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감사의정권] 우리 개는 잘물어요


*** 데드엔드로드 스포일러 있음!!!!!














1편
 2편 3편 4편


[감사의정권] 우리 개는 잘 물어요. (完) 

짐승에겐 입마개를, 인간에겐 안식을.














[ 소령, 이제 그거 그만해. ]


“박사님, 시간이 필요해요.”


[ 그만하라면 그만해! ]




고함소리 뒤로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머지 않아 한숨소리와 함께 끝났지만.




[ 하아⋯⋯. 미안, 소령은 똑똑하니까 잘 알고 있잖아. ]


“⋯⋯.”


[ 더는 나도, 우리가 곤란해. 네 어깨를 봐. ]


“⋯알겠습니다.”




대화는 다시 끊어지고 말았다.












***











조금 부어있는 눈두덩이, 그리고 다시 입마개가 채워진 짐승⋯ 침식체 앞에 서니, 물어뜯긴 어깨가 아파져 오는지 인상을 쓰며 매만졌다.

초점 없는 멍한 눈으로 카린을 노려보는 침식체는 여전히 침인지 뭔지 모를 액체를 끝없이 흘리고 있었다.


살점이 뜯어질 정도로 물어뜯겨 버린 뒤론 CRF가 한참 동안 빠르게 닳아가던 탓에 결국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로널드 리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자기가 갈 테니 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카린에겐 책임이 있었다.




“침식체⋯”




노란색의 목줄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었는가. 아무리 유사품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남은 것은 여전히 그의 얼굴과 목소리뿐이었다.




“대령님의 모습으로 그러면 안 돼⋯”




책임은 자신에게 멍에처럼 씌워져 있었다. 그 멍에는 무슨 색일까.


희망을 잡은 성공이란 달콤한 색은 당연히 아니었으며, 그렇다면 실패를 맛본 분노의 색?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러면 안 됐어.”




감정 따위 없는 침식체에게 사과는 무의미했다.

침식체는 침식체의 본능에 따라 울부짖고, 행동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래, 나는 그냥 훈련사 놀이나 하고 있었던 거지.


처음부터, 그는 없었다.




“네가 과거에 죽인 사람의 수가 몇 명인지 알아? 그중엔 대령님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어.”


“⋯⋯.”


“사령관님을 따르던 부관님을 헛되이 보냈어!”




방어선의 사람들이 네 압도적인 무력에 흙바닥의 개미처럼 짓밟혀 죽었지.




“그래, 내가 하려던 건 그저! 그저⋯! 그냥 보고 싶었을 뿐이야!”




파르르 떨리는 입술, 당장이라도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것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손.

과부하로 잠시 빛을 잃어버린 글라우코피스와 카린의 올리브색 눈동자에는⋯


희망도 아무것도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침식체요. 유의미한 것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으며.

착각 속에서 옳다고 믿는⋯ 아니, 그저 희망이라는 가식으로 가득 찬 나머지, 존재하지도 않는 결과물을 좇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도의를 져버리면서까지.


그 무책임함에 자신에게 분노한다.




“모두 네가 죽였어⋯! 그리고, 그런 너를 내가 재생시켜버린 거야⋯⋯.”




애초에 드넓은 사막에서 바늘 따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물기 젖은 목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방울.

빛이라곤 하나 없는 오드아이에서 하염없이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다.


아는지 모르는지 붉은색 눈동자는 조용히 카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은 으르렁거리지도, 몸을 뒤흔들지도 않고, 그저 카린을 따라 얌전히 있을 뿐이었다.



왤까. 대체 왜?

침식체를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

그 모습과 행동은 짐승에 가까워서 원초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행동만을 한다.


알고 있는 이론임에도, 저 행동엔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카린은 왜인지 모를 분노에 입술을 깨물었다.





곧 패닉룸에 무언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순식간에 침식체의 목에는 인간의 두손이 매달려 있었다.




“크윽⋯!”


“⋯⋯.”


“카아악⋯ 아⋯!”




눈물로 빨갛게 부어오른 눈이 붉은색 눈동자를 응시한다.




“왜⋯? 침식체는 숨을 쉬는 생물이 아니에요. 왜 괴로워하죠? 대체, 왜? 어째서?”




CRF를 쓰고 있지도 않은 데, 마치 괴롭다는 듯 신음을 내는 침식체를 보고 있노라니⋯

조롱하는 것만 같아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치욕이었다. 그건 저도 모르게 침식체에게 화풀이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손에 들어가는 힘을 도저히 뺄 수는 없었다.




“당신은 그런 얼굴로, 그 목소리로 이러면 안 돼⋯! 그래선 안 돼⋯⋯.”


“커허억⋯”


“안된다고―――!!”


“카하아악⋯! 카⋯ 카악⋯!”


 

 

괴로워 벌린 입에는 타액이 흘러내릴지언정, 이상하리만큼 얌전했다.

원래라면 구속구를 벗어나려 온몸을 비틀었을 텐데도.


그 기이함에도 카린은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침식체의 목을 조른다 한들 죽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집속반응이 강한 핵이니까.

이 모든 건 침식체의 기만이라며 카린은 더욱 힘을 주었다.




“기만하려 해도 소용없습니다! 전⋯ 전⋯!”


“칵⋯ 아악⋯ 카⋯⋯!”


“침식체는 이딴 짓에 죽을 리 없다는걸 잘 아니까요! 로널드 리 박사와 당신의 처분을 논의 할 겁니다⋯! 이 빌어먹을 침식체!!”




너 따위는 대령님이 아니라고, 그렇게 목구멍 안으로 삼키고.




“카아⋯⋯ 카아아악⋯⋯"




간신히 분노도 삼켜낸다.



 

 

 

 

 

 

 

“카아⋯⋯"

 

 

 

 

 

 

 

 

 

 

 

“카⋯⋯!”

 

 

 

 

 

 

 

 

 

 

 

 

 

 

 

 

“카⋯⋯"

 

 

 

 

 

 

 

 

 

 

 

 

“카⋯⋯⋯린⋯⋯.”












“⋯!! 아⋯!”





뚜둑.


한순간이었다. 



최후에 뱉은 말과 함께,

그대로 목이 꺾였다.















“아⋯ 아⋯⋯.”




침식체는 숨을 쉬지 않는다. 숨을 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침식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짐승에 가까운 본능만을 취하기에.


침식체는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안돼⋯⋯. 안돼⋯!”




카린은 황급히 늘어진 침식체의 위로 올라가 그 얼굴을 살피고, 집속반응을 확인한다.




"안돼⋯⋯. 없어⋯ 핵이⋯ 핵이⋯”




아무것도 없었다.

집속반응이 강해야 할 핵은 빛을 잃었고, 새하얀 거구만이 남아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안돼⋯!”




얼룩지고 빛바랜 노란색 목줄은 조용히 풀어지고,




“안 돼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죽일 수 있겠어요⋯ 어떻게⋯!”




타르타로스 구속구가 만든 그림자의 뒤로 희망은 떨어져 버렸다.




“나는⋯ 나는⋯ 전⋯⋯!”




모든 것이 마냥 무의미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무런 색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령님⋯⋯!”




짐승에겐 입마개가 필요했지만

인간에겐 안식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흐윽⋯”




망집에 사로잡힌 것은 누구인가?




“죄송해요⋯⋯. 너무⋯ 늦게 알았어요⋯⋯.”




침식체는 누구인가. 광기에 사로잡힌 괴물은 누구였는가?




“흐윽⋯⋯.”




인간의 탈을 쓰고, 망집에 사로잡힌 죄였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를 불러보지 못한 죄인만이 남는다.


그가 잘못 한 것이라면 그저 침식체의 탈을 썼다는 것밖에는 없는, 그런 가여운⋯⋯.




“대령님⋯⋯.”








그저 끝에는 당신을 대령님이라고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라고.



새빨간 광기에 미친 죄인이 마지막에 이룬 것은 그것뿐이었다.















우리 개는 잘 물어요.












+)

대회 기간 내내 너무 바빠서 어느정도 현생이슈 마무리하고 막주에 급히 달렸는데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파가지고 완결 못내나 걱정했음..

몇번이고 포기할까 했는데 커미션 너무 정성다해서 그려주신 작가님이랑 1편 댓글달아준 사람들 생각나가지고 진통제 먹어가면서 이악물고 하니까 어찌저찌 완결내서 뿌듯합니다..

더 다듬고 싶은데 이미 몸뚱이가 한계점 같아서 지금 할수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막편 올렷읍니다...


다른 멋진 작품들 볼수있도록 정권대회 열어주신 주최자분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상해주신 모든분들 고마워요!!! 





+)치명적인 오타 있어서 고침...

죽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 목숨을 포기하지않는다 


이거때문에 카린이 죽인것처럼 되버렸는데

아포리아 프레임에 갇힌 제이크가 자살한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