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일까요.

사실, 처음 눈뜨고 나니 보이는 건 차가운 골목이였어요.


그런데, 어떤 상냥한 사람들이 어렸던 저를 안고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어른들은 저희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고 했어요.

'가능성'이 뭐냐고 물으니 아무튼 좋은 거래요.


어른들은 저희가 어디로 마음대로 사라지면 걱정했어요.


같은 방을 쓰는 친구는 상냥해서 좋아요.

최근에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걱정되어서 어른들께 말씀드리니

하룻밤 자고 나니 그 친구가 원래의 친구로 돌아왔어요.


친구가 말이 없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제 말은 잘 듣고 잘 반응해줘서 재밌어요.


여긴 밥도 잘 나와요.

빵이랑 우유, 가끔 눈 내리는 어느 날 하루는 피자빵이 나왔어요.

어른들 말로는 이 밖에 사는 불쌍한 사람들은 빵을 안 먹는데요.


한 때는 키가 큰 사람들이 와서 어른들이 숨어있으라 했어요.

몇몇 언니 오빠들은 어른들과 함께 나가 키 큰 사람들을 쫓아냈어요.


여기 참 좋은 것 같아요.

침대에서 일어나면 좀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것만 빼면요.


어른들이 말하기로는 커가면서 다 그런거라고 했어요.

어른이 되면 그런 아픔이 없다는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콰장창*

*우르르*


"여기야?"

"어. 여기야."

"당신들 누구야!"

"경호원! 어서 쫓아내!"


*딱*


붉은 머리의 여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뒤에서 화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둘의 길을 막던 이들은 불길에 휩쓸려 쓰러졌다.


"늘 의문인게 왜 엘리오트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엘리오트만 그런 건 아닐거야."
"이런 식으로 하나씩 본보기를 보인다면 다신 그러지 못할 거니 번거롭지는 않겠네."

갈색 머리의 여자는 쓰러진 연구원의 목을 잡아 들어올리며 물었다.


"실례합니다~ 물을 게 있는데...


*슈우웅*


애들 어딨어?"




*콰자작*


"찾았다."


"꺄아악!"

"괴물이다!"

"다들 숨어!"


뚫린 벽 사이로 걸어 들어온 붉은 여자의 눈 앞에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여자 아이와

자신을 막아서는 하얀 머리, 금색 눈의 여자 아이가 눈에 띄었다.


"꼬마야."


"저리 가! 애들 건드리지 마!"


"언니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에?"

그녀는 무뚝뚝하게 아이들을 구슬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탕이랑 빵이랑 우유를 엄청 제공해주는 곳을 아는데."


"정말요?"
"진짜?"

"다들 속지마! 아저씨가 이런 식으로 데려가는 거 따라가지 말래!"


"..."
"'아저씨'들은 괜찮고?"
"음... 아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먹어야겠네."


"거기에 마시멜로랑 초콜릿이랑 다 있는데..."


"... 진짜죠?"

"어른은 거짓말 안 해."


"... 어디에요?"
"어디에요?"

그 하얀 머리 여자애 뒤로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 그럼 거기 하얀 머리 꼬마!"

"여기있는 친구들을 100명 모아오면 알려줄게!"

"네!"



"저... 언니..."

"왜?"

"애들 다 모았는데... 10을 7번밖에 못 새요..."


"정말 다 모은거야?"

"네..."

"흠...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리아가 에프터팀을 보내서 찾으면 되니..."
"언니가 우리 친구의 노력을 봐서 그냥 알려줄게!"


"와!"


"저기! 리아!"


*슈우웅*

*슉*


"어~ 왜!"


"애들 찾았어! 이제 태우면 돼!"


"오케이~"


"'데핑고'."


"예. '데핑고' 대장 '마누스' 그 외 12명 대기중입니다."


"전원 정문 앞에서 대기한 후 타겟 수송."


"예."


"여기는 '레파'. 현재 연구팀이 부른 추가 병력 도착까지 약 7분 남았습니다."


"알았어. '레파'는 팀원들이랑 '마누스' 쪽으로 붙고, 애들 상태 체크해줘."

"알겠습니다."


"자! 저기 키 큰 언니 따라가면 돼!"

"와아아아!"




"타겟 확보."

"'마누스'. 그쪽으로 합류한다."


*(다급한 발 소리)*


"여기서 들키면 끝장이야!"
"다들 막아!"


"음... 귀찮은데..."

"'마누스'. 차량을 정문 앞 말고 옆으로 옮겨."


그 순간 여인의 손에 빛나는 창이 생겼고


"이것은 합당한 벌이고,


그 앞에 선 자들은 눈을 뜨지 못했으며


심판이며,


마침내 그녀의 손에서 빛이 떠나자


순리이다."


그 앞에 있던 모든 것들은 쑥대밭이 되었고, 가로막던 자들은 말 없이 쓰러졌다.


"자 애들아! 저쪽으로!"




"여기는 '레파'."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에게서 정신 실험의 흔적이 관찰됩니다."

"한 아이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분열된 인격."
"다른 아이는 자기 정체성에서 이상이 보입니다."

"이 (공용어 욕설)들... 도대체 뭘 한 거지..."


"들었지?"

"응."

"봐줄 필요가 없어 보여."


"그나저나 얘들은 정문이 털리니까 정예를 불러오네?"

"다들 막아! 저 차량이 출발하지 못하게 해!"

"음... 타이어 터지면 곤란한데..."

"타이어 정비하면 돈 나간단 말이야."


"그럼 뭐해."

"어차피 못할 텐데."

그때였다.

붉은 머리의 여자가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 뒤로 펼쳐진 뿔과, 하늘을 가린 날개, 그리고 날카로운 세개의 꼬리.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안 참아."

"죽을 때까지 찢을 거니까."


"창공은 붉게 물들어 쪼개지니..."

"다시 맞출 수 없는 조각이 되어라."

*콰자자작!*

*쿵!*


연구소는 불로 이루어진 베어냄 속에 놓였다.

맞선 이들은 붉게 달아오른 눈을 뜨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얗게 남지 않았다.

돌은 검게 물들고, 꽃들은 목을 잘리고, 벽은 무너지고, 땅은 갈라졌다.


그리고.


"아아아악!!!!!!"

아무도


"살려줘!!!"
"끄아아아악!!!!!!!!!!!!"

남지 않았다.




엘리오트 정부에게


이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중단하시길 바랍니다.

그 자들은 보편 윤리를 손상시키고 순리를 거스른 자들입니다.


아이들이 받은 정신 실험에 대한 데이터는 보내겠으나 6개월 뒤 

개인 정보 보호 목적으로 삭제하십시오.


당신들이 연구소에 로비를 받은 것도.

당신들이 방관한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여행객의 배는 굳이 나무 나룻배가 아니여도 됩니다.

아무리 무거운 석재 재질이나 철제여도 물에 뜰 수 있죠.


아무튼 어떤 말인지 아실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시길 바랍니다.

적은지 벌써 10번째입니다.


'스티그마타' 후원 재단 이사장 아우렐리아




"그래서... 동생을 들이고 싶으시다고요?"

"네... 셀리아가 집을 떠나 자취를 하다 보니 쓸쓸해서요."

"셀리아랑은 대화하신 거죠?"

"아! 물론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