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했다.


"교장님!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어젯밤 기숙사를 점검해서 정리했는데 한번 보시겠..."

...

문을 열고 들어온 한 교사는

비어있는 붉은 용의 옥좌... 아니 좌석을 보며 놀란다.


자신의 상상 속에는 방금 내린 커피를 잔에 담아 마시며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컴퓨터를 킨 칼리스필렌 교장이 


"아, 고맙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사무적이면서도 다정한 말을 건내는 것을 보았지만

그녀는 없었다.


"교장님?"

"으아아으으으... 아아..."


그 순간 희미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고통어린 신음소리.

그녀의 개인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교장님?!"


다급히 문을 열려는 교사.

하지만 최고의 마법사의 개인실을 뒤에 둔 문은 굳게 잠겼다.


"교장님! 괜찮습니까?!"


*(신비로운 소리)*

*달칵*


무언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마법에 걸려 잠긴 문이 길을 비켰다.


"교장님!!"

"하으아아아...아아아..."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침대에 쓰러져있던 교장이였다.

평소와는 세 가지가 달랐다.


늘 숨기고 다니던 세 개의 꼬리를 드러낸 것,

그리고 그 꼬리들이 하나같이 탈색되어 선홍빛을 띄고, 끝의 결정이 없는 것,

마지막으로.


"오늘이... '그 날'이였구나..."

꼬리가 허물을 벗자 평소의 교장은 온데간데없이 병약하고 힘없는 소녀가 있던 것이였다.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연락을 받고 온 교장의 가장 친한 이인 아우렐리아 이사장.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왔다.


화석이라도 발굴할 것 같은 조사팀을 끌고...


그녀는 침대에 떨어져 있던 허물들과 결정 3개를 회수한 뒤 

쓰러져있던 교장을 발견한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교장, 루티아나는 흔히들 '월경'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물론 엄연히 성인이고, 폐경이 온 것도 아니야."

"...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어..."

"근데 특이한 점은 바로 '탈피'야."

"방금 전처럼 탈피를 하면 꼬리가 매우 말랑말랑해지고, 민감해지지."

그렇게 말하며 아우렐리아는 루티아나의 꼬리를 살짝 찔렀다.


"히약!"

"이렇게."
"그리고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지지."

"탈피한 상태의 꼬리가 많아질 수록 그 수준은 커지고."
"지금은... 마법을 쓰는 것도 까다롭고, 신체 능력도 평범한 여자아이보다도 약하지."


"..."
"그나저나 그 결정 언제 줄 거야?"


"ㄴ...네?"

"루티아나의 생체 데이터는 재단이 관리하는 극도의 기밀이야."
"그러니, 얼마 원해?"



"근데... 오늘 어린이집에서 견학오는 날인데..."
"이제 어쩌지..."

침대에 앉아있는 루티아나와 면역제 팩을 꺼내는 아우렐리아.

연약하고 허무해보이는 그녀의 눈동자에 불안이 비추기 시작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걱정은 무슨. 팔이나 내."


"저... 안 아프게 해야 해..."

"얍."

"아야!"

링거가 꽂힌 그녀의 팔.

파란색 액체가 팩 아래의 맺히고 호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 일단 이건 됐고."
"근데. 그거 계속 입고 있을 거야?"

"왜?"

"편한 옷으로 갈아 입어야지. 누워있으려면."

그녀는 가방을 닫고, 다른 가방을 열어 가져온 옷을 보여줬다.

새하얀 프릴과 푹신해보이는 털, 누가봐도 잠옷에 가까운 옷이다.


"..."
"말했지... 오늘 견학온다고."
"애들 앞에서 이 옷을 입고 인사를 하라고?"

"뭐 어때? 어차피 너는 무슨 옷을 입든 외모 탓에 어그로가 끌릴텐데?"
"오히려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쪽이 낫지. 혹시 몰라? 이런 옷이 오히려 유치원생들과의 거리감을 줄일지도."


결국 그녀의 설득과... 현재로서는 벗어나기 힘든 손에 붙잡혀 옷을 갈아입은 루티아나.

원래같으면 서류 정리를 끝마치고 나갈 시간에 잘 준비를 한다니... 참으로 어색한 듯 하다.




갈아입으려 옷을 눈앞에서 벗자 아우렐리아는 무언가를 또 꺼냈다.

그것은 루티아나를 더욱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어이 없는 듯한 공용어 욕설...)... 이게 뭐야?"


한 손에는 의료용 카테터, 다른 한손에는 여아용 기저귀를 든 채 루티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게 좋아?"
"셀리아는 카테터가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미쳤어? 내가 무슨 거동이 힘든 노약자인 줄 알아?"

"아기도 아니고, 늙은이도 아니야. 화장실까지 걸어갈 순 있어."


투덜거리며 화장실로 걸어가는 루티아나.

어째 걸음걸이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차라리... 의료용을 가져오던가... 무슨 아기들이나 쓸 듯한 디자인을..."
"하여간에... 취향... 하...나... 괴악ㅎ..."

점점 말끝이 흐려진다. 화장실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받는 루티아나.

그 순간.


"얍!"

*탁!*


"흐악!"

"얍!욥! 얍!"


*탁! 탁! 착!*


"햑... 그..만... 으윽..."


그녀의 꼬리 위쪽, 등 아래를 두들기는 아우렐리아.

마치 고양이처럼,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두들김은 멈추지 않자, 결국 힘이 풀려 바닥이 샛노란 색으로 물들었다.


"흐윽... 왜 그러는 거야..."


그것은, 자신이 지금은 약하다는 것이자, 오늘은 좀 쉴 필요가 있다는 뜻이였다.

화장실까지 가기도 힘든 몸으로는 일을 할 수 없었다.


"옷 바로 안 갈아입기 잘했다. 그치?"
"화장실로 가자. 일단 씻어야지."




그렇게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루티아나.

손을 잡고 걷는 그녀의 걸음에 맞춰 '퍼석'거리는 소리가 섞인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잠옷에 링거에 기저귀에... 자신이 당당하게 어른이라고 주장하던 붉은 용은 버틸 수 없었다.


"내가... 어쩌다..."

"자! 여기 누워!"


수많은 배개가 놓여있는 침대.

마치 숨길 수 없는 탈색되어 연약한 꼬리를 놓을 수 있게 한 듯 했다.


그 사이 아우렐리아는 루티아나에게 장갑과 양말을 신겼다.


"이런 것까지..."

"왜! 수면 양말은 쓰는 사람들 꽤 있다고!"

자신의 애착 인형을 안으며 침대에 누운 루티아나.

누움과 동시에 옷과 기저귀에서 푹신한 소리가 난다.


"으으... 진짜..."


그러면서 다시 루티아나는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돌려버리려 했으나 

꼬리가 침대 난간에 부딪히자...


"아야!"


결국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누워서 자신의 꼬리에 이불을 덮는 아우렐리아를 바라봐야만 했다.

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눈을 가리려는 것은 최후의 저항이였다.


"됐다!"
"이제 기저귀 갈거나 점심 먹어야 할 때 여기 전화기로 부르면 되고..."

*덜컥*


"이사장님~ 저 왔어요~"

휠체어를 탄 셀리아, 그리고 그 휠체어를 끄는 사니아가 함께 들어왔다.

그녀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불 속에서 병약미를 내뿜으며 누워있던 루티아나였다.


"진짜로 약해지셨네... 엄청 귀엽고 지켜주고 싶은 느낌인데요?"

"... 교장님..."

"왜 그러니 사니아..."

"고생이 많으시네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가이드는 이 두 명이 대신 진행해줄 거야."

"너는 아이들이 오면 일어나서 인사를... 하면... 아 맞다 셀리아!"

아우렐리아는 순간 빠르게 이불을 들춘 뒤 루티아나의 옷의 치마를 약간 올려 그 안에 있던 것을 보여줬다.


"어머!"


"저게 무슨..."


"야!"


루티아나는 빠르게 치마를 눌러 가렸다.


"하하하! 저도 예전에 찼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으니 조금만 참으세요!"

셀리아는 자신의 옛날 시절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 모습으로 어른이라고 주장하실 건 아니죠?"

사니아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했다.


"(공용어 욕설)... (공용어 욕설)..."


이불을 덮은 채 욕을 하는 루티아나.


"일어서서 인사하면 바로 드러나겠네. 이불 덮고 인사해."
"그럼! 오늘 일정 시작!"




"자 그럼 여러분~ 교장님께 인사할까요?"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오늘 둘러보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렴..."

루티아나는 침대에 누워 점점 자신의 몸이 약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잠이 점점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오늘 내가 좀 아파서... 대신... 옆의 이 언니가 설명해줄 거야..."

"설명을 맡은 셀리아 레이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
셀리아는 양 손을 들어 흔들며 아이들의 인사에 호응했다.


"도우미, 사니아 레이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니아는 무덤덤하게 아이들의 인사를 받아줬다.




그렇게 셀리아와 사니아는 안내와 내 업무를 모두 맡았다.

사니아는 오늘의 업무를 센타레아에게 맡기고 왔다고 한다.


가다가 규칙을 어긴 불량 학생을 교장 대행의 권한으로 제압한 것도 말해줬다.

상담이나 동아리를 둘러보는 일은 리아가 대신 맡았다.


성격상 안 맞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잘 해서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성장했구나... 리아...


오늘은 침대에서 자거나, 인형과 대화하면서 심심함을 풀었다.

전화로 리아를 불러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자존심이 있어서 소변을 참다가 실패해 결국 리아에게 교체를 받았다.


대변?... 말하곤 싶지 않다. 매번 교체 받을 때마다 아기마냥 우쭈쭈거리는 게 짜증났지만... 마법도 잘 안 나가고 힘도 없는데...

그냥 어울려줬다.

그렇게 노을이 저물어가며, 견학이 끝났다.

아이들은 내 방에 모여 앉아 도시락을 까먹기 시작했다.


원래는 같이 도시락을 먹는 것도 스케줄의 일부였으나, 오늘은 눈 앞에서 먹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난 이미 점심 먹었으니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먹더라.


그러고는 잠시 인솔 교사가 화장실에 간 사이...


"교장님!"

"왜 그러니...?"

"이불 속에 그거 뭐에요?"


"아 이거... 내 꼬리야. 만지지는..."

*주물*


"히야아아악!"

"우와! 말랑말랑!"

그 말과 함께 아이들은 내 침대 쪽으로 몰려들어 꼬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물고 빤 아이는 없다는 게 다행이지만... 


"흐아으으으... 그만해... 으... 더...는..."

"흐으..."


인솔 교사가 오고 난 뒤에, 아이들을 제지시키고 연신 사과하였다.

그래도 같은 교육자인데, 넘어갔다.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좀 거칠어졌다.

진짜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는데... 구사일생이란 것은 이런 걸 말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교문 앞을 걸어나가며 떠났다.

물론 난 힘들게 일어나 창문 너머로 확인했다.




"루티~"

"애들이 꼬리 주물렀다는데 괜찮아?"

"아, 물론! 괜찮아!"


"흠..."

*슈왁!*


"기저귀가 젖어있는데?"

"잠만... 이거 오줌이 아니잖아?"

아우렐리아는 루티아나를 쳐다봤고,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설마... 꼬리 만졌다고?"

"아니야! 나도 방금 알았단 말이야!"

"아무런 느낌도 안 들었다고!"


"흠... 꼬리를 지속적으로 건드릴 시 감도가 강해지고... 이는 성감대에..."

"야 뭐라고 기입하는 거야!"
"아니라고! 그런 거!"

그렇게...

루티아나의 하루는 저물었다.



+



"그래서... 엄마가 기저귀입고 침대에 누운 짤을 찍었다고요?"

"응. 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건 너무하지 않아요?"

"너무하긴. 루티는 나를 바로 묵사발낼 수 있거든."
"그런데도 왜 나를 묵사발내지 않나 싶었는데..."

"예?"

"자기는 그런 거 괜찮다고 하네. 다만 절대 딴 사람한테만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특히 내 저택에서 함께 사는 사피라던가... 물론 사피는 성격상 그런 거 절대로 안 하겠지만."

"사람 참..."


+



"기저귀 차보니까 어때요?"

"..."
"말을 말자..."

"뭔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둘이 바라보는 석양은 지고 달이 떠올랐다.




그냥 써보고 싶었습니다...

재밌잔아요?


세계관 최강자를 안전하게 놀려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인 3탈피 시기...

농교장... 아니 응애교장... 음해... 해야겠지?


이 짤은 새로 뽑은 프로필입니다.

더 깔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