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도 속은 거에요. 그 남자한테—— 그러니까, 제가 잘못했으니까——”



무겁게 내려앉는 공기 때문인지 베로니카가 내려준 찻잔 안은 더럽게도 고요하다. 약간의 미동도 없고, 그저 찻잔 안에서 피어오르는 김만이 나와 그녀 사이를 가르고 있다.



서윤양——



이라고 말하려다가 참는다. 아니 끓는 속이 터져나온거다. 그녀의 고운 갈색머리는 온데간데 없고, 사죄를 표하듯이 맨들맨들한 두피. 일그러져 눈물을 짜내는 얼굴. 


한 때는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지금 저 꼴을 보고있자니 동정심이 안 드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있었던 일을 쉽사리 없었던 걸로 하기는 어려워. 




“이런다고, 이런다고—— 자네가, 자네가 다른 남자랑 놀아난게——”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최대한 냉정을 찾아보려하지만 터진다. 살짝 열 생각이었던 수문은 감정의 수압에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데, 머리로는 차갑게 이해하는데 목이 뜨거워.



“제가 잘할게요. 진짜, 진짜 잘할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요. 사장님”

“——————-”




“하, 하아————”



코웃음 한 번, 그리고 뜨거운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턱 아래가 마구 떨리고 있다. 당장이라도 이 뜨거운 차를 그녀에 얼굴에 부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눈을 감고, 호흡을 가라앉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부사장, 알렉스, 미나양, 그 외 다른 여자들의 만류를 제치고 서윤양을 고른 것? 그녀와 결혼 한 것 자체가 문제였나? 아니면 처음에 그녀를 이용하려 한 것?

모르겠다. 모르겠어. 



“흑, 흑—- 우우우우, 사장니—- 사쟈니—— 흑, 흐으으윽—-”



눈을 뜨고, 차마 바라보기 힘든 그녀의 얼굴을 본다.

테이블 앞에서 금새라도 엎어질듯이 고개를 떨구고서 울고 있다.


같이 고개를 떨궈 줄 갈색 머리칼도 없이.







“——————”






난 보다못해 그녀를————





*당신의 선택으로 미래 혹은 과거의 일 어쩌면 장르마저 뒤바뀝니다. 신중하게 골라주세요


투표 기한은 11시까지입니다.

투표 종료


용서한다 6 vs 용서 안한다 10으로 집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