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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성광전사 본 세계관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로 글쓴이의 상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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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군, 마법소녀"


사내가 읊조리듯 내뱉은 말이 거대한 에너지로 화해 일대를 찍어누른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압도적인 힘의 격류.

사내의 편에 서 있던 이들 중 몇몇이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사내는 내뿜는 힘의 크기를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 

고작 말 한마디에 주저앉을 정도라면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방해만 될 뿐이었으니까.

그런 놈들을 신경 쓸 바에야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고작 10년만에 이렇게까지 약해질 줄이야."

" . . . "


사내는 눈앞의 여자. 이제는 삶의 끝자락에 서있는 듯 한 노인을 보며 회상했다. 


42년 전, 그라는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났을 때도.

37년 전, 그가 삶의 이유를 깨닫고 인간들의 도시를 침공했을 때도.

24년 전, 숨어서 상처를 회복한 그가 다시 한번 힘을 키우고 있을 때도.

10년 전, 충분한 힘을 모았다고 생각해 마법소녀들을 노리고 움직였을 때도.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막아섰다. 


때로는 두려움에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때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띈 얼굴로. 

때로는 분노를 숨길 생각도 없이. 


그리고 오늘, 오직 그녀 하나만을 죽이고자 동족들을 포식해 힘을 키우고 세력을 일궈낸 그의 앞에는 여전히 그녀가 서있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노쇠한 몸을 이끌고.


주름 하나 없는 백옥같던 피부를 세월이 깎아내 주름을 새겨넣었다. 

윤기가 흐르던 머릿결은 눈이 내려앉은 듯 새하얗게 새었다. 

한때 갈무리하지 못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 했던 그녀의 육신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웃고있었다. 

온화하게, 마치 눈앞의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 처럼.

사내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으러 온 건가? 마법소녀."

그녀가 다시 한번 자신을 막아섰다는 사실이.


"그 노쇠한 몸으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나?"

한때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대한 존재였던 그녀가 이토록 나약해졌다는 사실이.


"설령 십만분의, 아니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네가 이곳의 모두를 막아낸다 하더라도. 아니, 너의 그 질긴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세상에 들끓는 모든 악(惡)을 처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어쩌면, 자신이 유일하게 동경하는 존재인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건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하다. 너희(인류)는 결코 우리를 이겨낼 수 없어."

그리고 지금부터 그녀를 그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사내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얼굴을 들어 사내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눈에 깃든 총기가 과거와 비교해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녀의 온화한 미소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이다. 


"아까 나를 두고 늙었다고 말했었나?"

"그러는 너는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구나. 마치 손에 든 것이 장난감인지 흉기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휘두르는 아이와도 같아."


-꿈틀

하잘것없는 도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몸이 반응한다. 

지금의 그는 10년 전의 자신 수십이 동시에 덤벼든다 하더라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런데 성장하지 못했다니?

솟구치는 짜증에 힘을 쓰려는 순간 그녀가 말을 이었다. 


"죽으러 온거냐고 물었지, 괴인."

"어차피 우리는 너희를 박멸할 수 없다고. 날이 갈수록 노쇠해지는 몸을 이끌고 너희를 막아봐야 소용 없다고."


또각, 또각, 또각

드넓은 평야에 오직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나아가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천천히, 여유롭게, 다만 느리지는 않게.

노인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 내 시대에 너희를 박멸하는 건 불가능할 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에 의미가 없지는 않아."

노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낸 그늘에서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날거야."

"서로 반목하고, 우정을 쌓고, 서로를 증오하고, 사랑이 꽃피고 또한 저물면서 울고, 웃고, 화내고, 그런 매일매일을 보내겠지."

하나 하나가 소도시 정도는 능히 파괴할 강자들이건만, 태연히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그들이 가볍게 쥐기만 해도 으스러질 듯한 노인 하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그 아이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그늘이 될 거야."

"그리고 그 그늘은, 결코 내가 만들어낸 것보다 작지 않을거다."


또각

노인은 그렇게 사내의 눈 앞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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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그리 걱정돼서 발을 동동 구르냐?"


[프로케루스 전역 에너지 준위 분포 관측소]

그것이 자신과 저기서 5초에 한번씩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는 어리버리한 신입이 속해있는 부서다. 


"아니 선배! 우리 지금이라도 피난가야되는거 아니에요? 아까 화면에 뜬 수치 보셨잖아요!!"

"어디? 아까면 외곽지역 거기?"

"거기 말고 또 있겠어요? 도시 하나는 족히 날려버릴 에너지던데...!!"


-후르릅

혼자 발작하기 시작한 신입은 내버려두고 커피를 한모금 삼킨다.


신입이었을 적 난생 처음 보는 수치에 호들갑을 떨며 선배를 부르던 자신의 모습도 저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

직접 보니 상당히 꼴불견이었다.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흑역사를 하나씩 꺼내려고 하는 정신을 돌리기 위해 신입이 말했던 지역 업무일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야 신입!!!!"

"ㄴ네?! 우리 드디어 피난가나요?"

"헛소리 그만하고 메인 디스플레이에 아까 그 지역 인근 감시 카메라 전부 띄워."


저놈은 운이 좋다. 1년도 되지 않아서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너 지금 거기에 어떤 분이 파견 나가셨는지는 확인 한거냐?"

"에? ㅇ,아뇨..."

"그야 그렇겠지. 그 이름을 봤으면 걱정도 안했을 테니까."


멍한 표정의 신입을 대신해 패널을 조작하며 말했다. 


"지금 저기 계신 분이라면 그 수치의 두배가 나와도 팝콘 얼마나 돌릴 지나 고민하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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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지팡이로 땅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과 동시에 분홍빛 에너지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사내조차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로 강대한 에너지의 흐름.

이것이 고작 변신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사내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에너지의 폭풍이 그친 뒤 드러난 것은 

이전과 조금도 바뀌지 않은 모습의 노인과, 노인과 마찬가지로 세월이 내려앉은 듯한 하얀 털을 지닌 소동물 하나 뿐이었다. 


변신에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마력의 흐름은 도대체...


그러한 생각을 이어나가던 사내는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예전에는 남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하려고 했었지."

더 화려하게, 더 아름답게, 형형색색의 장신구와 리본을 단 소녀의 모습. 

그것은 사내가 기억하는 노인과의 최초의 모습과도 같았다. 


"리본의 크기를 키워도 보고, 장신구를 늘려도 보고, 그러다 분노에 눈이 돌아 오직 너희를 죽이기 위한 모습이 되기도 했어."

사내의 머릿속에 과거 만났던 그녀가 하나 둘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 사랑을 받기 위해 굳이 변할 필요는 없다고."

"수상할 정도로 건강하고, 이것 저것 아는게 많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 이상하지만 친절한 할머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사내의 눈이 타들어갈 듯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노인의 몸 안에 잠든 그 힘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별의 잔잔하지만 그 무엇보다 뜨거운 별빛을 본 까닭에.


"그런 생각을 한 이후에는 변신을 해도 모습이 바뀌지 않더구나."

"대신에 힘 하나만큼은 차고 넘치게 생겼으니, 마땅히 필요한 곳에 썼지."


끊임없이 싸웠다. 자신의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가릴 수 있도록. 

살을 녹이고 뼈를 태우는 이 불꽃(전쟁)으로부터 벗어나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가 꿈을 갖을 수 있도록


그렇게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집단을 만들고, 그들에게 구원받은 이들이 이름붙여 부르기를


발푸르기스의 다과회 소속

12인의 대마녀(大魔女)

그 첫번째


"약간 낮간지러운 별명도 하나 생기긴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단다."


[타오르는 등불의 마녀]

안타레스


"자, 그럼."


그녀가 자신이 소환한 소동물과 눈빛을 교환한다.

소동물은 별다른 반응 없이 눈을 감았다. 

마치 다른 의사소통 없이도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이윽고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동이 전장을 휩쓸었고


"한꺼번에 덤벼주겠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노인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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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cyoa/104697610


이거 보고 맨 위에 할머니 입장 짤 봤더니 갑자기 생각나서 쓴 단편읾...

지금도 마법'소녀'가 아니라고 하는데 한 50년 쯤 지나면 저런 일도 있지 않을까 했읆...

노바 돌파 조건이 정신적 한계 돌파니까 저렇게 깨닳음으로 각성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변신해도 모습 안바뀌는 할머니 마법소녀(존나 쎔)은 나름 로?망이라고 생각핢...


급하게 쓴거라 성광전사 설정이랑 안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너그럽게 봐주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