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카사에서 언급되는 "성간 연합" 이라는 세계를 뇌피셜로 떡칠해서 만들어낸 세계관이므로 나중에 실제로 묘사될 성간연합과는 억만광년 이상 다를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랍니다. 그냥 SF가 갑자기 땡겨서 쓰는거라...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단 하나의 스포도 당하고 싶지 않다! 하는 챈럼은 뒤로가기 누르면 됨. 물론 워낙 묘사된 게 없어서 이게 스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회 참가작이고 캐릭터간의 커플링 묘사가 있으므로 그게 껄끄러우면 마찬가지로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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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습니까, 휴먼?"


범인류 이민선단 호위용 공간도약 전투체-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순간이동하는 전투로봇이란 뜻이다-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정색하며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를 노려보았다.


"미쳤다니, 말이 심하군. 인간은 섬세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남자의 얼굴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그 반대로 로봇의 얼굴은 더더욱 썩어들어갔다.


"어휘를 바꿔 드리지요. 뇌에 전자기 펄스라도 직격했습니까? 아니면 침식파에 노출되서 침식체가 되기 직전인 겁니까? 아, 만약 그렇다면 제가 직접 명예롭게 처분해 드리겠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 펄스건 한방이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을 겁니다."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로봇의 뒤에 매달린 사람 몸집만한 펄스건이 켜졌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야 인공지능이 치명적으로 침식된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제아무리 초인공지능이라 한들 "인간을 공격할 수 없다" 라는 수정불가 코드가 있으니 로봇의 모든 위협은 그저 시늉일 뿐이니까.


"쓸데없는 협박은 그쯤 하는 것으로 하고...그래서, 갈 건가 말 건가?"


"제가 아는 인류의 단어에는 '눈치'라는 것이 있었는데, 당신에게는 없나 봅니다. 당연히 싫습니다. 데이트가 하고 싶으면 다른 휴먼한테 신청하거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나 찾아보십쇼. 전투 로봇에게 이상성욕을 가진 정신병자는 그쪽 로봇들도 거를 수 있겠습니다만."


"데이트라니, 난 그냥 프레하-254로 같이 탐색이나 가자는 거였는데."


"프레하-254. 침식레벨 낮음. 위험도 2등급 이상의 원주 생명체 없음. 현재 연합군 제 28사단이 주둔하여 방위 중. 특이사항으로는 대규모의 유성우가 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관계로 관광 명소로 알려짐. 이 행성의 도대체 어느 부분이 "탐색"이 필요한지 설명해 보시죠."


"뭐, 그곳에 지구의 사슴이나 소와 비슷한 생명체가 있다는데, 대원들 간식거리도 챙길 겸 사격술 연습도 할 겸 사냥이나 할까 했지."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좀 작작 하시죠."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남자를 보며 로봇은 이를 갈았다. 그놈의 인간 공격 불가 코드만 아니였어도 한 대 쥐어박았을 텐데. 짜증이 솟구친 나머지 자신의 최고급 32코어 연산회로가 뜨거워지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뭘 해?"


빡!


"크헉!"


그리고, 마법처럼 로봇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꽤나 둔탁한 소음과 함꼐 남자의 고개가 앞으로 푹 숙여지고, 뒤에서 분홍 머리의 여성이 주먹을 쥔 채 앞으로 걸어나왔다.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로봇은 반대로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으윽...카운터가 일반인에게 폭력이라니, 너무하는군."


"엄살 부리지 마. 네가 쳐 맞는 말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참아?"


"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라 레시타 소대장."


"파트너가 얻어맞았는데 너무 기뻐하는 것 아닌가?"


"시끄럽습니다. 당신 같은 휴먼과 파트너란 것이 제 소체의 유일무이한 결함이자 오점입니다."


"시무르그가 저런 소리를 할 정도면 너도 참 알 만하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거냐, 데이빗?"


"표준시 기준 14시 23분 55초 경, 데이빗 래시포드 소위는 저에게-으읍?"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자, 자, 그리 좋아하는 렉스터 코퍼레이션제 윤활유네."


남자가 더는 말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미세하게 젓자, 로봇은 처음엔 저항했지만, 고급 윤활유가 소체를 순환하는 느낌에 결국 굴복하며 눈을 감았다. 짠돌이 소대장이 이런 비싼 윤활유를 주는 일은 그리 자주 있지 않았으니까.


"에휴, 그래 뭐 내 알 바냐. 그놈의 사냥이든 뭐든지 알아서 하든가. 우리 중대장님이면 휴가 쓰는거엔 딱히 신경 안 쓰시겠지. 어차피 여긴 딱히 고위 침식체도 없고, 그냥 순찰만 도는 것말고는 할 일도 없으니까. 이상한 짓하다 걸리지나 마."


 엘라는 이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떠나버렸다.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뚱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다가, 등을 돌렸다.


"...뭐, 윤활유를 봐서 이번 일은 비밀리에 부쳐주겠습니다. 대신 또 이상한 헛소리를 했다간...그땐 엘라 소대장한테 이를 겁니다."


"하하...그건 좀 봐주면 좋겠는데."


"뭐, 아무튼 다음 순찰 전까지 알아서 잘 쉬고 계십쇼, 래시포드 소대장."


"너무 딱딱하게 부르지 말게. 데이빗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어쨌든 오늘은 이만 나가보지, 시르."


"줄여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당당한 등록번호 2238402호기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시무르그라고 부르..."


철컥.


대답을 듣지도 않은 남자가 닫고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봇은, 심호흡(처럼 보이는 동작)을 잠시 하더니, 문을 세게 후려쳤다.


"후우우...정말이지 딱 한대만 때려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큐리안 중대장에게 요청하면 한 대는 허락해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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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잉-


우주 어딘가에서는 매일 듣는 소리이지만, 이곳 노르드나빅 정거장에서만큼은 흔하지 않은 경보음과 함께 남자는 눈을 떴다.


"경보, 경보. 본 정거장으로부터 20km 거리에서 CSE 레벨 2 수준의 국지적 침식현상 발생."


"이런...오늘은 편하게는 못 지내겠군."


남자는 군복을 차려입고는, 본인의 애병인 RG-24 레일건 소총과 이젠 거의 과거의 유물인 특수 이터니움 매그넘 권총을 집어들었다. 문을 열자, 그의 파트너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그의 총들을 흘겨보았다.


"그놈의 구닥다리 레일건은 도대체 언제 바꿀겁니까? 매번 투사체를 장전해야하는데 위력도 딱히 특출나게 좋지도 않은 걸. 중대장에게 요청하면 핵융합 배터리 펄스건은 몰라도 광충전 레이저 소총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을. 그리고 그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골동품 매그넘은...그냥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냥 빨리 전투기에 올라타십쇼."


"하하, 오래되긴 했어도 어렸을 때부터 만지던 물건이라 난 이게 편해."


남자는 로봇의 말을 웃어넘기며 자신의 우주선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물론 로봇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전투기는 그의 취향과는 딱히 관계없는 비교적 최신예 모델이었다.


"환영합니다, 데이빗 래시포드 소위. 정거장 책임자 제라드 큐리안 중대장에게서 일괄 송신된 좌표가 있습니다. 해당 좌표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러도록 하지. 와트. 피터. 그레노트. 응답하라."


"와트, 수신양호."


"피터, 수신 양호합니다."


"그레노트 통신 문제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2종 침식체 다수가 포착됐다. 거리 유지하면서 화력으로 신속하게 제압한다. 그레노트와 해당 분대는 이번이 첫 실전이니 와트와 피터 쪽 사이에서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이상."


"데이빗. 조심하도록 해. 넌 잘못되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래, 유념하지. 그쪽도 조심하라고, 엘라."


남자의 말과 함께 우주선들의 엔진들이 동시에 불을 뿜었고, 우주선 무리는 빠르게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남자의 눈에 보인 것은 꽤나 다수의 침식체들이 뒤엉킨 구체같이 보이는 무리였다.


"일제사격 준비. 레이저 충전."


"""레이저 충전."""


"TW-2 레이저 포 충전 완료까지 5초, 4초, 3초...충전 완료되었습니다."


"사격!"


남자의 통신에 맞춰 수많은 우주선에서 광선이 쏟아졌고, 침식체 무리의 절반 정도가 일소했다. 남자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추가적인 침식체의 등장이나 돌발상황을 경계했지만, 무리가 산개해서 흩어지기 시작한 것 외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엘라의 소대가 먼저 진입하자, 남자 역시 뒤따랐다.


"좋아. 이제부터 근접해서 남은 잔당을 소탕한다. 아, 시르."


"줄여 부르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


"내기 하나 하지. 내가 지면, 내 사비로 최고급 윤활유 10팩을 일주일 내로 구비해서 자네 격납고로 보내주지."


"...뭡니까."


"침식체 격추 숫자를 비교해서 내가 이기면 프레하로 한번 같이 가보는 걸로."


"...자신감이 넘치는군요, 휴먼. 지고나서 텅 빈 계좌 보면서 후회하지나 마십쇼."


그 말과 함께 로봇은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자마자 침식체 두 마리를 동시에 동강냈다.


"벌써 2대0 이군요. 윤활유 칠할 생각에 벌써부터 소체 운동기능이 향상된 것 같습니다."


퓽!


남자가 버튼을 누르자, 플라즈마 펄스가 뭉쳐있던 침식체 3마리의 머리, 가슴, 배 부분을 각각 관통했다.


"3대2지."


"정말 한마디도 안 지는군요. 밉상입니다 진짜."


로봇은 투덜대며 펄스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남자 역시 우주선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주변의 침식체를 빠르게 쏘아 맞추기 시작했다.


"23, 25, 27, 31."


"32, 35, 36...아니 37이군."


"39...치사하게 이럴 겁니까?!"


치열하게, 때로는 서로가 노린 목표를 먼저 격추하기도 하며 빠르게 잔당을 마무리해 나가던 중.


"뭐, 이정도면 슬슬 철수해도 될 것 같..."


"CSE 레벨 상승. 3종 침식체의 출현에 대비하십시오."


"뭐?"


당황한 남자가 얼빠진 소리를 내뱉자마자, 통신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 떨어져, 떨어지라고!"


"놈이 그레노트한테 붙었습니다!"


"망할...! 아예 들러붙어서 요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르!"


"공간도약 시퀀스 실행."


로봇은 예의 순간이동을 발동해 그레노트의 우주선 바로 뒤에서 나타났고, 그녀의 뒤에서 날아다니던 로봇 손들은 엘부르즈를 내려놓고 우주선에 들러붙은 침식체를 잡아당겼다.


"끈질기군요, 침식체. 이만 떨어지십쇼. 아베스타 드라이브, 출력 상승."


우지끈-!


"!"


강화된 출력으로 침식체를 떼어내긴 했지만, 침식체가 너무나도 단단히 우주선을 잡고있던 나머지, 우주선의 절반이 뜯어져나가 버렸고, 그레노트는 우주선에서 튕겨나와 버렸다.


"시르, 그 침식체는 놔두고, 그레노트부터 붙잡아!"


"이런 실수를...!"


로봇은 이를 악물고 튕겨져나온 사람을 끌어안았다. 곧이어 엘라의 파트너인 2634431호기가 날아와 응급 캡슐에 그레노트를 밀어넣었다. 로봇이 뒤를 돌아보았을 땐, 남자의 우주선에서 쏘아진 광선에 마지막 침식체가 불타고 있었다.


"상태 확인. 현재 안정화. 정밀 검사를 위해 귀환합니다."


"......"


그리고 2634431호기가 캡슐과 함께 날아가는 모습을, 로봇은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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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실책입니다. 폐기처분도 달게 받겠습니다."


언제나 당당하던 로봇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앉아있는 모습을 본 남자는 서류를 꺼내들었다.


"그레노트는...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는군. 선내에 탑재된 비상생명유지장치는 다행히 잘 작동했다고 해.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기죽을 필요는 없어. 그레노트 본인도 자신이 당황해서 생긴 문제라고, 자네 탓을 할 필요 없다더군."


 "저는 범인류 이민선단 호위용 공간도약 전투체. 어디까지나 인간의 보호가 최우선 사항입니다. 해당 사항을 지키지 못한 문제는 심각한 부적격 사유입니다."


"어쨌든 지켜냈잖나. 이번 일에선 큰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었어. 누구도 완벽하진 않아. 자네를 만든 우리도 불완전한데 자네라고 완벽할 리 없잖나. 너무 상심하지 말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보게."


"...알겠습니다.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아, 하나 깜빡했군."


"?"


"내기는 내가 이겼으니, 조만간 프레하에 같이 가도록 하지."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분명 격추 숫자는 동일했던 것으로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니 아니. 자네가 우주선에서 잡아뜯은 그것까지 포함하면 딱 하나 차이로 내가 이겼거든."


"...당신 진짜 너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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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간연합 자체가 떡밥도 거의 없고 해서 대부분의 세계관은 그냥 뇌피셜이니 감안하고 봐 주셈....


그럼 다음편으로 돌아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