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먼 옛날. 어떤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그 공주님은 아주아주 아름다웠지만, 몹시 못된 성미를 지니고 있었죠."


"그런 성격 탓에, 모두가 공주님을 미워했고, 결국 어떤 착한 마법사가 나서서 공주님에게 저주를 걸었어요."


"공주님은 개구리로 변해 버렸고, 한 순간에 아무것도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요."


"착한 마법사가 말했죠. '네가 그 고약한 성미를 버려, 진정한 사랑을 찾아 진실된 키스를 받을 때, 비로소 네 저주가 풀리리라'"

 

"개구리는 필사적으로 왕자님을 찾아 다녔으나, 결국 개구리가 된 그녀까지 사랑해 줄 왕자는 없었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천성을 저주하며 평생 개구리로 지냈답니다."


...


"뭔가요. 이 망할 동화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숌즈라고 해요. 저는 종종 사건이 일단락된다면, 그곳에 있는 이런저런 자료를 보곤 해요.


이번 사건은 도서관에서 일어난 것이었는데...


꽤나 재미있어 보이는 동화가 많아 보여서 하나 둘씩 읽어봤는데...


"정말이지, 제대로 된 동화가 하나도 없잖아요."


저언부 이런식으로 뒤틀려 있던 것 있죠?


하아...


이상한 걸 읽었더니 괜히 페이스 분배가 잘 안되는 기분이네요.


"오늘따라 말투도 뭔가 이상하고, 사고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랄까요."


이럴때 수첩이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요...


"아, 그래. 사건 노트가 있네요!"


제 소중한 사건 노트. 여태까지 제가 해결해온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들에 대한 전개와 진상.


그리고 제 견해와 의견이 담긴 아주아주 소중한 물건이죠.


"그럼, 어디 오랜만에 추억속에 잠겨볼까ㅇ..."


어라?


없다...?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요~ 분명 여기 있을..."


없네요...?


"아, 이쪽 주머니에 있나 보네요!"


여기도...



"설마..."


"잊어버린건가요~?!"


"큰일이예요, 수첩도 더 이상 없는 마당에 사건 노트까지 없다면..."


"으으... 상상도 하기 싫어요."


"... 그래요. 차라리 이것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천재 미소녀 탐정인 제가 멋지게 해결주겠어요! 그리고 이 일도 사건노트에 적어버릴거예요!"


"사건번호는... 그래, F-02-58이예요!"




우선은... 그래요. 탐문이 제일 중요하죠.


이곳 도서분의 사서분께 물어봐야겠어요!


"그... 사서언니!"


"응, 무슨일이니 우리 탐정님?"


"혹시 이 주변에서 제 사건노트 못 보셨나요?"


"사건노트...?"


"아, 그 낡아보이는 수첩 말이니?"


"'낡아보이는 수첩'이라니요!"


"아하하... 미안."


"정말이지... 제가 없었더라면 이 도서관은 아직도 폴터가이스트에 시달렸을 거란 거 아시죠? 조금만 예의를 차려달라고요?"


"미안, 어찌됐건. 그 사건노트라는 거 말이지..."


"(두근두근)"


"실수로 훼손된 책인줄 알고 폐기신청 넣었어."


"네에~?!"


"...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폐기신청 넣은 책이라도 수거함에서 금새 꺼낼 수 있거든."


"다행이네요. 그럼 꺼내와주세요~"


'묘하게 있지도 않은 귀랑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느낌이네."


""문제는 이미 수송 트럭이 가지고 갔을 때인데... 아마 안 그럴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


...


뭔가 불안한데요... 보통 소설에서도 저런 말을 하면 꼭 그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예요...


"어라?"


"아,"


저 애매한 '어라?'가 가리키는 건 분명...


"저기 탐정님, 미안한데 이미 트럭ㅇ..."


"그 트럭, 어떻게 생겼죠?"


"찾기는 쉬울거야. 우리 도서관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있거든. 근데..."


"충분해요. 감사해요!"


...


"가버렸네..."


"근데 그 트럭..."


"금색 청소부들이 호위중이라고!"


"오늘이... 앗, 설마 '그 날'인건가요?"


이런... 훨씬 쉬운 수를 쓰진 못하겠네요.


"하아... 이래선 제가 직접 나서야 하겠어요."


도서관 바로 앞에 제 오토바이가 보여요.


연료는... 충분해!


중요한 건 이제 방향인데...


간단하죠.


기밀도 뭣도 아니고 해봐야 책 처분.


최대한 가까운 곳의 폐기처리장을 쓸 가능성이 높아요.


길거리에 버릴 가능성? 그런 건 배제하죠.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면 사서 언니가 직접 하지 트럭까지 동원하진 않았을테니까요.


그리고 이 주변의 폐기처리장은... 한 곳 뿐.


방향도 확정되었으니...


"달려주겠어요!!!"





"..."


"...?"


"야, 뒤에서 뭐가 엄청난 속도로 오는데?"


"뭔데?"


"어... 오토바이...?"


"또 도적 놈인가..."


"어차피 컨테이너 안으로 강행돌파하는 미친짓은 못 할테니. 도착해서 여유롭게 처리하자고."





"도착했네요..."


"후우..."


솔직히 그 날만 아니었어도 간단하게 해치워버리는건데 말이예요.


제가 직접 나서야 한다니. 앞으로는 그 날의 빈도를 조금 줄이라고 해둬야겠네요.


"하아... 빨리 사건 노트만 찾고 돌아가죠."


생각할수록 스트레스 받네요.


평상시엔 더 철두철미한데 말이죠. 오늘따라 빈틈투성이인 느낌이예요.


"하아..."


"...어이 거기 스톱."


"...뭔가요...?"

뭔가 가시돋힌 투의 대답이 나와버렸습니다만... 뭐, 저쪽에서 먼저 제 보물을 앗아갔으니 이 정도 대응은 괜찮은거겠죠.



"용건을 밝혀라. 도적놈"


"도적이 아니랍니다. 그저, 사서언니가 실수로 폐기 처리물 중 하나로 넣어버린 제 소지품을 찾으러 왔을 뿐. 그 정도면 당신들 일도 방해되진 않잖아요?"


"...흠... 근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지?"


"못 믿으셔도 좋아요."


"...?"


"이렇게 가정해보죠. 제가 정말 당신들의 임무를 망치려는 도적이라고요."


"근데, 그래서 뭐 어쩔건데요? 제가 책 전체를 훔치려고 하나요?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낡은 노트 한 권 가져가겠다는 거잖아요."


"그 정도면 몰래 숨길수도 있고, 보수에서도 크게 지장이 없지 않을까요?""


...논리적이었어요.


제발 이런 설명이 먹히는 유식한 분들이었으면 하는데요.


"...미안하지만 말이야. 우리 수준까지 오면 '신뢰'가 뭣보다 중요해져서 말이야. 그 요청은 못 들어주겠어."


"하아... 그럼..."


"우릴 이기고 가져가야 할 거야."




"하아..."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뇌에서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하... 그래요. 구멍에서 협상을 하는데는 이것만한게 없죠. 후회나 하지 말라고요."


무슨 무기를 쓸까?


내 애검 공포의 계곡? 아니야. 이런 버러지 놈들은 베는 대 쓸만큼 하등한 물건은 아니지.


 그래, 오토바이에 비치해 둔 진홍색 습작을 꺼내자.


"어라? 그 허리춤에 찬 검은 안 쓰는건가?"


"너희같은 버러지를 청소하는데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니까 말이야."


"존댓말은 그만뒀나."


"... 아, 죄송해요. 당신들같은 설득도 안 통하는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할 이유를 못 느꼈어요."


"그래도, 전 모두에게 친절한 천재 미소녀 탐정이니까요. 당신들같은 버러지들에게도 친히 존댓말을 해 드리죠."


"또라이같은 년. 빨리 베어 버리자!"


"베어는 건 어느쪽일까요?"



"허억... 허억... 우리 둘을 상대로 이렇게나 잘 버티다니..."


"뭐... 버틴다기보단 압도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말이예요. 예의상 버티고 있다고 해드리죠."


"여유부리는 것도 여기까지다!"


"정말이지... 똑같은 수는 안 먹힌다는 것 쯤은 알아줬으면 하는데요."


"...아,"


"왜 그래 파트너?"


"그냥, 저년 무시하고 태워버리면 되는 거 아님?"


"???"


"???"


"아, 그러면 되겠네!"


"아니, 잠깐!"


[툭.]



"하아..."


상대방의 분위기가 변했다.


뭐지...?


"네놈들은 어디까지 추해질 생각이야? 이런 미소녀가 간곡히 부탁하는데 슬슬 들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지랄. 간곡한 부탁이고 나발이고 다짜고짜 노트내놔 빼애액부터 했으면서.


"뭐, 짐승들을 상대로 입을 여는 짓은 그만둘까. 어이, 내가 말하고 있잖아. 움직이지 말라고?"


어라? 뭘 던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트너...?


파트너의 발목이 잘려 나갔다.


"미친... 뭘 던진거야?!"


"그야 사람이 말할때는 가만히 듣고 있는 게 예의니까. 안 그래?"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진 마. 내 원래 성질이었으면 혀랑 손목도 이 자리에서 잘랐을텐데 자비롭게 발목까지만 거두어 갔으니 말이야."


"지랄..."


저년, 위험하다.


이럴때는 포기하고 빈 다음, 협상하면 된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방해하지 않을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흐음... 그치만말이야. 너희들 내가 요청했을때는 안 들었잖아. '신뢰'가 중요하다며 말이야."


"그... 그건 실수였습니다! 제... 제발 자비를!"


"흐음... 어떻게 손을 봐줄까."


"고문 끝에 잠깐씩 놓아주는게 재밌겠네"


"떠올랐다 미끄러져 울부짖는 얼굴이 보고 싶을지도?"



내 처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또는 장난스럽게 고민을 하고 있다.


살려준다는 선택지는 없는거냐고!?


"아, 역시 뭔가 식어버렸어. 그냥 뒤끝없이 아름답게 가라."


"어? 이게 뭔 소리ㅈ..."


[댕강]



"후우... 간만이네. 이렇게 막 나가본건 말이야. 그래서, 이제 남은건 그쪽의 발목짤린 쪽인가?"


"너는 저렇게 편히 갈 생각을 하면 안되지. 나에게 빌어도 모자랄 판에 감히 도망을 치려고 해?"


"하아... 정말이지. 내 왕자님은 언제쯤 오는걸까? 네놈들같은 버러지들 말고 말이야."


"...아, 그래. 우선은 혀를 잘라볼까."


[쓰윽]


"...!!!!"


"이제야 조금 조용해졌네. 다음은 성대."


[푹]


"......"


"이젠... 눈인가? 아님 손목? 고민이 좀 심히 되네..."


"아, 그래 네놈따위가 감히 내 말을 듣는게 마음에 안드니 귀부터 자르는 게 좋겠다."


...



"후우... 깔끔하게 정리됐네요. 슬슬 제 사건노트를 찾아갈까요."


찝찝한 기분이긴 하지만...


오늘도 사건 해결이네요.



...


"역시... 돌아온건가."



결국 못참고 3천자 써버림!


그래도 떡밥이 많으니 너희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까...?


대놓고 알려준 거 2개, 은유로 숨겨둔 거 2개, 특정 요소를 모르면 절대 모르는 거 2개 숨겨뒀어.


전부 다 해석한 사람 나올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