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어주는 듯한 웃음에 휩싸인 채, 이사무는 창백한 표정으로 입술을 떨고 있었다.


이사무

......아냐.


투스토라

응?


이사무

정신 차리라고, 나!


이사무는 양손으로 스스로의 뺨을 탁탁 때린다. 그 후 그가 얼굴을 들었을 때, 그 얼굴에서 동요는 사라져 있었다.


이사무

네 말이 만약 정말이고, 신이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딴 거, 관계없어!

난 나의 뜻으로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과 신기들과 유대를 맺어왔어.

신에게 강요된 게 아냐!


과거의 모험 속에서 만나온 수많은 동료들.

그런 그들의 존재가, 유대감이... 이사무의 마음을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었다.


투스토라

호오? 과연 나의 하수인들을 해쳐온 도사... 이 정도론 부러지지 않는 건가?

분명 네 뜻이긴 했지. 노친네가 스스로, 남의 뜻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놨으니까.

하지만, 너는 한 가지...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옅은 웃음을 띄고 있던 투스토라지만,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며... 낮은 톤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투스토라

너는 본래, 베스토리아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던 사람이겠지?


이사무

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거야!?


투스토라

전생에는 그런대로 평온한 삶을 살았으나, 노친네 맘대로 베스토리아에 환생하게 되었다.

나와 자라엘과의 싸움에 휘말려서, 너는 몇 번이고 죽을 뻔 했겠지?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아왔는지 아나?


이사무

그, 그건...!


투스토라

가엾군. 도사니 구세주니 띄워지고 있지만, 실상은 노친네를 위한 표벌이 신세.


이사무

아니야!


투스토라

맞아.

그런데 나쁜 건 노친네만이 아니지. 네게도 책임은 있어.

전생에서의 인연, 친구나 가족에 대한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이쪽의 세계에서 느긋하게 즐기고만 있지.

하하하하하,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이 그득했던 건가?


이사무

....읏!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무는 이사무.

아무리 억울하고,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싶어도.

눈앞의 마왕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대로 투스토라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것은 위험하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연다.


이사무

나를 여기로 부른 것은, 그렇게 나에게 귀찮게 굴면서 내려다보려고 한 거냐?

그렇다면 마왕이라는 놈도 참 쩨쩨한 녀석이네.


테슈마

네놈!! 내 앞에서 투스토라 님을 모욕한다니!!


이사무의 도발에 테슈마가 격한 분노를 보인디.

그러나 그가 움직이려는 것을 투스토라가 제지했다.


투스토라

시끄럽다, 테슈마. 멋대로 떠들지 마라.


테슈마

시, 실례했습니다...


투스토라

이런 건 가벼운 인사 정도다.

그리고, 이 나를 상대로 겁먹지 않다니... 마음에 들어.


이사무

네 마음에 들어도 안 기쁘거든.


투스토라

하하하, 그렇지. 내 마음에 드는 건 금방 죽어버리니.

하기야, 죽인 건 거의 너희들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빗나가 버렸군. 아, 너를 여기로 부른 이유를 알고 싶었나?

그것은 네가 악마에게 있어서 최고로... 부정적인 유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그마

내가 부정적인 유대를 만들어내...? 무슨 말이야!?


투스토라

아, 그 스포일러는 나중에. 그래야 재밌을 것 같군.

일부러 미끼를 이용해 유인하거나, 이 저택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신기를 배치해두거나 해서...

최고의 무대를 갖췄으니. 나를 좀 더 즐겁게 해 주라고, 도사.


이사무

네 뜻대로 되게 하지 않아!


투스토라

음ㅡ, 그건 또 그렇겠지. 즐거우면 아무 상관 없어.

네놈에게 「최후의 심판」의 핵심을 알려준 시점에서, 목적의 반은 달성한 셈이니까.


이사무

모, 목적의 나머지 반이라는 건...?


투스토라

하하하하하하! 그런 건 하나밖에 없잖아!


투스토라는 다시, 배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웃음을 터뜨린다. 그 너무나도 지독한 웃음은...


투스토라

저 노친네를 괴롭히고 싶으니까! 아하하하하하!


마치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