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몸에서 힘이 차오른다.

아니, 정확히는 회복하는 거겠지만.


"윌버야, 윌버...윌버, 윌버, 우리 윌버, 윌버야아아아아.....윌버야아아아아아아!!!!!!!!!"


지금 뭐하고 있냐고? 윌버에게 다가가고 있다.

저 놈이 셔터를 누르지 않겠다면, 난 저 놈을 잡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뿐이다.


"ㅇ,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물론 난 걸어가고 있었고, 윌버는 저 멀리 달아나고 있는 중이다.

근데 그래봤자 거의 다 박살 난 함선 위라 거기서 거기다.

결국 구석에 몰려 카메라를 마치 총 겨누듯 내게 겨눈

윌버는 거의 울듯이 오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중이었다.


"셔터 안 눌러? 그럼 널 납치해서, 호라이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ㅁ...미친 놈!!! 이 미친 놈!!!"


그러고 보니 윌버 애인 연기하던 꽃뱀녀는 우째 보이질 않네.

아까 셰나랑 난리 칠 때 휩쓸려 죽었나? 뭐,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시발...시발시발시발, 이 씨발 새끼!!!!"


"오오, 드디어 우리 윌버가 굳게 마음을 먹은 모양이네."


"그래!!! 어디 다 같이 뒤져보자!!!!"


-그리고 찰칵, 셔터 터지는 소리와 함께.....?


.........


.....? 혹시 카메라가 고장났니? 슬쩍 윌버를 바라보자, 

그도 당황했는지 카메라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때였다.


구웅-


이 일대의 공간 자체에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망가져 하늘이 보이는 함선 천장 너머로 무너져 내리는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보이는 붉은 하늘과....

-4종 침식체 '브리트라' 3체도 보였다.


-크으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직접 이렇게 마주하니 몸이 절로 덜덜 떨린다.

근데, 내가 괜히 귀찮게 걸어 다니면서 윌버가 스스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 게 아니거든.



"-멀리서 봤을 땐 설마 설마 했습니다만...윌버, 

당신은 제가 봤던 그 어떠한 휴먼들보다도 어리석군요."


".....쳇,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게 만드는 면상이로군."


"-김식 씨! 저희 왔어요!"


-호라이즌 일행이 합류했다, 이거면 해볼 만 하지.

....이거랑 별개로 호라이즌이 각성할 진 안 할 진 모를 일이다만.

뭐, 각성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방법을 찾아야겠지.

호라이즌이 인류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각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억지로 유도해서 망치는 것보단, 기다리는 게 더 낫다.


"하아....일단, 윌버 저거 또 뭐 이상한 짓 하기 전에 잡아두자."


"동의합니다."


"제가 가서 잡을게요!"


탓탓-


의외로, 대시가 먼저 나서서 윌버를 향해 뛰어갔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건지 윌버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뭐....얼마 안 가서 붙잡혀 오겠다만.


"-자아...그럼 우린, 저걸 우째 할지 고민해 봅시다."


우리 셋의 시선은 일제히 이제 현실로 넘어온 브리트라 3마리에게로 향했다.










-side 대시-



"-흠, 흠, 흠~"


-그거 아시나요, 윌버 씨?


쉬오오오오오오.....!!!


-저는 말이죠, 아저씨의 열정과 꿈을 믿었어요.

한번만 믿어보자고, 마지막 기회를 주자고.


서걱-


"-윌버 씨~ 어딜 그리 바삐 가세요~?"


"ㄴ...넌 그때 그 거지 꼬맹이...!!"


그런데, 당신은 목숨을 구해준 리타 언니를 버리려고 했던 것도 모잘라, 

당신을 응원했던 저조차, 비웃고 모욕하며 총을 쐈죠.

그 덕에....저는 모든 걸 잃었답니다, 소중한 언니도, 저 자신도, 모두.

김식 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희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겠죠.


"-대시에요, 거지 꼬맹이가 아니라."


아니, 어쩌면 김식 씨에게 구원 받은 지금도, 

저는 한 가지, 영영 잃어버린 것이 있답니다.


"....고마워요, 윌버 씨."


"ㄱ...고마...?"


퍼억-!!!!


"커헉!?!!? 아악....!!! ㅇ...이 망할 꼬맹이가아아아!!!!"


-아무래도, 저는 이제 옛날처럼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할 것 같아요.

물론 리타 언니나 사장님, 김식 씨 같은 분들은 예외지만요.

뭐,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거나 그러고 싶진 않아요.

어찌됐던, 저는 교육비를 비싸게 치르긴 했지만, 교훈을 얻었고, 

이제 사장님과 리타 언니 옆에서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저였으니 한번 걷어차는 걸로 멈췄지, 

리타 언니나 사장님이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러니까, 잘 가세요? 버러지 같은 새끼야?"


으득, 으득...


"-아아, 이런. 곤란하네요. 한번 침식체가 됐었던 탓일까요.

기계 몸인 지금, 저는 스피라로 불렸던 시절로 

몸을 변형할 수 있답니다, 아마 리타 언니도 가능할 거에요.

언제 알아차리느냐의 차이지."


"....괴물 년...!!"


"네, 저는 괴물 년이랍니다, 그래도 너보단 나아, 이 쓰레기야."


하여튼 저 입이 문제라니까요? 아, 대충 저기 천 쪼가리 

찢어서 입에 재갈로 물리니 한결 낫네요!


들썩-


"-자아, 그럼 이제 갈까요, 윌버 씨? 빚 갚으러요!"


....유일한 걱정거리라면, 이런 모습, 리타 언니나 

사장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요...















-side 김식-


오싹-


".....?"


....뭐지? 뭔가 뒷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보이는 건 부숴진 하늘의 경계선에 

몸을 걸친 채 울부짖는 브리트라 셋 뿐이었다.


"....호라이즌, 지금 전력 얼마나 남았어?"


"적어도 저 4종들을 처리할 정도는 남았습니다."


"...얼마 안 남았다는 거구만, 이리 와봐."


파저저저적-


손 위로 빙뢰를 튀기자 호라이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건 효율이 좋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휴먼."


"안되면 될 때까지 욱여 넣으면 되겠지, 뭐."


"그게 무스-은?!"


그냥 냅다 등에 손을 대서 빙뢰를 때려 박았더니 

호라이즌의 목소리에 상당히 귀여운 삑사리가 터졌다.


"....방금 목소리, 휴먼의 데이터에서 삭제하십시오."


"응~ 백업까지 해 놓을 거야~"


"-[설득] 당하고 싶으십니까?"


"에이, 부끄러워하지 ㅁ-따흑!!!!"


빡!!!!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잠시 머리를 매만지니 뭔가 불룩 솟은 게 느껴졌다.


"....다음엔 그 뚝배기를 깨겠습니다."


"잊겠습니다요."


피식 웃으며 계속 빙뢰를 주입하던 중, 대시가 윌버를 끌고 왔다.

.....잠깐, 끌고 왔다고? 쟤 성격 상 들쳐 업고 올 줄 알았는데...?


"-에고, 죄송해요. 오다가 파편에 걸려 넘어져서요."


.....거기에, 윌버는 입에 천으로 대충 만든 재갈이 물려 있었고, 

어디서 한번 굴렀는지 꾀쬐쬐한 몰꼴이었다.


"음, 잘 넘어졌다. 꼬맹아. 이 자식은 이래도 싸."


"어디 잘 포장해서 보관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윌버의 생존력은 가히 바퀴벌레급이니까요."


...대치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단 난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 하나 정도 들어갈 법한 커다란 통을 만들어 

그를 안에 집어넣고 닫았다.


"자, 그럼 윌버도 잡았겠다....저 세 골칫덩어리들을 어쩐다?"


4종 침식체 브리트라 세 마리, 나는 아까 히든 업적으로 얻었던 

오리지널 메카닉 설계도를 꺼내자, 익숙한 감각과 함께 세상이 멈췄다.

걸쳐있던 경계를 빠져나와 완전히 현실로 나온 브리트라도, 

작전 계획을 세우려던 호라이즌 일행도, 모두.


-오리지널 메카닉 시스템 작동. 

설계도에 원하시는 메카닉의 이미지를 떠올려 주십시오.-


-설계도 자체는 백지였다. 

다만, 내가 순간 머릿속에 타이탄을 떠올리자 타이탄의 모습이 

설계도에 서서히 그려져 나가기 시작하며, 문구가 하나 떠올랐다.


-주의! 현재 제작할 메카닉은 향후 제작될 모든 오리지널 메카닉들의 

마스터 피스가 될 것입니다, 이후 이 마스터 피스를 무시하고 

완전히 새롭게 제작할 시, 숙련도에 따라 실패 확률, 

혹은 열화품 제작 확률이 있습니다!-


.....설계도를 손으로 쓱 흩자, 타이탄의 설계도가 지워지고, 

다시 백지로 돌아간다, 이건 내 생각 이상으로 신중하게 

제작해야 할 녀석이었다. 그렌델은 애초부터 '원작'에 있던 

메카닉이었지만, 이건 내 오리지널이니까.

'원작'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든 오리지널.

게다가 지금 현재 상황에도 맞춰야 하니, 고민이 깊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베이스가 될 녀석이니 

장비를 덕지덕지 붙일 수도 없고, 바다에 딛고 설 덩치랑 

수압에도 견딜 수 있으며, 저 4종을 상대할 만한 걸 만들어야 한다라.

...조건이 상당히 빡센데."


일단 쓸데없는 장식과 무기들은 전부 뺀다.

다행히 브리트라는 같은 덩치끼리 붙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근접해서 싸우는 타입이 아니니, 녀석이 내뿜는 번개만 피하거나 

몸으로 버틴 후 육탄전으로 몰아 붙여서 때려 눕히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렇다면 무기도 필요 없다, 기본적인 기동력만 챙긴 후 나머진 

오로지 내구도과 파워 만을 생각한다.

그 대신, 장갑 안쪽 프레임에 온갖 속성 각인을 때려 박았다.

살짝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아무런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도 의외로 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머리에 뿔 한 두 개 정돈 박아도 되겠지?"


-이렇게 대충 구상을 마치니 설계도에 다시 그림이 새겨진다.

그리고 다시 뜨는 경고문, 나는 완성된 설계도를 검토한 뒤 

점점 강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설계도를 완성시켰다.


-베이스가 될 메카닉의 설계를 마쳤습니다, 메카닉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흐음....이름, 이름이라..."


....그러고 보면 이 녀석, 히브리어로 이뤄진 속성 각인으로 

떡칠한 녀석이니...이름도 그쪽으로 지으면 좋을 것 같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는 설계도 중앙 윗부분에 이름을 적었다.


[קשה(카셰)]


"-'단단한'이라는 뜻이지, 네 제작 목적과 똑같구나."


이름을 짓자 설계도가 공중으로 떠올라 빛과 그림자 공방 안으로 들어간다.


11. 빛과 그림자 공방 3단계 진입 - 보상: 메카닉 제작 시설(1단계) 개방, 

공방의 총 용량 대폭 증가, SSR급 차원함선 [블루 브릿지 MK.2] 획득,

함선 건조 시설(1단계) 개방.


.....'블루 브릿지 MK.2'라고?! 내가 제일 애용했던 함선이잖아!!!

잠깐, 그럼 [블러드 온 더 라이저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공방 안에 나 이외의 생명체는 들어올 수 없잖아.


-블루 브릿지 MK.2 - [블러드 온 더 라이저스]에 등록할 메카닉을 설정해 주십시오.-


....친절하셔라, 내가 알아서 만들어서 등록해야 하는구나.

나는 쓰게 웃으며 검은 창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 원인 불명의 끊김 현상 발생, 혹시 김식 휴먼이 한 겁니까?"


....이건 좀 놀랐다, 설마 호라이즌이 이걸 감지할 수 있었다니.


"-뭐, 나로 인해 일어난 현상은 맞는데, 내가 일으킨 건 또 아니야."


"그렇습니까....? 원인은 무엇이었죠?"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저것들, 모조리 쓰러뜨릴 방법을 찾았거든."


"정말요!?"


"....쓴다면 지금 바로 써야 할 거야, 함선은 무너지기 직전에, 

브리트라 놈들은 지금 막 우리들의 존재를 알아차렸으니까!"


....예?


슥-


고개를 위로 올려보자, 정확히 우리들 쪽으로 얼굴을 돌려 

포효하며 번개를 쏘아내는 브리트라들이 보였...이런 썅!!!!


"-다들 내 주변으로 모여!!!!"


윌버가 담긴 통과 거대한 검은 케이스를 끌어모으고 

호라이즌 일행이 내 뒤로 모인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이쪽으로 내리치는 번개를 향해 한 차례 빙뢰를 

쏘아내며 외쳤다.









"-[제작 - 카셰]!!!!!!"


-탑승형입니까, 로봇형입니까?-


"....당연히 탑승형!!!"


-카셰: 탑승형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침내 윌버의 함선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며 두 쪽으로 갈라져 바다에 빠졌다.





-3인칭 시점-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각자 보유한 CRF로 바다 위로 떠오른 브리트라들은 잠시 함선이 

추락한 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투확-!!!!!!!! 콱!!!!!!


-크옥?!?!?!-


-갑자기 연기 속에서 거대하고 투박한 기계 팔이 튀어나와 

브리트라 한 마리의 뒷목을 붙잡았다.

이윽고 연기 속에서 하얀 선이 서서히 빛을 내뿜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로봇 한 대가 걸어 나왔다.


구웅- 구웅-


-관절부와 장갑 사이의 틈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는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머리 뒤에 난 한 쌍의 뿔이 인상적인 기체였다.


생김새는 단순하다 못해 투박함까지 느껴졌지만, 

떠 있는 브리트라와 시선을 맞추는 거대한 덩치와, 

함선의 폭발 속에서 멀쩡히 걸어 나오는 단단함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은 마치 돌로 이뤄진 거대한 태산(太山)과도 같았다.


뿌드드드득....!!!!!


서서히 브리트라의 뒷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자, 

브리트라의 목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타나면 국가 재앙급 재앙 취급 받는 4종 침식체가 

한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기계에게 맨손으로 뒷목이 잡혀 

허무하게 목이 꺾여 죽었다.


푸욱-!!! 촤악-


서서히 가루가 되어 소멸하는 브리트라의 가슴에 카셰가 

손을 찔러 넣어 코어를 잡아 뽑는다.

이윽고 옆에 거대한 검고 하얀 포탈이 열리자 

그것은 코어를 안으로 던져 넣고 포탈을 닫았다.


-크....캬아아아아아아아악!!!!!!!!!!-


-크르르르르르르!!!!!!-


그 모습에 남은 두 마리가 두려움을 떨쳐내듯 카셰를 향해 포효하자, 

카셰 또한 지지 않고 거대한 엔진음을 울리며 포효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한 걸음, 한 걸음. 카셰가 남은 침식체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점점 속도를 높이자, 브리트라들은 전력으로 번개를 내뿜으며 

카셰의 전진을 막으려 했지만-








"-[חשמל(허쒸말) - '전기'], [חסינות(하씨노트) - '저항']."


파저저저저적-!!!!!!!


-전신에 냉기를 뿌리는 푸른 번개에 둘러 쌓여 막히고 말았다.

본래라면 막기는커녕 전신에 두르기도 힘들었을 김식이었지만, 

히든 업적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CRF 총량 및 회복량 대폭 증가와, 

카셰의 몸 중앙에 새겨진 [מגביר(마그빌) - '증폭'] 각인 덕에 

평소보다 위력이 증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


....참고로, 그렇게 막아낸 브리트라의 번개는.








"-이건.....나쁘지 않네요. 

방금 일격으로 제 잔여 전력이 30%로 늘어났습니다."


-혹시 모를 침식파의 정보 침식에 대비해 새겨둔 

[זיקוק(지쿠크) - '정화'] 각인에 의해 정제되어 고스란히 

호라이즌의 전력으로 전환되었다.


"그럼 계속 뽕을 뽑아야지! 오늘 100% 풀로 충전하자고!"


김식은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외친다.

거대한 메카닉과 탑승해 조종하는 자신, 

모든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키워드였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두근거렸고, 눈에 흥분과 광기가 뒤섞여 

은빛 안광을 뿌릴 지경이었다.

매체에서 나오는 로봇이나 기체들처럼 화려하지도, 

강력한 무기가 탑재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에게 있어서 이 단순하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한 

이 기체야말로 그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었다.

투박하고, 아무런 무장도 없지만, 단단하고, 강력하며, 

속성 각인과 빙뢰를 통해 격투 계열 카운터 능력자처럼 

몸에 능력을 두르고 싸우는 카셰.

김식은 지금 인생 처음으로 최고로 HIGH한 기분을 느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 이상 충전되면 제 회로가 

녹아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빨리 끝내고 이 모든 일을 모두 끝내도록 하죠."


"...그래, 솔직히 저 버러지 하나 잡으려고 이게 다 무슨 짓이야?"


"하하하...."


콰아아아아아아앙!!!!!!!!!!!!!!


-카셰 안에 탑승한 이들의 평온한 대화와는 다르게, 

바깥에선 브리트라 하나가 카셰에게 몸통 박치기를 당하고 

날아가 바닷속에 쳐 박혔다가 기체의 발에 목이 밟혀 죽어버렸다.

순식간에 브리트라 셋 중 둘이 죽고, 하나만 남은 상황.


-.....크르르르르르르....-


가만히 카셰를 노려보던 혼자 남은 브리트라는 

잠시 기체와 주변을 몇 번 둘러보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균열, 이면 세계로 도망가기 위함이었다.


"-그냥 가면 섭하지.....안 그래, 그렌델?"


[-손님, 갈 땐 가시더라도 망치는 좀 잡수시고 가셔야죠.]


-잠깐 안 본 사이에 농담까지 하게 된 그렌델의 목소리와 함께, 

카셰의 주변으로 1000기를 훨씬 넘어 1700에 육박하는 

그렌델들의 포신이 일제히 이면세계로 도망가는 브리트라에게 겨눠진다.

그 장엄한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였고, 김식의 발포 명령과 함께, 

온 사방이 빛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아아앗!!!!! 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앗!!!!!!!!!!!!!"



■■■■■■■■■■■■■■■■■■■■■■■■■■■■-!!!!!!!!!!!!



















그러다 문득, 김식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가 스쳐 지나갔으니-


"....아, 이러면 저거 코어 건지긴 글렀는데."


-그날, 김식은 코어 3개를 받을 뻔한 걸 2개만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