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나의 순수에 대해 생각합니다.

순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하였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무지할 때만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창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괜시리 창문 밖을 바라봅니다.

 창문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간직한

그들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셀 수 없는 순수가 잠들어 있습니다.

 어린아이도

학생들도

노인도

모두 그 의식 속에 자신만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찬란하게 빛나는 순수들을 목격할 때마다

나의 마음속은 문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환희로 가득 차오릅니다.

 비바람이 거세지면

창문 밖의 사람들은

그들의 순수와 함께 하나 둘씩 희미해져갑니다.

방금 전의 황홀한 광경을 기억에 새기려는 것인지

나의 의식은 이미 사라져버린

나의 순수

그 흔적을 헤집습니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나의 갈증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순수를 갈구하는 목소리는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창문을 열 지도 모릅니다.

  그제서야 나는 느낄 것입니다.

비가 어린 새싹 위에 덮여있는 흙을 씻어내는 것처럼

빗줄기가 창문 밖으로 내민 나의 두 손에 닿을 것입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나의 거죽에 닿을지도 모릅니다.

수천 년 동안 쌓여 온

나의 거죽을 벗겨 낼 수도 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기억할 것입니다.

순수의 때에

영원을 노래하던 별들과

모험을 속삭이던 나무들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구름들을

나는 하염없이 울 것입니다.

밖으로 나가 달릴 것입니다.

 끝없이 달리다 지쳐

그제서야 눈을 감으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별들과

나무들과

구름들을

 그들은 속삭일 것입니다.

내가 그들을 기억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모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 고합니다.

창 밖의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얼굴에서 아직 순수가 보인다면

눈을 감아 주십시오.

그렇다면 별들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입니다.

 별들을 보았다면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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