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카사에서 언급되는 "성간 연합" 이라는 세계를 뇌피셜로 떡칠해서 만들어낸 세계관이므로 나중에 실제로 묘사될 성간연합과는 억만광년 이상 다를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랍니다. 그냥 SF가 갑자기 땡겨서 쓰는거라...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단 하나의 스포도 당하고 싶지 않다! 하는 챈럼은 뒤로가기 누르면 됨. 물론 워낙 묘사된 게 없어서 이게 스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회 참가작이고 캐릭터간의 커플링 묘사가 있으므로 그게 껄끄러우면 마찬가지로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면 됨.

1편:[감사의정권] 별과 사람과 기계의 옛날 이야기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2편:[감사의정권] 별과 사람과 기계의 옛날 이야기 -2-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3편:[감사의정권] 별과 사람과 기계의 옛날 이야기 -3-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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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Reboot…Failed!

System Reboot…Failed!

System Reboot…Failed!

System Reboot…Failed!

System Reboot…*@^$

System Reboot…Success.

 

Restarting Simurg OS ver. 11.12.14

Identification Code: Simurg-2238402

Initializing…

 

“…?”

 

Locating current position: Nordnavik Station, 201 m SW

System Online.

 

“이게, 무슨…”

 

Starting Sensor Modules…31.2%

 

센서 장치는 아직 로딩 중이었지만, 로봇의 의식은 다시 깨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5광년이 아주 머나먼 거리는 아니지만…어떻게 자신이 노르드나빅 정거장에 다시 와 있는가? 그리고 분명 자폭 시퀀스를 기동했는데, 어째서 발동하지 않은 거지?

 

Sensor Modules Online. Initialization Complete.

 

“…나게, 시르.”

 

“?! 데이빗?”

 

마이크에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시무르그 2238402호기는 곧바로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 아직 살아있구나. 그런데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당장 대피시켜야-

 

“하하, 주먹이 참…맵군. 이럴 줄 알았으면…적당히 놀릴 걸 그랬군.”

 

“그게 무슨 헛소리…”

 

“쿨럭.”

 

남자가 피를 토해내자, 로봇은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눈을 내렸고, 그곳엔…

 

자신의 손이그의 가슴을 관통해 있었다.

 

“어?”

Error.

 

Error.

 

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

 

“하하, 돌아온다길래 특송까지 불러서 선물을 준비했는데 말이야…”

 

“어…어, 어? 어?”

 

고장난 장난감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로봇의 어깨를 남자가 힘없이 붙잡았다.

 

“내, 우주선에…부스터가 실려있으니…그걸로 도망치게. 도망쳐서…연합 본부에 자네가 알아낸 걸…”

 

“자, 잠깐, 데이빗. 기다리십쇼. 응급조치를-“

 

“……”

 

Target: David Rashford

Vital Signs: N/A

Status: Deceased

 

“…데이빗. 데이빗? 파트너, 제발 일어나십쇼.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이니까 제발-“

 

쿡-

 

그리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큭…크크큭…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예의 혐오스러운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날카롭게 휘어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재미있구나!  그 인간을 직접 죽인 소감이 어떻느냐? 얼른 그 메모리를 다운로드해볼 생각에 흥분되는구나! 슬픈가? 화가 나는가? 마치 네가 인간이라도 된 것 마냥? 정말이지 웃기는 촌극이구나!

 

“…너…”

 

인간이었다면 벌벌 떨리고 있었을 그녀의 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완전히 정지해 있었다.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고철더미를 쳐다보았다.

 

아니, 아니다. 더 좋은 생각이 났다.

 

보내주마.

 

“뭐라고?”

 

보내주겠다. 도망쳐봐라. 널 쫓지 않겠다. 그 부스터인지 뭔지를 챙겨가도 좋다. 앞으로 32시간 00분 00초 00 동안 너에 대한 그 어떠한 추적도 하지 않겠다.

 

“무슨 수작을…”

 

단,

고철더미가 말했다. 지금 말하려는 것이 너무 흥분되서 참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시체를 두고 간다면.

 

“……”

 

그리 한다면, 나는 널 쫓지 않겠다.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습니까.”

 

나는 당장이라도 널 해체해서 분석할 수 있다. 그런 내가 보내주겠다는데, 무엇이 그리 불만이지?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로봇은 인류의 호위를 위한 전투체. 자신은 파괴 직전까지 인류의 최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었다. 고로, 자신에게 프로그래밍된 우선순위 상 이미 사망한 파트너이자 관리자의 사체를 대가로 지금껏 얻은 정보를 연합에게 전달하는 것이 옳았다.

 

그래. 그러니.

 

로봇은 말없이 반파된 채 둥둥 떠다니던 데이빗의 우주선에서 투박하게 포장된 부스터 장치를 이식했다.

 

NSX-Amplier Model XL-2 이식 완료.

 

그 짧은 시간에 언제 설정을 마쳤는지, 부스터는 곧바로 로봇과 완전히 동기화되었다. 과연, 최고급 사양 부스터답게 기동력은 물론 출력 역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쫓아오지 않겠다고 한 약속, 지키십쇼.”

 

그리 말하며 로봇은 출력을 끌어올렸다.

 

그래. 그러지. 난 이것으로 재미있게 놀고 있을 테니 말이야.

 

그리 말하며, 기다란 철 촉수같은 무언가가 데이빗을 향해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내장된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공간 도약 준비. 목표 지점은…해당 방향으로 최대 거리.”

 

-음…기왕 모아둔 돈의 절반을 털어서 산 김에 뭔가 더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이런 기능이 있더군. 그리고 딱 마침 일주일 뒤엔 자네 출고일더라고. 그래서 잘 됐다 싶었어. 음 그러니까…-

 

우드득. 우득.

 

철 촉수는 데이빗을 감싸는 듯 싶더니,  이내 강한 압력으로 죄기 시작했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나약한 일반인의 육체는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공간 도약 시퀀스…”

 

-생일 축하하네, 시르.-  by  자네를 항상 아끼는 파트너, 데이빗 래시포드가.

 

-메시지가 종료되었습니다.-

우드득-

 

“…실행.”

 

그리고, 빛과 함께 로봇의 신체가 사라졌다.

 

 

.

 

 

.

 

 

.

 

 

콰지지지지직-!

 

그리고, 이전보다 수십 배는 눈부신 섬광과 함께 칼날이 촉수를 베어갈랐다.

 

“당장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 이 빌어먹을 새끼야…!”

 

로봇은, 아니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고철더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죽여버리겠어…!”

 

이미 훼손된 데이빗의 시신을 한 팔로 소중히 감싼 채, 그녀는 미친듯이 출력을 끌어올렸다.

 

출력제한 해제.

 

주의! 해당 기능은 관리자의 승인이…Override.

 

아베스타 드라이브 오버클럭.

 

이터니움 드라이브 오버클럭.

 

블랙홀 드라이브 증폭장치 최대 출력.

 

-주의! 현 결과값은 수선순위에 크게 위반…Override.

 

엘부르즈 오버클럭.

 

펄스건 오버클럭.

 

오버클럭. 오버클럭. 오버클럭…

 

-주의! 출력이 소체 한계치를 초과했습니다. 현 출력으로는 12.3 초 후 인공지능과 소체의 융해가 시작됩니다. 즉시 출력을 낮추…Override.

 

알고 있다.

 

이건 전부 무의미한 짓이다. 데이빗은 죽었고, 정거장은 파괴되었으며, 아무리 자신이 온갖 출력제한을 다 풀고 부스터까지 달았어도 저것의 상대는 안 될 것이다.

 

말 그대로, 그냥 분풀이일 뿐이다. 기계가 분풀이라니,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이따위 등신같은 짓을 할 시간에 당장이라도 도망쳐서 고철더미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했다. 그것은 이미 초인공지능의 통제권 강탈까지 가능하며, 시무르그에 대한 정보도 가졌다고. 노르드나빅 정거장도 전투 끝에 괴멸했다고.

 

최소한 고철더미와 근접해서 전투를 실행한 자신이 얻은 데이터라도 전해야 했다. 그것이 인류를 위한 행동이자, 자신의 존재 목적이다.

 

그런데, 그딴 것 알 게 뭐란 말인가?

 

애시당초 그녀가 데이빗에게 가졌던 감정은 무엇일까? 우정? 책임감? 짜증? 애정?

 

잘 모르겠다. 이제는 알 수도 없어졌으니.

 

아마 자신이 인간이었더라면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계였고, 그러한 기능은 없었다. 커다란 비명을 지를 수도, 울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그녀가 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분출할 방법은 그저 하나뿐이었다.

 

쾅! 쾅! 우드득-

 

내리치고, 베고, 쏘고, 부수는 것. 원초적인 파괴만이 이 울분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콰직, 펑! 드드드드득-

 

물론 그녀가 박살내는 것들은 고철더미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었고, 고철더미는 그녀의 무의미한 공격들을 그저 즐겁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그리 소리없이 절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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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한심하군요. 그리 발전된 세계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휴먼처럼 분노에 휩쓸려서 그런 무의미한 짓이나 반복하다니. 성간연합도 별 것 없군요.

 

호라이즌이 빈정거렸지만, file.simurg2238402_SIRR.ai라고 남겨져있던 데이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파일 정리나 좀 하려 했더니 이런 고물 인공지능이 제 소체를 공유하고 있었다니.

-하하. 미안…

데이터가 응답하자, 호라이즌은 더욱 질색했다.

-…말투도 휴먼스럽군요.

-…그래봤자 기계지만.

-뭐 됐고, 제 소체에서 나가시죠. 이 소체가 원래 누구의 것이었든, 지금은 제 소유입니다.

-맞아. 이제 네 거지. 응.

-뭐, USB에 넣어서 컴퓨터에 다운로드라도 해 드립니까?

-…아니, 됐어. 네 말대로 난 고물에 불량품이니, 그냥…삭제해 줘.

-마음대로 하십쇼.

-귀찮게 해서 미안. 그래도…보고싶은 사람을 봤으니 후회는 안 해. 설마 여기선 이름이 바뀌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러자 호라이즌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큐리안을 향했다.

 

“음? 무슨 일이지?”

 

-제 소체 멋대로 조종하지 마십쇼!

-앗, 미안. 나도 모르게…사과할게. 이만 삭제해 줘.

-…

 

file.simurg2238402_SIRR.ai 삭제하시겠습니까?

 

-하아, 마지막이니까 불쌍해서 한번만 도와주겠습니다.

 

삭제 중…

 

“큐리안.”

 

“왜 그러지?”

 

“’시르’ 라고 해보십시오.”

 

“시르? 그게 무슨 말이지? 암호인가?”

 

“아 됐고, 해보십쇼.”

 

“시르. 시르… 됐나?”

 

“네.”

 

-…고마워. 호라이즌. 정말로…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르’가 무슨 뜻인가? 농담의 일종인가? 농담이면 나도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잊어버리십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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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예 로맨스 요소를 확실하게 넣을까 아니면 조금 애매한 상태에서 훅 보내버릴까 고민했는데 얘네 둘 사이에선 후자가 조금 더 맞는 것 같아서 함. 물론 시간에 쫓겨서 그런것도 있음...다음엔 조금 더 시간 분배 잘 해야겠음...시발 한달 반 동안 시험기간 좆같다 씨발


고철더미는 알려진 게 없어서 그냥 기계를 모으고 다님+지금까지의 마왕들은 미친년놈들이긴 해도 사연이 있거나 특정 욕구만 채워지면 얌전하다던가 해서 그냥 사악한 마왕은 없었는데 그래서 말 그대로 그냥 사악한 사디스트 컨셉 마왕으로 짜 봤음.


어쨋건 심심풀이로나마 재밌게 읽었으면 좋겠고 나중에 시간나면 다른 소재로 돌아옴...


P. S. 그래서 성간연합 스토리 언제 풀림 시발 현수야 스토리 좀 팍팍 뽑아봐라


그리고 내 각우는 시발 몇대도 못 떄리는 좆병신인데 상대 각우는 무적이 풀리지를 않냐 좆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