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용 작품이라 당연히 NTR 장르이고, 장르에 맞춰서 내용을 짰기 떄문에 카사 스토리 고증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다는 것 감안하고 읽어주셈.





배경은 대충 또다른 엘리시온의 평행세계라고 생각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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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어느 숲의 구석에 박힌 조그만 오두막에선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낡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무난한 갈색 머리, 무난한 체격, 무난한 외모. 당연히 성흔 따위는 없는, 평범한 거리의 음악가. 그럼에도 음색 하나만큼은 소리를 듣는다면 한번쯤 돌아볼 법한, 준수한 악사였다.

 

그의 옆에서 눈을 감은채 미소지은 얼굴로 그것을 감상하는 여자는 그 반대였다. 찬란한 금발, 아름다운 적안과 얼굴, 탄탄한 체격. 그리고 믿음에 응해 한없이 강력해지는 최강의 성자. 모습을 감추려 뒤집어쓴 헤진 로브도 그녀가 ‘특별한 사람’ 이라는 분위기를 지우진 못했다.

 

“만족하셨나요, 추기경 예하.”

 

남자가 싱긋 웃으며 장난스레 말하자, 그녀는 감은 눈을 찌푸리더니 남자의 볼을 꼬집었다.

 

“무엄하구나. 나를 부를 때는…”

 

“즐거웠나요? 에클레시아.”

 

그제야 그녀는 표정을 풀고 눈을 마주쳤다.

 

“그래. 그래야지. 심술궃어, 마크.”

 

에클레시아는 헷, 하며 웃더니 마크의 볼을 양쪽으로 잡아당겨 늘렸다. 남자는 항복한다는 듯 양 손을 들어올렸다.

 

“하하이어써요. (장난이었어요.)”

그녀가 그제서야 손을 놓자, 그의 볼은 착-하는 소리와 함께 되돌아갔다. 남자는 볼을 매만지며 기타를 정리했다.

 

“으으…여전히 힘이 장사시네요.”

 

“실례네. 물론 내가 힘이 좀 세긴 하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섰다.

 

“좋아. 충전 완료! 이제 돌아가볼게.”

 

“벌써 가시게요?”

 

마크는 아쉽다는 듯 그녀를 붙잡았지만,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손을 뗴어냈다.

 

“미안해…하지만 오늘 회의는 동부의 역병 창궐에 대한 거라, 빠질 수 없어. 사람들 도우러 하는 일이니까, 이해해 줘.”

 

“어쩔 수 없죠. 다녀오세요. 이번엔…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일주일이면 될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줘.”

 

“네. 무사히 다녀오세요.”

 

그 말과 함께 마크는 그녀를 배웅하려 했지만, 그녀는 순간 그에게 다가오더니 볼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금방 돌아올 테니까, 다른 여자랑 놀아나지 말고.”

 

안 그럼 혼난다? 며 장난스레 말한 그녀는 문을 나섰지만, 마크는 한참 동안이나 벌게진 얼굴로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누군가가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씨구, 얼굴 봐라. 넋이 나갔네 나갔어. 또 그 여자랑 만났나보네?”

 

검은 단발 머리, 마크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작은 그녀는 그의 소꿉친구, 소피아였다.

 

“어…어? 안녕, 소피아.”

 

“허이구, 제정신이 아니네. 왜, 그 여자가 키스라도 해 주디?”

 

‘키스’라는 단어에 마크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것을 본 소피아는 의외라는 듯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는 이내 이가 드러날 정도로 씨익 웃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왠일이래? 생긴 거랑 행동거지는 결혼식 전까지는 손이라도 잡을까 말까 싶던데. 어디까지 갔냐?”

 

“소피아, 그만해…그리고 그 분한테 너무 무례하게 굴지 마. 세상을 구하려고 노력하시는데.”

 

“콩깍지가 아주 제대로 씌였네. 뭐 혀라도 섞어주디?”

 

마크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소꿉친구는 성격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딱히 고귀한 출생은 아니었던 탓인지 아니면 그저 본래 성정이 그런 것인지 입은 정말 걸걸했다.

 

“아니야! 애초에…볼에 받은 거였고.”

 

그 말은 들은 소피아는 김 샜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는 가지고 온 바구니를 뒤적였다. 그녀는 그를 마치 한심한 어린애 쳐다보듯이 보았지만, 어딘가 안심한 듯한 기색이기도 했다.

 

“난 또, 아예 침대에서 뒹굴기라도 했나 했더니. 겨우 볼 뽀뽀가지고 호들갑은. 나였으면 확 자빠트려서…”

 

“소피아, 제발.”

 

“그래, 그래…알았다. 쳇, 얼굴은 진짜 더럽게 예쁘긴 하던만. 자, 여기 일주일치 밥. 리아 것도 챙겨왔으니까, 잘 먹여. 내가 특.별.히 약도 귀한걸로 구해왔으니 꼬박꼬박 챙겨.”

 

리아는 마크의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밖으로 잘 다니지 못했고, 최근엔 조금씩 앓기 시작했다. 마크에게는 그녀를 곧바로 치유할 돈도, 방법도 없었지만 근처 약방에서 일하는 소피아를 통해 건너건너 약을 조금씩 얻어왔다.

 

“고마워, 소피아. 너랑 친구라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어렵게 구해온 거니까 잊어버리지 말고 꼬박꼬박 잘 챙겨줘. 리아한테 안부 전해주고. 오늘은 빨리 가야 해-약 배달이 남아있거든. 잘 지내라, 엄한데 다치지 말고. 골치아프니까.”

 

“그래, 조심히 다녀.”

 

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바구니를 들고 일어섰다. 마크는 그녀를 배웅하고, 약을 챙겨 리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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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클레시아는 거대한 금색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하얀 장발의 여인이 그녀를 마중했다.

 

“안녕하십니까, 추기경 예하.”

 

“그래, 네퀴티아. 회의실로 안내하거라.”

 

“이쪽으로.”

 

복도를 걷던 중, 네퀴티아가 고개를 기울여 그녀에게 속삭였다.

 

“에클레시아 님, 또 그 남자를 만나고 오신 겁니까?”

 

“…그대가 알 것 없는 일이다. 한번만 더 내 뒤를 쫓는다면 경을 칠 터이니, 그리 알거라.”

 

“…그리하겠습니다. 소인은 그저 에클레시아 님이 만인을 굽어살피시는 것에 혹여나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여…”

 

“그럴 일은 없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다소 서늘한 대화 후, 에클레시아는 회의실 앞에 다다랐다. 그녀를 알아본 시종들이 허리를 굽히며 문을 열었다.

 

“추기경, 위대한 정적께서 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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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장르가 장르다보니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이 작품의 금태양 포지션은 소피아임. 대놓고 묘사하긴 했지만.


성적인 묘사는...들어갈지 말지 결정 못했는데 들어가도 그렇게까지 적나라한 묘사는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