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부모님께 그림자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와 주욱 함께 살아오신 부모님께서는 그림자가 무엇을 뜻하는 지 알아채시고는, 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면에서 기어오는 괴물. 아울러, 언젠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던 존재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가여워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최고 지휘자이자, 한낱 그림자가 되어버린 지금도 저는 항상 마음 한 켠에서 그들을, 나를 가여워합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저는 어딘가 엇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저는 최고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손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영광을 미처 누리지 못했습니다.


성하께서 이방인 아이를 데리고 마왕을 토벌하러 떠나셨을 때.


그때 범람하듯 밀려오는 검붉은, 녹색과 자색으로 가득한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전혀 이단같지 않은 사람들이 이단으로 낙인찍혀 말라 죽어가는 것.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귀가 밝은 편이었으니.


사제의 부름에 응한 불신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게 두려워 부모를 팔아넘긴 내가 얼마나 추한지도.


그렇기에, 더욱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단에게 갖가지 실험을 자행했습니다. 자백이라도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때의 저는,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추잡하고, 비열한 일인지를···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변이해 갔습니다.


알량한 정의심에 휩싸여, 내가 세상을 구하고 있다는 착각에 삼켜져,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 년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낮에는 최고 지휘자, 밤에는 끔찍한 고문 집행인.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 안에는, 한 마리 짐승이 서 있었습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특별한 인간, 구세주가 되길 바랬던 괴물이 서 있는 것입니다.


그저 영락해버린 그림자 하나가 서 있던 것입니다.


아아ㅡ.


눈이 멀어, 영락하는 것도 알지 못한, 짐승.


인간, 실격.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간성을 부르짖으면서도, 내가 인간 저변의 무언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제 눈은 그날 이후로 멀어버렸습니다.














···신에게 묻습니다.


왜 저를, 아직도 살려두고 계십니까?






예에에전에 썻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