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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음 알려주라....
오라리오에는 3일 전부터 흉흉한 이야기가 나돌아다녔다.
제우스&헤라 파밀리아가 괴멸되었다는 이야기──
몇몇 파밀리아들은 그들의 괴멸 소식에 웃음꽃이 피였다.
-제헤팜이 괴멸되었다니!! 이제 우리 이블스가 날뛰어도 되는 시기군 그래!
-캬하하하하!! 너무 행복해! 이제 그 녀석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잖아!! 오라리오 녀석들!! 다 뒤졌어!!
하계의 테러리스트, 이블스는 기뻤다.
제우스, 헤라 파밀리아로 인해, 활동이 좁았던 것이 불만이었던 그들은 너무나도 환호했다.
또 자신의 직무실에 앉아있는 어느 한명의 남성도 그들의 괴멸에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의 이름을 널리 알릴 때가 온 건가...
먼저 그들의 괴멸에 나뛸 이블스를 처리해, 내 이름을 알리겠어.
그런 다음 제헤팜이 답파를 못한 59계층을 시작으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위업을 세우겠다.
나, 파룸의 영웅... 핀 디무나가 파룸의 정신적 지주가 되겠다!!"
항상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파룸의 부흥을 외치기 힘들었던 핀 디무나
파룸 남성은 이블스보다도 제헤팜의 붕괴에 기뻐하는 인간이였다.
거기엔 핀 디무나와 같은 곳에서 기쁨을 나누는 엘프 여성도 있었다.
리베리아 리요스 알브는 제우스 파밀리아 보다도 헤라 파밀리아 괴멸에 기뻐했다.
"이제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건가?
아아... 그들이 없어졌단 것만으로도 이리 숨쉬기 편하단 말인가
나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던 【최공】, 나에게 시건방졌던 【정적】
그 밖에 헤라 파밀리아 단원들... 항상 답답했던 가슴이 오늘로서야 뻥 뚫리는군."
리베리아, 그녀는 항상 헤라 파밀리아의 눈치를 봐왔다.
그들의 신경을 건드는 순간, 알브의 숲 엘프들은 괴멸에 가까울 피해를 입을 것이다.
여제의 커스를 받은 엘프들은 짐승으로 돌변할 게 분명했다.
커스를 받은 엘프들은 수간, 윤간, 강간, 근친상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게 리베리아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녀의 커스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사람, 몬스터 하물며 신까지도 그녀의 인형으로 전락되어 비참한 삶을 살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그러는 반면, 그들의 괴멸 소식에 좌절한 이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으로 우라노스, 펠즈, 길드였다.
"제우스, 헤라 파밀리아를 대체할 파밀리아는 현재 어디에도 없다.
이제 던전은 그들이 없어, 좋다고 이상 사태들을 마구 발생시키겠지..."
"우라노스, 하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행히 제우스, 헤라 파밀리아가 만든 81계층의 출입문이 있어 버티겠지만..."
"81계층부턴 내 기도가 닿지 않는 곳이다.
그곳은 던전 기운이 가득 서리고 있는 곳이지.
현재 그곳 몬스터는 출입문을 박살 내기 힘들 테지만, 그것도 잠시다.
던전이 제우스, 헤라 파밀리아의 부재를 알아차리면 그 즉시 강한 몬스터를 만들어 낼 게 볼고도 뻔하다.
지금까지 오라리오, 하계가 안전하게 돌아갔던 건 나의 기도와 제헤팜의 존재가 컸다."
우라노스는 의자 등받이에 바짝 붙여 얼굴을 천장에 향하도록 올렸다.
지그시 눈을 감는 우라노스
"이제 하계의 미래는 나도 모른다.
이 앞은 어떻게 흘러갈지...
난 그저 묵묵히 제단에서 기도만을 올릴 뿐이다..."
한편,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도 길드 못지않게 그들의 빈자리에 슬퍼했다.
제헤팜에 속해 있는 마스코트 존재, 벨 크라넬이 죽었다고 판단한 류는 더더욱 슬플에 잠겼다.
'벨..., 왜 당신은 그렇게 간 겁니까...
저보다도 나이가 어린 순백의 아이...
제가 유일히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이성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요?
당신을 모르고 지낼 땐 문제 없었지만, 이미 당신의 존재를 알아버린 저로서는 벌써부터 감당하기 힘듭니다.
벨, 당신의 미소, 당신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류의 벽안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져 갔다.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쭈그려 앉아, 2일동안 틀어 박힌 상태였다.
류의 침대엔 빵과 물컵이 올라간 쟁반이 놓여있었다.
류는 2일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다.
류는 2일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곁에서 사라진 벨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듯,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2일 전◆◆◆
처음, 제우스&헤라 파밀리아가 괴멸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류는 곧장 그들의 홈에 달려 나갔다.
아무리 제헤팜 성벽 문을 두들겨도 누군가의 인기척은 느끼지지 않았다.
보폭 5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는 단원들, 주신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지금 자신들의 슬픔보다 저기서 하염없이 문을 두들기는 류가 더더욱 슬프다는 걸 알기에 가만 서있었다.
"벨! 벨!! 거기 있는 거죠!!? 제발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제발!!
제발 당신의 숨소리만이라도 들려주세요!!!"
류의 절규는 제헤팜 부근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크게 울렸다.
아무리 두둘겨도,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조용한 제헤팜 홈에 류는 절망적인 낮빛을 드러냈다.
류는 떠는 손으로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애검을 뽑아 들었다.
류 뒤에 있던 알리제, 카구야가 즉시 달려가 그녀를 저지했다.
카구야는 허리춤에 있는 거합도를 빠른 속도로 빼들었다.
카구야의 거합도가 류의 애검과 맞부딪히자, 류의 애검은 그녀의 손에 벗어나 50M 쯤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미쳤나!?
니가 이러는 걸 백발 꼬맹이가 알면 어떨 것 같냐!!
생각 좀 해라!!! 머저리년아!!"
"절 막지 마세요!!! 알리제, 카구야!
전 벨이 있는 곳으로 갈 겁니다!!
짧은 시간을 그와 보내면서 느꼈습니다.
벨과 함께 지낼 때, 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요!!!"
"리온! 지금 도시가 흉흉해 죽겠는데
여기서 정의 파밀리아 권속, 류 리온이 자결하면 시민들의 마음은 어떻겠어!?
분명 불안에 떨 거라고! 이블스는 좋다라 춤 출테고"
알리제의 외침에 류는 잊어버렸던 정의를 느꼈다.
도시를 수호하는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권속, 류 리온
그걸 느껴버린 류는 천천히 알리제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리제는 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 그럼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알리제...
제발 알려주세요, 벨이 없는 이 세상에서 전 뭘해야 행복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나요?"
"그, 그건...."
"전 벨이 좋습니다! 벨을 사랑합니다!
벨을 연모합니다!!
이 감정은 앞으로 평생 못 느낄 거예요!!
제 몸에 흐르고 있는 엘프 피가 그리 말하고 있습니다!!
알리제!! 대답해주세요!! 항상 밝게 웃던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평상시의 알리제는 미소를 활짝 짓고 "잘~~"이라며 얼버부리겠지만
이번 사건은 사뭇 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지간에 마이페이스를 유지했던 알리제는 처음으로 무너져버렸다.
"나, 나도 몰라... 리온..."
"......"
◆◆◆현실◆◆◆
고요했던 류의 방엔 똑똑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누가 자신의 방문을 두들기는지 관심이 없다.
이 세상엔 벨이 없다.
넓고 넓은 하계엔 벨이 없다.
자신이 지내고 있는 【별무리의 정원】엔 벨이 없다.
사랑스러운 백발 소년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들어오지 않으면...
때가 묻지 않아, 천사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방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피부가 부드럽고 고사리 같이 작디 작은 손길로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없으면...
류는 그저 망가진 괘종시계처럼 꿈적도 하지 않을거다.
"리온 들어간다?"
「.....」
너무나도 조용한 방은 알리제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래... 난 뭘 기대 하고 있던 거야?
벨이 내 방문에 노크를 할 리 없잖아..?
하지만... 알고 있는데, 왜 난 벨이였으면 했던 걸까....?
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벨이였으면 했던 걸까?
아.... 그렇구나, 나는 그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거야.
환청이라도 좋아, 환각이라도 좋아...
벨.... 부디 제 앞에 나타나주세요,
당신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그립습니다...'
잠시 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포니테일의 적발 여성
그녀는 곧바로 류의 침대쪽으로 걸어갔다.
「리온!!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나~~ 리온의 옛 모습이 그리워~~ 응? 나한테 그런 모습 보여줘~~」
「........」
「──리온! 제발 뭐라고 좀 말해봐!
아!! 오랜만에 도시 산책할까?
요즘 감자돌이가 그렇게도 인기라나봐! 하하」
「......」
알리제는 미동도 하지 않은 류의 모습에 결국 비장의 수를 생각해냈다.
그녀는 곧바로 침울해있는 엘프 여성의 귓가에 말을 흘려냈다.
「실은 카구야가 너 납작 가슴이라고 뒷담화했어.
처음 널 봤을 때, 남자로 착각했다나 봐...」
알리제는 없던 거짓말을 지어내 류에게 말했다.
여성들의 공통된 욕, 자신의 가슴을 욕하는 건 여성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류의 반응을 기대한 알리제는 끝내 실망해버렸다.
기습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은 류의 모습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나갔다.
「아~ 뭐야? 아직도 밥을 안먹는거야?
밥 안먹으면 나중에 천계에서 천벌 받는다?
자~ 리온 밥 먹자~~」
알리제는 쟁반 위에 놓여있는 차가워져 딱딱해진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토스트 일부를 찢어 버렸다.
일부분은 그대로 알리제의 손에 집힌 상태였다.
토스트 일부분을 집은 채 그대로 비행기 태우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휘이이이잉~~~ 오바! 지금 곧바로 리온의 입속으로 비상 착륙하겠다!!
자~~~ 아~~~」
텁─
류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빵 조각은 류의 입술과 맞부딪혔다.
알리제는 씁쓸한 얼굴로 류를 바라보았다.
「류! 너 왜 그래?
카구야, 라일라, 네제, 그밖의 모든 단원은 널 걱정하고 있어!
아스트레아님께서도 잠을 줄여가면서 네 방문 앞에 서서 보초를 서 계신다고.
혹시 여기서 네가 자결을 할까 봐!
제발... 제발 정신 차려줘!!」
「.....」
「너 어떻게 하면 정신 차릴래?
네가 이런다고 백발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게 아냐!」
「.......」
「제발.... 제발 사람이 말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해줘!
난 지금 너랑 대화하고 있단 말야!」
「알리제....」
빼작빼작 마른 류의 입에서 여성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알리제는 그녀의 기어가는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보다도 류가 자신에게 말해주어 기뻤다.
알리제는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그래! 말해봐!!」
「──저 좀 죽여주세요.... 아스트레아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군요...
전 벨이랑 만나고 싶어 죽고 싶었던 겁니다... 벨의 영혼이 있는 천계로 가고 싶어요....
알리제, 당신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끅...」
알리제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피는 턱으로 흘러내려가, 이내 핏방울로 변해 침대로 떨어져버렸다.
「당신의... 당신의 애검 【크림슨 오더】로 저를 찔러주세요...
굳이 알리제의 애검이 아니여도 됩니다... 절 죽여주세요...」
「시, 싫어...! 오늘은 이만 가볼께...
나중에 또 올 테니까.... 리온...」
류의 간곡한 부탁에 알리제는 식겁한 얼굴을 지어 올렸다.
그녀는 방을 나가려 몸을 돌렸다.
그런 알리제의 모습에 류는 반사신경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
알리제는 류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앞만 보고 걸어 나갔다.
체력이 바닥난 류는 알리제의 방향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그대로 류는 침대 바닥으로 떨어졌다.
땅바닥에 자신의 배를 붙인 류는 자신에게 멀어져만 가는 알리제에게 손을 뻗었다.
「알리제...! 부탁이예요!!
만일 제가 죽어서 벨을 못만났다 해도,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제 마지막 소원 들어달란 말입니다!! 알리제!!」
「콰드득.....」
알리제의 귓가에 류의 애원을 듣게 되면, 이가 갈렸다.
그녀는 이를 갈았지만, 시큰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가슴이 뻥 뚫려 그곳에 찬 바람이 들어오는 시큰거림을 느꼈다.
뒤늦게 안 사실로, 아스트레아는 마지막 강구로 류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자살하게 되면 영혼은 나락, 즉 타르타로스에 집어 삼켜진다는 거짓말
류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방지한 것인데, 얼떨결에 그녀에게 이상한 바람을 불게 만든 것이었다.
류는 그렇게 며칠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
가끔가다 음식을 교체해주러 오는 단원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건 덤이었다.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자, 단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류의 방문 손잡이를 잡기 껄끄러워했다.
프레이야 파밀리아도 예외는 아녔다.
제우스&헤라 파밀리아의 괴멸은 그들에게도 슬픔을 선사했다.
특히 오탈이 심했다.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벨 크라넬이 그리워졌다.
그런 오탈을 프레이야, 미아가 씁쓸하게 보았다.
프레이야는 자신이 앉고 있는 옥좌 옆, 오탈을 바라보았다.
「오탈? 아직 감정 추스르지 못한 거니?」
「──아닙니다.... 프레이야님....」
「──거짓말 하고 있구나...」
「──프레이야 님, 죄송하지만 전 특훈을 해야 해서 이만 물러 가보겠습니다...」
오탈은 프레이야에게 인사를 올린 뒤, 프레이야 방을 나왔다.
미아는 멀리서 오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탈의 어깨는 축 느려져, 누가 보더라도 슬픔에 잠겨 있단 걸 알 정도였다.
「오탈....」
프레이야도 오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에 두번의 거짓말을 했구나.... 오탈...」
◆◆◆
헝클어진 머리를 한 소년이 오라리오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년은 새하얀 후드 망토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소년의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맨발로 걷고 있는 중이여서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소년의 발바닥은 어느 덧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꺼칠꺼칠한 바닥, 땅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로 인해 소년의 발바닥은 잔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소년은 걸었다
자신의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정처 없이 걸어 나갔다.
자신의 친구, 대정령들을 찾기 위해....
어느 덧 소년의 발걸음을 멈춘 곳이 있었다.
유독 거리를 빛내는 환락가【이슈타르 파밀리아 홈 부지】 앞에 소년은 섰다.
「정령 친구들은 여깄는 건가?」
순수한 소년은 그렇게 절대 발을 디뎌선 안 되는 곳에 더뎠다.
자신의 곁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정령 친구들을 찾기 위해, 그는 밤의 환락가에 들어갔다.
어느 덧 환락가를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벨 크라넬은 한 명의 여신을 바라보았다.
갈색 피부를 지녔으며, 천을 두르고 있지만 거의 알몸 상태인 여신
벨은 여신에게 달려가 별로 없던 천조가리를 잡았다.
「여신님... 정령 친구들이 어딧는지 혹시 아시나요?」
벨은 지금까지 제우스, 헤라, 아스트레아와 같은 선한 신들만 보고 자랐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어떤 여신인지 모르는 상태로 여신의 앞을 가로 막았다.
백발 소년에게 진로 방해를 받던 여신, 이슈타르는 벨을 내려다보았다.
「응? 정령? 여기서 무슨 정령을....
잠깐, 너 뭔가 곱상하게 생겼다?」
이슈타르는 귀여운 벨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하얀 머리칼과 뽀얀 피부를 지닌 벨 크라넬.
오라리오에서 미남, 미녀들이 많을지라도 벨의 외모는 흔치 않았다.
귀여운 상을 지닌 소년, 여신들의 심금을 울릴 정도의 외모
이슈타르는 장사꾼의 시선으로 벨을 바라보았다.
벨은 그런 이슈타르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꼈다.
「정령 친구들은 여기에 없나보네요....
그만 가볼께요, 갑자기 앞을 막아서 죄송해요....」
「아니! 기다려, 네가 찾고 있는 정령은 이곳에 있을거다.」
이슈타르의 말에 벨은 사창가를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벨은 이슈타르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정령을 찾는 귀여운 꼬마야~
네 이름은 뭐냐?」
「벨, 벨 크라넬이예요.」
벨의 이름을 듣게 된 여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크라넬... 여신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라 걸 느꼈다.
이블스에 속해있던 여성들, 여신들을 상대로 마구 해집고 다녔던 한명의 남성 서포터 모습이 여신의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혹시 『광속』의 아들인가?」
『광속』, 제우스 파밀리아의 말단 서포터
신 제우스와는 소울메이트로 오라리오에서 말이 끊이지 않았던 남성 모험자였다.
여신들의 탕을 제우스와 함께 엿보는 별볼일 없는 남자─
가끔가다 파밀리아의 재정 일부를 챙겨 사창가에 뿌리는 남자.
후에 맥심, 자르드, 몇명의 단원들에게 추격을 받았지만
끝내 그들은 『광속』을 잡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광속』은 그런 별볼일 없는 남성이였다
그런 별볼일 없는 남성에게 자식이 있을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제우스 파밀리아만 아니였음, 그는 진작에 오라리오에서 쫒겨났을 것이다.
「아, 아니다... 그런 저질스러운 남성이 자식이 있을리 없지...
일단 넌 정령들을 찾고 있었구나, 잘 왔다. 꼬마야」
「혹시 여신님께선 정령이 어딧는지 아시나요?」
벨은 활짝 미소를 지어올려 이슈타르를 올려다보았다.
벨의 모습과 질문에 이슈타르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후후후, 순진한 것...
마이페이스는 못하는 꼬마구나.
얼굴 색으로 감정을 다 드러내고 있어.'
「알다마다~ 자 이리 오렴.
네 정령 친구들이 어딧는지 알려주마.」
「감사합니다! 여신님!! 헤헤」
이슈타르는 벨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잡았다.
여신의 손에 잡힌 벨은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어올리며 여신을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정령 친구들의 행방을 알게 된 소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들이 없는 넓은 홈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이슈타르는 벨의 걸음 보폭에 맞춰 앞으로 나아갔다.
「여신님! 여신님께선 무엇을 관장하시는 여신이세요?」
「나는 아름다움과 평화를 동시에 관장하는 여신이란다.
그래~ 특정 행위를 통해 하계 전체의 불운한 것을 잠재우는 여신이지.」
이슈타르의 말에 벨은 눈동자를 반짝반짝 빚내었다.
이슈타르를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내면, 여신의 어깨가 올라갔다.
여신은 벨에게 자신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여신이 지어 올린 미소는 보통 미소가 아녔다.
여신의 미소에 숨겨진 눈빛은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의 눈빛이였다
「대단하세요!! 역시 모든 신님들은 위대하세요!」
「그래그래~ 우리 신들은 하계 아이들을 사랑한단다.
그래~ 꼬마 너도 세상을 위해 나처럼 대단한 일을 하고 싶지 않느냐?」
「저처럼 싸움 못하고 무엇 하나 재능없는 인간도 가능할까요?
제가 감히 여신님처럼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후후후, 가능하단다.
네 귀여운 외모, 사랑스러운 몸만 있음 가능하지.
넌 초 VIP(왕족, 여신) 녀석들에게 먹히는 상품이야.」
「상품? VIP? 일단 여신님의 말씀은 저도 가능하단 거네요.
저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여신님!!」
「착하구나~ 생각해보니 너처럼 순수한 녀석을 원하던 손님들도 있지. 후후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하는 변태 녀석들이 말이지. 후후후'
한창 이슈타르와 대화를 하던 벨은 어느덧 건물 앞에 도착했다.
이슈타르는 자신의 홈, 【여주의 신창관】에 벨을 데리고 온 것이였다.
벨은 가만히 건물 외부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지금껏 지냈던 30층의 건물보다도 작은 건물
「여신님, 여기에 정령 친구들이 있단 건가요?」
「그래~ 있지, 수많은 정령 친구들이 있을게다.
여기서 간단한 계약서를 작성하면 그들을 볼 수 있어.」
「계약서? 스승님, 계모님께서 말씀하시길..
계약서 같은 건 중요하니 함부로 작성하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괜찮다~ 괜찮아. 그저 형식적인 계약서야.
세상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했잖니?
그런 널 위해 만들어진 계약서야.」
「그런가요? 만약 세상을 위해 봉사한다면
계모님께선 절 칭찬해주실까요?」
「당연하지! 어떻게 칭찬 안할 수 있겠느냐?
너를 끌어안고 칭찬을 마구 할거다.
"사랑스러운 우리 벨~ 난 네가 자랑스럽구나"라고 말이지.」
벨은 이슈타르의 말에 발그레 얼굴을 붉혔다.
벨의 입꼬리는 씰룩샐룩 거려 속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르피아에게 "벨, 난 네가 자랑스럽구나"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머릿속으로 그려내었다.
벨은 이슈타르를 향해 양손을 뻗어 그대로 외쳤다.
「저!! 할래요!!! 저 계약서 작성할래요!!」
「그래~ 잘 생각했다.
난 자애로운 여신이야.
넌 아직 어리고 초짜이니, VIP의 수발을 들어주는 일부터 하자구나.
간단한거야, 그저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면 돼.
그들의 손길... 스킨쉽에 거절하지 않고」
「헤헤헤~~! 나 계모님한테 칭찬 받을 수 있어..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헤헤헿」
이슈타르의 말은 벨의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아르피아에게 칭찬 받을 걸 생각한 벨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악마의 미소를 지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슈타르
그와 대조적으로 헤실헤실한 함박 웃음을 지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벨 크라넬
오늘, 이 순간을 기점으로 벨의 인생에 전환점이 발생되었다.
◆◆◆
황혼의 관, 앞마당은 6개의 큰 상과 수십개의 의자가 배치되있었다.
리베리아 리요스 알브, 그녀는 로키 파밀리아의 엘프들과 함께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리베리아를 위시하는 요정 집단은 평화로운 다과회에서 주변을 수시로 두리번거렸다.
변태 신, 로키는 여성 엘프들을 성추행들을 하며 분위기를 망친 전례가 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신을 경계하는 요정들이었다.
그와 반대로 리베리아는 평온한 얼굴로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흠~ 오늘의 다과회는 평화롭구나.
그 녀석들이 없어졌단 것만으로도 이리 편해지다니...」
리베리아는 홍차가 담긴 고급 찻잔을 들어올렸다.
자신의 콧등 근처까지 올려 홍차의 향을 미각으로 음미했다.
홍차의 향을 맡은 리베리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핀도 이제야 자신의 야망을 향해 달려가겠군.
이블스의 존재는 우리 로키 파밀리아도 저지가 가능하다.
앞으로 오라리오의 최강 파밀리아 명예는 고스란히 로키 파밀리아가 가져가겠군.」
「리베리아님? 단장을 들어 생각이 났는데요.
단장께선 지금 고브뉴 파밀리아로 향했다고 해요.」
「그래? 벌써 움직인 건가?
정말이지, 핀은 행동력이 빠릿빠릿하군 그래.」
홍차 잔에 스냅을 주는 리베리아는 말을 흘려냈다.
리베리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Lv로 오감이 민감해진 엘프들은 똑똑히 들었다.
리베리아의 의미심장한 말에 거기 있던 엘프들은 왕녀를 바라보았다.
핀이 왜 고브뉴 파밀리아로 향했는지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일하게 리베리아만이 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게 무슨... 리베리아님께선 단장님이 뭘 하러 간건지 아시는 건가요?」
「너희도 알다시피 핀은 파룸의 부흥을 위해 오라리오에 온 거다.
그 사내는 처음부터 야망이 들끓는 사내다.
그런 사내가 할 건, 자신에게 있어 방해물 존재.... 제헤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거다.
먼저 그들의 대표적 상징인 홈을 없애려는 거다.」
「에엣!!? 단장께선 2일동안 그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구요?
아니 것보다 길드에서 가만 있지 않을텐데요.」
「핀은 단순 무식한 사내가 아니다.
길드, 그 후의 닥쳐올 후폭풍을 그는 이미 내다보고 있겠지」
「리베리아님 대단하세요!
역시 자랑스러운 로키 파밀리아의 부단장, 알브의 왕녀님이세요!!」
「핀... 네 야망을 어떻게 이루는지 나 리베리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보겠다.」
리베리아는 마지막 말을 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어올렸다.
그대로 자신의 홍차잔을 입가에 갖다대어 한모금을 머금었다.
리베리아의 차 마시는 모습에 모든 엘프들은 얼굴을 붉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태, 여신 못지않는 외모를 지닌 리베리아
차를 마시는 그녀의 모습에 미의 여신도 울고 갈 정도였다.
그때 한창 리베리아를 바라보던 한 명의 여성 엘프가 입을 열었다.
「참! 리베리아님! 그것도 아시나요?
최근 이슈타르 파밀리아가 여성들을 위한 접대실을 마련하고 있다네요.
이제부터 남성 고객뿐만 아니라, 여성 고객도 잡을 심산인가봐요.」
리베리아는 자신의 입안에서 춤을 추고 있던 차를 마셨다.
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흠...? 그래?
로키는 좋다라 하고 가겠군.」
리베리아는 알지 못했다.
백발 소년과의 첫만남 시발점이 이때부터였단 것을─
◆◆◆
핀 디무나는 고브뉴 파밀리아에 의뢰를 맡기기 위해 거리에 나와있다.
제헤팜 부지를 다 때려 부셔달라는 의뢰─
먼저 제헤팜의 상징, 홈을 부수는 걸로 핀 디무나는 목표를 세웠다.
'흠... 분명 넓고 스케일이 큰 홈을 부수는데 천문학적 돈이 들거야...
파밀리아 단장으로서 파밀리아의 재정도 생각하지 않음 안되지.
자... 그럼 잠시 길드에 들러가 가볼까나?'
핀은 쓴 웃음을 지어 올렸다.
짧은 다리로 곧장 길드로 향해 걸어나갔다.
걸어가면서 다음 목표들을 세워나갔다.
제헤팜이 없는 오라리오, 앞으로 로키 파밀리아가 어떻게 움직여야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핀은 생각했다.
먼저 자신들의 첫번째 명성을 알리는 첫 번째 목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이블스를 파멸, 또는 회생불가로 만들어버리기』
둘 째, 제헤팜이 도달하지 못한 【59계층을 기점으로 미답파 계층을 좁혀가기.】
일단 대표적인 목표는 두가지였다.
핀 디무나가 생각에 잠길 때 쯤, 이미 길드 건물 앞에 도착했다.
「벌써 도착한건가?」
핀은 생각을 접어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엔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핀은 로비에서 일처리를 하고 있는 휴먼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다가간 핀은 말로 불러세웠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디무나!? 길드엔 어쩐 일이신가요?」
「길드장을 만나 할 얘기가 있는데
그와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길드장님은 현재 직무실에 계실거예요.
제헤팜 괴멸 소식 후 부턴 쭉 그곳에 계셨거든요.」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영웅들이 한순간 사라져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나도 그들이 전사했다는 걸 주워들었을 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녔지...」
「네에... 이제 오라리오는 어떻게 될련지....
아! 결코 로키 파밀리아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예요!!」
「알아, 오라리오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제헤팜의 강대한 의지는 우리 로키 파밀리아가 이어받아 오라리오를 위해 봉사하겠어.
영웅들의 빈자리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먼저 보살펴야 되겠지...」
핀은 미소를 지어올렸다.
씁쓸하면서도 책임감을 느껴지는 미소였다.
핀의 미소에 휴먼 여성은 왠지 모를 안도감에 젖어들었다.
그때 주변 창구 직원들이 핀 디무나를 멀찍이 바라보고 있었다.
"들었어? 얼마 전, 핀 디무나가 제헤팜 홈 앞에서 기도를 했데"
"나도 들었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는 상태로 2일 동안 기도했다지...
오죽하면 시민, 모험자들이 핀 디무나를 말렸다는 데... 저 사내는 끝까지 기도를 했다고 하네.
역시 핀 디무나는대단해.
다른 모험자, 시민들도 기도했지만, 핀 디무나만큼의 정성을 보이지 못했다고?"
"이제 오라리오의 미래는 로키 파밀리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냐.
로키 파밀리아엔 저렇게 유능한 리더, 핀 디무나가 있으니 걱정할 거 없어.
분명 제헤팜 영웅들이 핀 디무나의 정성에 감동해, 그의 뒤를 항상 지켜줄거야."
Lv로 인해 오감이 민감한 핀에겐 그들의 귓속말이 들려왔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면 핀은 자신의 마이페이스를 유지한 채, 마음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 올렸다.
이미 시민, 길드는 핀 디무나의 모습을 그리 평가 하고 있었다.
핀 디무나는 스킬로 인해 한동안 잠을 안자도 된다.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지만, 끝내 야망을 아뤄낸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꿋꿋이 견뎌냈다.
「핀 디무나씨, 직무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와주세요.」
「아냐, 한창 바쁠텐데 나 혼자 가도 괜찮아.
마음 써줘서 고마워.」
핀 디무나는 혼자 가고 싶었다.
왜냐? 마이페이스의 달인, 핀 디무나라 할지라도 자신의 평가를 듣게 된 지금 평온한 얼굴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 자리에서 폭소를 할만큼 그는 기뻤다.
핀은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괴물 같았던 제헤팜의 붕괴를,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그런가요? 저쪽 방향으로 쭉 가셔서 왼쪽으로 도시면 됩니다.
문 바로 옆에 "길드장 직무실"이라 적혀 있을거예요.」
「그래, 날 위해 시간을 할애해줘서 고마워.
이만 난 가볼께.」
핀은 그대로 창구 직원이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길드장 직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은 복도 중간에 멈춰졌다.
그의 눈에 화장실이 들어온 것이였다.
핀은 곧바로 발을 돌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흠... 아무도 없나?'
핀은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화장실.
그는 화장실 출입구를 잠가, 세면대 앞에 섰다.
핀은 곧장 세면대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가 화장실 안을 가득 매웠다.
그 상태로 핀은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풉..큭큭, 아.... 위험할 뻔 했어.
그들의 죽음으로 난 일거양득을 해버렸네...
그들의 그림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내 평가가 올라갔다고
기분이 째져, 째진다고─
이제부터 로키 파밀리아를 최강 파밀리아로 만드는 거야.
그래, 파룸의 부흥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이제부터 파룸의 영웅 이야기가 시작되는거다.」
핀은 잠시동안 화장실 안에서 고요한 기쁨을 누렸다.
제헤팜의 홈 철거 건으로 로이만과 상의하러 왔다가 자신의 연기,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였다.
그는 흥분되는 감정이 진정 될 때까지 한동안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진정된 핀은 로이만의 직무실로 곧장 향했다.
그곳에서 로이만과 제안을 주고 받았다.
핀의 목적, 제헤팜 홈을 박살내는데 길드가 도와달라는 것
길드의 빽으로 고브뉴의 천문학적 비용을 어느정도 피하기 위한 작전이였다.
로이만의 제안은 현 시간부로 로키 파밀리아는 던전 이상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내라는 것이였다.
제헤팜이 지금까지 해왔던 임무들을, 그대로 로키 파밀리아에게 인수하는 길드장이였다.
로키 파밀리아, 길드간의 상호 거래는 이뤄졌다.
◆◆◆
계약서에 사인해버린 벨은 이슈타르 파밀리아의 상품이 되어버렸다.
이슈타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벨의 지장이 찍힌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푸흡.... 푸하하하!!!
손쉽게 좋은 상품을 얻어버렸어!!」
「──? 응? 여신님 왜그러세요?」
「우리 꼬만 순수하네~ 뭐 난 그런 순수한 꼬마, 싫지 않단다.」
이상함을 느낀 벨은 자신이 앉았던 소파에서 조심스레 내려왔다.
「저.... 급한 볼일이 있어 가볼께요....
아무래도 정령 친구들은 이 곳에 없는 것 같고...
실례했습니다...」
이슈타르의 폭소가 방 전체에 울려퍼질 때, 벨은 인사를 올리고 출입문을 향해 달려갔다.
무섭게 돌변한 이슈타르는 고개를 휙! 돌려 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출한 꼬마가 어딜 그리 갈까나~!?
술래잡기라도 하고 싶은 것이냐?」
이슈타르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가 지을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도망치는 벨의 뒤를 바짝 쫒았다.
소름끼치는 이슈타르의 모습에 벨은 몸이 떨렸다.
떨리는 몸으로 하염없이 달려나갔다.
「계, 계약서에 지장 찍으면 정령 친구들을 불러주신다 하셨잖아요!!」
「누가 안불러준데냐?
네가 어른이 되어 여성 손님들에게 봉사하면 꿈에서 보게 될 게다.
그래~ 쾌락의 정령, 성욕의 정령 같은 놈들을 말이지~~」
「제가 찾고 있는 정령은 그런 정령이 아니란 말이예.....?!」
이슈타르의 홈을 첨 방문한 벨은 끝내 앞이 가로막힌 복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느 덧 벽 앞에 도착한 벨은 우왕자왕하게 되었다.
이슈타르는 그런 벨을 "귀여운 것"이라 말하며 달려오던 걸 멈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 아....」
「꼬마야~ 세상 일은 항상 너처럼 꽃동산 분위기가 아니란다.
오히려 지옥보다도 더 고통스러운게 세상일이야.
자~~ 착하지~? 이리 와라, 미래의 VIP(여신, 왕녀)가 널 기다리고 있어요~?
넌 분명 VIP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거야~ 후후후후」
어느 덧 이슈타르의 손길은 천천히 벨에게 향하고 있었다.
벨은 자신의 등을 진로가 막힌 벽에 붙였다.
양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 두려움에 떨었다.
양팔 사이의 틈새로, 이슈타르의 손길을 보게 되었다.
「히끅....! 오지마.... 오지마세요....!」
벽에 비춰진 여신의 손 그림자는 소년의 그림자를 낚아챘다.
여신의 강압적인 힘에 덩달아 소년도 딸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