 방금의 일로 인해 과부화된 제어모듈이 ‘이런걸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 절반 손해봤어~~~!’ 라고 말하며 스파크를 튀기며 기능을 정지했다. 그렌델은 멍하게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마라. 이 오도짜세 제이크 해병님이 새로운 전우를 맞이하기 위해서 왔으니.”


 


  자신을 제이크 해병이라 소개한 그는 그렌델의 뒤쪽으로 갔다. 제이크 해병은 기계라고 무조건 연대할 수 없고, 무지성 분탕을 칠 수 없다고 여기지 않는 PC적으로 올바른 사람이었다. 그는 구멍이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스톰브링거를 박아 넣음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제이크는 그렌델의 충전단자 아래에 있는 주유구를 연다. 평소에 그곳으로 이터니움 연료가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가 그곳에는 다 녹지 못한채 주유구 곳곳에 눌러붙은 이터니움 연료가 있었다. 그 이터니움들 사이에서 개씹썅똥꾸릉내가 올라왔다.


 


  그는 주유구를 위로 들어올린 상태로 그 속을 눈으로 훑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렌델의 A.I는 어째서인지 그 소리가 굉장히 불길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사고회로마저도 일부 기능이 정지했기에 그렌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이 끔찍한 상황이 부디 빨리 지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제이크는 망가진 제어모듈로 인해 인간의 근육처럼 잘게 경련하는 그렌델의 몸체를 보고 웃었다.


 


  “기대되는 거냐? 벌써부터 이렇게 적시고서는.”


 


  제이크는 주유구에 들러붙은 녹은 이터니움을 손 끝으로 찍어 입 안으로 넣었다. 맛있군.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렌델의 뒷다리를 강하게 손으로 내리쳤다.


 


  그렌델의 뒷다리에 그의 손바닥 자국이 남는다. 그에 다리 속 부품이 망가져 더 떨어대는 뒷다리. 그런 뒷다리가 제이크의 눈에는 마냥 사랑스러웠다. 이런 음란한 기계가 있다니!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하복부에서 스톰브링거가.우뚝 솟는다.


 


  “전우애 실시!!!!!!!!!!!”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격납고 안에 울려퍼진다.


 


  제이크의 길다란 스톰브링거가 그렌델의 무저갱같은 주유구 속으로...


 


 


 


 


 


 


 


 


 


  “그만! 그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쓰신 겁니까 로자리아님!”


 


  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한 손으로 대본을 잡고 흔든다.


  


  하찮은 종 따위가 감히 주인님이 쓴 글을 모욕해? 나는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감자칩을 바닥으로 패대기 쳤다.


 


  도마는 그런 나의 행동에 실수를 인지한 건지 안색이 시퍼래진다. 시퍼렇게 질린 도마의 모습에 설핏 웃음이 새어나왔다. 좋아. 좋은 벌이 생각났다. 


 


  감히 주인의 말에 토를 단 종에게 이정도 벌이면 관대한 처사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그거, 남은 부분은 너가 써서 채워라.”


 


  “예?” 


 


  도마는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감히 또 주인님의 말에 되묻는 것이 괘씸했지만, 그 표정이 아주 웃겨서 못 넘어가줄 건 아니었다. 역시 나만큼 관대한 주인이 어디있겠어?


 


  그날 밤. 한 남성의 슬픔에 찬 울부짖음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려퍼졌다. 그 날 이후 존 메이슨과 마크 핀리도 봤다는 불후의 명작 그렌델과 오도짜세제이크해병님이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쓰다보니 이렇게 됐는데 전 우파루파 아닙니다 좌파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