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체


내, 내가 범인이라고!?



묠니르의 손가락 끝에는, 대주교 노체가 있었다. 노체는 당황하고 있다.



노체


무, 무슨 말이냐!? 난 교황님의 측근이라고!? 그 내가 교황님을 죽이려 든다니!



묠니르


시치미 때면 못 써, 대주교 아저씨! 증거는 쌓여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진 묠니르의 태도에, 일동은 당황한다.



가브


대주교님이!? 갑작스러워서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큰일이에요!



하쿠마


하지만 묠니르, 진심이야? 이건 장난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엑스칼리버


일단 저 대주교를 포박해 놓을까요, 마스터?



니네


기다려주세요! 노체는 저의 믿을 수 있는 심복입니다.

설렁 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해도, 확실한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 범인 취급은 삼가주세요!



노체


교황예하...!



측근을 감싸는 니네. 그런 그의 모습에, 노체는 감격을 감추지 못한다.



[묠니르에게서 추리를 듣는다.] <<


[노체가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이사무


...묠니르. 누군가를 범인으로 취급하는 이상, 섣부른 근거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거 알지?



묠니르


물론, 이사무. 그럼 내 추리를 들어줘!



오르토


어자피 시간낭비일테니 이 몸은 낮잠이나 자도록 하겠네. Zzz...



묠니르


그러언! 오르토도 들어주지 않으면 안돼! 저기ㅡ 저기ㅡ 일어나 오르토!



하지만 묠니르가 흔들어도, 툭툭 쳐 봐도, 오르토는 이미 숙면 모드로 들어간 것 답게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묠니르


뭐, 어쩔 수 없나. 오르토에게는 나중에 천천히 만지작거려주면서 들려주기로 하고.



하쿠마


슬슬 오르토도 안쓰러워지고 있는데...



하쿠마가 드물게도 오르토를 동정하고 있었다.



묠니르


그럼 시작할게. 우선 하시살람의 일족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자.

하나, 전투능력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 둘째, 교황 꼬맹이를 원망할 동기가 있다는 것.

이사무들은 동기가 없어서 제외되네.



하쿠마


이의있음. 이미 논리가 구멍투성이라서 딴지걸 게 태산이라고.



묠니르


셧업! 나는 알 수 있었어. 대주교 아저씨가, 꼬맹이랑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이사무


갈등? 무슨 말이야?



노체


그, 그건...!



노체가 조금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니네


암살당할 뻔한 후, 제가 성퇴를 여러분게 건네드린 것에 대해, 노체가 탓한 적이 있습니다.

교황의 입장이긴 하지만... 아니, 교황의 입장이기에,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말이죠.



하쿠마


의견 대립인가. 별로 같은 조직 내부에서는 드문 일이 아닐텐데. 설마 그것만으로 노체를 범인이라고?



묠니르


노노노.

대주교 아저씨는 꼬맹이가 공격당할 때는 항상 전혀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걸? 그건 어째서일까?



노체


그건...! 단지 내 역부족이라서...!



노체가 억울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암살을 막을 수 없었고, 천사의 습격 떄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 성국기사단 단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묠니르


자, 자백해! 너에게 동기가 있다는 것은 꿰뚫어보고 있어, 노체 군!



하쿠마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동기만으로 단정짓는 거 아닌가? 있다던 증거는 또 어디에 있고?



묠니르


셧업! 정황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어! 범인은 노체 군으로 정해졌다고! 그렇지!?



묠니르가 탐정 흉내를 하며 추궁하자, 노체는 무언가 자백하기 시작했다.



노체


확실히 나는, 교황예하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있다.

예하의 신성한 힘으로 성국의 수도는 지켜지고, 기사단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지.

거기다가 예하가 주창하는 원신주의는 너무나 자유롭다. 천사를 내세우는 통제주의에 동조하는 것도 사실이다.



니네


역시.. 노체, 당신이 저에 대해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노체


바르나 시대 시절, 이자리오 교에서는 원신주의가 주류를 취했다. 하지만...

지금, 베스토리아에서는 인간 간의 세력싸움이나 욕망에 몸을 맡긴 풍기문란이 눈을 찌푸러지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급악마에게도 맞서 싸울 수 없다. 천사의 비호를 받아들이는 것이, 규율과 통제로서 좋은 세상을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자리오교는 본래 천사의 권고에 의해 태어난 종교다.



이사무


엣! 그런 거야!?



니네


네, 바르나 이전의 시대, 이자리오라는 자가 대천사의 말씀을 받고 만들어낸 종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노체


하물며 우리 천사파야말로 이자리오의 교리에 충실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



묠니르


그래서 꼬맹이를 죽이려고...



노체


그건 틀려! 난 하지 않았어!



노체는 황급히 부인했다.



노체


애초에, 교황예하가 저격당했을 때, 나는 당신들과 함께 있었잖아!



묠니르


그, 그건..!



묠니르가 당황한다. 논리의 구멍이 뚫린 것이다. 확실히 노체에게 범행은 불가능하다.



엑스칼리버


역시 묠니르의 추리는 헛다리였나.



하쿠마


동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단정지었을 뿐이잖아. 근거라고 할 만한 증거도 결국 없는 것 같고.



묠니르


우우~! 분명 대주교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가브


하지만 그 밖에 용의자다운 사람도 생각나지는 않네요. 역시 이 고서를 해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가브가 다시 고새를 꺼낸다. 하시살람과 관련된 서적이라고 생각되는 그것이다.

하지만 교황도 해독할 수 없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럴 때, 고고학자 제론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



이사무


그렇겠지. 엄청 옛날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엄청 옛날에 살았던 사람이 타임슬립해서 현대로 왔으면 좋겠는데.



옛날 사람이 현대에ㅡ.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일동은 멈췄다. 딱 떨어지는 인물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일동


오르토다!



오르토


후아아... 뭬냐? 불렀는겐가?



잠에서 막 깬 눈을 비비면서, 인도의 정령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무


오르토! 너라면 이 고대 문자 읽을 수 있지 않아!?



오르토


있네만?



일동


왜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는 건데!?



오르토


처음부터 이 몸을 끼워주지 않았지 않나! 완전히 이 몸의 존재를 잊어버린 주제에! 괘씸한 놈들!



벌컥 화를 내는 오르토였지만, 고서에 가까이 다다가 들여다본다.



오르토


으응, 어디보자...



묠니르


대단해, 오르토!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저기저기!



오르토


시끄럽네! 조용히 좀 해라, 뚱보 탐정!



묠니르


너, 너무해~!



오르토


정말이지... 네놈이 이 몸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거나, 엉뚱한 추리를 하지만 않았어도 더 빨리 해결되었을 걸세...

...흠, 읽을 수 있는 건 읽어봤지만, 역시 하시살람의 이야기는 실려 있지 않은 것 같네. 천 년 전의 일기 같네만.




이사무


그런. 여기까지 와서 헛스윙이라니, 그럴 리가!



가브


기다려주세요, 이 페이지만 종이 질이 좀 다르지 않나요?



오르토


으음. 그렇군.

...기묘한 페이지일세. 내용은 다른 것과 다를 바 없이, 일기장이네만...

행의 시작이 뒤죽박죽이네. 줄을 끊는 방법도 이상해서 읽기도 어렵군.



아사무


아, 그거 암호 같은 거 아냐?

예를 들어 줄의 한 글자만 따오면 다른 문장이 만들어진다거나. 내 세계에서는 단골 암호였는데.



오르토


오오, 해보겠네! 확실히 머리글자만 따오면 다른 문장이 되겠군!

이러면!



"이 페이지를 불에 가까이 해라. 그러면 하시살람의 문장이 씌워질 것이다."



이사무


역시 문장이 나오는 구나! 태우는 것은 아니고, 열을 주어서 숨은 무언가가 종이에 떠오르게 하는 거야.



엑스칼리버


박식하시군요, 마스터! 암호 해독도 이렇게나 잘하시다니!



묠니르


오르토가 고대 문자를 읽을 수 있어서, 야! 와ㅡ 좋아 좋아! 나의 귀여운 오르토!



오르토


이 몸은 네놈의 것이 아니네! 떨어져라ㅡ!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하쿠마가 벽의 촛대에 가까이 간다.



하쿠마


빛에 가까이 하면 떠오르는 문자인가. 촛대의 촛불을 빌리도록 하지, 교황 공.



문제의 페이지를 책에서 떼어내고...

하쿠마는 종이 밑에서부터 촛불로 덥혀갔다.

그러자, 천천히 복잡한 문장이 떠올라갔다.



이사무


이것이, 하시살람의 문장?



하쿠마


처음 보는군. 암살자 일족의 그것이니,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해도 당연하려나.



니네


저도 기억에 없습니다. 노체는 어떤가요?



노체


저도 많은 문장이나 가문을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역시, 천년동안 암약만 한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오래된 것도 자세히 하는 교황과 대사제라도, 이 문장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묠니르


이런이런, 이번에는 문장 찾기를 해야 하는 거네. 지루해애. 범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묠니르가 완전히 지친 모습을 하고, 그렇게 푸념했다. 하지만ㅡ.






가브


아뇨, 범인을 알겠어요.



가브의 의외의 말에, 일동은 놀랐다.



이사무


가브!? 그게 정말이야!?



가브


틀림없어요. 그 분이.. 이 문장을 평생 간직해 왔다는 것을, 전 알고 있어요.



이사무


그런...



가브


모두, 저를, 따라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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