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세계가 깨졌다.
...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무너졌다.
사람을 믿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싸운다면, 언젠가는 평화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배신당했다.
아니, 일방적으로 기대해놓고 잠겨가는 것이니 배신당했다고 말하는 것도 오만일까.
...
그들의 세계또한 깨버리겠다는 다짐이라도 있었다면 무언가가 바뀌었을까.
차라리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쳤으면 속이 개운해졌을까
미친듯이 탄환을 흩뿌리며, 다 꿰뚫어버렸으면 이 공허함이 채워졌을까.
아니란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웃는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래서 태연하게 군다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래서 빈틈투성이로 지낸다
차라리 내가 이렇게 빈틈투성이니까 배신당해도 쌌다고 생각하기 위해서.
...
그런데... 미안, 더는 못 그럴 것 같아.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다가, 이내 전부 공허함으로 바뀌어버려 사라져간다.
그저... 그저...
사라지고 싶어.
더는 작업 못하게 돼서 그냥 짧게 써봤답니다.
이것은... 화자가 빗방울 되기 직전의 이야기.
아직 안 늦었을지도 몰라, 그의 폭주를 멈추고 그에게 희망을 전해줘 되돌리자.
같은 내용인거죠.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다른 캐릭터들 폭주 직전을 다룬 짧은 설정글도 써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