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이어스


크크크...



나직한 목소리로 웃기 시작하며, 조용히 안경을 벗었다.

그곳에는 가브가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







레마이어스


심장보다도 중요한 이 펜던트를, 넘겨줄 리가 없잖아. 이것은 내 마력의 원천이다! 후하하하하!



가브


레, 레마이어스 씨...!



격변한 레마이어스에, 가브가 아찔해한다. 레마이어스의 천박한 웃음소리는, 견딜 수 없었다.






레마이어스


정말이지, 엄청나게 귀찮은 자식. 하시살람에 관한 도서는 전부 태워버렸을 텐데, 어떻게든 찾아내고 말다니!

게다가 고대 문자를 해독해서, 암호를 풀어버릴 줄이야! 네놈도 고서와 함께, 미리 처리해 뒀어야 했는데!



가브


레마이어스 씨.. 그런..



이사무


물러서, 가브.



하쿠마


교황을 노린 하시살람은, 이 녀석인 것이 틀림없군.



묠니르


꼬맹이를 죽이려 들다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거야!



오르토


이 몸은 처음부터 의심했다네ㅡ. 사서 주제에 너무 무능한 것이 수상짝은 냄새가 났더군!



엑스칼리버


전부 다 연기였다는 말인가. 마스터를 속이려 들다니, 정말이지 악질인 놈이다.



이사무


암살자 일족의 후예, 레마이어스! 범인은 네가 틀림없겠지!?



레마이어스


우리 하시살람은 악마의 충실한 하인. 그 분들이 바라는 혼돈을! 이 땅에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니.

평등을 대체로 내걸고 있는 이자리오교도, 권모술수가 소용돌이치는 마굴이다.

천사파의 눈엣가시로 비춰지는, 원신주의의 톱으로 있는 니네 교황을 죽여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지?



이사무


원신주의와... 통제주의 사이의 충돌이 일어나버려...



레마이어스


그래, 꼬마야!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 서로 의심하고, 서로 미워하고, 서로 죽인다!

아아... 이것이야말로 악마님들이 바라는 혼돈!

천사의 세력도 물리치고, 악마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큰 발걸음이었다!



하쿠마


이 자식.. 왜 인간인 주제에 이 정도로 악마에게...



오르토


하시살람, 은 이미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길러져' 온 일족이라네.



레마이어스


하지만, 설마 두 번째 도사가 나타난 데다가, 그 위의 천사들까지 이렇게나 손을 뻗어올 줄이야.

오산이야. 덕분에 내 계획을 망쳤어.



가브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ㅡ!

이런 건, 내가 아는 레마이어스 씨가 아냐! 레마이어스 씨는 항상 상냥하고! 따뜻하고!



레마이어스


그건 거짓된 모습이다. 넌 뭐든지 떠들어대는 성직자라고? 덕분에 이자리오교에 대해 훤히 알 수 있었는데.



가브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무언가와 싸우고, 무언가를 부정하는 듯이.



가브


...전부, 거짓이었다니... 믿을 수 없어!

처음으로 도서관에 와서 당황했을 때도, 상냥하게 안내해 준 것도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거냐고요!



레마이어스


당연히. 내 역할은 이 땅에서 사서로서 숨어있는 것이니.



가브


그럼 같이 책을 읽거나, 잠들어버린 저에게 담요를 덮어준 것은!?



레마이어스


그건...



가브


시간이 날 때마다 제 이야기를 들어준 것은, 함께 따뜻한 걸 마시면서 서로 웃었던 그 날들은!?



레마이어스


...

......



가브


거짓말 같은 게 아냐! 거짓말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내가 레마이어스 씨와 함꼐한 매일은, 가짜 따위가 아냐!



레마이어스


가브...



두 사람의 추억을 절규하는 가브. 거기에는 확실한 사실과, 오랜 세월이 쌓이고 겹쳐져 있을 것이었다.

레마이어스도 말이 막힌 채였지만, 이윽고 다시 차가운 눈을 가브에게 돌렸다.



레마이어스


쓸모 있던 놈. 넌 정보원으로 딱이었어. 다만,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 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교황에 대해 알아내려고 해도 밑도 끝도 없이 책에 대한 감상 뿐이고.

말단이라는 걸 알았으면 진작에 잘라냈어야 했는데.



가브


우우...! 젠장...! 제엔장...!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가브를, 레마이어스는 오히려 연민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마이어스


연약한 꼬마 자식. 네놈의 쓸데없이 불타는 꿈과 이상을 즐겁다는 듯 듣는 것이 진짜로 고통스러웠다고.

이제.. 끝이네.



묠니르


너무해! 진짜로 너무한 놈이야!



이사무


용서 못해! 가브는 당신을 믿고,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었는데! 계속 속이고 있었다니!

게다가 악의를 가지고 계속 몰아붙이고... 가브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알아!



이사무가 고개를 숙이는 가브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가브


가브, 가자. 우리가 멈추게 하는 거야.

말로 레마이어스를 설득할 수 없다면, 네 영혼의 힘으로 부딪혀!!



가브


이사무 씨...!



이사무


너의 순수하고 고결한 영혼, 그걸 내가 해방할 수 있게 해줘.



가브


네...! 저에게, 레마이어스 씨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이사무


간다... 신연각성 (알프 헬러 밀렌) !!



이사무가 움켜쥔 손으로부터, 신력이 가브로 흘러들어온다.

이에 호응하며, 가브의 안쪽에서부터 깨끗하면서도 순수한 힘이 넘쳐나온다.



레마이어스


쳇...! 도사의 각성인가.

하지만 나에게는, 악마님이 주신 힘이 있다. 막 각성한 애송이는 적수도 못 돼.

좋겠지, 달콤한 꼬마에게의 마지막 수업이다. 남들을 믿으니까 아픈 거라는 걸 알려주지.

그리고 알게되었으니, 더 이상 살려줄 수도 없다. 편하게 해 주지, 가브도, 네놈들도!



이사무


원하는 바야! 반격해주마!



묠니르


꼬맹이 목숨을 노린 것도, 제대로 후회하게 해 줄테니까!



하쿠마


이토록 가슴 시린 일도 처음이야. 나도 진심으로 가주겠어!



엑스칼리버


마스터의 분노는 나의 분노. 내가 검을 들고 악을 베겠다!



오르토


해내는거네! 모두ㅡ!



레마이어스


크크크...! 네놈들 따위에게 패할 내가 아니다!

하시살람의 무서움을, 그 몸에 새기면서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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