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qumdubHcrt4


 



여름이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여름의 바닷소리가 들리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삶이란 흐름속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저 머나먼 광원들이 빛을 발하는 우리의 상공.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 광원들은 모든 것이 저 머나먼 과거로 사라졌다.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검은색의 바다, 그 너머의 성운들을 회상한다.


 눈을 뜬다. 정신이 확장된다. 모든 사람들이 후회하는 시간속의 저편을 기억한다. 우리는 되 뇌인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을. 다시는 볼 수 없는 평범했던 하루를.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 시절을.


 아득히 먼 저편에 존재했던 그 시절들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부르짖는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에게 버려진 분실물들이다.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구석에 박혀있는 서랍장의 존재들 인 것이다. 절망하고 비명 지르고 절규한다. 우리는 우주라는 유원지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미아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붉게 빛났다. 하늘을 뒤덮은 형형색색의 천막은 천천히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공기가 떨리는 것 느껴진다. 모든 지구상의 존재들은 느꼈을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과 동떨어진 현상에 모든 인류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꿈인가? 현실인가? 전혀 구분되지 않는 상황.


 천막은 곧, 하늘을 전부 덮었고 하늘에 미약하게 보이던 별들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더 이상, 하늘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그저 검은빛의 물감으로 덧 칠 해져가는 저 하늘을 바라본다. 모든 사람이 멍하니 그렇게 암흑으로 가득 차 버린 하늘을 바라볼 때 였다. 귀청을 찢을듯한 괴음. 뇌신의 분노와도 같은 거대한 천둥소리가 지구 전체에 울려퍼진다. 모든이가 제 몸을 붙잡고 떨기 시작한다. 형형할 수 없는 공포와 함께, 세상은 그 모습을 역변시킨다.


 갑자기 흔들리는 대지, 모든이의 시야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탑. 이리저리 흔들리는 땅과 함께, 아래에서 엄청난 크기의 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탑은 그 존재를 과시하듯 저 머나먼 하늘의 끝까지, 보이지 않을정도로 높이 세워졌다. 그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붉은색 신호탄. 그 거대한 탑에서 생긴것일까, 탑의 상공에 생겨난 그 적색빛의 광원은 꺼질줄을 모르고 대지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것이 시작되었다.

 

 





 



가을이었다.


 모든이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더 이상 슬픔의 바다에 잠겨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모든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길가에는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기존의 모든 법칙은 사라진 채, 그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인류의 몸부림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잊혀질까봐. 모든것이 원래대로 돌아올까봐. 그래서 눈을 감는다. 행복했던 한 때를 기억한다. 웃으며 껴안고 두 손을 맞잡고 움직이던 그 때를 회상한다. 그러나, 다시금 눈을 뜨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손에는 피가 가득하다. 눈 앞은 절망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행복했던 한 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해(兒孩)야. 어째서 그리 슬피 우느냐.


 행복한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울고 있느냐.


 그 기억은 더 이상, 이루어 질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이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과거는 불과 얼마 전 우리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거에 침식되고 잠식된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과거는 과거로 묻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 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거를 추억하지 않는다.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 모든 과거는 잊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세계의 규칙,규율,법칙. 모든것이 사라졌다. 먼지처럼 흩어져 소실된다. 사람들이 이제껏 지키던 모든 삶의 룰(Rule)이 이제는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던 네트워크도, 인터넷도, 통신 설비도 전부 그 ‘천막’과 함께 사라졌다. 기존의 시스템은 전부 기능을 정지했다. 어째서 그 모든 것이 정지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피의 일주일이라 명명된, 세계가 역변한 직후의 일주일. 모든 사람들은 혼돈과 혼란에 빠져 절망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몇몇의 사람들은 그 혼돈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훔치고, 빼앗고, 죽이고, 겁탈하고 모든 범죄들이 이 세상에 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었다. 그 일주일은 지옥이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7일. 그런 범죄속에서도 몇몇의 사람들은 거룩히 행동하였다. 사람들을 돕고, 범죄자들로부터 일반인들을 지키고 삶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끔찍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국가와 조직들이 세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인류는 그 두발을 대지에 세우고 모든 것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겨울이었다.

 

 새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린다. 세상이 외부와 단절되고 사람들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멀어졌어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흰색으로 빛나는 저 하늘의 눈이 세상을 덮었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설 용기를 얻었다.

 세계는 유지되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쓴 결과였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붕괴하던 세상속에서도 그 세상을 지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움직여 행동했다.


 이제는 알고있다. 모두가 알고있다. 이 모든 사태는 ‘세계의 의지’라는 현상이라는 것을. 마치 현실증강(AR)화면 처럼, 모두의 눈 앞에 표시되는 푸른색 사각형의 창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창에는 우리가 ‘횡단자(CrossWalker)’라는 것과 세계에 나타난 거대한 탑을 올라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횡단자의 목적은 탑을 오르는 것. 그리고 그 탑 너머, 100층에 도달해야 한다는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해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너희는 그러한 이유로 이런일을 겪은것이라 통보하는 듯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살기도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어째서 저 탑이라는것을 올라야 하는것이냐고. 어떤 이득도 없을텐데 우리가 사는곳을 벗어나 다른곳을 향해야 하는 것이냐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람들은 긍정했다. 올라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당장, 이 세계에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게이트’라는 것 때문에 세계는 파괴되며 오염되고 있는데, 우리의 삶이 지금 위협받고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저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정도까지는.



 어느 날, 탑의 귀환자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이 탑에 올라갔다 내려왔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신시대의 네트워크로 그 사람은 자신의 목격담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저 탑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존재한다고. 그 세계는 우리가 알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이며 일종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라고. 자신은 이 글을 올리고 다시금 저 탑 너머로 향할거라고 말하며 게시글의 내용은 끝났다.


 새로운 자원, 새로운 장소. 횡단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욕망을 느꼈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저 너머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지구에서도 ‘게이트’라 불리는곳에서 수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는데 저 너머로 나아간다면 또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의 가족들을, 우리의 동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모든 횡단자들의 마음속에 무언가의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탑을 올라가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놓았던 ‘세계의 의지’의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봄이 되었다.

 

 하늘에서 따뜻한 햇살이 대지를 적셨다. 봄 향기가 공기에 퍼져 느껴진다. 더 이상 태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 장막 너머의 세계는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다. 그러나, 이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하늘은 밝아오고 저녁이 되면 어둠으로 가득 찬다. 따뜻한 온기도 여전히 내리 쬐고 있다. 하늘에서는 더 이상 태양이나 별, 달을 볼 수 없지만 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횡단자들이 장막에 ‘이름’을 새겼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저 너머 탑 위로 향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막에 쓰여진 사람들의 이름.


 마력 ( 엔트로피 ) 으로 적은 이름들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자신의 마력으로 새겼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살아있는지, 그 끝을 다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알 고 있다. 우리가 있던 지구는 아주 작은 세계라는 것을. 그리고 이 세계 밖에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저 너머의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계속해서 올라오라고 우리의 손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탑을 올라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끔씩, 몇몇의 사람들만이 잠시 내려와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는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해낼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알기에.


 가끔씩 와서 말해주는 그들의 모험담은, 이제 이 세계에 하나의 엔터테이먼트가 되었다. 횡단자들은 단순히 게이트를 처분하는 용역에서 저 머나먼 세계를 개척하는 모험가가 된 것이다. 횡단자들의 팬클럽이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봐야지.

 

 모두가 말한다. 우리는 작은 새라고. 그리고 이 세계는 하나의 작은 알이라고. 사람들은, 태어나기 위해서 그 알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횡단자들은 저 하늘 너머에 있는 탑을 향해 수많은 세계를 ‘횡단’한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니까.

 

 그것이 ‘횡단자’로서, 우리가 부여받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새벽감성으로, 흑바다(탑등반물 쵸아) 1층 에피소드 및 이벤트 작성중에 써봤습니다.


그럼 다시 작업하러 갈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