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카사에서 언급되는 "성간 연합" 이라는 세계를 뇌피셜로 떡칠해서 만들어낸 세계관이므로 나중에 실제로 묘사될 성간연합과는 억만광년 이상 다를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랍니다. 그냥 SF가 갑자기 땡겨서 쓰는거라...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단 하나의 스포도 당하고 싶지 않다! 하는 챈럼은 뒤로가기 누르면 됨. 물론 워낙 묘사된 게 없어서 이게 스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회 참가작이고 캐릭터간의 커플링 묘사가 있으므로 그게 껄끄러우면 마찬가지로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면 됨.

1편:[감사의정권] 별과 사람과 기계의 옛날 이야기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2편:[감사의정권] 별과 사람과 기계의 옛날 이야기 -2-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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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잠깐의 평화는 너무나도 쉽게 깨져버렸다.

 

“돌아왔…무슨 일이지?”

 

평소처럼 느긋하게 복귀 인사를 하려던 남자는 입구 근처에 완전 무장을 끝마친 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멈춰섰다.

 

“왔구나! 통신 보내기 직전이었는데…데이빗 넌 일단 무장하고 대기해. 시무르그는 정비 후 B-2 격납고로 가.”

 

다급히 말하는 엘라를 보고는 데이빗과 시무르그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서로를 향해 눈짓하더니 각각 격납고와 개인실로 향했다.

 

“후우…그래서 무슨 일이지?”

 

무장을 끝마친 데이빗은 엘라에게 물었다.

 

“우리 정거장으로부터 고작 5광년 떨어진 항성계가 박살났어. “고철더미” 덕분에.”

 

“…고철더미라면…”

 

“그래. 초인공지능을 탑재못한 기계란 기계는 죄다 흡수하는 우주 깡통.”

 

“하지만 고철더미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건 최소 1000광년 이상 떨어진 곳 아니었나? 어떻게…”

 

“망할 고철덩어리 자식이 이번엔 워프 게이트까지 흡수한 것 같아. 그래서 우선 우리 정거장을 포함한 근방 모든 초인공지능 기체는 전부 집결해서 타격할 거야.”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한 작전 아닌가. 만약 시무르그를 비롯한 초인공지능 기체까지 빼앗긴다면 그 다음엔…”

 

엘라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시무르그’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진 알겠는데, 그런 걱정할 때 아냐. 최소한 그 워프 게이트를 재구축한 부위라도 파괴하지 않으면 그 미친 깡통이 온 우주를 지 마음대로 활보할 거라고. 그리고 시무르그는 우리 정거장이 가진 최고급 병기야. 걔네를 안 보내면 어쩔 건데? 네가 직접 갈 거야? 일반인이 그거 근처에 갔다가 무슨 꼴을 당하는지 몰라?”

 

“…난.”

 

남자가 머뭇거린 순간, 불쾌한 고음과 함께 마이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목.”

 

“주목!”

 

“현 상황은 모두 알다시피 근처에 속칭 ‘고철더미’가 출현, 이곳으로부터 5광년 떨어진 파브로 항성계가 완파된 상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고철더미는 파브로 항성계에서 움직이지 않는 바, 본 정거장은 우선 소속된 모든 시무르그 기체를 비롯한 초인공지능 기기를 파견해 정찰 및 가능하다면 워프 게이트 기능을 파괴할 것이다.”

 

남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큐리안은 평소엔 나름 유연하고 격식없는 상관이었지만, ㅣ렇게 직접적인 임무와 연관된 문제는 그 어떤 편법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르도, 출정하겠군.”

 

“…그러니, 시무르그의 각 담당자는 당당 기체의 자율 판단 모듈 활성화를 허가하고, 격납고로 이송하도록.”

 

그 말과 함께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그의 눈앞에 착륙했다. 자율 판단 모듈을 허가하면, 인공지능의 자율적인 사고회로에 기반하여 기존에 취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남자가 그것을 승인하면, 시무르그는 망설임 없이 전장으로 향할 것이다.

 

시무르그는, 인류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였으니까. 

 

“……”

 

“…뭐 하십니까? 자율 판단 모듈 활성화 허가, 내려주시죠. 저보고 제대로 전투도 못 해보고 박살나라는 겁니까?”

 

“시르, 나는…”

 

로봇은 여느 때처럼 이름을 줄여 부르지 말라고 하려 했지만, 남자의 표정이 너무나도 어두웠기에 그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내기 하나 하죠. 3일 내로 돌아오겠습니다. 돌아오면, 요즘 잘 나간다는 고출력 부스터 하나 사다주시죠.”

 

조소를 머금은 채 그리 말하는 로봇의 목소리에 남자는 고개글 들었다.

 

“시르, 이건 장난이 아니야. 고철더미의 전력은 아직 파악된 것이 거의 없어. 네가 돌아올 가능성은…”

 

“시끄럽군요. 언제부터 내 파트너가 이렇게 겁쟁이가 된 거죠? 원래는 하지 말라고 해도 그 고물 무장 달고 침식체들 머리에 바람구멍 뚫어주던 인간이, 제가 조금 위험한 곳에 가니까 걱정됩니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로봇은 피식 웃으며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십쇼. 본기는 우수합니다. 임무를 단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대단한 기체죠. 아니면 혹시, 쫄리십니까?”

 

그 말에 남자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는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내가 자네를 설득할 수야 없겠지. 그래. 자율 판단 모듈 활성화를 승인한다.”

 

그 말과 함께 시무르그의 소체는 옅은 백청색으로 점멸했다. 잠시 눈을 감은 채 재기동한 시무르그는 재기동이 끝나자 눈을 뜨며 씨익 웃었다.

 

“음?”

 

딱!

 

그리고는, 재빠르게 데이빗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고 도망쳤다.

 

“으윽?!”

 

“지금까지의 복수입니다. 그래도 걱정해 주었으니, 이 정도로 끝내는 겁니다.”

 

“…하하. 정말이지 못 이기겠군.”

 

-얌전히 부스터나 준비해 놓으십쇼, 휴먼.- 발신자: 시무르그

 

그렇게 날아온 메시지를 읽으며, 남자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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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긱. 지직. 철컹. 치익. 철커덕. 깡. 퉁. 우웅.

 

그야말로 온갖 기계를 뒤섞어놓은 흉물같은 모습에, 그 기계들의 소음이 뒤섞여 불쾌한 소리를 자아내는 괴악한 것을 바라보며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미적 감각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흉측한 물건이군요. 같은 기계라고 불리는게 불쾌합니다.”

 

-주의. 본래 저희보다 우선적으로 정찰했을 터인 부대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발신자: 2634431

 

시무르그 부대의 임시 지휘를 맡은 엘라의 시무르그가 전체발신한 메시지를 받은 로봇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부대 수색을 시작합니다. 전원, 수색 대형으로 산개 후 스캐너를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발신자: 2634431

 

로봇은 잠자코 본인의 지정 위치로 간 후, 스캐너를 켰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탐지되지 않았지만, 1분 남짓이 지나자 익숙한 기계 신호가 잡혔다.

 

-신호 확인. 식별 결과 하로우-12 소속 침식체 섬멸용 전투체 스파토이 15기로 판별됨.- 발신자:2238402

 

-수신. 전원, 해당 기체들을 향해 천천히 접근합니다.-발신자: 2634431

 

로봇이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전진하려는 찰나, 반짝거리는 섬광과 함께 그녀의 옆을 레이저가 스쳐지나갔다.

 

“…쯧. 그새를 못 버티고 전멸도 모자라서 저 흉물의 꼭두각시까지 된 겁니까? 침식체 섬멸기라는 분류가 울겠군요.”

 

-주의! 식별명 ‘고철더미’는 현재 구형 초인공지능을 탑재한 침식체 섬멸용 전투체 ‘스파토이’를 강탈한 것으로 확인. 시무르그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므로, 퇴각합니다.-발신자: 2634431

 

“…뭐, 내기는 제 승리군요 데이빗.”

 

로봇은 그리 말하며 살짝 웃었다. 딱히 남자가 슬퍼하는 모습은 왠지 알고싶지 않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냥 내기의 대가로 얻을 신형 부스터가 기대되어서였다. 정말로.

 

-수신. 집결지로 이동하겠…-

 

-숨바%$은 &$나? &%르그?- 발?자:*(%^**$$

 

“…뭐?”

 

-나를 찾아온 것 아닌가?- 발신자:!@#@!

 

-경고! 현재 통신망의 보안이 돌파되었습니다. 비상 연결 채널로 전환. 전환 완료. 전원 공간도약 준비. 긴급탈출을 시행합니다.-발신자:2634431

 

-그건 곤란하지. 아직 난 시무르그는 ‘수집’하지 못했거든- 발신자:@!#!$

 

쾅!

 

비상 통신채널까지 해킹한 고철더미의 메세지를 수신하자마자 섬광이 번쩍였고, 수천 발의 광선이 시무르그 부대를 덮쳤다.

 

“…역장 손상률 41.5224%.”

 

나름 피한다고 피했는데도 역장이 절반 이상 파괴되었다. 로봇이주변을 탐색하자, 이미 부대의 절반은 통신이 끊긴 상태였다. 지휘기였던 엘라의 시무르그를 포함해서.

 

“하, 이것 참. 일찍 돌아가긴 글렀군요.”

 

아베스타 드라이브 출력 상승.

이터니움 드라이브 출력 상승.

블랙홀 드라이브 증폭장치 온라인.

 

우우우웅!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시무르그2238402호기의 소체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펄스건 오버클럭. 승인.

엘부르즈 오버클럭. 승인.

 

사실, 승산은 전혀 없다. 이미 부대의 절반은 행동불능, 나머지 절반도 로봇 자신을 제외하면 무기나 소체 일부가 파괴된 상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아마 20분? 그 이하?

도망도 못 간다. 이미 주변에 고철더미에게 통제권을 빼앗긴 기체들이 떼거지로 둘러싸고 있었으니.

 

“그러니, 저 망할 깡통에게 엿이라도 하나 먹이고 퇴역합시다, 전원.”

 

엘라의 시무르그를 포함한 예비 지휘기들이 통제불능이 되자 자연스럽게 가장 손상률이 낮았던 자신에게 지휘권이 넘어오자, 로봇은 전투가 가능한 기체들에게 그렇게 전했다.

 

-수신-. 발신자: 231831

-수신. 파트너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겠습니다.-발신자:314213

-수신. 대피 메세지라도 보내겠습니다.- 발신자:1123412

 

“…뭐, 그래도 나름 파트너였으니 마지막 예의는 지켜드리죠. 데이빗.”

 

-내기는 당신이 이겼군요. 돈 굳어서 좋겠습니다, 휴먼.-

 

“…”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대피하십시오. 아마도 전멸할 듯 하니.-

 

-…처음이자 마지막인 부탁입니다. 도망치십쇼.- 발신자: 2238402

 

-눈물겨운 애정이로군-발신자:@%#&

 

“…고철 덩어리 따위가. 남의 통신 엿듣지 마십쇼. 금방 폐기시켜드리겠습니다.”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로봇은 펄스건을 난사했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펄스건은 고철더미의 역장에 막혀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주변 엄호사격 중인 기체들을 제외한 전원, 목표 지점 일점사. 역장 파괴를 우선하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시무르그 역시 펄스건을 한 곳에 집중했다. 고철더미의 역장 출력 자체는 높았지만, 그 덩치 자체가 워낙에 큰 탓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리는 것은 막지 못했다.

 

“역장 파괴 확인. 돌입합니다. 역장 재생성시 해당 절차를 반복하십시오.”

 

로봇은 망설임 없이 출력을 끌어올려 역장 내부로 진입했다. 역장이 이리도 쉽게 뚫리는 걸 봐선…아마도 함정일 확률이 높았지만, 별 수 없었다. 역장을 안 부수자니 어차피 물량에 휩쓸려 전멸인 건 똑같았으니. 하다못해 접근해야 최소한의 변수라도 만들 수 있었다.

 

호오 만든 기체군분석하면 좋은 자료가 되겠어.

 

마이크에 울려퍼지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로봇은 엘부르즈를 휘둘러 날카로운 에너지를 방출했다.

 

기체 크기에 비해서 출력이 높군. 어떤 동력원을 사용하는 거지? 아, 동력이 여러개인가?

 

쾅! 쾅! 쾅! 쾅!

 

에너지 방출이 효과가 없자, 로봇은 아예 엘부르즈를 직접 내려찍기 시작했다.

 

무기에 사용된 물질도 제법 고급 소재군. 분석용 기체를 제외하면 요긴하게 재활용 가능하겠어.

 

카각! 칵! 펑!

 

휘둘러 봤자 흠집밖에 나지 않았지만, 로봇은 흠집을 최대한 깊게 낸 뒤 펄스건을 쏘았다.

 

그런데,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걸 보니 인공지능 성능은 별로군. 연산장치는 그다지 분석할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캉! 캉! 캉! …….툭.

 

“…빌어먹도록 단단하군요, 고철더미.”

 

로봇은 힘없이 중얼거리며 무기를 내렸다. 처음엔, 함정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여 최대한 속전속결로 파괴되기 전에 가능한 많은 피해를 입히려고 했다.

 

하지만, 함정 따위는 없었다.

 

개미가 강철을 물어뜯는다고 강철이 망가질 리가 없지 않느냐?

 

처음부터, 그녀의 공격은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 그냥 맞아준 것 뿐이었다.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바라보기 위해. 참으로 악취미였다.

 

그렇게 조롱하는 고철더미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봇은 이를 악물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가 무아지경으로 조그만 흠집과 자국만 남길 동안, 나머지 시무르그들은 이미 완파된 상태였다.

 

그리고…그녀를 향해 무언가가 ‘떠졌다’

 

“눈깔도 참 역겹게 생겼군요, 깡통. 죽이려면 죽이십쇼.”

 

독기 가득한 눈으로 쏘아보는 로봇을 본 그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재밌구나, 재미있어. 기계가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는구나. 이것도 그 ‘데이빗’ 이란 인간 때문인가?

 

움찔.

 

그러자, 기괴한 폭소가 울려퍼졌다.

 

당황, 기계가 당황이라니! 참으로 우습구나! 인간의 열등한 점만 골라 배우다니, 어찌 이런 불량품이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구나!

 

 “적당히 좀 쪼개고,”

 

자폭 시퀀스 기동. 자폭까지 5:00

Override.

자폭까지 00:00:12

00:00:09

 

…?!

 

“이거나 먹고 제발 좀 뒈지십쇼.”

 

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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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바로 올라감. 원래 3편이 마지막이었는데 쓰다보니 ㅈㄴ 길어져서 분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