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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맑아 조각구름이나 몇 조각 찾아볼 뿐, 햇볕은 따갑다기보다는 따스한 느낌이었고, 바람은 선선하여 너울거리는 파도는 발목에서 부스러져 뒤로 세 발짝이면 모두 흩어진 채 하얀 포말로 변하였으니, 바야흐로 휴양을 즐기기에 제격인 날이라 할 수 있겠다.

 

보아하면, 모네는 저곳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곳에서 놀고 있고, 모네의 어머님은 파라솔이 드리운 곳에서 보고 있건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어기 수풀 언저리에 무슨 남성의 실루엣이 어른거리는 게 아닌가. 조금 다가가 보니 흰머리가 희끗하게 내려앉은, 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남성 하나가 구부정한 자세로 바닷가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흐리고 흰자에 실핏줄이 조금 나 무얼 바라보고 있는지 살피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찬찬히 지켜보니 그 눈은 백발에 구릿빛 피부를 띈 모네를 좇고 있었다. 처음으로는 소아성애자나 될는지 싶었는데, 표정이며 눈빛이 하도 애틋하기도 하여 지켜보던 것도 잊고 한 걸음 다가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는 아입니까?

 

남자는 흠칫하여 이쪽을 쳐다보다, 다시 모네 쪽을 바라보며, 기이한 어조로, 아는 아이요, 라는 대답을 남겼다.

 

무슨 사입니까?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그것이, 제가 보호자 되는 입장이라 그럽니다.

보호자?

 

하며 되묻는 남자의 말에는, 의문이 섞이기도 하고, 네깟 게? 따위의 조소가 섞이기도 하여, 덧붙이길, 제가 고용줍니다.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길,

 

아이 쪽은 사실 거의 아는 바가 없고, 모친 되는 이랑 아는 사이요.

어떻게 아십니까?

굳이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 무어, 말하자면 젊을 적 동향 친구라 하면 될는지 모르겠수다.

동향 친구?

 

되묻자 버럭 화를 내며 말하길,

 

보소, 무슨 호구 조사 나왔는가? 아는 사이기도 하고 통 보이지도 않던 것이 언제 왔는가 눈에 밟히는 바람에 그래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게 그리 숭한 일이란 말인가?

 

마구 쏘아붙이더니, 다시 모네 쪽을 한참을 쳐다보다, 이번에는 한풀 꺾인 기세로 한숨을 내쉬며 말하길,

 

숭한 일이긴 하지. 그래, 내 나이가 얼마쯤으로 보이나?

 

이제는 순 반말로 나서는 태도에 잠깐 어물거리던 나는, 사십 대 중후반이나 될 것 같다 대답했다.

 

십 년이나 더 먹었단 말인가. 다 그놈의 열병 탓이야. 이제 미련을 버릴 때가 된 셈이지. 오늘을 끝으로 이 짓거리도 그만둘 터니…….

 

남자는 한숨도 없이, 미묘한 떨림만을 가진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보트니 파라솔이니 휴양지로 변해버렸지만, 내가 올 적만 해도 이곳은 짚으로 지붕 삼은 집 몇 채가 드물게 자리한 어촌이었다. 두어 뼘이나 되는 밭뙈기를 붙잡은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다에 나가 어업에 종사하며 사는, 저어기 모래밭 위로 안개가 자주 끼던, 어촌 하면 으레 떠올리는 모습을 한 곳. 나의 고향.

 

다시는 발 디딜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 고향에 오게 된 이유는, 굳이 따지고 보자면, 나의 실패에 그 역사를 두고 있다.

 

육 할 이상의 취업률을 보장하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실패한, 사 할 남짓에 해당하는 젊은이. 보다 못한 부모가 불러오며 말하길, 허송세월 말고 일이나 도와라. 처음에는 오기가 생기기도 하여 좁다란 고시원에 눌러앉아 내려갈 생각도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회한이 짙어져만 갔다.

 

도시에 올라와 배운 것이라곤 함바 사무소를 전전하며 배운 노가다질 뿐이 아닌가. 어디서나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라지만 과연 이것이 내가 꿈꾸던 삶이던가. 하여, 점심 먹을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그길로 짐을 챙겨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하였다. 짐이라곤 옷가지 몇 벌 뿐이 없어 작달막한 여행 가방 하나에 모두 넣고, 주인아주머니께 간단한 인사만을 남기고 훌쩍 고향으로 길을 떠났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시에 남았다 한들 변하지 않았을 터니, 과연 젊은이들의 무덤이라 할 수 있겠구나. 그래, 나는 그길로 무덤을 등지고 떠난 셈이다. 새로운 시작에 들뜨지도, 꿈에 부풀지도 않은 채. 나 자신을 알 수 없는 곳에 던질 용기도 없이, 그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죽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위로하길 과연 그랬다.









나머진다쓰면올릴개요ntr은순문학애서읽은거박애몰라서저가잘쓰지는못하는대그럴수잇다고생각해주삶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