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습니다. 마스터의 진심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마스터가 제가 아닌 다른 남자와 있을 때, 저는 소외감을 느낍니다! 질투심을 느낍니다! 마스터가 좋아서 견딜 수 없는데, 제가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천사에게 굴복했습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인형이 되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 엑스칼리버가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자, 이사무가 대답했다.


 “미안···. 엑스···. 나는 엑스가 좋아. 하지만 하쿠마도 아크케르테도 에파울로도 똑같이 좋아해···! 도저히 엑스 하나만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겠어!” 이사무가 진심이 담긴 말을 하자, 엑스칼리버는 이사무의 말을 듣고, 심하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마스터···.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장의 분위기가 일변하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다른 의미로 차가워졌다.


 “러시아의 야가나, 브리튼 요정보다 더한 자식···.” 카독 젬루푸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무엇이지? 올림푸스의 대신, 제우스 같은 무언가인가.” 아스클레피오스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리 말하자, 이스칸다르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맞장구를 친다.


 “영웅호색이라고 하던가?”


 “뭐. 이 몸도 생전에 두 명의 여자와 결혼한 적이 있지. 결과적으로 두 사람에게 나쁜 기억만 주었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팔짱을 끼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린다.


 한편, 대천사 제기드엘은 엑스칼리버가 천사의 마법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자,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성검이 다시 아름다움을 되찾고 있다. 정신 조작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 다시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법의 힘으로 사랑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이다.


 “성검, 엑스칼리버. 제게 오시지요. 저는 문란한 거짓 사랑으로 당신을 농락하는 도사와는 달라요. 나에게는 당신 밖에 없어요. 당신이 없는 나는 껍데기에 불과해요!” 제기드엘이 하는 말에 고개를 돌린 엑스칼리버의 청동색 눈동자가, 제기드엘의 청옥석 색채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고 대답한다.


 “···네놈이 하는 말에 거짓말은 없겠지. 하지만 나는 네놈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제기드엘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가락을 부수고, 칼로 상처를 내는 것으로 안구를 적출하는 것으로 희열을 느끼는 가학적인 성욕을 지니고 있었다. 마음의 약점이 노려져서 정신이 붕괴되었을 때는 그것을 순순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무의 진심 어린 말에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상태다. 엑스칼리버는 제기드엘을 사랑하지 않는다. 제기드엘의 사랑을 견딜 자신도 없다. 제기드엘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검이 없는 나는···. 당신이 없는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어요!”


 제기드엘이 하는 말을 들은 마즈이벨이 눈에 띄게 당황한다. 상관의 옆에는 언제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제기드엘은 마즈이벨을 외면하고 있다. 두 명의 지휘관이 혼란 상태에 빠지자, 사람을 재료로 만들어진 천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둔해진다.


 “제기드엘, 네 녀석은 엑스에게서 그만 떨어져!”


 “세이버, 아처, 라이더, 라이더, 라이더, 캐스터! 우리들은 이 틈을 타서 동작이 멈춘 천사들을 제거한다!” 카독 젬루푸스가 그리 명령하자, 지크프리트, 나폴레옹, 아킬레우스, 에드워드 티치, 이스칸다르가 포효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침묵을 지켰다. 냉철하고 현명한 의사는 그런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D'accord, Maître! 꿰뚫고, 부수며, 밀어붙여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하는 말에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가 맞장구를 친다.


 “버스터, 버스터! 다시 한 번 버스터! 그나저나 기승병의 영령이 세 사람인데, 호칭이 똑같은 라이더는 조금 헷갈리지 않나요? 거기에 비교 대상이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알렉산드로스 3 세라면 위축되지 않나요?! 괜찮아요, 괜찮아! 소인도 생전에는 카리브 바다에서 무시무시한 해적이었으니까요! 다른 두 명에게 뒤지지 않는 영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하다니까!”


 적진의 흑기사왕 아서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포효한다. “멀린! 성검이 굶주렸다! 마력을 양식으로 빛을 삼켜라!”


 “진정해, 진정해. 진짜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지. ···그곳은 벽도 없고 성도 없는, 나라조차 없는 시작의 하늘. 땅 밑바닥에서 빛나는 원초의 별. ──혼의 모습을 보이도록 할까. 영원히 닫힌 이상향!”


 멀린이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지면에는 꽃이 만발하고, 어딘가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낙원이 공중정원을 침식한다. 이상향의 힘은 아서 펜드래곤의 체력과 마력을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인지 불쾌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상따위는 없다. 사람은 의미 없이 죽는 거다.”


 “으응~? 그것은 아니지. 사람은 죽더라도 이름을 남기고, 삶의 궤적을 남긴다. 미혹과 방황을 떨친 것은 나쁘지 않지만, 버리면 안될 것까지 버리면 안되지. 하하핫! 살아가는 방식이 극단적인 것이 그 소녀와 똑같구먼!” 이스칸다르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흑기사왕 아서가 차갑게 대꾸했다.


 “그저 베어버릴 뿐이다. 나의 성검 앞에 대지로 돌아가거라! ──약속된 승리의 검!” 한 번 소강상태가 되었던 전투가 다시금 불타기 시작한다. 성검을 향하여 왕의 군세를 전개하며, 전차로 돌진하는 이스칸다르를 강력한 빛과 어둠이 삼키려고 한다.


 “라이더를 지켜!” 카독 젬루푸스가 큰 소리로 지시한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라이더는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가 아니라 쌍각왕 이스칸다르이다. 이전에 두 번의 전투에서 이사무 일행은 아킬레우스의 방패 보구를 다른 영령의 대군 보구와 조합하는 것으로 약속된 승리의 검을 막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이전과 같은 전술을 사용할까? 아니면 다른 전술을 사용할까. 직감은 후자라고 외치고 있다.


 “네놈이 자랑하는 전차를 고철로 만들어주마!” 마력을 방출하여 진격하는 아서 펜드래곤의 황옥석 색채의 눈동자가 이스칸다르의 석류석 같은 색채의 눈동자가 서로 시선이 마주친다. 흑기사왕 아서를 회피하고 후열의 멀린에게 진격하는 이스칸다르. 그 틈을 타서 아킬레우스는 적의 측면을 노린다. 왕의 군세를 미리 전개해둔 덕분에, 고유 결계가 방패가 되어 다른 일행은 무사할 수 있었다.


 “질풍노도의 불사전차──!” 이스칸다르는 멀린을 단숨에 참수하고, 아킬레우스는 아서 펜드래곤을 전차로 짖밟아버린다. 환술을 사용하여 그것을 있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만든 멀린이었지만 아직 전선에 나서지 않은 지크프리트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환상대검 천마실추!” 사악한 붉은 용, 흑기사왕 아서를 용살자 지크프리트의 마검이 불태워버린다. 아무리 대마술사 멀린이라 할지라도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환술을 여러번 사용하는 것은 어려웠다. 영령들의 전투는 이사무 일행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


 모든 것이 하얀 이공간에서 이사무는 영문을 모르고 배회하고 있었다. 착용하고 있는 복장은 도사로서의 의상이 아니라, 회사에 근무할 때 착용하고 있던 드레스 셔츠와 남색 바지.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면 이사무 생전의 부모님이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이사무. 언제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이런 생활을 계속할 셈이냐. 슬슬 제대로 살아라.”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우리 아들이 뭐가 부족해서 여자 친구가 없는걸까···. 어서 손자를 보고 싶어···.”


 “아빠, 엄마! 지금 여자 친구나 손자가 문제가 아니라, 엑스가···.” 이사무가 소리치자, 아버지가 이사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 녀석은 잊어버려. 제기드엘이라는 녀석에게 가게 놔두고 지구로 돌아와라. 어처피 정말로 좋아하는 사이도 아니잖나. 네가 네 입으로 직접 말했잖나. 하쿠마나 에파울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 당황한 이사무가 주변을 둘러보면, 정장을 입은 친구들이 결혼 드레스를 착용한 연인들을 소개하며 말했다.


 “이사무. 다음 달이면, 내 결혼식이 있는데, 와줄거지? 예식장의 요리도 맛있는 것으로 준비했으니까. 꼭 오라고.” 이사무에게 독심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마음 속 소리가 들린다. ‘이사무 녀석은 여자 친구도 없고, 결혼 할 생각도 없는 것 같네. 축의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서 편하겠다.’


 ‘결혼 할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지. 왜냐면 저 녀석이 짝사랑하는 사람은···.’


 ‘기분 나쁜 녀석···.’ 친구들이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조롱하는 것을 보고 화난 이사무가 소리쳤다.


 “나, 너희들에게 남자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거든?!” 이번에는 츠쿠모 코스케 사장이 나타나서 말했다.


 “겉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네놈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재주가 없어서 하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훤하게 보인다. 겉으로 나는 너를 존중하는 척 했지만, 사실 네가 나를 보고 짝사랑을 품는게 정말 끔찍하고 질색이었──.”


 “그러니까, 사장님에게 남자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다구요! ···잠깐. 아니, 기다려. 부모님이 왜 여기 있어? 사장님은? 에초에 여기는 어디야! 나는 뭐하고 있었지? 나는 분명···.” 그렇다. 엑스를 구하기 위해서 제기드엘과 싸우고 있었다. 이사무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맞아! 제기드엘의 정신 조작 마법이야!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서 내가 당하면 기분 나쁠 것 같다고 상상하기는 했는데, 정말 상상 이상이네···.” 하지만 거짓된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사무는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최강의 무기를 상상한다. “나와라, 바게트!”


 이사무는 바게트를 검처럼 휘두르는 것으로 가짜 부모님, 가짜 친구, 가짜 츠쿠모 코스케를 모두 해치우고, 환상에서 벗어난다. 현실 세상의 전장으로 돌아온 이사무가 제일 처음으로 본 것은 자신을 노려보는 제기드엘이었다. 격투를 시작하는 두 사람. 대천사 제기드엘의 전투력은 강력하였지만, 신반의 도사로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이사무 역시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전투력은 비슷하다. 전투 의지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겠지.


 문득, 제기드엘이 엑스칼리버의 표정을 바라본다. 자신은 문란한 도사와 다르다. 엑스칼리버만을 사랑한다. 엑스칼리버가 없는 제기드엘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수백 년의 세월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성검은 제기드엘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이사무만을 바라보는 엑스칼리버의 모습이 천사의 전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정말로 얄미운 사내다. 더욱 얄미운 것은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점이다. 제기드엘이 전의를 잃어버려서 약화된 틈을 타, 이사무의 단검이 제기드엘의 심장을 관통한다. “───!”


 제기드엘이 패배와 죽음을 직감하고, 비틀거리며 엑스칼리버에게 다가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의 달콤함, 짝사랑의 씁쓸함. 가질 수 없는 것의 아름다움.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 사랑해···.” 엑스칼리버는 제기드엘의 시선을 피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첫사랑의 모습을 보고 제기드엘은 쓴웃음을 지으며 숨을 거두었다.


 제기드엘의 죽음에 마즈이벨이 경악하자, 아킬레우스가 말했다. “상관 걱정은 하지 마라. 네놈도 그쪽으로 보내주마.” 마즈이벨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이대로···. 패배를 인정할 것 같은가···? 모두 제기드엘님에게 바치는 공물로 만들어주마! 죽어라! 모두 죽어버려!” 마즈이벨의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하며 강렬한 열기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 때 바스한이 달려나가서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마즈이벨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는다.


 “이 장소는 원신왕 아르케님이 사랑한 별장! 천사 놈들 따위가 어지럽게 만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바스한···!” 이사무가 크게 소리치자, 순간 전장에 섬광이 달린다. 이어서 충격이 일어나고 폭음이 울려퍼진다. 폭발은 대량의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주위 일대를 완전히 뒤덮는다. 하지만, 그 정도의 폭발로도 공중정원은 붕괴하지 않았다.


 모래먼지가 사라지자, 바스한이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상상 이상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나. 나의 세상에서 바스한보다 우수한 수호자는 없다고. ···이스칸다르라는 녀석의 특수 능력이 이상한 거였다고 생각해.” 이사무 일행이 등 뒤를 바라보면, 그곳에서는 기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원신왕 아르케가 있었다.


 이사무는 구면이지만, 하쿠마와 가브를 비롯한 다른 일행에게는 초면이다. 두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아르케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구의 영령들에게 있어서는 신성한 힘을 지닌 존재라는 막연한 인상이었다.


 원신왕 아르케는 미소를 지은 상태로 바스한에게 다가가서 부드럽게 포옹했다. “바스한. 너는 내 성역을 수호하기 위하여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착한 아이였지. 하지만 네게 있어서 사명은 족쇄였지. ···그런 것을 부여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바스한 역시 미소지으면서 대답하자, 원신왕 아르케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공중 정원은 나의 것이 아니라, 너의 것이다. 이제 사명 따위는 던져버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라. 지상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도 좋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돌아오거라. ···사랑한다 바스한.” 하나의 신격과 하나의 인형의 포옹이 길게 이어진다.


 제기드엘과 마즈이벨의 죽음으로 사람을 재료로 만든 인조 천사들의 움직임은 전부 정지했다. 전투가 끝난 것이다. 이사무는 엑스칼리버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엑스. 이제 같이 돌아가자.” 하지만 엑스칼리버는 이사무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저는 마스터가···. 좋으면서도 싫습니다···.”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심하게 울어버리는 엑스칼리버의 모습에 이사무가 당황하고, 엑스칼리버는 이사무를 피해서 어디론가 도망친다. 한숨을 쉰 바스한이 이사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이 장소는 공중정원이다···. 멀리 도망칠 곳은 없어. 하지만, 엑스칼리버라는 신기는 한동안 힘든 일을 겪은 모양이니, 잠시 혼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주게나.” 


 ◇


 “엑스 씨의 눈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니···. 엑스 씨가 상처 받는게 당연해요···.” 전투가 끝난 후, 식탁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가브는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하쿠마도 팔짱을 끼고 화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엑스 뿐만이 아니라 나도 좋아한다고 해준 것은 다행이지만···. 엑스에게 한 말은 너무 심했어!”


 “변태 영감···. 아니, 원신왕 아르케가 정신 조작 주문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진심이 담긴 말이라고 해서···.” 이사무가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중얼거렸다. 한편, 이사무에게 조언한 당사자인 아르케는 식탁에 앉아서 호화로운 만한전석을 맛보고 있다.


 “우물우물···. 이거 맛있어! 별장에 손님을 초대한 것은 처음인데, 이런 경험도 해보네!”


 “아르케님. 여기에 목을 축일 수 있는 과즙도 있습니다. 탈이 나지 않도록 천천히 드시며 맛보시지요.” 바스한은 원신왕 아르케가 오랜만에 별장으로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있다.


 모종의 사정으로 현실 세상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아르케에게 있어서, 이 공중정원은 특별한 장소이다. 그리고 특별한 장소에 자신의 대리인인 도사가 나타난 것으로 한정적인 현계가 가능해진 모양이다. 공중정원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거할 몸이지만···. 


 전투가 끝나고 겨우 침상에서 일어난 후지마루 리츠카에게 이사무가 말했다. “···리츠카. 영령 중에서 인간 관계의 조율이나, 상담을 도와줄 수 있다던가, 그런 능력을 지닌 영웅은 없어?”


 심리치료사. 대상자가 한 명 있다. 이름은 셋쇼인 키아라. 그러나 여성 영령을 베스트리아에 소환할 수는 없다. 이 세상의 질서를 창조한 것은 원신왕 아르케이다. 그 사람에게 이번에만 한정적으로 그녀를 소환하게 해달라고 부탁해볼까.


 “셋쇼인 키아라? 그런 이름을 지닌 영웅은 기억에 없는데.” 신령으로서 지닌 천리안을 이용하여 예지 능력을 사용하는 원신왕 아르케. 그리고 험악해진 표정으로 리츠카에게 소리쳤다. “···절대 안돼! 성별 이전에 이건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후지마루 리츠카는 셋쇼인 키아라라는 사람의 본질을 모르지만, 그녀는 여신이 되어 지구를 자기 성기에 삽입한다는 계획을 실행한 악마이다. 그 사실을 파악한 원신왕 아르케는 기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필요한 것은 셋쇼인 키아라 본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심리치료 기술 ‘오정심관’이지? 그것은 컴퓨터 공학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니까, 그것만 소환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데?” 후지마루 리츠카에게 영령이 지닌 일부 능력만 소환하는 기술은 없다. 그 부분은 원신왕 아르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억지의 고리에서 나타나라, 천칭을 그다지 수호할 생각이 없는 영령의 파편이여!” 리츠카의 영창에 맞추어 소환되는 것은 대용량의 USB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법이 작성된 서적이다. 서적을 한 번 훝어본 가브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엄청나게 어려운 책이에요···.” 오정심관은 컴퓨터 공학과 정신 의학, 심리 상담. 3 개의 기술을 모두 지닌 사람이 아니면 다룰 수 없는 물건이다. 가브가 하는 말에 후지마루 리츠카가 고심한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셋쇼인 키아라를 대체할 수 있는 인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기계인형을 작성할 수 있는 콘랫이라면 오정심관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클로드라면 의사로서 정신 의학과 심리 상담에 대하여 조언할 수 있지 않을까?


 “아킬레우스! 스틸리아 공화국에 다녀오자!” 이스칸다르가 자신의 전차 보구인 신위의 수레바퀴가 아니라, 아킬레우스의 전차 보구인 질풍노도의 불사전차를 고른 것이 마음의 들지 않는 것인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보구가 더 빠른 속도를 지니고 있어서 그래···.


 “안녕하세요. 콘랫의 가게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 에엣?!”


 “미안해, 콘랫! 오늘 콘랫의 가게는 휴업이야!” 손님들을 맞이하며 인사할 준비를 하는 콘랫을 납치하는 후지마루 리츠카. 클로드도 예외는 아니다. “미안해요, 의사 선생님!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어요!” 원신왕 아르케의 천공도 공중정원으로 초대받아서 당황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후지마루 리츠카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래서 이 USB에 오정심관이라는 프로그램이 담겨 있구나···.” 콘랫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리자, 클로드가 책을 읽으며 말했다.

 

 “사람의 정신을 측정하여 압박감, 긴장, 피로감, 부담을 물리적으로 적출. 정신을 안정시킨다라···. 이 책이 설명하는 프로그램은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스트레스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신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도 하지. 그런 것을 잘못 적출하면 사람이 폐인이 되지 않을까.”


 클로드가 하는 말에 후지마루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사람에게서 의사로서 정상적인 조언과 충고가 나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셋쇼인 키아라도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리츠카의 속내를 파악한 클로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른이 되면 다시 찾아오렴. 그 때는 내 취향의 어른으로 만들어줄게.”


 “사양할게요.” 후지마루 리츠카가 차갑게 대꾸했다. 한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이사무와 카독 젬루푸스가 찾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정원의 가장자리에서 분수가 흐르는 호수를 바라보며, 무릎을 두 손으로 끌어안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엑스···.”


 “···.” 침묵을 유지하는 엑스칼리버에게 이사무가 등 뒤에서 말했다.


 “아까, 내 진심은 말했어. 하지만 엑스칼리버도 좋아해.”


 “하쿠마도 에파울로도 똑같이 좋아한다고 하셨죠. 그것은 싫습니다. 저는 마스터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엑스칼리버가 하는 말을 듣고 이사무가 가까이 다가간다. 엑스칼리버가 이사무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저는 나쁜 신기입니다. 마스터가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면, 저도 행복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고 마음이 아파요···. 죄송합니다···. 마스터···.”


 당황하는 이사무의 옆구리를 카독이 찌르며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한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했어···! 엄청나게 상처 받았잖아!” 이사무가 당황하며 귓속말로 반박한다.


 “변태 영감···. 아니, 원신왕 아르케가 거짓말은 정신 조작 마법을 이길 수 없고, 정신 조작 마법은 진심이 담긴 말을 이길 수 없다고 해서···. 차마 엑스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어···.” 이사무가 하는 말에 카독이 한숨을 쉬고 다른 일행을 부른다.


 같이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입장으로서 엑스칼리버를 도와주고 싶은 가브.

 의사로서 엑스를 도와주기 위하여 온 클로드.

 오정심관을 베스트리아의 기술로 역설계한 콘랫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이사무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아쉽네.” 이사무의 얼굴을 바라본 콘랫이 얼굴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엑스칼리버라고 하던가?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몸이 아파보이네.” 클로드가 말했다. 셋쇼인 키아라의 오정심관은 상대의 감정을 물리적으로 적출하기 전, 대상의 심리적 비밀을 간파할 수 있는 효과도 지니고 있다. 엑스칼리버가 지닌 압박감, 긴장, 피로감, 부담은 지금 질병 수준이다.


 “엑스! 의사 선생님도 모시고 왔어! 아프다니까 치료받자!” 아파보인다는 말에 당황한 이사무가 소리치지만, 엑스칼리버는 우울해보이는 표정으로 이사무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싫습니다···.” 엑스칼리버가 하는 말에 이사무가 심호흡을 한 다음에 말한다.


 “그러면 나와 결투하자. 엑스가 이기면 엑스와 결혼할게. 하지만, 내가 이기면 의사 선생님에게 제대로 치료받는거야.” 이사무가 하는 말에 엑스칼리버를 포함한 일행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사무를 바라본다. 하지만, 격투 자세를 취한 이사무의 모습은 진지했다.


 “간다! 엑스!” 먼저 주먹질을 하는 이사무. 카독 젬루푸스가 식은땀을 흘린다. 신체 능력은 엑스칼리버가 우월하지만, 엑스칼리버는 이사무를 이길 수 없다. 몇 번 반격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카독의 예상대로 엑스칼리버도 몇 번 반격을 시도했다.


 “늑대 마을에서도 저를 놔두고 하쿠마와 결계를 작성하고! 군사 학교에서도 놈팡이 녀석들과 관계를 가지고! 어째서 마스터는 그렇게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까?! 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스터의 연인들이 늘어납니까?!

 제가 마스터만 좋아하고, 마스터만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 외면하고! 나에게는 마스터 하나 뿐인데!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데! ···그래도 정실은 나 하나 뿐이다. 다른 녀석들은 측실이나, 정부이다. 이 말 한마디도 못합니까···?”


 “못해. 나는 다른 사람들도 엑스만큼 똑같이 사랑해.”


 몇 번 주먹질을 하며, 이사무와 엑스칼리버의 시선이 마주친다. 엑스칼리버의 몸에서 차츰 힘이 빠지더니, 항복 선언을 하였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다. 카독은 그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엑스는 이사무가 자신과 결혼하면, 이사무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될거야. 자신이 족쇄가 될테니까···.’


 “엑스 씨가 조금 불쌍해요···.” 가브가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사무가 조금 비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를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사무는 엑스칼리버만 사랑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한 명만 사랑하는 것은 이사무 능력 바깥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항복 선언을 한 엑스칼리버가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서럽게 울자, 클로드가 그에게 다가가서 오정심관을 사용한다. “그러면 이사무, 가브, 카독! 나를 도와주렴! 모두 엑스칼리버가 숨기고 있는 심리적 내면,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거야!”


 ◇


 어지러움을 느끼며 어둠 속에서 일어선 카독 젬루푸스는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엑스?”


 “저는 성검이 지닌 감정의 일부 파편입니다. 비밀의 정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엑스칼리버와 똑같이 생긴 감정의 파편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 말하자, 클로드가 물어보았다.


 “우리는 엑스칼리버의 압박감, 긴장, 피로감, 부담을 해소하기 위하여 여기에 왔어. 엑스칼리버를 돕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니?”


 “네. 심리적 압박감, 긴장, 피로감, 부담을 유발하는 이유는 특정 감정이 원인입니다. 그것은 바로 성검이 지닌 도덕심과 자존심 때문입니다.” 엑스칼리버의 감정 파편이 그리 말하자, 이사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보았다.


 “도덕심과 자존심이 왜?”


 “도덕심이 너무 풍부해진 것 때문에, 마스터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존심이 너무 상승한 것 때문에 마스터의 세상에서 최고로 존중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것들을 물리적으로 적출하면 당신의 성검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엑스칼리버가 지닌 심리적 내면, 비밀의 정원에는 많은 방이 있었다. 애욕의 방에서는 이사무와 같이 호수에서 목욕하며 포옹하는 엑스칼리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전우애의 방에서는 전장에서 그람과 같이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엑스칼리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가브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도 엑스 씨의 기분을 알 것 같아요! 지금 이 방에서는 친밀감과 유대감, 행복감이 발산되고 있어요!” 가브가 하는 말에 엑스칼리버의 감정 파편이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 방에 투영되는 모습은 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이 때의 성검은 행복했습니다. 전우애 녀석은 자기 입으로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동료 앞에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나와 엑스가 야한 짓을 장면을 남에게 보여주다니···. 부끄러워···.” 이사무가 그렇게 말하자, 카독 젬루푸스가 새빨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예상은 했지만, 성관계 경험도 오정심관으로 볼 수 있구나···. 후지마루 녀석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야. 내가 대신 오길 잘했어.”


 엑스칼리버가 지닌 감정의 파편이 이사무, 가브, 클로드, 카독에게 마음의 방을 하나 하나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도덕심과 자존심의 방이었는데 감정의 파편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 방에 있는 것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성검이 바라는 미래입니다.” 이사무와 엑스칼리버가 결혼하여, 같이 살 수 있는 주택을 구하고, 아이를 양육하며 가족으로 살아간다. 하쿠마와 가브를 비롯한 친구는 두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며 축복한다. 미래의 상상도는 정말로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성검에게 필요 없습니다. 이룰 수도 없고, 마스터와 같이 모험하는데 불필요하니까요.” 엑스칼리버의 감정 파편이 차가운 목소리로 단언하자, 이사무 일행은 분위기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다.

 “그 이유는···. 마스터는 성검 하나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마스터에게 능력 바깥의 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마스터에게 발칙한 것을 요구하는 감정들을 제 손으로 제거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분이 개입한 덕분에 물리적으로 적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엑스칼리버의 감정 파편이 난입하여, 다른 감정을 칼로 찌르고 베고 무참하게 살해한다. 당황한 이사무가 그만 두라고 소리치자, 엑스칼리버의 감정 파편이 대답했다. “안됩니다. 저는 마스터를 사랑합니다. 이딴 감정 때문에 마스터가 힘들어 하면 안됩니다.”


 “너는···. 엑스에게 있어서 무슨 감정이야?” 이사무의 질문에 피칠갑이 된 엑스칼리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성검이 지닌 광기입니다. 마스터. 하쿠마, 에파울로, 게일리. 어느 누구와 어떤 관계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저는 괜찮습니다. 마스터가 이 세상에 살아서 행복할 수만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마스터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제가 모두 치워버리겠습니다.” 엑스칼리버가 지닌 광기가 하는 말에 클로드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했다.


 “···우리의 개입이 광기가 도덕심과 자존심을 파괴할 수 있도록 도운 거구나.”


 그리고 시야가 먹칠된 것처럼 임전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꿈?!” 침상에서 일어난 이사무가 그렇게 소리치며 깨어나자, 옆에서 독서를 하고 있던 카독 젬루푸스가 다크 서클이 진한 눈으로 이사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꿈이 아니야. 너는 엑스를 치유하는 과정이 끝난 직후에 바로 기절했어. 오정심관이라는 물건의 부작용 같아서 사용하는 것을 중단했지.”


 “엑스의 상태는 지금 어때?!” 당황한 이사무가 말하자, 카독은 읽던 책을 덮어서 책상에 두고, 팔짱을 끼며 대답한다.


 “네 동료를 힘들게 만들던 압박감, 긴장, 피로감,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어. 대신···. 도덕심과 자존심에 포함되어 있던 일부 감정들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데.”


 “···.” 카독 젬루푸스가 하는 말에 이사무가 대답하지 못한다. 엑스칼리버에게 상처만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사무가 침실에서 나와서 저녁 식사를 맛보는 일행을 주시한다. 엑스칼리버는 한 손에는 칼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포크를 든 상태에서 고기 요리를 먹고 있었다.


 “엑스, 맛있어?” 후지마루 리츠카가 하는 말에 엑스칼리버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안하다. 잘 모르겠다.” 한동안 엑스칼리버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던 슬픈 감정은 사라졌지만, 기쁨과 즐거움 같은 감정도 같이 조금 사라진 모양이다.


 “먹는 즐거움도 사라진거려나.” 옆에서 엑스칼리버의 상태를 관찰하던 클로드는 이사무와 시선이 마주치고 말을 이었다. “감정 일부가 소실된 것은 확인했어. 슬픔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게 긍정적인 상태라고 보기에는 어려우니까, 한동안 의사로서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줄게. ···감정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둔해진 것일수도 있으니, 재활 운동 경과에 따라서 상태가 달라질지도 모르고.” 


 식사가 끝난 후, 이사무와 엑스칼리버는 한동안 정원을 산책하였다. 감수성도 일부 소실된 것인지 엑스칼리버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도 아무런 감상평을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이려나. 엑스칼리버의 손을 강하게 잡고 있던 이사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엑스···.” 이사무가 하는 말에 엑스칼리버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 저는 마스터와 같이 산책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미안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엑스에게 이사무는 더한 죄책감을 느꼈다. 엑스칼리버는 이사무를 포옹한다. 어두운 밤에 부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두 사람의 온기가 서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춥지는 않았다. “마스터.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왜냐면 사랑하는 마스터와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한동안 작성하고 있던 26 화의 초안입니다. 엑스칼리버의 사랑 서사는 감정 일부를 소프트웨어로 파괴하는 것으로 결말을 냈는데, 초안이니만큼 리워크를 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아직 8 장 번역이 나오지 않아서 시간이 있는 만큼, 아예 개그물로 장르를 틀어서 이사무 육변기 스토리나, 이사무 하쿠마 엑스 3P, 쥬지의 카리스마와 왕의 군세P 같은 아이디어도 글로 써볼까 고민중입니다.


 7 장 분량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작성한 분량에 하자가 있다면 스토리를 리워크할 시간을 가지고, 리워크 할 필요가 없다면 저번에 말한 것처럼 베스트리아 서머 야로 패스를 쓰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읽었던 팬픽 장면 중에서 이상하거나, 기열 찐빠가 난 부분이 있다면 리워크에 참고할테니,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숙한 팬픽이나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