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카붕이들에게 신세를 졌다.


상연이로 말미암아 여러 카붕이들이 받은 고통이 너무도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 또한 헤아릴 수 없다.

카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멘탈이 박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건포를 뺄 수도, 이터니움을 녹일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갓겜행과 망겜행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운영진의 행태에 좆같아 하지 마라.

운영의 쓰레기 같음에 원망 하지 마라.

좆병신겜의 운명이다.


불태워라.

그리고 플레이스토어 순위 맨 끝자락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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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사이드의 시대가 오겠어요?"


사내는 슬픈 눈으로 중얼거렸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사람의 감정은 눈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하지만, 사내의 눈에는 단지 슬픔만이 담겨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두운 바다 밑, 칠흑처럼 켜켜이 쌓인 어두운 그 감정은, 착잡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메아리같이 공허한 외침이 섞여있었다.


"아, 오지요. 100퍼센트 오지요. 그거는 반드시 올 수 밖에 없지요."


옆에 있던 또다른 남자는, 그런 감정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 어울리지 않는 들뜬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카사는 없을 것 같아요."


사내의 착잡한 말에 남자는 숨이 턱 막힌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 사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어야 할까. 남자는 고심 끝에 말했다.


"어..... 그야, 그럴 수는 있죠. 카운터사이드는 첫 물결이에요.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는 데, 그 첫 파도에 올라탄 게임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그런데, 이 첫 파도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이 첫 파트가 못 가고, 그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 파도가 와서 계속 파도들이 밀려와서, 여러차레 밀려온다면 그 끝에 갈 수는 있겠죠.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새로운 아트웍과 새로운 음향, 새로운 문화를 체현하고 있기 때문에 첫 파도 머리와 같은 게임이죠. 근데 가시고 싶은데까지 못 가실 수도 있죠. 그런데 언젠가는 다른 게임들이 거기까지 갈 거에요. 그런데 뭐....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야 카운터 사이드가 거기 있든 없든 뭐 상관 있나요."


남자의 말에 사내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아트팀과 음향팀, 스토리팀의 노력을 운영으로 똥통에 쳐박아 버리는 게임. 자신의 게임을 소비하는 유저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게임. 유저가 유저를 끌어들이고, 홍보를 자처하고, 게임을 살리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게임.... 카운터사이드가 가진 방향성은 분명 그런 것이었다.


결코 살아남지는 못할 게임. 그것이 사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하긴 그래요, 이 게임이 뭐라고. 이런 좆망겜 말고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믿고 지르는 게임으로 옮겨가고, 그런 게임이 오래 살아남는 세상이 되기만 하면 되지. 뭐 카사가 꼭 거기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사내의 마지막 말엔, 어두운 침전물 같은 감정조차도 사라져 없어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분명, 불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찬란한 빛을 내뿜는 촛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