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조금 빨리 찾아온 이야기

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군인이나, 아니면 그런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았었다.


"제 꿈은... 사람들을 지키는 히어로입니다!"

"다들 박수!"

"와아아아아~!"

지금보면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군인은 돈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가난했었다.

그래서 난... 한 사설 보안 업체에 입사하는 길을 택했다.


무언가를 지키기라도 하지 않냐.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살하도록, 파올레. (치직)"


"그치만... 대장님... 이건 아닙니다! 제 가족이잖습니까!"

"목격한 자들을 모두 사살해야 한다. 빨리."


"..."


*탕!*

*탕탕!*


내 방아쇠는 아직 당겨지지도 않았는데, 가족은 죽었다.


"..."
"이... 이!!!! 개새끼가!!!!!"

*탕탕탕탕탕탕!*




그 자리에서 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동료 한 명을 사살하고, 도망쳤다.

방랑 생활을 이어가던 중. 한 여인, 아니 기체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웨이트리스 안드로이드, LA_1VA입니다.

'라나'라고 불러주세요!"


그쪽을 자주 들릴 순 없었으나 그녀와는 말이 통했고, 결국 사정을 토로하자.

그 로봇도 나에게 사정을 말했다.


곧 있으면 나올 신기체를 위해 자신은 폐기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우리는 같이 도망치기로 하였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목숨을 같이 공유하는 그런 존재.


한번은 강을 바라보며 자살을 꿈꾸다 만류되다 받은 은빛 티켓.


역으로 향하자 보이던 것은, 거대한 열차.

그리고 머리가 은하로 된, 자신을 '기관사'라고 칭하는 존재.


우리는 역에 도달하는 순간, 쫒아온 일행에게 죽을 뻔 했으나...


"귀찮네..."
"너희 '열망'은 듣지 않을게."


*탕*


모든 것이 공허해지며 사라졌고, 열차는 출발했다.


그렇게... 어느 곳에 도달해서 일어난 일은...




"자! 리사! 손으로 하트!"

*찰칵!*


속된 말로 '보추'라 그러던가?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곱상하다 못해 여자애인데 아래에 달리기만 했던 아이였다.

주변 또래들이 여자애들 투성이에 조부모께선 여동생과 함께 입으라고 여자옷을 보내 줬어가지고.


속옷만 남자꺼지 겉은 여자애처럼 하고 다녔다.

심지어 오ㅃ... 아니 젠장 또 햇갈리네... 형들보다는 여동생과 함께 모래사장에 놀던 것이 대다수였고.


그러다가 친구들이 다 주변 신도시로 모조리 떠나버리고, 이제 같이 놀 애들은 남자애들 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 모습으로는 어울릴 수 없었고, 고민하던 와중 여동생이 이렇게 말했었다.


"오빠! 오빠는 왜 치마 입어?"

"오...왜?"

"그런 건 아니고 다른 남자애들은 바지 입잖아!"

그걸 계기로 여자처럼 입고 다니는 건 관두고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던 건 아니였다. 워낙 외모가 곱상해서.


그러다가 모래사장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으려던 동생을 지키려다 모래의 마법을 각성했었다.

그리고,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동아리를 정하라는 교장의 말에 나는 다시 이끌려 선도부를 선택했다.

전투부도 생각이 났지만... 그렇게는 다시 안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적성에 맞아 유리의 마법까지 개안하고 말았다.

워낙 희귀한 마법이라 여러 애들이 주목했었다.

이것도 그 파란 눈깔의 (공용어 성격 나쁜 여성을 욕되게 이르는 말)의 선물인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어떻게 존재해야 할 지였다.


의상학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여장을 하곤 했다.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거울 앞의 내 모습은 익숙했다.


반대로, 다른 이들과 만날 때에는 소년의 모습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모습을 밖에서도 하고 다니기에는 좀 그랬다.


그리고, 이런 고민이 깊어갈수록 악몽은 더 가까이 찾아왔다.


악몽과는 별개로, 중등부 2학년이 되자, 선도부장의 자리가 비었고, 나는 선도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중책과는 별개로 사람을 지키는 일이 이렇게 이루어지나 싶었다.


이룰만한 꿈이 이것 뿐이라... 졸업하면 어떻게 사람을 지켜야할까?
또 다시 사설 보안업체에 들어가? 또 가까운 사람을 해쳐야 할까?




"리사."

"교장님?"

"혹시 시간 있어?"



옥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고민이 있었구나."
"사설 보안업체에 들어가서 남을 해칠 걱정을 한다니..."


"역시, 너무 엉뚱한가요?"

"아니, 사려 깊네."
"그러면 오히려 선도부장으로서는 합격이지."


"그나저나 교장님.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전 어떻게 살아야 하죠?"
"전 어떻게 남아야 하죠?"
"어떤 모습이 저일까요?"

"..."
"간단해. 리사."

"네?"

"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시도하기만 해도 좋은 시절인데."

"정 그렇게 고민되면 따라와!"





교장님은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따라오라 하셨고, 그 곳은 옷가게였다.


"교장님 여기는?!"

그것도 여성복 전문 매장.


"어울리는 걸로 골라봐. 내가 사줄게."

"아니... 그게..."

그러자 교장님은 어깨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괜찮아. 그 누구도 뭐라 못해. 내가 있잖아?"

나는 썩 괜찮아 보이는 의상들을 골라 매치했고, 탈의실에서 갈아입었다.


"와~! 이쁘다 리사!"

"교장님... 아무래도 이건..."


"음... 그래? 그러면 사기만 하고 입진 말자."

"아... 아니."
"..."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다음으로 향한 곳은 남성 의류 전문점이였다.


"이거랑... 이거면 되려나?"
"리사! 잠깐 기다려줘!"

탈의실로 들어간 교장님은...


"어때?"

비록, 소녀의 모습을 감출 순 없었지만 머리까지 묶어 나름 남성미가 느껴지기도 하는 모습이였다.


"멋있...네요."

"자! 가자!"



교장님과 나는 서로 같이 거리를 걸으며 하루를 보냈다.

노래방에 가거나, 아니면 게임을 하러 가거나, 그와중에 게임팩도 하나 사주셨다. 고맙게도 말이다.


이 모든 경로는 놀랍게도 교장님이 한 것이 아니다.


의류점을 나오자 어디로 갈까라고 계속 물었던 교장님은, 

부끄러움을 참기 힘들다고 들었던 교장님이 직접 코스프레 의상이 가득한 매장에 들어가 

직접 메이드복을 같이 입기도 하였다.


"교장님..."
"그나저나 오늘은 왜...?"

"페를리사."
"이 모든 경로는 네가 정한 거야."
"답은 이미 나왔지?"

약간 신선했다.

이렇게 가르쳐주는 답이라니.


그랬다, 청춘은...

내가 정하는 것이였다.


그 순간 나는 과거의 망령을 떨쳐내고 오로지 꿈만을 열차 옆자리에 앉혀 데려오고,

어떤 것이 '페를리사 메르쿠스'로 존재할 지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쥔 느낌이였다.


"그나저나 리사, 여장 취미가 있었을 줄은 몰랐어."

"역시... 좀 그렇죠?"

"뭐 어때. 요즘이 어떤 시대에 너는 어떤 나이인데."
"그거 알아? 좀 부끄럽지만... 난 리아한테 맨날 여러 부끄러운 복장을 입혀진다고."

"여하튼 오늘은 재밌었어!"
"선도부장 페를리사! 내일 보자!"


그러고는 교장님은 거리를 달려 사라졌다.




유리처럼 밝은 아침이였다.

마치, 빛을 퍼뜨리는 유리처럼 태양의 빛은 내 눈에 들어와

빛이 퍼져 밤하늘을 밝히었다.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부터 청춘이다.





페를리사 단편이였습니다.

이분... 어쩌다 여장 취미를...


암튼 페를리사가 상징하는 주제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삶'이네요.


그나저나 이거 하면서 WebUI, 본인은 변태같아서 웹나코라고 부르는 걸로 뽑은 게 응애 플레이 내기에서 패배한 교장인데...

나만 볼겁니다.