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개회식>



강함을 중시하는 테살로니아 제국에서 인기가 많은 투기장. 평소에는 남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는 곳이지만...

오늘의 열기는 평소와는 조금 색이 달랐다.


이사무

오오, 멋져! 전에 왔을 때랑은 완전 달라!


그런 투기장의 객석에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는 도사 일행의 모습이 있다.


이사무

마치 운동회 같네. 왠지 그리운 걸!


투기장 곳곳에 인파가 몰린 천막과 세워진 깃발을 본 이사무는, 흥분 섞인 목소리로 외친다.


엑스칼리버

마스터, 운동회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이사무

음 그러니까... 학교 학생들이 협력해서 운동을 하는 행사인데.

대개는 두 조 이상의 팀으로 나뉘어서 서로의 성적을 겨루는 거야.


하쿠마

과연. 요컨대 체력 비교라는 건가.


슈미엘

팀 대항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동료와의 협조성도 시험받는 것이겠지.


이사무

운동회, 좋아했어. 친구들이랑 같이 응원단에 들어가서, 열심히 했지.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상에 잠기는 이사무.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계속 떫은 얼굴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르토

음, 운동회라는 것에 대해서는 상관없네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군.


가브

그렇게 말하시는 거라면.. 아무래도, 그 초대장을 말하는 것이려나요?


오르토

그렇지. 테살로니아 황제가 일부러 불러낼 정도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는구먼.


오르토의 말대로, 도사 일행이 이 투기장에 온 적은, 테살로니아 황제인 카라하에게서 온 초대장 때문이다.

그 내용은 그저 심플하게 "재미있는 행사가 있으니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이사무

설령 그렇다 해도 카라하 씨가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인연을 맺고 혼우로서 함께 악마와 싸운 카라하. 그런 그를 의심할 수는 없다며 고개를 흔들려 할 때였다.


카라하

핫핫핫! 그 말 대로다, 도사 공!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나타난 카라하가 이사무의 어깨를 탁 친다.


이사무

와아앗!? 카라하 씨!? 오랜만이에요!


카라하

그렇게까지 황송해 할 필요 없네. 그대들은 짐이 여기에 부른 게스트니까.


하쿠마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주변의 시선이 몰리는 걸.


느닷없이 객석에 나타난 황제의 모습을 목격하고서, 그들 주위를 둘러싼 객석은 약간의 패닉 상태이다.


카라하

이런, 이거 안 되겠군. 쌓인 이야기는, 짐이 준비한 특별석에서 계속하도록 하지.


카라하는 갈기를 흔듦과 함께 그렇게 말하며, 도사 일행을 투기장 최상단으로 안내한다.

그곳은 황제 전용 특등석과 국가 전용 인사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사무

와아, 브랜드 선생님!


브랜드

이야, 이사무 군.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특별석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기쁜 듯 달려가는 이사무.


이사무

아아, 그런가. 이건 바르사잔 군사학교의 행사군요.


브랜드

으음. 아쉽지만 반쪽짜리 정답이네요.

이건 바르사잔 뿐만이 아니라 일바르도와의 합동행사거든요.


이사무

일바르도...?


가브

라피마니아의 숲 안쪽에 있는 마법 교육학교를 말하시는 거에요.


이사무

마법학교!? 그런 게 있어!?


하쿠마

우왓!? 갑자기 왜 그래...!?


이사무

그야, 마법학교라고!? 어렸을 때, 얼마나 동경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이사무의 뇌리에는,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유명 영화 시리즈가 떠오른다.


이사무

주운 나무막대기를 휘두르며 마법놀이를 하거나... 역 벽에 돌진했다가, 부모님에게 혼나기도 했나. 하하.


오르토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냐...?


엑스칼리버

천진난만하게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는 어린 시절의 마스터... 으윽, 그 광경을 볼 수 없는 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슈미엘

하지만, 군사학교와 마법학교가 합동으로 행사를 치른다니. 그다지 친숙한 조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걸.


브랜드

음, 그렇지요. 그런데 그건 좀 복잡한 사정이...


슈미엘의 의문에 브랜드는 식은땀을 흘린다. 그리고, 대항전의 개최 경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그렇게 해서, 카라하 님의 명에 따라 대항전이 개최되게 된 것입니다.


이사무

그건 또,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구나.


하쿠마

하지만 별개로, 양쪽 학교의 학생들에겐 좋은 기회가 된 것이 아닌가?


카라하

짐의 예상대로, 두 학교의 학생들은 기합이 단단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중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도사 공과 유대를 맺을 수 있는 존재가...)

훗훗훗...


오르토

으-음, 이 웃음. 역시 뭔가, 속내가 있는 것 같네만...


브랜드

카라하 님도 깊은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그보다 여러분도 자리에 앉는 것이 어떠실까요?


브랜드의 말에 따라, 도사 일행은 각자 특별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자 그 때, 투기장의 중심부.. 그라운드 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쳄

어ㅡ이!! 거기 있는 건 이사무지ㅡ!?


이사무

이 목소리는... 아쳄!


아쳄

역시 그렇구만! 뭐냐, 테살로니아에 돌아왔으면서 내 얼굴 한 번 보러 안 왔냐!


아쳄은 특별석에 앉은 이사무를 향해 반갑게 달려온다.

그리고 그라운드와 객석을 가르는 높은 벽을 슥 하고 뛰어올라 특별석에 착지했다.


하쿠마

어이어이, 그 성급함은 또 여전한걸.


아쳄

이렇게 오는 편이 훨씬 빠르잖아? 그보다... 이사무! 좋은 때에 잘 왔어!


이사무

엣? 좋은 때라는 건...?


아쳄

아니, 이게 좀 곤란해졌단 말이지. 내 팀 동료가 아파서 결석을 해버렸단 말이야.

이대로라면 인원 부족으로 부전패야. 그러니까, 우리 조력자로서 팀에 들어와 줘!


이사무

에엣!?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마음의 준비가...


아쳄

괜찮다고! 이사무라면, 일바르도 놈들에게 지지 않을 테니까!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황하는 이사무의 손을 잡고 싱글벙글 웃는 아쳄.

그때 마침 투기장 전체에 곧 개회식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진다.


아쳄

으앗, 벌써 시간이! 그럼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빨리 와ㅡ!


그렇게 말하고, 아쳄은 특별석에서 그라운드로 뛰어내렸다.


가브

아하하...일방적으로 말하고 가버리셨네요.


브랜드

하아... 정말이지. 평소에 주의하라고 말했는데, 여전하다고 해야 할지...


이사무

으음... 어쩌지. 내가 참여 안 하면 아쳄의 팀이 곤란해지는 것 같은데.


슈미엘

모처럼의 기회잖아. 참가해보는 게 어떄.


카라하

짐도 부탁하고 싶군. 결원으로 대항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본의가 아니니까.


엑스칼리버

마스터의 멋진 모습을, 제 두 눈에 똑똑히 새겨 주십시오!


이사무

모두... 응, 알겠어. 나, 가볼게!


동료들이 등을 밀어주어, 이사무는 대항전 참가를 결의한다.





그리고 이사무가 그라운드로 내려간 타이밍에 개회식이 시작한다.


제페리

그럼 지금부터 바르사잔 군사학교와 일바르도 마법학교의 교류 대항전.. 그 개회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양측 학교 수석 학생에 의한 선수 선서를! 두 사람,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아쳄

오옷!


루시온

넷!


진행하는 제페리의 말에 따라, 양 학교 대표인 아쳄과 루시온이 앞으로 나선다.


루시온

(바르사잔의 수석, 아쳄 군. 키는 작지만, 역대 톱클래스의 성적을 자랑한다고 했던가... 방심할 수 없겠네.)


(뭐야 이 녀석? 아까부터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양 쪽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뒷전으로, 선수 선서는 문제 없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뒤에서, 선수 선서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브랜드

일바르도의 수석 학생...루시온 군, 설마...!


카라하

무엇이지. 그를 알고 있는가?


브랜드

...네. 몇 년 전 아쳄과 같은 해에 바르사잔 입학을 응시한 학생이었습니다.


카라하

그게 정말인가?! 하지만, 그가 일바르도에 제적하고 있다는 것은...


브랜드

루시온 군은 필기시험에서는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실기시험이... 그, 완전히 정반대로.


카라하

...그건 꽤나 참혹한 이야기로군. 군사학교에서는 필기보다 실기 성적이 더 중요하니.


슈미엘

그래서 그는 바르사잔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브랜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의 천재... 육체 면을 뒷전으로 생각하면 정말 보석 같은 재능.

그래서 제가 합격 발표일에 학교에 방문한 그에게 말을 걸었지요.

너에게는 면학의 재능이 있다, 마법학교에서라면 분명 대성할 수 있을 테니, 가보라고.


가브

그럼 브랜드 씨의 조언으로 그는 마법학교에... 그리고 수석에까지 올랐군요.


브랜드

그런 것 같네요. 불합격인 걸 알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가는 그 아이의 등을 배웅하는 것이 괴로웠는데...

...그런가. 넌 마법학교에서 제대로 그 재능을 꽃피웠구나.


좌절에 지지 않고 젊은 재능이 싹튼 것에 감동하는 브랜드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 사이에도 개회식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다음은 각 학교 교장의 인삿말 차례이다.


브랜드

음, 바르사잔과 일바르도의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 싶어 잔뜩 기대하고 계시겠죠.


루시온

.....


아쳄

헤헷, 당연하지!


브랜드

오늘은 마음껏, 그 힘을 한계까지 끌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이걸 잊지 마십시오.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며 브랜드는 마지막 말을 마무리한다.


브랜드

상대방에 대한 경의를 결코 잊지 말 것. 괜찮지요? 약속이에요.


인사를 마친 브랜드는 그 손에 쥐고 있던 마이크를 이번에는 옆에 있던 카라하에게 건넨다.


카라하

브랜드 교장, 멋진 인삿말 고맙네.

자, 이번에는 일바르도 교장 공이 인사를 할 차례인데... 아쉬운 일이지만, 교장 공은 어쩔 수 없는 용무로 결석했지.

그렇기에 짐이 교장 공에게서 전언을 전하도록 하겠다.


카라하는 그렇게 선언하며, 가슴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펼치고...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카라하

서로의 신념과 긍지를 걸고 진검승부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여. 제군은 분명, 이 대항전에서 한 층 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싸움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서로 돕고... 강해지는. 이 귀중한 날을 전력으로 즐기고, 자신의 양식으로 삼아줬으면 좋겠군.


다 읽은 종이를 카라하가 품에 넣으면, 투기장의 그라운드 전체에서 터질 듯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카라하

그럼, 개회식의 마무리로서... 짐의 한 마디. 그대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짐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자들이라면... 그 기대조차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곘지!

바르사잔과 일바르도! 두 학교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싸움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학생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카라하의 외침에 호응하듯 학생들도 격렬하게 응답한다.

이리하여 바르사잔 궁사학교와 일바르드 마법학교, 그 결전의 막이 오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