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정권 대회 ‘기타 분야’ 참여해봄


글쟁이 녹음쟁이는 당연히 기타 분야지 뭐











 어... 뭐부터 말씀드려야 하지. 아, 우선 저는 대시라고 해요. 호라이즌 파이낸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성씨는 없어요 헤헤. 그냥 대시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아! 제가 일하는 호라이즌 파이낸스는 말이죠, 여러 사람들이 돈을 빌리러 오는 곳이에요. 엄청 거만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말도 못하게 가난한 사람들까지 폭 넓게 찾아오는 곳이죠.

 여기 오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제가 직접 찾아가는 분들은 모두 하나 같이 똑같은 말씀을 하세요. 말하는 방식은 다들 다른지만 ‘왜 너 같은 어린애가......’ 라면서 당황해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막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시간을 좀 두고서 나중에 찾아가면 상냥해지시더라구요. 역시, 사람은 친절로 대하면 그 마음을 알아준다니까요.

 ......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에요. 어렸을 때의 저는 꽤나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였으니까요. 지금은 저도 어느정도 알아요. 사채가 무엇인지, 왜 어린 저를 보고 화를 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친절해졌는지. 아마, 그 때 그 일을 겪지 않았다면 저는여전히 어린아이 같았을 거에요. 언젠가 깨달았어도 조금 늦게 깨달았겠죠.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커피를 내온다는 게, 서서 얘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헤헤. 이건 손님 꺼, 이건 제 꺼. 그나저나 별 일이네요? 보통 회사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돈 얘기만 하고, 그마저도 오늘처럼 사장님이 안 계시는 날에는 오자마자 돌아가기 일쑤였거든요. 아저씨처럼 되게 근엄하게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서 왔다는 분은, 여기 일하면서 처음이에요. 그런데, 우리 어디서 봤었나요? 아, 아니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냥 뭐라고 해야할까 어디서 본 듯한? 일단 커피 식기 전에 천천히 마시면서 얘기해요 우리.


 “호로롭”


 질 좋은 원두 커피가 아니라 믹스 커피라서 죄송해요.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셨죠? 어디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하나...... 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던 사건이 있었는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사실 이 얘기는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얘기할만한 내용도 아니라 떠들고 다닌 적이 없었는데, 아저씨한테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 감이 그래도 된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일단 창문 좀 닫고 올게요!











 으으, 어떻게 얘기를 해야하지. 아! 예전에 말이에요 어떤 마음씨 나쁜 아저씨가 찾아왔었어요. 그 때는 나쁜 사람인 줄도 몰랐죠 뭐. 그 뭐지? 고고학이랬나 유물 발굴이랬나 하면서 탐사를 위한 돈을 빌리고 싶다 하더라구요. 사장님이랑 리타 언니가 인상 팍팍 쓰면서 안된다고 했었는데. 제가 불쌍하다고 기회를 주자고 해서 결국 탐사팀을 꾸렸었어요. 그게 화근이었죠. 그렇게 다이브하게 됐는데, 세상에 침식체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무 힘들었다니까요?! 에휴 아마 평생 볼 침식체들을 그 날 다 본 것 같아요.

 그러다가 3종 침식체까지 만났는데, 그 때가 정말 무서웠어요. 이걸 어떻게 죽이지? 도망칠 수는 있을까 했는데!


 “호로록”


 하아, 맛있다. 크흠! 리타 언니랑 용병 분들이랑 막 이렇게 이렇게!


 “콰창!”


 앗! 커피 쏟았다! 죄송해요, 젖지는 않으셨나요?! 다행이다, 제것만 쏟았나보네요. 일단 닦으면서 얘기할게요.


 “주륵, 스르륵 스륵”


 아직 두 입 밖에 못마셨는데 아까워라. 어, 그래서 그 3종 침식체를 쓰러뜨리긴 했는데, 리타 언니가 쓰러져버린 거에요. 제가 부주의한 탓에 절 감싸느라 대신 다치면서 쓰러졌죠. 그 때 수송선도 왔었는데, 막 다른 3종 침식체들이 튀어나오니까 저랑 리타 언니가 미처 타지도 못했는데 일단 출발부터 하더라구요. 그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긴 했죠 그 때 당장 출발하지 않았으면 리타 언니랑 저랑 같이 해서 수송선도 싹 다 퍼퍼펑 했을테니까. 그래도 제가 지금 회사에서 아저씨한테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살아 돌아왔다는 거잖아요. 그쵸? 히히, 수송선 해치에 간신히 매달려서 왔답니다! 쓰러진 리타 언니를 질질 끌면서 한 팔로 매달렸는데, 그 땐 정말 아찔했다니까요? 밑에는 침식체가 우글대지, 사람을 붙잡은 채로 한 팔로 비행선에 매달려 있지.

 그러다가 마음씨 나쁜 그 아저씨... 이름이 윌버라고 했었나? 끌어 올려달라고 했더니 막 뭐 이상한 대사를 시키더니만, 그거 말하니까


 “하란다고 정말 하냐 등신아?”


 어쩜! 너무하지 않아요 아저씨?! 저는 그렇게나 그 사람을 믿었는데, 리타 언니도 툴툴거리긴 했어도 그 사람에게 최대한 협조해줬는데 말이에요! 그 다음이 더 쇼크였는데, 총을 들이대더라니까요 총을?! 이야~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3종 침식체 한 놈을 쓰러뜨렸을 때보다도 더 무서웠어요. 제가 그 사람을 믿어준만큼 날 믿어줄 수는 없었을까? 아니, 내가 보답을 바라고 믿어줬었나? 아, 이건 내 잘못이구나. 내가... 내가 윌버에게 기회를 주자 고집부리지만 않았어도......

 아, 죄송해요.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자꾸 이러네요. 눈물 요정이 달아나질 않아요 헤헤. 잠깐, 창문 좀 열게요. 추울 것 같아서 닫았는데 아무래도 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드르르륵”


 후우, 시원하다. 눈물 때문에 눈만 시려요. 푸흡, 웃기죠? 이제 그런 사람은 없는데... 사람은 없지만 기억은 영원토록 남아서 여전히 괴롭게 하네요.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정신을 잃고 힘 없이 늘어진 리타 언니와 새까맣게 다가온 총구에요. 으,  아아! 어떻게 살았는지를 아직 얘기를 안했구나! 죄송해요!

 그 때, 윌버가 총을 쏜 순간 눈을 질끈 감았어요. 총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 때의 총소리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크고 무서운 소리였던 것 같아요. 근데 안 아픈 거에요! 살짝 눈을 떴을 때 뭐가 보였는지 아세요? 히히. 오메르타였어요! 아, 오메르타는 리타 언니의 능력인데 되게 힘세고 기계도 잘 다루고 멋있고...... 그 오메르타의 팔이 보이는 거 있죠?


 “할 수 있어 꼬맹이... 끌어 올려!”


 어때요? 리타 언니랑 되게 비슷하죠? 사실 비밀인데, 저 리타 언니 성대모사 되게 잘해요. 언니 앞에서 했다가 꿀밤 맞은 뒤로는 언니 앞에선 안하고 사장님 앞에서는 종종 하긴 하는데 에헤헤. 아, 얘기가 자꾸 옆길로 새네. 그 때 정말, 뭐에 홀렸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오면서 한 팔로 리타 언니를 수송기 안으로 던져 넣었다니까요?! 아, 이거 안 믿는 표정이다. 제 말이 맞죠? 이래뵈도 저도 카운터라구요? 리타 언니나 사장님보단 힘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일반인보다 강하다구요!

 그리고...... 어...... 솔직히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나요. 그치만, 저도 수송선으로 기어 올라간 후로 긴장이 풀려서 정신이 확 나갔는걸요! 뭐, 그렇게 결국 살긴 살았답니다 헤헤. 에에... 이 분 이젠 대놓고 웃으시네?! 흥, 됐어요. 안 믿으셔도 돼요. 아, 그러고보니 에필로그를 말씀 안드렸구나. 원래 모든 이야기에는 에필로그가 있는 법이잖아요.

 리타 언니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CRF 수치가 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오메르타를 불러내서 후유증이 엄청 났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퇴원 준비를 하더라구요! 세상에 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 날만큼은 신이 정말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감사 기도까지 드렸었어요. 그리고 리타 언니가 처음으로 절 껴안아준 날이기도 했어요. 또 리타 언니랑 처음으로 말싸움을 해본 날이 되기도 했구요. 리타 언니는 제가 더이상 회사 일을 하는 걸 원치 않았나봐요. 그래서 잘할 수 있다고, 나도 리타 언니랑 같이 있을 거라고...... 부모님이 팔아버린 몸이니까, 일을 하면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 외롭게 인형 눈을 붙이며 살아야 하니까 그게 너무 무서웠던 거에요. 참 이상하죠? 리타 언니한테 붙들려 오기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예전엔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 같은 사장님과 리타 언니, 그리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 부모님과 일을 하는 나...... 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걸까. 돌아가도 어디로 가는 거지? 이런 생각까지 하니까 알겠더라구요. 함께 살고 싶었던 부모님이 나를 버렸구나......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막 나오는데, 리타 언니가 그 때 안아줬어요. 말 없이... 다정하게...

 크흠! 그날의 얘기는 여기까지에요. 그 후 몇 년의 시간은 열심히 공부했다는 거? 감동은 감동이지만 빚은 또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그래서 사장님과 리타 언니 동의 하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보다는 우선 공부라고 하더라구요. 으으... 사장님의 과외는 정말 무서웠어요. 문제 틀릴 때마다 막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데 와아... 잘못했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니까요.


 “다녀왔습니다 대시. 별 문제 없었나요?”


 “생각보다 춥군. 난방을 좀 올려야겠어.”


 “난방비는 샘솟지 않습니다. 유기체라면 이런 날일 수록 두껍게 좀 입으십시오.”


 “깡통은 추위 속에서도 잘 버티나보군.”


 아, 언니! 사장님!

 아저씨, 여기 이 작은 분이 호라이즌 파이낸셜의 사장님이신 호라이즌 사장님이세요! 그리고 여기는......


 “당신......”


 “오랜만입니다, 휴먼. 우리 사이에 또 볼 일이 남았을 줄은 몰랐군요.”


 어라 다들 어째 아는 분위기인데? 아저씨 설마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셨어요? 그렇다면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드리려고 아껴놨던 고급 찻잎이 있었는데. 아으으 믹스 커피 때문에 화나신 건 아니죠?


 “아아, 너무 그렇게 신경쓰지 말게. 그냥, 궁금했던 것도 있고 보고 싶기도 해서 와 본 것 뿐이니.”


 “미리 언질이라도 했으면 기다렸을텐데. 벌써 가는 건가”


 “가 봐야지. 궁금한 것도 해결됐고, 지금이라도 안 가면 우리 부사장님이 귀여운 내 머신갑 로봇을 분리수거 해버릴 것 같거든 하하.”


 “진공관 맙소사. 휴먼 유기체들은 일하는 도중에 회사를 빠져나와 농땡이를 부리는 겁니까? 정말 비효율적인 약속 패턴이군요.”


 어... 그러니까 제가 끼어들 자리가 없네요. 그럼 일단 잔이나 치워야겠다.


 “자네는...”


 네? 저 부르신 거죠 지금?


 “행복한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그런 건 따로 물어보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사장님도 있고, 리타 언니도 있는 이 생활이 더할나위 없이 소중해요!


 “그래... 알겠네. 그럼 언젠가 또 봄세. 대시 아르세니코 양”


 아저씨는 살짝 손을 흔드시더니 나가버리셨어요. 음... 마지막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괜히 신경 쓰이네요.

 네, 소중하고 행복해요. 피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절 아껴주는 가족이 생겼어요. 아... 빚은 별도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사장님과 리타 언니와 언제나 함께 있을 거에요. 싸우는 날도 있을 거고 슬픈 날도 있을 거지만, 그래도 우린 호라이즌 파이낸셜 가족이잖아요!

 지금까지 호라이즌 파이낸셜의 막내 사원! 대시 아르세니코였습니다! 나중에 또 들러주세요!










대시는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리타랑 빨리 보볐으면 좋겠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