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계파]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자기네들은 반드시 살아남고 가장 번성하리라는 믿음은 바오밥 계파의 특징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다소 생존주의적이고, 다소 교만하며, 상당히 느긋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수 일파를 보더라도 '에휴 어차피 대멸망 때 죽을 새끼들인데' 하고 동정하는 이도 있습니다.

[파티마]

파티마가 캐러밴이 되기로 한 것은 멸망할 세계가 너무 아름답고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캐러밴의 손에서 오고가는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보물들이 얼마나 많을까 두근거리게 됐고, 그것들이 대멸망의 겁화 속에 잿더미가 된단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뛰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파티마의 재산은 계속 불어났고, 곧 캐러밴의 실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런 파티마에게 이방인이 어떤 계약서와 함께 찾아왔고, 사흘 정도 두문불출한 끝에 금발이 된 파티마가 기진맥진한 채로 나오다가 쓰러졌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특별히 변한 건 없습니다. 다만 파티마가 캐러밴을 이끌고 사막을 건널 때, 새하얗고 화려한 외투를 어디선가 꺼내서 그녀가 걸치곤 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 보기보다 욕심이 많습니다. 한 번 가지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시간이 걸려도 손에 넣으려 합니다.

- 씩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패에 일시적으로 낙담해도 오랫동안 기죽지 않습니다.

- 처음 보는 물건, 낯선 사람 등을 흥미롭게 여깁니다.

- 돈을 모으는 쪽과 쓰는 쪽 중에선 쓰는 쪽입니다.

안목이 뛰어납니다. 성질 순한 낙타, 비싸게 팔릴 예술품, 심지어는 특정한 사막의 모래까지도 그 쓸모를 직감으로 알아채고 투자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든든한 용병을 고르거나 훗날 크게 장성할 아이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바오밥 계파 특유의 생존술로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탈출할 수도 있으며, 루살카, 노움, 레프리콘, 그리고 하술할 정령을 부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파티마가 가진 능력이 아닌, 파티마와 계약한 악마의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 악마가 온전한 소환 계약을 체결한 것은 파티마가 유일무이합니다.

스스로를 샤일록이라 소개한 이 악마(진명 미확인)는, 파티마와 계약 내용에 대해 설전을 벌인 끝에 그녀의 머리카락 색깔을 자기 취향으로 바꾼 것으로 소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대해 샤일록은 굉장히 분하게 여기면서도, 파티마를 호적수로서 인정하고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샤일록도 레프리콘처럼 금화를 좋아하지만, 채무자의 신체 일부, 그 중에서도 심장을 금화 이상으로 좋아합니다. 때문에 무척이나 부당하면서도 거절하기 어려운 계약을 요구하지만, 한 번 쓰여진 계약만큼은 철두철미하게 공정히 이행하려 합니다.

샤일록의 능력은 구름의 실로 자아낸 듯이 새하얀 외투가 되어 파티마 또는 파티마가 선택한 사람에게 현현합니다. 이 더러워지기도 손상되기도 쉬워보이는 외투는, 그럴 상황에서도 언제나 원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샤일록의 청구서에 그 상황이 기록됩니다. 외투는 벗으면 사라지고, 해당 청구서가 집행됩니다. 

파티마의 실수 등으로 더럽혀질 뻔 했다면 평범하게 유지비가 그녀에게 청구되지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파티마를 해치려 했다면 그 유지비에 높은 이자까지 합산한 금액이 샤일록을 통해 그 누군가에게 청구됩니다. 그게 둘 이상이었다면 동시에 청구됩니다.

금액 지불을 승낙할 경우 금전을 우선 환수하고, 부족하다면 소지품을 우선적으로 압류합니다.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그가 자신 소유로 생각하는 물건들을 무작위로 압류합니다. 

금액 지불을 거절할 경우 2번에 걸쳐 재차 확인하고, 금액에 관계없이 심장을 뽑아갑니다. 이 사항은 청구 당시에 분명히 고지됩니다.

"그대의 우행으로 손해가 발생했소. 금액을 지불하던지 심장을 뽑히던지 선택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