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가브와 함께 라피마니아에 결계를 친 날 밤...







이사무


슬슬 부를 때가 되었으려나. 분명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다시, 이사무는 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여태까지의 공간에 서 있다.



이사무


이상하네. 평소 같았으면 얼빠진 목소리로 불러댈 텐데.

어ㅡㅡㅡ이. 신님? 있는거야ㅡ?



그 목소리에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이, 원신왕 아르케가 그 모습을 비춘다.



이사무


왜 이번에는 바로 나오지 않는거야?






아르케


응? 아아, 조금 일이 있어서.



이사무


라피마니아에 결계 치는 것, 끝냈어.



아르케


음. 수고많았다, 도사여.



이사무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은, 당신이 더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게 문제 아냐?

미리 선고를 해둬서, 이자리오교 사람들을 안심시켜주었다면, 같은 종교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 아냐?



아르케


시끄러워ㅡ. 이 몸, 신이라고? 그렇게 간단히 나올 수 있는 게 아냐ㅡ.



이사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천사파라는 커지기도 하고, 하시살람이 숨어들어오기까지 했는데?



아르케


아아 진짜! 시끄러워! 신에게도 여러가지 있다고!

도사인 네가 어떻게든 인간계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네 역할이잖아!



이사무


정말이지, 대충 하는 신이잖아ㅡ.



아르케


그러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세상도 지켜주고, 어떻게든 결계도 쳐 줘.

그럼, 그런 걸로 하고.



이사무


어, 어이! 또 안 듣는 거야!



아르케는 허둥지둥 자취를 감추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멀어져 간다.



이사무


뭔가, 오늘의 신님은 이상한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거야...?






한편, 그 시각...






자라엘


"ㅡ아이슈엘, 거기 있느냐."







아이슈엘


네! 자라엘 님!



들려온 념화에, 아이슈엘은 무릎을 꿇고 답했다.

지금, 슈미엘과는 별도 행동을 하는 중이고, 아이슈엘은 숲에서 혼자다. 그렇게 되라는 사라엘로부터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라엘


"그래서, 임무 중인 슈미엘의 모습은 어땠나? 아이슈엘."



ㅡ광견처럼 날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가 하고 생각했곘지만, 그것 또한 헛소리.

임무 중, 슈미엘은 자신이 아이슈엘의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아이슈엘이야말로 슈미엘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는데도.

아니 오히려, 슈미엘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기 위한 가짜 임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라엘에게 있어서, 이자리오교라던가, 인간의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아이슈엘


슈미엘, 그 녀석은 도사와 친한 것 같았습니다.



자라엘


"그런가.. 역시나."



아이슈엘


슈미엘 그 녀석...! 이 몸을 방해하다니!

그 놈이 아니었다면 교황도 도사도 죽여 줄 수 있었을 텐데...!



자라엘


"참아라, 아이슈엘. 네놈이 진심을 낸다면, 교황도 도사도 죽일 수 있다."

"지금은 놀게 해 주고 있을 뿐이다."



아이슈엘


네, 언제라도 명해주십시오, 자라엘 님...!



자라엘


"슈미엘은... 천사의 자랑을 잊어버린 듯 하다."

"그와 이야기 할 때, 마치 인간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은 없었는데도. 무언가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아이슈엘


그렇다면 짐작가는 것이 있습니다. 도사 놈입니다!

듣자하니, 예전에 늑대족 마을에서 도사와 조우했는데, 죽이지 않고 놓쳤다고만 하잖아요!

이번에도 도사와 친해 보였고! 도사에게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슈미엘 자식...! 본 적도 없는 친근한 얼굴을 도사에게는 보여주는 걸 보면...! 분명 도사가 속였을 겁니다!



자라엘


"진정해라, 아이슈엘."

"하지만, 과연, 도사가 미치는 영향은 천사에게까지 가는 건가. 중대한 사태로군."



아이슈엘


슈미엘의 처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라도, 이 몸이 끝을 내도...



자라엘


"뭐 기다려라, 세 번의 기회를 줘야지."

"다음에 도사와 대면하도록 몰아붙이고, 그런데도 여전히 인간에 대해 달콤한 생각을 떠올리면..."

"이 내가, 슈미엘에게 손을 내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아이슈엘


꿀꺽...! 자라엘 님이 스스로...! 대체 어떤 처벌을 내리시는 겁니까!?



자라엘


"후후후, 그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아이슈엘."



그렇게 념화가 끊겼다.

정적을 되찾은 아이슈엘이었지만, 자라엘이 마지막에 남긴 섬뜩한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벌벌 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사무


음!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좋네! 떠나는 날로 적당해!



완전히 여행 준비를 마친 일행은, 니네와의 작별을 마치고, 거리로 나와 있었다.



하쿠마


묠니르 녀석은... 어디로 갔지?



엑스칼리버


탐정 놀이에는 참여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여행에는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르토


그 녀석, 이 몸을 계속 주물럭거리니까 말이네ㅡ. 계속 따라와도 곤란하네만.



이사무


자자, 게이볼그처럼 조만간 만날 수 있을거야!



하쿠마


자, 다음은 어디로 향하지. 제국에는 신기를 구하러, 그리고 성국에는 예지를 따라서 온 셈인데.



가브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한 번 제대로 된 장비를 찾아서 기술 강국 스틸리아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 라피마니아의 서쪽에 있는 공화국인데, 비정상적으로 문명이 발달한 기술 강국이라고 알고 있어요.

여행 장비도 새로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그 거리에는 무려 사람을 태우고서 길을 달리는 거대한 기계 뱀이나,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다고도 해요!



하쿠마


뭐야 그건. 모험활극을 너무 많이 읽은 건 아니야?



이사무


아니, 그거라면 어쩌면, 전철이나 비행선을 말하는 걸지도 몰라.

헤에~. 그렇게까지 발달한 나라도 있구나.



엑스칼리버


역시 마스터! 박식하십니다!



하쿠마


이사무의 세계에서는 평범하게 있었던 건가. 비교적 현실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르네.



가브


현실적이라니 말도 안 돼요! 분명 엄청 설레는 놀이기구일 거예요.



오르토


네놈, 관광이 아니니, 너무 설레지 말게나.



가브


네! 오르토 씨!



가브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정말로 모험이 재밌어서 견딜 수 없는 듯 하다.



엑스칼리버


하지만 그 스틸리아 공화국은 어떻게 가는 거지? 도보로 가야 하나?



가브


동쪽 항구에서 정기적으로 배가 다니고 있대요. 그것을 타는 것이 편하다고 해요.



[재밌겠다!] <<<


[뱃멀미 조심하자.]



이사무


배를 타고 간다면, 진짜 모험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야!



오르토


어째서지.



이사무


내 세계의 양식이라고!



오르토


정말이지, 또 도사가 들떴군. 좀 더 정신 차렸으면 좋겠네만ㅡ.



하쿠마


뭐 괜찮잖아. 이것이 이 녀석의 좋은 점이기도 하니까.



오르토


호오? 하쿠마도 처음에 비해 사고가 꽤 부드러워졌구만.



엑스칼리버


놀이는 중요하다. 내 가르침이 드디어 침투한 것 같군, 하쿠마.

그것도 이것도 마스터가 있기에일 겁니다. 역시나, 마스터!



하쿠마


제멋대로인 놈이라니까.

가브. 이상한 놈들이 모인 파티지만, 너무 신경쓰지는 마. 나쁜 놈들은 아니니까.



이사무


아, 그거 내가 하려고 했던 대사인데ㅡ!



엑스칼리버


마스터의 대사를 가로채다니! 괘씸한 놈! 때려눕혀주마!



하쿠마


성가신 일은 좀 그만둬, 너희들!



오르토


바보들! 장난치는 것은 그만하고, 빨리 출발하게나ㅡ!



그런 일동의 나사 빠진 모습을 보고, 가브는 킬킬거리며 웃고 있었다.



가브


후후후. 여러분,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군요!

자ㅡ, 그러면! 스틸리아 공화국을 향해!



이사무


아! 그것도 내 대사...!



가브


출발!



일동


오, 오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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