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일자 : 1116년 1월 2일

기록자 : 고등부 3학년 심상부 부장 사니아 레이크


개요 : 1월 1일, 전투부 부장 '미로 리프레'에게서 '균열'과 유사한 형태의 현상 발견.

        다만 '균열'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어 보고서를 작성함.

        자세한 사항은 영상 파일을 참고.



"오랜만이야. 미로."

"사니아 이번에 졸업하는 거 아니였어?"

"유급당했어요. 동아리 활동하느라 필수 수업을 안 들었거든요."


"음... 유감."


"어찌되었든, 그거나 보여주시죠?"

"잠만 기다려!"



*알 수 없는 맑은 소리*


"어때?"

"되게 고전적인 복장이네요."

"그러니까 이걸 어디서 꺼낸 거에요?"

"꺼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보관 크리스탈이라던가... 아니면 아티펙트라던가..."

"그냥 마음을 다지면 되던데?"

"예?"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진짜라니까."


"차원 마법일리는 없고, 어디에 보관 크리스탈이라도 숨긴 거 아니에요?"
"몸에다 보관 크리스탈을 이식하는 시술도 아직 상용화가 안 되었다고요!"




*옷을 만져보는 소리*


"손을 댈수록 뭔가 청명한 느낌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밝은."

"나도 신기해. 어제부터 쓸 수 있었는데, 이거 입고 있으면 더 강해지는 기분이야."

"이 스태프도 신기하네요."

"옷과 함께 나온 물건인데, 나한테 아주 잘 맞는 느낌이야."
"마치 나를 휘두르는 느낌이야."

"'나'?"

"주문 제작한 스태프 이상으로 잘 맞고, 잡는 순간 어떻게 써야할지 느껴졌어."

*보고서에 필기하는 소리*




"지금... '균열'같은 느낌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근데... 선배는 너무나도 안정되어 있어요."

"이미 진행한 심리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고."
"오히려 평소의 선배보다 더 차분하네요."

"흠... 그래서... 이건 무슨 마법일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사피 부장한테 물어봐도 자기도 잘 모르겠다네요."

"혹시 이 힘, 어쩌다 '개안'한 건지 알려주시겠어요?"



어제였나?

카엘이랑 같이 먹을 간식을 사러 밤에 나왔거든.




"잠만. 혹시 카엘룸 선배 말하는 거에요?"

"응. 왜?"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선배가 8년차였다는 걸 까먹었었네요."

"평소 이미지 탓에 저는 카엘룸 선배가 더 오래 다닌 줄 알았죠."


"내가 평소에 어때서..."




암튼.
어떤 검은 차가 아이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향하길래 

뭔가 수상해서 따라갔거든.


그랬더니 아이들을 들고 어떤 건물 지하로 향하는 거야.

그래서... 나도 지하로 따라갔지.


그 아래에는 엄청난 것이 있었어.

애들을... 아니다 이건 너무 불건전하다.


암튼 매우매우 못된 놈들이 있는거야.


나는 바로 '물거울'을 전개해서 혼내줬지.

근데... 역시 어른들이라 그런지 저항이 세서 엄청 힘들었어.

결국 수에 밀려서 당하려던 순간...




"으윽..."

"아 싸장넴! 이 년 생각보다 몸매가 좋은데요?"

"묶어둬! 이 녀석도 찍는다!"
"오늘 수입이 아주 짭짤하겠어!"

"..."
"니네들이... 그러고도 어른이야?!"

"응?"

"사장님! 저 년에게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전투부에서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오로지 목에 걸린 매달만을 보던 이가 주임교사의 자리에 앉았다고.

그리고, 그는 결국 교장님에게 쫒겨났다고.


나는 그 뒤에 재능을 살려 전투부장의 자리에 앉았다.

그런 내가 전투부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가진 다짐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자는 것'.


승리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대신, 더 나아가고 격려하는 것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는 그 당시의 전투부의 모습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늘 성히 돌아오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더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그리고 이겨내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켰고,

결국 내 생일을 병원에서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런 부모님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준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한 때는 미술가, 어떤 때에는 경찰도 되어보고 싶었고, 아이돌도 해보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좋은 꿈이다'라는 말을 해줬지.

그런 부모님을 나는 존경했고, 결국 마법을 깨우치며 부모님의 직업인 결투가를 꿈으로 삼았다.




"나! 결투가가 될래!"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결투가!"




처음으로 부모님이 말렸던 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했다. 


그런 꿈인만큼 도중에 꿈을 그만두는 아이들도 자주 보였다.

그래도, 나는 그 아이들을 축복해줬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는 거니까.

우리들은, '있는 그대로'가 제일 뚜렷하니까.


"그러니... 너희들은 용서할 수 없어."
"수면 위가 탁하면 비춰진 꽃이 얼마나 아름답든 무슨 상관이겠어."




"..."

"그러니까... 범죄 조직을 소탕하다가 거의 몰렸고, 결의를 다졌고, 그러다가 각성...했다?"

*끄덕이는 소리*


*필기하는 소리*


"음... 이런 현상은 처음이네요."
"교장님께 보고해야겠어요."

"이 현상의 이름은... 뭐가 좋으려나..."



이후 해당 현상은 보고자인 '사니아 레이크'와 최초 발현자인 '미로 리프레', 그리고 교장 '루티아나 칼리스필렌'의

대화를 통해 '발아'라고 명명되었습니다.


'발아'는 '균열'과 반대되면서도 비슷한 성질을 가졌습니다.

발현 조건은 '균열'과 비슷하게 마법사의 정신적, 혹은 신체적 극한 상태를 요구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자아를 강하게 다지고, 이성을 붙잡는데 성공한다면 발현됩니다.


살상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균열'과 반대로 이성을 유지하며, 비약적인 마법 운용 능력과 신체 능력의 상승이 보입니다.

특히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마도구를 형성하며 의복또한 이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록은 '스티그마타' 측에도 전달되었고 

앞으로 심상부에서 '발아'에 대한 연구도 맡게 되었습니다.


보고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균열', 그리고 이 현상을 보면 도대체 '써내리는 자'가 우리를 어떻게 설계한 건지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우리에게 많은 희망이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습니다.


발아라는 희망이 있다면,

적어도 보고자의 가족과 같은 비극은 줄 수 있겠죠.


물론 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들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 심상부 부장 사니아 레이크였습니다.




*치직*

*치지직*


"아... 그래... 오랜만이야?"

"..."

"이 (공용어 비속어) 삐져서 말 안 하네."
"팔 한번 꺾어."

"네."

*우드득*


"아아아아아아악!!!!!!!!!!!!!!!"


"허블리트 전. 회장."

"내가 경고했을텐데."

"아이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특히. 스틸루스 섬은 말이야."

"이... 이 미친 년!!!"
"계속 내 사업을 방해해!!!!"

"토를 다네?"


"규율대로, 턱을 뜯겠습니다."


남성 요원이 허블리트 회장의 입을 크게 벌려 턱을 뜯어냈다.

*와드득!*


*기괴한 비명 소리*


"치료해."

"네."

이후 여성 요원이 허블리트 회장의 뜯겨나간 턱을 붙였다.


"후... 내가 바쁜 걸 다행히 여겨."
"안 그랬으면 너희들은 꼬챙이가 되었을 테니까."

"자! 다들 들었으면 끄덕여야지?"

*두 요원의 끄덕끄덕*


"어라? 왜 뒤의 잔챙이들은 안 끄덕여?"
"'마누스'."


그 순간, 남성 요원은 마법을 사용해 손도 대지 않고 뒤에 있던 부하들의 턱을 뜯어냈다.

수많은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으나 결계를 넘어가지 못했다.


"'레파'."


여성 요원은 자신의 코드네임이 불리자 부하들의 턱을 다시 이어붙였다.


"후... 자. 이제 끄덕여야지?"

부하들은 살고 싶다는 눈빛으로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좋아. 근데 내가 엄청 화났거든?"
"한 명이 나서서 나에게 오는 조건으로, 너희들을 경찰에 넘길 예정이야."

그 말을 듣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 짓을 해놓고 미친 여자에게 오고 싶은 자는 없었다.


"음... 그러면 우리 대빵이 직접 올까?"

"허어...어..."

회장은 자신이 지목되자 떨기 시작했다.


"떨지마."

남성 요원은 화면 속 여자의 그 말과 함께 회장의 배를 세게 가격하였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회장은 아무 말도 못하고 쓰러졌다.


"어... '레파'!"


여성 요원은 회장의 뚫린 배를 재생시켰다.

그러면서 전기 충격을 가해 회장을 다시 깨웠다.


"좋아. 철수해. 그 놈은 끌고 와."



"속보입니다. 아동 납치 및 불법 촬영을 저질렀던 '살리둠 엔터테인먼트'의 전 사원들이..."

"피해 아동들은 '스티그마타' 산하의 보육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으며..."

*삑!*


"아... 정말... 뉴스는 뭘 해도 재미없군."
"기자 친구들은 평소에는 드립의 신인데 방송할 때만 되면 끼가 얼굴에서 사라진다니까?"


"안 그래?"

온 몸이 묶여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회장은 그녀가 바라보자 뒤에 있던 벽으로 붙기 시작했다.


*찌익!*


"그러니 깜빵에서 나오면 좀 깨끗하게 살라고."

"간이 참 크네? 스틸루스 섬에서 그 지랄을 했으면 '붉은 용'이 오는 게 두려울텐데?"

"브레스에 소각당하는 건 안 두려우면서 이런 건 두려워? 기준이 아주 제멋대로네?"


"뭐... 그래도 괜찮아. 내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해줄게."
"나 이래뵈도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라."

"근데... 원래 시작은 끝이 있어야 하는 거야."
"죽자. 어차피 다시 아이들 (공용어 매우 천박한 '성관계'를 이르는 비속어)하면서 (공용어 욕설)같은 거 싸지르면서 살 거니까."


"네가... 신도 아닌데 뭘 어떻게!"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없어 이 바보야!"

*슈우우웅*


"컥...어커..."

"닥쳐."
"내가 아직도 '사람'으로 보여?"

그녀가 눈을 빛내자 회장은 알게 되었다.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 너 도대체 뭐야! 뭐냐고!"

"나? 나는... 네가 꿇어서 경외해야 할 '높으신 분'이란다."

"그 주제에 '써내리는 자'를 믿네?"

"모태신앙인가..."

"어떻게..."


"좋아. 내가 만나게 해줄게."
"그때는 아담한 신체에 착하고 청순하며 야한 거를 잘 모르는 꼬마가 되어서 보자?"


엄청난 빛과 함께 그는 사라졌다.




"여긴..."

그의 신체는 사라져 마치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카페 의자와 주문을 받는 카운터와 조리 기구, 중앙의 빛나는 구체...


"왔구나?"

"당신은..."

그는 알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그녀는 그 존재였다...


"흠... 이 청량한 세계에 먹물이라... 아주 간이 크네?"
"내가 너희에게 자유를 줬는데 방종이랑은 구별해야지."

"써... 써내리는 자이시여!"

"그래도 신앙은 거짓은 아니였네. 잘못되긴 했지만."
"죄값은 치러야지."

"자. 이쪽으로 따라와."

별빛으로 이루어진 소녀를 따라 그는 어느 제단 위로 올라갔다.


"이제부터 다시 태어날거야."
"자. 원하는 모습으로 정할 수 있어. 재능도 줄게."


"단. 네가 치른 죄에 대한 대가로 어느정도의 기회를 앗아갈게."
"포인트도 깎고... 네 성별은 무조건 '여성'에 '어린 외모'로 고정될 거야."

"또한, 당연하지만, 기억은 다 지울 거야."


"그 녀석 취향은 참 이상하지만, 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니..."


"신중하게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