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밤에 깔아서 삼일차다



스팀플탐은 이정돈데 아이패드로 한 시간도 많아서 30시간은 넘길 듯. 이틀동안 30시간넘게 했다니 거의 밥먹고 똥싸고 카사만 한 수준이라 볼 수 있겠다.


이 집 스토리에 대한 후기를 남기자면 일단 맛있다.

분명 고급 미슐랭 레스토랑급이나 동네 이름난 맛집급은 아니다. (명작이나 수작은 아니라는 의미)


하지만 존나 예상되는 맛을 잘 냄.


얘가 여기서 ㅇㅇ를? 왜? -> 나중에 납득되게 설명해줌.

이 새끼 이런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겠구만 -> 예상은 했지만 그대로 맛있게 잘 요리해줌.


비유하자면 동네에 숨은 전통의 단골맛집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을 듯


스토리는 메인 5장까지 밀었음. 마지막에 영상나오는데 스킵안하고 다 볼 정도로는 스토리가 흥미도 있었고 여운도 있었다.

(주시윤 이 십새끼 존나 간지나더라.)


유입될까말까 고민중인 놈들도 있을 것 같아서 스포는 안하고 이 겜 스토리의 장점을 나열해보자면.


참고로 tmi지만 나는 완결작도 몇 개 있고 어떻게 보면 기성 소설가였던 류금태씨의 후배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아무튼 그래서 더 스토리에 대해 엄격한 기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게임의 스토리는 그런 내 눈높이에도 맞을만큼 평타 이상은 친다는 느낌을 받았음.



1. 확실한 캐릭터성


- 급발진이나, 개연성 부족한 부분이 없음. 내가 최근에 스토리 좋다고 정평난 다른 게임을 하고 왔는데 그 겜 캐릭터들은 ㅈㄴ 급발진을 많이하고 감정선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이 게임은 캐릭터들에 입체성이 잘 부여되어있다.

어떤 사연이나 과거를 가지고 있고, 현재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보여주는 행동이 그 목적과 어떻게 일치하는지가 잘 설명됐다고 볼 수 있다.


힐데, 주시윤, 유미나.

이 셋이 주인공 삼인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캐릭들인데 각자의 개성이나 사연이 뚜렷하고 변화되어가는 과정도 잘 드러났다고 생각함.


조연 캐릭터들도 존 메이슨이나 오르카, 리플레이서 간부진들. 하나같이 기준점 이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매력이 없다고 느껴졌던 조연캐들은 경찰 캐릭터들이었음.



2. 궁금할 때 되면 떡밥을 던져줌. 그런데 그 떡밥이 불쾌하지가 않음.


보통 우리가 웹소설이나 드라마, 애니 같은 데에서 주인공이나 흑막에 관련한 비밀이 풀리면 그 비밀이 불쾌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 그래서 비밀 언제 푸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건데 현업 작가의 입장으로 볼 때 그런 불쾌함이 드는 것은 그냥 창작자가 그것을 잘 표현해내지 못한거임.

카운터사이드의 메인 스토리 1-5장을 두고 봤을 때 떡밥이 던져지는 구간들이 상당히 많은데 개인적으로 그 떡밥들은 궁금하고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는 떡밥들이지 불쾌한 떡밥들이 아니었음.



3. 위의 두 사항이 합쳐진 익숙하게 예상가는 맛.


물론 미슐랭 레스토랑의 메인요리나 소문난 맛집의 음식도 맛있을 수 있겠지만

사람은 의외로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


아직까지 소위 양판소나 아카데미, 후피집물같은 것들이 장르소설판에 유행하는 것도 다 그만큼의 수요가 있기 때문임. 


양산형이다. 왜? -> 그만큼 수요가 있으니까 만드는 거.

그럼 왜 수요가 있느냐? -> 의외로 대중들에게는 익숙한 입맛이 있고 그 입맛은 매번 비슷하게 맛봐도 맛있기 때문. 말하자면 후라이드치킨같은 거라고 볼 수 있지.


이 게임은 그 후라이드치킨을 꽤 잘만듬. (내가 한 5장까지만 놓고 볼 때)

분명 수준높은 요리나 그런건 아닌데 맛있음.


지금까지 이렇게 후라이드치킨을 잘 만드는 데는 본 적이 없어서 이후의 스토리들도 기대가 된다.

내가 엄청 칭찬을 늘어놓은 것 같은데 분명 엄청 잘 만든 게임이다, 대단히 수준높은 스토리다. 그런 건 아님.


그냥 익숙한 맛인데 그 맛때문에 감질맛나서 게임을 계속해볼 정도는 된다는거.


사실 다 떠나서 그냥 내 취향에 맞을 수도 있는건데 그냥 객관적으로? 동종업계 종사자의 시선으로 두고 봐도 카운터사이드 초반 스토리 정도면 충분히 짜임새있게 잘 만든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예산의 문제인지 칼 휘두르는 장면이나 함선등장하는 부분에서 같은 그림만 나오는 건 조금 아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