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생활은 위험하다.

학창 시절에는 그 젊음의 혈기로 인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설령 그들이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상관 없다.

그들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겨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시험에서 상상하기도 싫은 점수를 받으면 그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답은 간단하다. 공부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청춘이라는 이름 하에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공부만이 아니라고 우겨 댈 것이다.

학창 시절이라는 이름은 이 세상의 모든 사실을 일그러뜨릴 만큼 위험하다.

인생의 모든 죄악과 후회마저 청춘을 뒷바침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마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청춘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무기가 된다.

그들에게 자신의 실패는 자신의 인생의 밑거름이 되지만 타인의 실패는 그저 단순한 실패이자 패배이다.

엮이는 순간 피곤해진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피곤하게 해 피해를 주는 것이 바로 학창 시절의 마수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야 말로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진리라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한심한 착각에 빠지지 않을 뿐더러 그 누구도 기만하지 않는 청렴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뭐가 되겠다는 허망한 꿈을 품지 않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부는 낙제를 받지 않을 정도만 하며 학교도 퇴학 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다니면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글러먹는 삶을 살게 되는 거 아니냐고?

모른다. 그런 거 내 알 바 아니야.

나중에 취직 못하고 알바를 전전하는 삶을 살게 되더라도 난 이런 삶을 지속할 것이다.

결국 모두 똑같이 될 게 뻔하니까.

다시 한 번 진리를 말하겠다.

히키코모리는 절대 진리다.






 "그래서, 이게 뭐지?"


 "......종이 인데요?"


 "누가 흰 거를 물어봤냐. 검은 걸 물어봤지."


 "아, 그건 글씨에요."


 "......"


알렌 선생님의 부름에 교무실로 끌려왔다.

그것도 점심 시간에.

내 아까운 점심 시간이 다 흘러가게 생겼다.

무슨 일로 끌려왔나 했더니 집에서 써오라고 했던 종이 때문이었다.

지난 1년의 삶을 되돌아보며... 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휘갈겨 쓴 게 꼬리를 밟힌 모양이다.


 "...루크레시아. 내가 써오라 한 건 1년간의 학창 시절에 대한 내용이었지 학창 시절에 대한 선전 포고가 아니야."


 "딱히 학창 시절과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었는데요... 귀찮기도 하고..."


 "그래, 그러겠지. 넌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니 말이야."


알렌 선생님이 종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살포시 내려놓은 걸 보면 화는 크게 안 난 것 같다.

...아닌가?


 "다시 써오라는 말을 하지 않아주셨으면 하는데요..."


  "그래, 네가 다시 써오라 말해도 그러지 않을 위인인 건 담임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알아주셔서 다행이네요."


 "어차피 오늘도 집에 갈 거지? 넌 학교는 출석 일수하고 꼭 와야 하는 날만 오니까."


그마저도 학교에 오면 잠만 잔다.

밤새 게임하면 피곤하거든.

학교는 엎드려 자야 해서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날에는 잠이 잘 온다.


 "어쨌든 그런 너에게 벌을 주기로 했다."


 "무슨 학창 시절 회고록 잘못 썼다고 벌까지 주세요?"


 "이거 네 생기부에 기록되는 거야. 다른 애들은 어떻게든 더 돋보이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축하한다. 네 것이 가장 돋보적이야."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선생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아."


아... 체면 때문이었구나.

하긴 알렌 선생님도 선생 구실은 해야지.

...그 대상이 나인 것은 조금 탐탁지 않지만.


 "그렇게 딱딱하니까 선생님이 주변에 여자가 없는 거예요."


 "넌 결혼한 사람한테 못하는 말이 없군. 그것도 네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그래서... 어떤 벌칙인데요?"


 "넌 학교가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아냐? 벌칙이 아니라 벌이다."


그거나 그거나...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반성문 같은 거면 1시간 내로 끝낼 수 있는데.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 것 같다만 포기해라. 난 오늘 널 집에 보낼 생각이 없어."


 "...뭐에요, 그거. 방금 유부남이 여고생 꼬시려고 한 멘트에요? 징그러워..."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 이거나 받아라."


알렌 선생님은 나에게 한 뭉텅이의 종이를 넘겨 주었다.

들자마자 좀 무거워서 휘청거렸다.


 "연약한 여고생에게 이걸 들게 시켜도 되는 거예요?"


 "그건 네가 여고생이라서가 아니라 매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라서 그런 거지. 다른 여학생들은 이거보다 더 많이 들 수 있어."


 "의외네요. 히키코모리라는 말도 쓸 줄 알고."


 "학생들의 문화를 못 따라가면 선생 노릇도 할 수 없는 법이지."


싱긋 웃어 보이는 알렌 선생님.

쓸데없이 잘생겼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하긴, 잘생겼으니까 장가를 갔겠지.


 "그럼 전 이것만 옮겨 놓으면 오늘의 벌칙은 끝인가요?"


 "벌칙이 아니라 벌이라고 아까도 말했을 텐데?"


 "사소한 건 넘어가면 될 것을..."


 "일단 옮겨 놔라. 그러면 이야기가 진행될 거야."


무슨 게임 퀘스트도 같네. 종이 뭉텅이를 옮겨 놓으시오. 보상, 해방. 집에 갈 수 있음.

이야기가 진행 되는 거면 메인 퀘스트일까? 그렇다면 스킵도 못 하겠네...


"이걸 어디다 옮겨 놓으면 되는 데요?"


 "2층 복도 끝 쪽에 안 쓰는 교실이 있을 거다. 거기에 옮겨 놔."


 "아무도 안 쓰는 교실에 종이가 왜 필요한데요?"


 "궁금해?"


 "아뇨, 전혀."


 "그럼 빨리 움직여.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네네, 갑니다 가요...






 "무슨 벌이길래 종이부터 옮기래?"


혼자 불평불만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틀린 말 적은 것도 아니잖아?

전부 다 사실, FACTOS라고.

2층 복도 끝이라... 멀기도 하네.


 "안 쓰는 교실이면... 여기 인가?"


드르륵하고 문을 열었다.

교실 안에는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생각보다 넓은 교실.

책상들은 다 뒤에 정리되어 있고 이상하게도 긴 테이블 만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누가 쓰는 교실인가?

뭐, 나랑은 상관 없지."


 "흐흐흥~."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제 집에 갈 수 있겠지?

선생님이 굳이 점심시간에 찾아오라 그래서 집에도 못 가고 있던 참이다.

룰루랄라하며 종이 뭉텅이를 책상에 올려 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뒤로 돌았다.


 "흐흐흥~ 이제 집에 갈 시가아아안~......"


 "......"


 "......"


...뒤에 누가 있었네, ㅎㅎ.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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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당 3000자 이상은 될 것 같습니다. 화수는 20편 이상?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태그는 순애 입니다.

피폐는 아마도 안 나올 것 같으니 재밌게 부담 없이 즐겨주십쇼.

표지는 제가 그렸습니다.

뭐 패러디인지는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