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광폭룡 피어스 드래곤>



투기장의 요란한 굉음에 누구나 머리 위로 시손을 돌린다. 그곳에 비치는 것은 햇빛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그라운드까지 내려온 그림자의 정체는ㅡㅡ


타그마드

무시무시한 거구에, 목에 박힌 채의 검...

저것이 광폭룡 피어스 드래곤... 인가?


내려앉는 드래곤을 눈에 담은 타그마드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것과 관객석이 패닉에 빠지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관객A

드, 드래곤이다아아아아!?


관객B

도망쳐어어어어어어어!


카하라

모두들, 우왕좌왕하지 마라! 병사들은 관객들의 대피 안내에 착수해라!


브랜드

군사학교 학생들도 관객들의 대피를 도와주세요! 마법학교 학생들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배스톨

황급히 도망치면 위험해! 침착하고 안전하게 투기장 밖으로 나가줘!


긴급사태에 익숙한 백전연마의 카라하와 그 일행은 지체 없이 대피 지시를 내린다.

멍하니 있던 두 학교 학생들도 그 말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파악한다.


작시아

뭐, 뭐야 저거!? 저런 엄청난 괴물, 본 적도 없어...!


스태니스

지금 떠들 때야! 어서, 너도 피난 유도를 도우라고!


파커

마법학교 분들은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빗자루를 이용해서 피난시켜주세요!


이사무

난 드래곤이 날뛰었을 때를 위해 뒤를 지킬게. 그러니까 드래곤은 신경쓰지 말고 관객들을 부탁해!


대항전의 일 따위는 잊고, 누구나 필사적으로 피난하는 가운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취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아쳄

감히 대항전을 방해해! 죽여버리겠어!


루시온

이것이 피어스 드래곤...! 그 옛날에 마을과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는 그 옛 제액.

목격 정보는 정말이었군요. 사냥감이 스스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좋아요!


대항전을 망쳐 화를 내는 아쳄과, 원래부터 피어스 드래곤을 노리던 루시온.

두 학생은 각자 무기를 들고 피어스 드래곤과 맞서려 하고 있다.


타그마드

기다려!! 너희들, 거기서 움직이지 마!!


아쳄

뭐라는 거야, 아저씨!! 방해하지 마!!


타그마드

이건 훈련도 놀이도 아냐. 정말이지, 학생이라면 어른답게, 교사의 지시에 따라 대피하라고.


루시온

선생님! 저는 제 힘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하고 싶다고요!


타그마드

루시온.. 너에게는 아직 무리다.


루시온

하지만, 타그마드 선생님!


타그마드

십여년 전, 너를 꼭 닮은 소년이 있었어. 무투의 명가에서 태어났지만 무력의 재능은 없는 녀석이었지.

하지만 그 녀석은 운 좋게도 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뛰어난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루시온의 얼굴을 진지한 표정으로 보며 타그마드는 말한다.


타그마드

죽음의 사막에 잠든, 막강한 마력을 가진 마법주를 찾으러 떠났지. 소중한 짝을 데리고서 말야...


루시온

그래서, 두 사람이 어떻게 됐길래요...?


타그마드

...다음은, 이번 수업이 끝나면 알려주마.

알겠으면, 얼른 가.


루시온과 아쳄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타그마드. 그 대화할 여지를 주지 않는 박력에 눌린 두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찡그린다.

그대로 이들이 대피를 시작한 것을 지켜보는 타그마드는 다시 피어스 드래곤 쪽으로 돌아섰다.


타그마드

정말이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자신만이 살아남고, 파트너는 죽음의 사막에 이끌려... 마물로 환생했다고는.


먼 날의 자신의 잘못을 되짚듯이 내뱉는다.

그 얼굴에는,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시름과 애상이 있었다.


타그마드

자, 나 혼자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학생들과 관객들이 전부 대피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배스톨

뭐냐, 타그마드 군. 넌 본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놈이었구만!


타그마드가 지팡이를 겨누려고 했을 떄, 그 옆에 배스톨이 서 있었다.


타그마드

정말이지,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귀찮은데... 할 일 없는 방해자까지 온 건가.


배스톨

학생들의 피난은 교장에게 맡기고 왔어. 드래곤의 상대, 본좌도 협력하지!


뚜둑 뚜둑 하고 주먹을 울리며 히죽히죽 웃는 배스톨. 참으로 든든한 아군이었지만 타그마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타그마드

필요없어. 네 무력 따위는 피어스 드래곤에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배스톨

뭐라고!? 그런 것은, 해 봐야 아는 거지!?


타그마드

정말이지, 뭐 됐어. 적당히, 적어도 내 발목은 잡지 말고 싸우도록.


배스톨

앗! 기다려! 먼저 달려나가는 건 반칙이지!


피어스 드래곤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침묵을 지키던 피어스 드래곤이, 도망치는 관객들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양 날개를 펼치기 전에, 타그마드가 쏜 마법 공격이 머리를 강타한다.


피어스 드래곤

그가악....!? 그르르르르르르!


타그마드

이런 걸 먹고도 하나도 겁먹지 않는다니. 전설의 이름에 걸맞는 틀림없는 강함인가...


배스톨

그런 견제 따윈 무의미해. 본좌처럼 처음부터 전력의 일격을 가하는 게 낫다고!


견제하는 공격으로 피어스 드래곤의 힘을 재보는 타그마드에 비해, 배스톨은 갑작스럽게 큰 기술을 피어스 드래곤에게 날린다.


피어스 드래곤

갸아아아아아!?


배스톨

좋아, 대미지는 들어간 것 같네! 그렇다면 이쪽이 쓰러지지 않는 한, 머지않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타그마드

정말이지, 기막히는 근육뇌로구만. 마법을 쓰면 더 스마트하게 승리를 이끌 수 있을텐데 말이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배스톨의 회심의 일격에 비틀거리던 피어스 드래곤에게 추격 마법을 퍼붓는 타그마드.


피어스 드래곤

갸앗, 가아아!? 크르르르르아아아아아!?


조금 전과는 달리 엄청난 마력이 깃든 마법은 확실하게 피어스 드래곤의 체력을 깎아간다.


피어스 드래곤

가르그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거대한 꼬리를 흔들며 타그마드를 공격하는 피어스 드래곤.


배스톨

그렇게 둘까 보냐! 네 상대는 본좌니까!


꼬리를 호쾌하게 받아내고, 역으로 손톱을 내미는 배스톨. 치어스 드래곤은 참지 못하고, 절규와도 같은 비명을 내지른다.


타그마드

칫, 폼만 잡기나 하고...!


배스톨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타그마드

정말이지... 입을 죽이지를 못하는가. 뛰어난 것은 마법 쪽이라고 말했을 텐데!


배스톨

아니, 무력이다! 그걸 본좌가 증명해 주마!


바르사잔 군사학교와 일바르도 마법학교. 두 학교가 자랑하는 엘리트 교사 두 명은 경쟁하듯 싸운다.


피어스 드래곤

구오오오오오오오!!


타그마드

자, 결판을 내 주지. 덤벼라.


배스톨

학생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찰과상 하나 못 입힐 거다!!


전설의 광폭룡을 눈앞에 두고 여전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땀 흘리는 그들의 등에는... 절대적인 안도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